
가족돌봄휴가 이미지. ©pixabay
【에이블뉴스 백민 기자】 고령화 및 장애인 지원 필요성이 증가함에 따라 가족 돌봄 제공자의 수가 꾸준히 증가하는 가운데 프랑스는 가족돌봄휴가 제도와 수당 정책을 통해 돌봄과 직장 생활의 양립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가족돌봄일일수당이라는 돌봄 수당 정책은 무급 휴가의 한계를 극복하고 실질적 제도 이용을 유도하는 핵심 장치로 평가된다. 이는 가족 중심 돌봄이 공적 책임으로 전환되는 흐름 속에서 한국이 참고할 수 있는 중요한 정책 사례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국제사회보장동향에는 최근 ‘프랑스 가족돌봄휴가 정책의 현황과 쟁점’이 게재됐다.
가족의 범위를 넘어 가까운 사람까지 포함하는 프랑스의 돌봄 제공자
프랑스에서 가족 돌봄 제공자는 법적으로 ‘질병, 연령 및 장애로 인해 자립이 어려운 가까운 가족이나 지인에게 일상의 정기적이고 빈번한 비전문적인 방식의 돌봄을 제공하는 사람’으로 정의된다.
이 정의에는 배우자, 시민연대협약을 체결한 파트너 또는 사실혼 관계의 동거인, 부모, 친족뿐만 아니라 같은 거주 공간을 공유하거나 친밀하고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인 이웃과 친구도 포함된다.
과거에는 가족 돌봄 제공자라는 개념이 주로 사용됐으나, 현재는 가족의 범위를 넘어 가까운 사람까지 포함하는 가까운 관계 돌봄 제공자라는 보다 포괄적인 개념으로 변화됐다.
프랑스에서 2021년 기준 약 931만 명이 정기적인 가족 돌봄을 제공하는 것으로 보고됐으며 880만 명의 성인과 50만 명의 5세 이상 미성년자로 구성됐다. 특히 55세 이상 65세 미만 연령대에서는 약 4명 중 1명이 가족 돌봄 제공자라고 응답했으며 돌봄 제공자의 비율은 60세까지 증가한 후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한국에서는 ‘돌봄’이 주로 가족 내에서 이루어진다는 인식이 강하지만 프랑스의 가족 돌봄 ‘proche aidant’은 법적・혈연 관계를 넘어선 포괄적인 개념으로 가까운 관계 또는 비공식 돌봄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번 보고서에서는 한국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가족 돌봄으로 지칭했다.

장애인 활동지원사와 장애인.(기사와 무관)ⓒ에이블뉴스DB
‘가족돌봄휴가·가족돌봄일일수당’ 돌봄 제공자 대상 국가적 공공정책
고령화 및 장애인 지원 필요성이 증가함에 따라 가족 돌봄 제공자의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앞으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생애 어느 시점에서든 돌봄 제공자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2019년 10월 23일 프랑스 총리, 보건연대부 장관, 장애인 담당 장관은 ‘가까운 돌봄 제공자 지원 전략 2020-2022’을 발표했다. 이는 돌봄 제공자를 직접 대상으로 하는 최초의 국가적 공공정책이다.
대표적 정책은 가족돌봄휴가와 가족돌봄일일수당이 있다. 프랑스의 가족돌봄휴가는 모든 근로자에게 적용되는데 가족 돌봄 제공자가 장애 또는 자립이 어려운 가족을 돌볼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프랑스에서 가족돌봄휴가는 원래 가족지원휴가라는 명칭으로 2007년 도입됐으며 초기에는 배우자(혼인, 사실혼, 시민연대협약 파트너), 부모, 자녀, 형제자매 등 법적・혈연적 가족을 돌보기 위한 최대 90일(1년까지 연장 가능)의 무급 휴가로 설계됐다.
이후 2017년 기존의 가족지원휴가는 수혜 조건을 확장한 가족돌봄휴가로 대체됐다. 이 법적 제도는 근로자가 일정 기간 동안 직장 생활을 중단하거나 근무 형태를 조정해 가족 구성원이나 가까운 지인을 돌볼 수 있도록 보장한다.
다만 가족돌봄휴가는 2017년 도입 당시 기존의 가족지원휴가와 비교해 그 대상자를 가까운 지인으로까지 확대했으나 무급이었기 때문에 이용률이 낮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20년 사회보장재정법을 통해 가족돌봄일일수당을 도입했다.
2025년 1월 기준 가족돌봄수당은 일일 최대 65.80유로, 반일 32.90유로다. 수당은 개인의 전체 직업 경력 동안 한 명의 돌봄 대상자당 월 최대 22일, 최대 66일까지 지급 가능하다. 또한 2025년부터 돌봄 제공자 1인당 최대 4명의 돌봄 대상자까지 지원을 확대해 전체 직장 경력 동안 총 264일까지 가족돌봄수당 수급이 가능하도록 했다.
장기적으로 노동시장에서 불이익 겪지 않고 일정 수준의 경제적 안정 유지
보고서는 “프랑스에서 가족돌봄휴가 제도는 고령화와 장애로 인해 자율성을 상실한 인구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가족 돌봄 제공자의 법적 권리를 보장하고 돌봄 부담을 분산하기 위한 정책적 장치로 도입됐다”며, “하지만 가족돌봄휴가 제도는 경제적 지원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 노동 형태에 따른 제도 접근성의 차이 등 여전히 몇 가지 쟁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스는 돌봄휴가 기간을 퇴직연금 시스템과 연계해 가정 내 무급 돌봄을 연금 산정을 위한 기간으로 인정해 장기적으로 근로자들이 노동시장에서 불이익을 겪지 않고 일정 수준의 경제적 안정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를 통해 근로자는 직장 경력을 지속하면서도 가족 내 돌봄 책임을 수행할 수 있으며 가족 내 돌봄 부담을 보다 체계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 특히 가족 중심 돌봄이 공적 제도 내에서 제도적으로 인정된다는 점은 돌봄을 사적 책임에서 사회적 책임으로 확장하여 돌봄의 사회화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점에서 프랑스의 가족돌봄휴가는 돌봄 제공자의 경제적·사회적 권리를 보호하는 동시에 돌봄을 받는 고령자 및 장애인의 자율성을 지원하는 프랑스의 핵심적인 사회보장제도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이는 향후 한국의 가족 돌봄 정책 수립에도 참고할 만한 사례로서 의미를 가진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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