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삶을 뜻하던 사무실은 어쩌다 소망이 되어가곤 한다. © pixabay
서로 통하는 모두의 슬로건?
선거철은 물론, 평시에도 각 정당의 여러 정치인들은 복지를 핵심으로 한 다양한 경제 공약을 약속하곤 한다. 이는 국민의 삶과 직결된 지점에서 자신이나 자신의 정당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절차이기도 하다.
주요 내용은 해당 정치인이나 소속 정당의 성향에 따라 다소 차이를 보이고, 반대 진영에서는 '세금 퍼주기', '부자 배불리기'등의 원색적인 비난을 통해 상대가 아닌 자신을 지지해야 한다고 맞서기도 한다.
그럼에도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구호가 있다. 민간 차원에서의 일자리 창출 증진을 국가에서 기대해야 하는지, 공공 복지 차원에서 공공이 창출하는 게 필요한지의 하위 관점이 꽤 다르기에 말이 같다고 인정하지 않는 이들도 많겠으나, 일단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라는 말만큼은 국민들에게 꽤 익숙하다고 할 수 있다.
전현직 정부와 대통령의 관점
가령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 후보 시절이던 지난 2021년 12월 말, 이른바 '국민행복시대'를 공약하며 민간 주도의 일자리 창출을 최고의 복지로 소개하며 대선 공약을 공개했다. 이어 대통령이 된 2023년 3월에도 우수기업 CEO들을 다수 초청한 오찬에서 동일한 맥락으로 같은 발언을 하며 방향성을 잡았다.
아직 임기 중인 만큼 지속적으로 지켜보아야 하겠으며, 장애인의 일자리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보이지 않으나 민간 주도로서도 양질의 일자리를 짚어 거론한 점은 주목될 수 있다.
다른 진영인 문재인 전 대통령 역시 제18대 대통령 선거가 한창이던 2012년의 공약부터 시작해 가장 좋은 성장과 복지는 일자리라는 철학을 지속적으로 밝혀온 인물이다. 그가 당선되었던 2017년 제19대 대통령 선거와 임기 중에도 좋은 일자리, 사각지대 없는 사회안전망 등을 수 차례 거론한 바 있다.
주로 정부가 할 일은 주도적인 공공부문 일자리 증원과 신산업 일자리 성장동력 지원임을 밝혀 왔다. 장애인에 대해서는 19대 대선 후보였던 2017년 장애인의 날 기념사를 통해 장애가 빈곤과 소외를 낳는다는 점을 지적하였던 바 있다. 다만 일자리 대폭 확대라는 당시 제1공약에 비하면 장애인의 일자리를 직접적으로 짚어 언급하진 않았다.
이 글에서는 글 하나로 이념과 진영을 포함한 정치학이나 경제학, 사회학의 원리를 깊이 다루기보다는, 장애인 복지로서의 장애인의 양질의 일자리가 어떠한 것인지, 지금 어떻게 되어 가고 있는지를 다루려고 한다.
장애인 일자리를 통해서 보는 차별적 시선
한편, 그간 장애인 고용은 양적인 측면의 강조에 비해 질적인 측면이 그렇지 못한 부분이 있어 왔다. 양질의 고용과 노동은 경제적인 자립을 통한 진정한 사회 진출과 삶의 질 보장, 사회적 통합의 핵심 등 다양한 의미를 가지는데, 결과적으로 이것들이 지켜지지 못했던 것이다.
앞서 언급한 두 전현직 대통령의 예시만 보면 '그냥' 일자리가 아닌 '좋은' 일자리에 포인트를 두어 말했다는 부분에서 일자리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점 진전에 기대를 걸 수도 있겠지만, 그 자리에 장애인은 있는지 되물을 필요가 있는 것이다.
현행 정책 상 장애인의 취직을 지원하기 위한 등록장애인 대상의 몇몇 정책들이 있다. 그러나 여전히 장애인들의 취업은 안녕하지 못하다. 이는 직종, 면접, 소득 등 다양한 부분에 걸쳐 나타나며 취업 이후 유지에 대한 장애특성에 맞는 지원도 불충분하다.
장애인 구직자 중에는 직접 취업공고를 찾아 지원하는 이들도 있겠고, 복지관 등에서 연계되는 일자리를 찾는 이들도 있겠지만 이러한 일자리의 질에 대한 지적은 결코 무리한 요구가 아닌 실정이다.
이젠 드러나면 가난해지는 시대를 종식하자
한 예로 2022년 UN장애인권리위원회는 대한민국의 정신(사회심리)장애인의 노동시장 배제 문제를 지적하고 정신장애인의 노동권을 보장하도록 조치할 것을 권고하였다. 이들은 장애인실태조사에서도 경제적인 어려움이 드러나고 있으며, 면접에서 장애유형이 드러나면 불이익을 짐작해야 하기까지 한다.
특히 자립과 사회 통합의 의미를 오히려 저해하고 있는 수준인 최저임금 적용 제외 대상 장애인도 여전히 많이 존재한다. 이를 합법화하는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장애계에서 오랫동안 제기되고 있을 만큼 그 정도가 심각하다.
최저임금은 사회안전망으로서도 중요할진대, 고용노동부와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 비하면 이들의 2024년 월 평균 임금은 전체 근로자 평균의 5분의 1 수준에 그친다. 해당 조항은 UN장애인권리위원회에서도 삭제를 계속 권고하고 있다. 이들 노동자 중 다수는 지적장애 및 자폐성 장애를 가진 발달장애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등록 내지는 법외 장애인의 경우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구직 과정에서 장애유형이 드러나면 불이익인 상황에 더욱 직결된다. 먹고살기는 '숨기기 챌린지'가 되어버린다. 눈을 마주치고 자연스러운 말씨와 몸짓을 섞어가며 면접을 보는 것부터 어려운가는 '탈락 사유'가 된 다음부터는 사실상 당사자만 관심이 있을 일이다.
일한 만큼의 최저임금은 비장애인 기준이라 하더라도 임금이 높지 않은 직장에서 어려움을 겪으며 짧은 기간들을 전전해가면서는 자립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현 시점에서 미등록 및 법외 장애인으로 정체화한 인구 중에는 고인지 자폐인이나 정신장애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많을 상황이다. 이들은 등록 절차를 진행하지 못하거나, 현행 기준에 맞지 못하거나 등록이 반려된 경우이다. 한마디로 등록 장애인에게도 열악한 사회 안전망과 삶의 질을 위해 장애인 등록을 시도하는 셈이라고 할 수 있다.
장애는 가난해져 마땅한 낙인이 아니다. 취약한 위치의 당사자들에게도 일자리는 자신을 지켜주고 살아낼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맞다는 믿음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라는 구호는 비로소 온전할 것이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