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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0일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에서 개최된 '제29조 일반논평' 논의장 전경. ⓒUN Media 동영상 캡처

【에이블뉴스 이원무 칼럼니스트】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에서 올해 32차 세션 종료 직전, 지난 3월 20일, 협약 제29조 ‘정치적·공적 생활에 대한 참여’에 대한 일반논평 초안 마련을 위해 전 세계의 장애인단체, 시민사회단체, 인권위원회 등으로부터 의견을 수집하는 시간을 가졌다. 6개의 패널로 나눠 진행됐는데, 이번 글에선 투표와 공직에서의 장애인 참여와 관련해 논의됐던 얘기들을 중심으로 나눠보려 한다.

첫 번째 패널은 '투표에서의 장애인 참여'에 관한 이야기였다. 먼저 이 패널 전문가인 장애인권리위원회의 압델마지드 마크니 위원이 포문을 열었다. 그는 모로코에서 2016년, 2021년 선거를 관찰했는데, 투표 시설의 97%가 장애인에게 접근 가능한 위치가 아니었다. 학교 중 62%, 투표소 중 73% 역시 장애인에게 접근 가능하지 않았다. 자폐성 장애인, 기타 장애인을 위한 적절한 표지가 부재한 투표소 비율은 95%, 높이 조절 테이블이 없는 투표소 비율이 60%에 달했다.

투표소 전부 시각장애인 관련 편의시설 없었고, 투표소의 62%는 휠체어 이용인 편의시설이 부재했으며, 학교는 장애인에게 접근 가능하지 않았다. 두 번의 선거를 보며, 그는 정치인들과 함께 실질적인 작업을 수행해야 하며, 이를 통해 선거정책 변화와 장애인의 폭넓은 접근 보장을 위한 장애 이슈 고려 등의 두 가지 지점이 보장돼야 함을 역설했다.

이후 발표자들이 논의를 계속 이어갔다. 지적장애인과 그 가족의 권익옹호를 위한 글로벌 단체 인클루전 인터내셔널(Inclusion International)을 대표해 이 단체의 회원이자 인권변호사인 올리버 루이스가 발언했다. 그는 협약 채택 20년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많은 나라에서 부정확한 편견을 가지고 구식의 후견제도에 기반해 지적장애인의 투표권을 박탈했고, 투표소가 있음에도 선거 정보가 쉬운 읽기 형태가 드문 등 접근 가능하지 않음을 지적했다.

장애인이 선거에 참여해도, 사회적 낙인에 직면한 사람들도 있었단다. 스페인에선 한 장애인이 투표할 당시 자신이 능력 없다고 사람들이 생각하는 시선 등의 편견에 시달렸다고까지 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인클루전 인터내셔널이 UN과 함께 작업하며 선거가 포괄적(Inclusive)인지를 점검하는 지표들을 개발했다며, 이를 정부 지침에 포함시킬 것을 장애인권리위원회에 요구했다.

다음으론 포르투갈 뇌병변 장애연맹의 루이 코임브라스 회장이 발표했는데, 그는 투표소가 종종 위층이라 투표소 접근에 어려움이 있는 뇌병변 및 복합장애가 있는 시민들이 적지 않고, 이들에겐 선거자료와 정치행사 등에서의 접근성이 떨어진다고 했다. 그러기에 해결책은 동반투표나 대리투표일 것 같지만, 이를 통해 비밀투표 원칙과 외부의 부당한 영향으로부터의 자유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했다. 이에 이들의 필요를 고려하고 이들이 어떤 지원 없이 투표하는 의사소통 시스템의 사용을 보장받아 위협받지 않고, 비밀투표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함을 그는 역설했다.

호주 인권위원회의 소날 리달리스 장애권리 디렉터 발표 모습 ⓒUN Media 동영상 캡처
호주 인권위원회의 소날 리달리스 장애권리 디렉터 발표 모습.  ⓒUN Media 동영상 캡처

호주 인권위원회의 장애권리 디렉터인 소날 리날디스 씨는 유엔의 자유권 위원회가 정신능력과 법적 능력을 분리하지 않고 통합하는 것에 대해 장애인권리위원회가 29조 일반논평에서 다뤄야 함을 역설했다. 시민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규약에서 투표권 제한 허용을 통해 당사국은 장애인에게 적절한 지원을 제공하지 않는 것에 대한 면죄부를 받을 수 있고, 이는 자유권 규약과 장애인권리협약 간의 모순을 불러오기에, 이에 대한 일반 지침 제공이 중요하다고 그는 언급했다.

이외에도 정신병동 및 감옥과 같은 환경에서 장애인은 항상 투표권을 가지는 게 아니었기에, 자유 박탈과 선거권 실현 간의 연관성에 관한 질문이 제기되었다는 것도 언급되었다. 투표권이 있지만, 누구를 투표할지, 정치 후보자에 대한 정보 등을 모르는 농인들이 많다는 점도 언급됐다.

두 번째 패널에선 '공직에서의 장애인 참여'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장애인권리위원회 플로이드 모리스 위원은 전 세계 인구의 16%를 차지하는 장애인이, 적절히 사람들을 구성하면 사회의 권력 균형을 바꿀 수 있지만, 지금까지는 그렇지 않았음을 꼬집었다. 그는 23년 동안 활동한 자메이카 의회에서 자국의 농인들이 운전할 수 있도록 법령 개정하고, 의회에 수어 도입한 경험을 이야기하며, 정치 및 공적 생활에서 장애인의 참여 상황을 어떻게 다루는지에 대한 분명한 가이드라인을 일반논평에서 세울 것을 위원회에 촉구했다.

이어, 장애인권리위원회 아말리아 가미오 위원은 시설로 분리된 사람들은 투표권 포함한 어떤 권리도 행사할 수 없고, 심리사회적 장애인은 의사결정 내릴 수 없는 사람으로 많은 사회에서 여긴다고 했다. 이에 그는 정부·사회가 장애인에게 리더십 훈련, 합리적 편의 포함한 필요 지원을 제공하고, 장애인의 활발한 정치적·사회적 참여를 위해 시설화 근절을 강력히 요구했다.

뒤이어, 카탈루냐 의회의 이삭 파드로스 이 수아레스 의원의 발표가 있었다. 그는 카탈루냐 의회에서 장애인들이 일을 잘한다면서도, 참정권 보장을 위해선 관련 장벽들 파악 후, 다양한 공동체를 대표하는 이들이 포함되게 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점자 투표가 우편 투표, 해외에서 이뤄지는 투표 등에서 미보장되는 등 스페인 법률이 선거 접근성 문제를 잘 다루지 못하고 효과적 방안 부재로 장애인의 정치적 대표성 낮음의 문제 등을 지적했다.

그는 정치적 참여는 특권 아닌 기본권이라 말한 후 카탈루냐 의회에서 새로운 접근성 계획 수립 절차 확대 등 카탈루냐에서의 선거 접근성 보장 조치들을 잠깐 언급하며, 민주주의는 문서가 아닌 참여하는 목소리와 다양성으로 측정된다고 했다. 그리고선, 장애, 성적 지향 등의 다양성을 지닌 사람들은 낙인과 차별을 당하고, 사회에선 이들을 위협으로 인식하기에, 그는 이런 현실을 역전시키기 위해, 이들은 투표 이상의 정당 의사결정 기구 참여 등 참정권 보장을 역설했다.

일반논평 두 번째 패널에서 발표하는 장애인권리위원회 아말리아 가미오 위원(왼쪽)과 카탈루냐 의회의 파드로스 이 수아레스 의원(우측) ⓒUN Media 동영상 캡처
일반논평 두 번째 패널에서 발표하는 장애인권리위원회 아말리아 가미오 위원(왼쪽)과 카탈루냐 의회의 파드로스 이 수아레스 의원(우측). ⓒUN Media 동영상 캡처

그다음으로 국제법률가위원회 리비오 질리 법률 및 정책국 부국장 발표가 있었는데, 그는 역사적으로 장애인의 공직 참여는 제한됐다며 그 이유로 ▲장애인에 대한 고정관념 등으로 인한 태도적 장벽, ▲정보 공유 방식 등이 장애인에게 접근가능하지 않은 등의 의사소통 장벽, ▲접근 불가능한 안내판 등 물리적 장벽, ▲장애를 이유로 한 투표 제한 등 제도적 장벽 등을 들었다.

국제법률가위훤회에선 아프리카 잠비아 사례 통해 정신적 장애를 이유로 장애인의 공직 수행이 제한되며, 이외에도 장애인이 선거 참여할 시 정치적 폭력과 비합리적인 높은 입후보 비용 등이 걸림돌이 되고 있음을 밝혔다. 아프리카 9개국의 장애인 인권 보장을 위한 법적 의무 준수 진행 상황 연구 예비결과에선 지적·심리사회적 장애인의 의회·대통령 선거 출마 제한, 일부 당사국에선 지적·심리사회적 장애를 이유로 개인을 공직에서 해임하도록 규정함, 장애인 국회의원이 한 명도 없는 나라도 있음, 장애인 후보자들이 여전히 직면하는 낙인 등을 지적했다.

이 위원회에선 아프리카 사법부와의 협력 경험을 바탕으로 장애인 판사 수가 극히 적고, 사법 공무원들이 장애인 권리 등에 대한 지식·이해가 제한적임을 알게 됐다고 했다. 그리고선 장애인권리위원회가 당사국에 다음의 의무 이행을 위한 지침을 제공하도록 촉구했다. 장애인의 효과적 공직 수행 등의 권리를 존중·보호·증진하며 여기엔 합리적 편의 제공 조치도 포함, 헌법·법률을 검토해 공직 수행에 대한 모든 장애 기반 제한 철폐, 다른 사람들과 동등하게 선거 참여 시 필요한 정보와 의사소통 자료를 접근 가능 형식으로 장애인에게 제공할 것 등을 말이다.

스페인 발렌시아 의회의 마르 갈세란 의원의 메시지도 있었는데, 이번 일반논평 논의선 그 메시지를 관계자가 대독했다. 그 메시지에서, 마르 갈세란 의원은 통합교육, 직업 교육을 받았고, 부모님이 자신을 과보호하지 않고 격려하며, 실수 통해 배우도록 했기에, 오늘날 자신의 꿈이 이루어졌다고 했다. 수년간 협회 운동을 통해 장애인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법률 개정과 새 법률의 제정이 중요함을 깨달았고, 시간이 지나, 정치에 관심 가지게 됐다고 했다.

2010년 발렌시아 자치주에서의 최초 지적장애인 공채 시험 합격 후엔 공무원으로 일하고, 당시 자신이 소속된 국민당 대표 제안으로 비서직을 담당하게 됐단다. 그러다 2023년 지방 선거에서 국민당 제시 명단에서 20번째 순위여서 발렌시아 의회 의원이 되었단다. 그녀는 이런 경험을 통해 자신의 존재가 장애인에 대한 사회 시각 바꾸기에 도움 되기를 바란다며, 장애인 정치참여는 장애인 권리 보호에 필수적이고, 참정권은 평등과 정의의 문제임을 밝혔다.

이외에도 패트리샤 스코틀랜드 KC 영연방 사무총장과 멕시코 오악사카주 세실리아 올리비아 크루즈 메를린 의원의 발표도 있었다. 세실리아 올리비아 의원은 장애가 공직 수행에 아무런 걸림돌이 되지 않고, 정치란 현실 변화는 물론 모든 목소리가 반영되도록 하는 강력한 도구로, 누구도 소외됨 없이 존중받는 길임을 역설했다. 이어 장애 여성 존재는 포괄적 정책에 기여하고, 다양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제고에 일조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패트리샤 스코틀랜드 KC 영연방 사무총장의 발표 모습
패트리샤 스코틀랜드 KC 영연방 사무총장의 발표 모습. ⓒUN Media 동영상 캡처

패트리샤 스코틀랜드 KC 영연방 사무총장은 진정한 포괄(Inclusion)은 존재를 넘어 영향력을 갖는 것으로, 장애인이 실질적인 의사결정과정에 참여, 자신의 경험이 현실을 반영하는 정책 형성하도록 보장하는 것임을 역설했다. 아울러 접근 가능한 선거권 과정, 공직 내 장애인 대표성 확대 등 영연방 회원국이 협약 29조 의무 이행을 위한 과감한 조치를 할 것을 촉구하며, 정치 및 공공생활에서의 완전한 장애인 참여 보장은 진정한 민주주의의 전제 조건임을 피력했다.

여러 발표들을 들으며, 우리나라 현실이 떠오르게 됐다. 3년 전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장추련)와 한국피플퍼스트 등 7개 장애인단체로 구성된 ‘장애인참정권 보장을 위한 대응팀’에 따르면 지난 20대 대선에 접수된 차별사례는 총 63건이었다. 이 가운데는 뇌병변장애인 유권자가 어렵게 혼자 기표하는데, 투표관계자들이 빨리 기표할 걸 재촉하고, 기표용지를 스스로 넣을 수 있음에도 투표관계자들이 그걸 그냥 가져가서 대신 넣은 투표 차별사례도 포함됐다. (출처: 선관위, 법원 판결도 무시?… 20대 대선도 참정권 침해 무더기, 더인디고, 2022년 4월 13일 기사)

투표용지도 문자로만 되어 있고 기표 칸도 적기에, 손 근육에 떨림이 있고 문자 이해가 쉽지 않은 지적·자폐성 장애인에겐 투표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한국피플퍼스트 등지에서 그림 투표용지를 요구했음에도 이는 지켜지지 않았다. 이번 제21대 대통령 선거에서도 투표용지는 그대로였고, 지적·자폐성 장애인은 투표권을 침해받았다.

이외에도 시각장애인의 경우엔 점자형 투표 보조 용구 없어 선거사무원에게 투표용지를 칸칸씩 접어달라 부탁해서 겨우 투표를 마쳤지만, 비밀선거가 아니라 노출된 선거로 찜찜한 기분이 든다는 사례도 있었다(출처: 제20대 대선, 장애인 참정권 차별 곳곳 발생, 에이블뉴스, 2022년 3월 10일 기사). 휠체어 이용인이 출입하기 어렵거나 엘리베이터 없는 2층 투표소 등의 문제들이 지적되기도 했다.

물론 모로코에서 실시한 조사결과와는 조금은 다를지 몰라도, 선거에서의 접근성 및 합리적 편의 보장이 미비하다는 본질에선 동일하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려웠다. 접근성 및 합리적 편의를 장애인의 권리가 아닌 단순히 시혜로 여기고 실제로 그렇게 제도가 운영되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투표소, 투표제도를 통해 계속 접하다 보니, 씁쓸함을 넘어 어이가 없어지려 한다.

3년 전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이하 장추련)에서 실시한 장애인 참정권 차별사례 수집과 관련해 장애인 출입이 불가능하다고 사진을 보내온 제보자 A씨.ⓒ에이블뉴스 DB3년 전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이하 장추련)에서 실시한 장애인 참정권 차별사례 수집과 관련해 장애인 출입이 불가능하다고 사진을 보내온 제보자 A씨. ⓒ에이블뉴스 DB

장애인차별금지법엔 정당한 편의로 되어 있지만, 장애인권리협약 일반논평에선 합리적 편의는 개별적 권리에 즉각 이행되어야 하는 것, 접근성은 집합적 권리 등으로 두 용어의 차이를 구분한다. 그래서 법률상에서 합리적 편의와 접근성을 분리해 정의함은 물론, 공공시설과 서비스 등에 대한 접근성 기준을 의무화하고 기준 미준수 시 실질적 제재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입시 위주의 교육체계를 지양하고, 학교 교육 과정에 장애, 성적 지향 등의 다양성을 어려서부터 토론하거나 놀이식으로 배우게 하는 등 다양성 함양을 위한 국가적 차원의 청사진과 계획이 마련되고 시행되어야 한다. 장애인식개선교육에서도 장애인이 겪는 어려움을 개인의 문제로 왜곡하는 관점을 지양하고 다양성의 관점에서 바라보며 교육내용을 바꾸고 이를 정기적이고 체계적으로 훈련해야 한다. 여기에는 접근성과 합리적 편의에 대한 것도 포함돼야 한다.

장애인 당사자들 의견 반영 통로도 많이 제한돼 있다. 지적·자폐성·심리사회적 장애인 당사자들이 제6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 수립 시 초대받지 못했던 것만 봐도 이를 짐작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정부 정책에 접근성, 합리적 편의 관련 내용이 담기기란 사실상 어렵다. 따라서 장애인 당사자들 의견이 적극적으로 반영될 수 있게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런 것들을 할 때 접근성과 합리적 편의를 우리 사회에서 권리로 인식하게 되며, 그럴 때 투표소, 투표제도에서의 차별이 줄어들게 되는 실마리를 마련하겠지.

인클루전 인터내셔널에서 후견제도에 기반해 지적장애인 투표권을 박탈한다는 발표에선 과거 우리나라가 생각났다. 우리나라 경우도 과거 피성년후견인의 선거권은 박탈됐었다. 하지만 5년 전,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의 유권해석을 통해 피성년후견인도 선거할 수 있게 됐다. 피성년후견인도 의사결정 능력이 있고 그 능력을 존중받자는 취지의 유권해석임은 물론,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에서 말하는 장애인의 참정권 보장 일환이기에 이런 면에선 고무적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쉬운 읽기 형태의 선거공보가 드물다는 인클루전 인터내셔널 발표는 아직도 우리나라에선 유효한 현실이다. 물론 20대 대선에서 장애인단체와 일부 후보자, 정당 등지에서 쉬운 읽기 형태의 공약집 등을 제작한 적이 있다. 예를 들어 제20대 대선 시 사회적 기업 ‘소소한소통’에선 주요 대선 후보들의 공약을 쉽게 풀이한 자료를 제작했고, 장추련 등의 장애인단체에선 장애인 권리 요구안을 읽기 쉬운 형태로 만들어, 대선후보들에게 제시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쉬운 읽기 선거공보는 법적으로는 의무사항이 아니다. 게다가 핵심적 정보가 충분히 전달되지 못하고 그림이나 사진 구성도 많지 않은 등, 정보도 불충분하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법적인 의무화는 물론 실질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 쉬운 읽기 형태의 선거공보 부분이라 하겠다.

포르투갈 뇌병변 장애연맹의 발표에 관해선 우리나라에서 3년 전 지적·자폐성 장애인 투표 보조 매뉴얼 개정과 관련돼 있다고 본다. 선거인 본인이 기표 어려워 투표 보조받기 원하는 경우 지적·자폐성 장애인도 보조받을 수 있다는 게 그 핵심내용이다. 공적 조력인은 투표 보조의 일환이다. 분명 긍정적인 변화이긴 하지만, 공적 조력인 배치는 의무사항이 아니고, 투표 사무원이 현장에서 장애인의 기표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한계도 있다.

투표를 상징하는 그림 ⓒPixabay
투표를 상징하는 그림. ⓒPixabay

여기에다 대체의사결정체계가 팽배한 우리나라 현실 속에서 가족은 지적·자폐성 장애인의 의사결정을 통한 자기결정권 침해의 요소로 배제될 수 없다는 우려도 있다. 그러기에 성년후견인, 시설 관계자들은 공적조력인에서 제외하고 가족의 경우엔 장애인의 의견과 권리를 존중하는 사람들을 공적 조력인으로 두되 관련 기준을 강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하겠다. 그리고 공적조력인은 장애인의 권리, 의사소통, 투표 절차에 대해 정기적·체계적 훈련을 받아야 함을 말하고 싶다. 그럴 때 비밀투표 원칙을 지킬 수 있는 일환으로 공적조력인이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본다.

자유 박탈과 선거권 실현 간의 연관성과 관련해선 아직도 우리나라의 치료감호소에 수용된 지적·자폐성 장애인 등에게 선거권, 피선거권이 제한되고 있는 현실이다. 치료감호란 재범 방지와 사회 복귀 목적으로 하는 보안처분인데, 치료감호소에선 지적·자폐성 장애인과 관련해선 장애 치료가 되지 않음에도 치료해야 사회로 복귀할 수 있다는 명목으로 이들을 해당 형기 이상으로 최대 15년까지 장기구금하는 등 인권 유린을 저지르는 현실이다.

관련해 치료감호법 제47조에선 치료감호 집행 종료나 면제 전까지 공법상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정지시킨다고 되어 있다. 보안처분이란 이유로, 장애인의 정치적 권리를 일률적으로 박탈한다? 정신적 장애가 있어도 판단능력이 충분한 경우가 많은데 일률적으로 장애인의 정치적 권리를 박탈한다? 이는 명백한 인권침해다. 그러기에 치료감호법 제47조 삭제하고 적어도 장애인의 선거권 보장을 위한 합리적 편의 제공 등의 실질적 조치가 주어지는 게 필요하다 할 수 있겠다.

아말리아 가미오 위원이 말한 시설화 근절은 반드시 필요하다. 시설수용이 국가폭력이기도 해서 그렇지만, 외부와 단절된 시설 특성상 선거 공보물과 관련 방송을 자유롭게 접하기 어렵다. 시설수용 장애인들 가운데는 지적장애인 등이 많은데 아까도 말했지만 이들과 관련된 쉬운 읽기 선거공보가 법적으로 의무화되지 못한 것도 있다. 이런 요인들 때문에도, 시설수용은 근절되고 실효적이고 효과적인 탈시설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하겠다.

장애인이 공직에 진출하지 못한 요인 중에는 장애인에 대한 고정관념 등으로 인한 태도적 장벽 등이 자리 잡고 있다고 국제법률가위원회에서 발표했는데, 이건 우리 사회도 예외일 수 없다. 국회의원만 하더라도, 장애인의 경우엔 지체장애인, 시각장애인만 국회에 진출해서 의원으로 의정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농인, 지적·자폐성·심리사회적 장애인이 국회의원이 되어 의정활동을 펼친 적은 대한민국 역사상 단 한 번도 없다.

여기에는 지적·자폐성·심리사회적 장애인이 능력 없다는 편견도 한몫하고 있으며, 이들이 공직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합리적 편의가 제공되고 있지 못하다. 아까 얘기했지만, 우리나라에선 합리적 편의를 권리로 인식하고 있지 못하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구체적 예는 추후에 다시 말하겠다. 물론 농인의 경우 서울특별시의회에서 이샛별 의원이 활동하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현재 22대 국회의 장애인 비례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왼쪽), 국민의힘 최보윤 의원(중간), 김예지 의원(오른쪽)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현재 22대 국회의 장애인 비례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왼쪽), 국민의힘 최보윤 의원(중간), 김예지 의원(오른쪽).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그래서 공직선거법에 장애인 공직자 및 선거후보자에 대한 합리적 편의를 명시하고 관련 조치를 취하는 것은 물론 지적장애인, 자폐성 장애인 등 장애인의 능력과 잠재력에 대해 다양성에 기반한 내용으로 구성된 장애인식교육을 정기적이고 체계적으로 실시하는 게 필요하다 하겠다. 그럴 때, 지적·자폐성·심리사회적 장애인이 시의회의원, 국회의원, 그 외에도 공공기관의 공직에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은 마련될 것이라 본다.

마지막으로 패트리샤 스코틀랜드 KC 영연방 사무총장이 정치 및 공공생활에서의 완전한 장애인 참여 보장은 진정한 민주주의의 전제 조건이라 한 의견에 상당히 공감이 됐다. 왜냐면, 모든 시민의 평등한 참여와 권리 행사가 민주주의의 전제 조건인데, 장애인 참여가 배제된다면, 특정 집단의 목소리만 대표되고 이는 사회의 불평등을 야기할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의 원칙인 평등에 위배되는 것이기 때문이니까. 그래서 완전한 장애인 참여 보장을 통해 민주주의가 완전하게 실현하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함을 다시금 본다.

이외에도, 유엔의 자유권 위원회가 정신능력과 법적 능력을 분리하지 않고 통합하는 것에 대해 장애인권리위원회가 29조 일반논평에서 다뤄야 함을 언급한 호주 인권위원회의 지적은 주목할 부분이라 본다. 그걸 제대로 다루지 않을 시, 정신능력 유무를 법적 능력의 전제로 보고 자칫 잘못하면, 성년후견을 받는 지적장애인 등 장애인의 선거권을 제한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29조 일반논평 논의를 통해 필자는 장애인참정권 보장을 위해 접근성·합리적 편의 제공, 태도적·제도적 장벽 등의 참정권 장벽을 제거하는 것 등이 필요함을 새삼스러우나, 다시금 확인하게 되었다. 장애인참정권을 보장하는 길은 우리나라에선 아직도 멀다. 하지만 그걸 보장하기 위한 국가와 지자체의 청사진을 지금부터라도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있고 그걸 구체적인 내용으로 실현하려는 노력이 있을 때, 평등을 통한 민주주의의 가치는 현실로 될 터이니 말이다.

이외에도 '긴급상황과 관련된 의사결정과정에서 장애인의 참여' 등 여러 주제에 관한 논의들이 이어졌는데, 그건 다음 글에서 계속 얘기하도록 하겠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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