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장추련) 등 9개 단체가 2022년 12월 29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입법예고가 종료된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령 일부개정’을 전면 재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무인정보단말기 접근권 차별 시행령 반대’ 피켓을 든 활동가 모습.ⓒ에이블뉴스DB
【에이블뉴스 이슬기 기자】내년 1월 말부터 무인정보단말기(키오스크)를 설치한 모든 공공·민간 시설에서 장애인을 위한 편의 조치를 제공해야 하는 가운데, 장애계 우려에도 보건복지부가 ‘합리적 제도개선’을 앞세워 소상공인 등의 장애인 접근권 보장 의무를 완화한 시행령을 확정했다.
보건복지부는 11일 국무회의에서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장애인차별금지법) 일부개정안이 의결됐다고 밝혔다.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장애인차별금지법상 무인정보단말기를 설치·운영하는 재화·용역 등 제공자의 정당한 편의 제공 의무가 일부 변경된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내용.ⓒ보건복지부
기존에는 공공 및 민간의 무인정보단말기 설치 현장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검증기준을 준수한 무인정보단말기, 휠체어 접근성 등 여섯가지 편의 제공 방식을 모두 충족해야 하나, 시행령 개정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검증기준을 준수한 무인정보단말기와 무인정보단말기의 위치를 음성으로 안내하는 음성안내장치를 설치하면 된다.
또한 ▲소규모 근린생활시설(바닥면적 50제곱미터 미만) ▲소상공인 ▲테이블오더형 소형제품 설치 현장은 예외적으로 ▲일반 무인정보단말기와 호환되는 보조기기 또는 소프트웨어 설치, ▲보조 인력 배치와 호출벨 설치 중 하나를 이행하면 된다.
복지부는 이번 개정을 두고 장애인을 위한 원칙적 편의 제공 의무가 '지능정보화기본법‘에 따른 무인정보단말기 접근성 검증기준의 휠체어 사용자 접근, 시력·청력 보완 및 대체 등과 서로 중복되거나 유사해 설치 현장의 법 해석상 혼란과 부담을 초래하는 문제점을 해소했다고 밝혔다.
또한 시각장애인용 구분 바닥재와 점자블록 설치 등 임차인인 자영업자가 건물 소유자 및 임대인의 동의 없이 독자적으로 실행하기 곤란한 상황 등을 고려했다고도 밝혔다. 특히 2024년 장애인차별금지법 이행 실태조사에서 시각장애인 및 휠체어 사용 장애인 등 당사자가 ‘직원을 통한 주문 선호’를 꼽았다는 실제 수요를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손호준 장애인정책국장은 “이번 시행령 개정을 통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검증기준을 준수한 장벽 없는(배리어프리) 무인정보단말기와 음성안내장치 설치 등 정보접근성 의무화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고, 6만 6000여 이상의 소상공인 사업장에서 장애인을 위한 보다 현실적인 정보접근 방법을 제공하게 되어 장애인의 정보접근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장추련) 등은 9월 2일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복지부의 입법예고를 중단을 외치며 장애인 접근권을 보장할 것을 촉구했다.ⓒ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앞서 장애계는 소상공인과 테이블오더형 소형제품을 설치 운영하는 사업장까지 키오스크의 장애인 편의 보장 의무를 완화한 것에 대해 “장애인 권리 후퇴”라고 반발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도 지난 14일 국정감사에서 정은경 복지부 장관에게 “법으로 보장한 장애인 접근권을 시행령으로 후퇴시킨 것”이라면서 근본적인 재검토를 요청하기도 했다.
이후 이달 3일 열린 복지부와의 간담회에서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는 ‘소상공인과 대기업 프랜차이즈에서도 확장되고 있는 테이블오더형까지 사실상 대부분의 시설에서 장애인 편의 의무를 예외조치하려는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 취지를 훼손하는 것이며 명백한 위헌이자 차별행위”라면서 “이재명정부 시기 소상공인도 그 누구에게도 ‘누구도 접근 가능한 키오스크 설치에 지원‘되도록 정책을 만드시길 바란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한 6차 편의증진 국가종합 5계년 계획 안에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를 지원하는 단계별 조치를 책임있게 수립해달라고도 요청했다.
한편 해당 개정안은 공포 후 바로 시행될 예정으로, 공공 및 민간의 모든 무인정보단말기 설치 현장에서는 2026년 1월 28일까지는 장애인을 위한 정당한 편의 제공 조치를 완료해야 한다.
이와 같은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비롯한 모든 국민은 장애인 차별행위에 해당함을 이유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접수할 수 있고,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 결과 차별행위임이 인정되면 시정권고 및 법무부장관의 시정명령을 거쳐 3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또한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위반한 차별행위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부담할 수 있고, 재판 과정에서 차별행위가 아니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입증하지 않는 한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며, 악의적인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선고된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