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뉴스 이슬기 기자】한국장애학회 등 108개 단체가 27일 긴급 성명을 내고, 이재명 정부에서 이뤄지는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의 장애인 탈시설 권리 왜곡 시도를 우려했다.

탈시설 권리를 부정할 뿐 아니라, ‘주거 선택권’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형태의 시설화를 요구하고 있다며, 제도개선 권고를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한 것.

앞서 지난 25일 권익위는 보도자료를 내고, 일률적 탈시설 추진을 ‘인권 침해’라며 우려 표하며, 보건복지부에 ‘맞춤형 돌봄 지원체계 구성’을 권고했다. 구체적으로 ▲지원의사결정제도 도입 ▲거점병원과 행동발달증진센터 확대 지정 ▲자활꿈터(그룹홈) 등 다양한 주거모델 제안 등을 들었다.

권익위 유철환 위원장은 “이번 제도개선은 단순한 복지체계의 보완이 아닌, 국가가 중증 발달장애인의 삶을 공동의 책임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선언이며, 발달장애인에게 있어 탈시설이라는 하나의 정책 방향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의 삶을 선택할 수 있는 기반과 안전망을 마련하는 것”이라면서, “국가와 사회가 함께 책임지는 ‘동행의 돌봄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 같은 권익위 제도개선 권고에 대해 장애계는 “탈시설 권리 본질 왜곡”이라면서 권고를 철회하라며 강하게 맞섰다.

이들은 “권익위는 탈시설 정책을 ‘현실을 외면한 채 오히려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이를 '획일적 인권'으로 규정한다. 그러나 장애인의 탈시설 권리는 단지 물리적 공간의 이전만이 아니라 모든 장애인이 자신의 삶을 결정할 수 있는 자유를 실현할 수 있도록 사회적 여건을 보장해야 한다는 의미”라면서 “탈시설은 모두를 '같이' 살게 하자는 것이지, '같게' 만들자는 것이 아니”라고 피력했다.

이어 지원의사결정제도 도입 권고에 대해 “권익위는 발달장애인 당사자 중 중증인 경우에는 "의사소통이 어렵고 자신의 뜻을 분명하게 표현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며 지원의사결정제도 도입을 권고했는데, 그 말에 ‘해당 발달장애인을 오랫동안 관찰해 온 전문의와 행동발달 전문가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게 기준을 마련하’라고 했다”면서 “지원의사결정제도의 본래 취지를 왜곡해 당사자의 권리에 기초해 그 의사를 존중하고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형태의 대리결정제도를 요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다양한 주거모델에 대해서도 “유엔은 탈시설을 추진해 오고 있는 서구권 국가들에 시설의 소규모화 또는 또 다른 지역사회 내의 시설로의 재배치를 탈시설 추진의 대표적인 장벽으로 규정해 이를 지양할 것을 주문해 왔으며, 특정 시설로의 입소를 '진정한 선택권으로 간주하지 말아야 한다'고 명시적으로 촉구해 왔다”고 반박했다.

이어 “권익위가 제시한 시설들은 이름만 각기 다를 뿐 여전히 시설 문화가 작동하는 시설의 변형에 불과하다. 이와 같은 시도는 문재인 정부의 탈시설 로드맵 발표 이후, 윤석열 정부가 '탈시설'을 지우고 시설 운영자의 반발을 최소화 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취해왔었던 '의료집중형 거주시설', '독립형 주거서비스 제공기관'과 같은 역행의 연장일 뿐”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권익위의 발표는 '장애인은 시설에서 살아가는 것이 당연하다'는 인권침해적 통념을 국가기관이 나서 재생산하는 일”이라면서 “시설 수용을 더욱 확산하자는 반민주적·반인권적 발상이다. 특히 발달장애인과 가족의 어려움을 들어 '돌봄'과 '탈시설'이 마치 반대되는 것처럼 묘사한 것은 더 많은 시설을 '자발적으로 선택하도록' 종용하기 위한 의도라고 밖에 볼 수 없다”면서 이번 권익위의 발표 및 권고를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이날 한국장애학회와 함께 성명을 발표한 108개 단체는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전국장애노인연대, 전국장애인건강권연대,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전국장애인이동권연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한국여성장애인연합,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한국피플퍼스트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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