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설치 의무 대상에서 소상공인을 제외하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는 접근권 보장을 위한 법안의 취지를 정면으로 훼손하며, 사회 통합과 포용을 향한 우리 사회의 발걸음을 다시금 퇴보시키는 퇴행적 조치다.
모두의 접근권을 법과 제도로 쟁취하기 위해 싸워온 우리는 이번 개정안을 보며 '모두의 1층' 소송이 떠올라 깊은 절망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 당시 대법원은 접근권을 단순한 이동의 편의를 넘어서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 평등한 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필수적인 기본권으로 바라보아야 한다고 천명하였다.
1층에 들어가는 '권리'를 누군가의 '사정'으로 막을 수 없다는 단순한 진리를 확인했던 순간이었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은 그 판결의 의미를 짓밟고, 또다시 장애인의 권리를 키오스크 앞에서 좌절시키고 있다.
복지부 개정안은 기존의 면적 기준(50m²이하)에서 나아가 소상공인기본법에 따라 상시 근로자가 10명 미만인 소기업까지 키오스크 설치 의무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는 사실상 대다수의 소매업과 요식업, 서비스업이 의무 대상에서 벗어나게 만드는 조치다. 권리의 예외를 소규모에만 두겠다고 했으나, 그 '소규모'의 범위를 터무니없이 넓힘으로써 법의 실효성을 스스로 무력화시키고 말았다. 이는 단순한 규제 완화의 문제가 아니라, 누구나 차별받지 않고 사회에 참여할 권리라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의 근본적인 정신을 뒤로한 심각한 역행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단순히 물리적 장벽을 제거하는 것을 넘어,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한 사회 참여 기회를 누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현대 사회에서 키오스크는 단순한 주문 기기를 넘어, 정보와 서비스 접근의 핵심 통로로 기능한다.
대부분의 키오스크가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음성 안내나 휠체어 이용자를 위한 높낮이 조절 기능을 갖추지 않아 장애인의 접근권을 심각하게 제약하고 있는 실정에, 키오스크의 접근성 확보는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권리 보장인 것이다.
복지부가 주장하는 ‘재정적 부담’이 문제의 본질이라면, 국가가 적극적인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이 명확한 해법이다. 이미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과 하나은행이 설치 비용 차액을 지원하는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권리와 생존의 문제를 재정과 대립시키는 것은 무책임한 행정일 뿐이다.
독일과 같이 상품의 설계 단계부터 접근성을 내재화하는 근본적 해결책을 고민해야 마땅한 시점에, 복지부는 또다시 소상공인의 어려움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장애인의 기본적 권리를 후순위로 밀어내는 잘못된 전례를 반복하고 있다.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의무화는 규제가 아닌 모두를 위한 공정한 사회의 기반을 다지는 일이다. 접근권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할 주무부처가 오히려 그 발목을 잡는 현실을 우리는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끝까지 강력한 투쟁을 이어나갈 것이다.
이에 우리는 보건복지부에 강력히 요구한다.
하나,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설치 의무대상 완화 입법예고안을 즉각 철회하라!
하나, 소상공인 지원과 장애인 접근권 보장을 분리하여, 국가의 책임 아래 실질적 지원책을 마련하라!
하나,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살아가는 사회라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의 본래 취지를 온전히 이행하라!
우리 연구소는 장애인을 포함한 모두의 당연한 권리가 더 이상 후퇴하지 않도록, 끝까지 싸워 나갈 것을 선언한다.
2025년 9월 1일
사단법인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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