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 메르주가(Merzouga) 지역 근처의 사하라 사막. ⓒ이원무

전 글에서도 말했지만, 이번 여행을 하게 된 계기 중의 하나가 모로코 사막여행이었다. 그 여행이 유투브를 통해 입소문을 타고 들어가 워낙에 인기가 있었고, 음식도 나름 맛있어 보였기에, 나도 한번 해볼까 하는 마음이 생기게 되었다. 올해 유럽여행을 계획하면서 스페인과 포르투갈 여행을 해보고 싶었던 데다, 모로코가 두 나라와 가깝다는 것까지 고려하다 보니, 모로코로 가겠다는 결심이 서게 되었다.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모로코 마라케시까지 가는 저가항공 라이언에어 비행기 표를 끊고, 모로코 내 도시를 연결하는 철도 중의 일부를 NINJA 앱을 통해 예약·결제 완료했다. 숙소도 호텔스닷컴과 유스호스텔 사이트에서 예약하고, 돈 일부를 결제한 다음 나머지 돈은 모로코 숙소에서 현금으로 결제했다. 원래 모로코라는 나라는 카사블랑카, 라바트 등 대도시나 유명 상점 빼놓고는 대개는 현금으로 결제하는 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7월 28일부터 잠시 유럽여행은 멈추고, 마드리드 바라하스 공항에서 모로코행 비행기를 타러 저가항공 라이언에어에 몸을 실었다. 한 2시간 정도 비행했나? 비행기는 어느새 모로코 마라케시 메나라 공항에 도착했고, 입국수속을 마친 후 유로화를 모로코 디르함으로 환전하고, 유심칩을 바꾼 다음 버스를 타고, 숙소로 향할 예정이었다.

유럽여행을 할 시 인천공항에서 로밍했던 유심칩은 전화가 잘 안 되고, 모로코 텔레콤에서 주는 유심칩으로 해야만 핸드폰으로 전화가 잘 터진다고 했던 말을 어디서 들었던 것 같다. 그래서 모로코 텔레콤에서 주는 유심칩으로 바꾸려 했는데, 인터넷 연결이 잘 안 되는 거다. 이상하다 싶었는데, 알고 봤더니 내 핸드폰 기종이 그 유심칩 기능을 지원하지 않았다는 거다.

모로코 마라케시 메나라 공항 전경. ⓒ이원무
모로코 마라케시 메나라 공항 전경. ⓒ이원무

그래서 하는 수없이 오렌지 텔레콤에서 주는 유심칩으로 바꾸게 됐지만, 모로코 여행을 하는 2주 내내 나로선 다른 지역에 전화할 수 없었고, 대신 다른 데서 걸려온 전화는 받을 수 있었다. 물론 나중에서야 알게 된 거지만, 사막 여행하는 쪽의 숙소 직원들이 전화보단 Whatsapp을 종종 사용했기에, 내가 그 앱 사용법을 조금 익힌 다음 그쪽과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결국엔 여행을 안전하게 할 수 있게 됐지만 말이다.

게다가 환전하기 위해 유로화를 캐리어에서 꺼낸 사이 100유로가 어디론가 사라진 듯한 느낌이 들어 100유로를 찾다가 결국엔 못 찾고 350유로를 모로코 디르함으로 환전했다. 나중에 알고 봤더니 내가 100유로를 내 클리어 파일에 넣었다는 사실을 깜빡한 채로 말이다. 나도 50대다 보니 이렇게 되나 생각이 들었지만 말이다.

버스를 타고 숙소로 향할려고 했지만, 버스가 다 끊기는 바람에 택시를 타고 200디르함, 우리 돈으로 약 3만 원 정도를 내게 됐다. 그런데 아뿔사, 핸드폰 배터리가 다 될 게 뭐람? 그래서 숙소 근처에서 내린 후 행인에게 숙소 찾는 것을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행인이 숙소로 잘 안내해서 도착하긴 했지만, 그 행인이 나에게 도와준 대가로 돈을 요구하는 거였다.

일단 20디르함을 주려 했지만, 100디르함이란 돈이 보였는지 100디르함을 요구했다. 그 행인이 거스름돈 준다길래 100디르함을 주긴 했지만, 돈을 주지 않고 안녕하며 어디론가 가버렸다. 그 후 내 옆에 있던 숙소 매니저는 절대 돈 주지 말라고 나에게 신신당부했다. 그 일을 당해서였을까? 다음부터는 나에게 친구라고 친한 척하며 길 찾기 도와주겠다는 사람들에게 ‘‘No thank you(됐습니다)“라고 말하며 어디론가 향하기 위해 바삐 움직이게 됐다. 그래서 안 좋은 상황은 잘 안 만들게 됐다.

일단 파란만장한 첫날을 보낸 후 다음날엔 사막여행을 준비하기 위해 마라케시 수프라 버스 터미널 위치를 알아보러 갔다. 따갑고도 습한 날씨에 견디기가 쉽지 않았지만 몇몇 사람들 도움으로 무사히 그 위치를 알아내고 잠깐 휴식을 취했다. 그리고선 시장이 많이 몰려 있는 제마 알프나(Jema Al’Fna) 지역으로 가서 시원한 과일 쥬스를 마셨는데 싸고 맛있었다.

모로코 마라케시 중심부의 유명한 광장인 제마 알프나(Jema AlFna) 광장 전경(좌측), 그 광장에서 샀던 과일 쥬스(우측). ⓒ이원무
모로코 마라케시 중심부의 유명한 광장인 제마 알프나(Jema AlFna) 광장 전경(좌측), 그 광장에서 샀던 과일 쥬스(우측). ⓒ이원무

다음 날 드디어 사하라 사막을 여행하기 위해 아침 일찍 마라케시에 있는 수프라버스 전용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사하라 사막 근처의 하실라바드까지 12시간이 걸려서인지, 아침 8시 차를 놓치면 다음 날을 기다려야 하기에, 아침 일찍 서둘러서 가게 됐다. 늦지 않게 정류장에 도착해 커다란 캐리어를 버스 밑에 싣고, 차에 탑승한 후 하실라바드를 향해 출발했다.

사실 2주 전만 해도 사막여행이 무산될 뻔했는데, 사막여행 관련 비용 등의 모든 걸 5월 1일까지 다 확인하고, 7월 30일에 만나자고 메르주가 지역의 4성급 호텔인 다르 마르하바 하산(Dar Marhaba Hassan) 측과 얘기했는데, 얘기한 걸로 예약은 됐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후 유럽여행 시작 당일에 사막여행 관련 메일을 보냈는데, 호텔 측에서 예약이 필수란 말에 아차 싶었다.

그래서 아고다와 부킹닷컴(Booking.com)에 7월 30일부터 8월 1일까지의 다르 마르하바 하산 호텔의 예약상태를 점검했는데 이미 다 예약 끝났다는 거다. 그래서 어떻게 하나 머리 속은 백지 상태였다. 그러면서도 마음속에선 순간 여행의 기본인 예약을 빼먹냐며 나 자신에게 화가 나고 자책까지 했다. 어쨌든 부랴부랴 메르주가 지역에서 숙박할 곳을 찾으려고 했는데...

부킹닷컴 검색 결과 다행히 사하라 소울 럭셔리 캠프(Sahara Soul Luxury Camp)라는 곳이 7월 30일부터 8월 1일까지 몇 자리 남았다고 해 재빨리 그 캠프를 예약만 했다. 캠프 측과 메일로 연락했는데, 그쪽에서 사막 지역 기온이 50도 정도 되니 이틀 동안 캠프에 있지 말고, 낙타 여행 한 후 나머지 하루 더 묵을 다른 호텔을 찾으라는 이야기를 접했다.

그래서 7월 31일에서 8월 1일까지 원래 머무르려 했던 다르 마르하바 하산 호텔 예약상태를 부킹닷컴을 통해 알아보니 빈자리가 있어 그 호텔을 예약만 했다. 나중에 알게 된 거지만, 사막여행 시 일단 예약만 하고, 돈은 현금으로 현장에서 지불하는 게 그쪽 관행임을 말이다. 모로코 여행 자체가 의미 없어질 뻔했지만, 다행히 무사히 예약을 마치고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그런 일을 겪어서인지 멋진 사막여행을 만들자는 다짐은 더욱 강해졌다.

모로코 마라케시 기차역(Gare du Marrakech) 근처 수프라투어 버스 정류장에 있는수프라투어 버스(좌측), 정류장에서 메르주가로 가기 위해 모인 일행들 (우측). ⓒ이원무
모로코 마라케시 기차역(Gare du Marrakech) 근처 수프라투어 버스 정류장에 있는수프라투어 버스(좌측), 정류장에서 메르주가로 가기 위해 모인 일행들 (우측). ⓒ이원무

7월 30일 당일 모로코 마라케시 수프라 버스 전용 터미널을 떠난 지 2시간이 지나서였나? 버스 기사가 잠깐 버스를 멈추고 쉬자고 했다. 승객들은 먹을 거, 물 등을 샀고, 나도 견과류 등을 샀다. 버스를 다시 탔고, 이후 험악한 산맥 지형이 펼쳐지는데, 그걸 통과하면 아름다운 자연, 건물이 예쁜 도시 등을 보며 잘 왔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물론 따까운 날씨라 버스 안에 있고 싶었지만 말이다.

시간이 지나서 승객들이 내리고, 내가 앉은 자리와 가까운 곳에 동양인이 앉았는데 알고 보니 같은 한국인이 아니던가? 이역만리에서 서로 반가운 나머지 기분 좋게 인사했다. 당시 핸드폰 배터리가 부족해 충전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다행히 그분한테 보조배터리가 있었기에 나는 배터리를 빌려도 되냐고 물어본 후 동의를 얻고, 핸드폰을 충전했다.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메르주가로 가기까지의 전경들 중 일부. ⓒ이원무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메르주가로 가기까지의 전경들 중 일부. ⓒ이원무

12시간이 지나 해가 질려고 하더니 드디어 버스는 하실라바드에 도착했다. 나는 하실라바드에서 조금 떨어진 메르주가 지역 수프라버스 최종목적지 겸 정류장에 도착한다고 캠프측과 이미 얘기했던 상황이었고, 도착하기 직전에 버스 기사분 핸드폰으로 통화해 확인을 마친 상태였다. 정류장에 도착하자 캠프 측에서 반갑게 나를 맞이했고, 하늘이 어둑한 상태에서 나는 기사분과 같이 미니밴을 타고 캠프로 향했다.

기사분이 미니밴으로 사막 모래를 빠르게 달리는데, 한편으로는 무섭기도 했지만 짜릿하기도 했다. 중간쯤이었나? 차에서 내리더니, 기사분이 사진을 찍어주셨는데, 하늘이 어둑해서인지 내 얼굴이 잘 나오지 않았다. 더군다나 모래바람이 예사롭지 않아, 눈이 조금 거북하긴 했지만 말이다. 이후 다시 미니밴을 타고, 반을 더 달리더니 어느덧 목적지인 캠프에 도착했다.

예약비용을 현금으로 낸 후, 식사 자리로 갔는데, 그곳엔 4명이 한 가족으로 자리에 있었다. 한국 축구대표팀 4강 신화를 만들어낸 네덜란드 출신 명장 거스 히딩크 이야기부터 시작해, 건물 접근성 이야기까지 이어갔다. 네덜란드의 경우 새로 지은 건물에 대해 접근성 기준을 적용하고 있고, 오래된 건물은 접근성이 지켜지는 곳, 그렇지 않은 곳이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그분들과 같이 식사했는데, 캠프 측에서 주는 식사가 내 입맛에 맞았던 건 물론이고, 양이 푸짐하면서도 손님을 진심으로 대접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다 먹고 싶었지만, 이전에 먹었던 게 있어선지, 다는 먹지 못했다. 천천히 먹긴 했지만, 배가 터질 지경이어서 식사를 남겼던 걸로 기억한다.

저녁식사 후 캠프 측에서 주최했던 캠프파이어 공연 중 일부. ⓒ이원무
저녁식사 후 캠프 측에서 주최했던 캠프파이어 공연 중 일부. ⓒ이원무

이후 캠프 측에서 캠프파이어를 주최했다. 전통북을 갖고 전통음악과 노래를 들려주었는데, 베르베르인 언어로 하니 무슨 말인지 잘 몰랐다. 하지만 리듬이 흥겨웠고, 이후 리듬에 맞춰 같이 춤을 추는 시간이 있었다. 전문가 춤 실력은 아니었고, 아마추어지만 분위기 즐기자는 거니, 춤을 아무렇게 추든 어떠냐? 즐기면 그만이란 생각으로 잠시 흥겹게 춤을 췄다.

캠프파이어 동안 밤하늘을 찍었는데 주위를 밝게 했더니 찍힌 사진에서 별이 안 보이는 거다. 그런데 주위를 어둡게 했더니 찍힌 사진에서 별이 잘 보이는 것 아닌가? 실제로 사막의 밤하늘을 보면서 별을 선명하게 볼 수 있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잠시 사막 모래에 있는 의자에 앉아서 밤하늘을 봤을 땐 느낌이 황홀했다. 물론 사막 모래를 밟으며 발이 푹 들어가는 느낌이 조금 힘들었지만 그래도 재미는 있었다. 캠프 측에서 7시 식사 전 30분 전쯤에 해가 뜨니 일찍 일어날 것을 주문한 후 캠프파이어는 끝났다.

숙소로 들어가 샤워하고 잠자리에 들려고 했는데, 에어컨이 아닌 선풍기였기에 열이 많은 나로선 더위 때문에 잠을 이루는 게 쉽지 않았다. 그게 단점이라면 단점이었지만, 맛있는 식사와 밤하늘의 별, 캠프파이어 때 흥겨운 것, 다음 날 아침의 낙타 여행을 생각하면 이 정도쯤은 견뎌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다음 날 아침 6시 10~20분쯤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때 아침 해가 뜨는 걸 보기 위해 일찍 일어났다. 해가 안 뜨길래, 조금 시간이 지나서 캠프 측에 왜 그런지 물어봤다. 그랬더니 조금만 기다리면 해가 뜬다고 그쪽에서 얘기했다. 뭔가를 잠깐 하고 있다가 조금 시간이 지나니 바로 해가 뜨는 게 아니던가? 해가 뜬 광경은 참 아름다웠다.

캠프에서 제공한 아침식사. ⓒ이원무
캠프에서 제공한 아침식사. ⓒ이원무

해 뜨는 것을 본 후 아침 식사를 했는데, 전날 저녁처럼 양도 푸짐했고, 뷔페식의 느낌이었다. 빵, 쨈, 밀 전병 등을 충분히 먹은 후, 나는 가지고 왔던 짐을 캠프 측에 맡기고, 낙타를 인도하는 가이드와 함께 사막 모래땅에서의 낙타 여행을 시작했다. 낙타 여행을 하는 동안 캠프 측은 내 짐을 미니밴에 실었는데, 그 미니밴은 이후 나를 호텔로 인도해줄 미니밴이었다.

낙타 여행은 내 인생에서 처음이라 설레이기도 했지만, 혹시나 낙타에서 떨어져서 부상이라도 당하면 어떡하나 싶은 생각이 불현듯 찾아왔다. 게다가 잠깐은 몸의 균형을 잡기가 쉽지 않아 조금 긴장하긴 했지만, 가이드가 하라는 대로 하니, 무서운 느낌은 조금씩 사라졌다. 여행하다 중간에 가이드가 나와 낙타 사진을 찍어주기도 했다. 내가 잠깐 멈추자고 하면, 멈췄다 아름다운 사막 모래 풍경을 찍은 후, 다시 낙타 여행을 했다.

낙타가 사막 모래언덕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이동했을 때는 약간 긴장감이 들다가도 뭔가 스릴감도 느껴져, 나름 재미있었다. 사막의 태양은 강렬하고 뜨거웠지만, 처음 타는 거에다 스릴감에 재미있었다. 그렇게 여행을 하더니 어느새 1시간 반 만에 낙타 여행은 끝났다.

가이드가 낙타 모형을 보여주는데, 이걸 낙타 여행의 추억 관련 기념품으로 주는 줄 알았다. 그런데 대뜸 250 디르함, 우리 돈으로 약 3만 3천 원 정도의 돈을 지불하면 낙타 모형을 가질 수 있다고 하는 거다. 여기서 살짝 실망감이 들긴 했고, 그냥 됐다고 말했다. 그리고선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가이드와 헤어진 나는 다르 마르하바 하산 호텔로 인도해줄 미니밴에 몸을 실었다.

사하라 사막에서 낙타 여행하는 장면 중 일부. ⓒ이원무
사하라 사막에서 낙타 여행하는 장면 중 일부. ⓒ이원무
다르 마르하바 하산(Dar Marhaba Hassan) 호텔 미니 수영장. ⓒ이원무
다르 마르하바 하산(Dar Marhaba Hassan) 호텔 미니 수영장. ⓒ이원무

약 10분 만에 호텔에 도착했는데, 무슨 물이 보이는 거다. 뭔가 봤더니 미니 수영장이었던 거다. 그리고 건물 외관은 평범해 보이지만, 안은 상당히 화려한 건물이었다. 거기서 호텔 측에서 제공해준 간식을 먹고 차를 마셨다. 그러다 오후 12시, 정오가 되자, 호텔 측에 현금 55유로를 주고, 숙소에 들어갔다. 그 전에 저녁은 무료로 제공되는지 물어봤는데, 아침만 그렇고, 저녁의 경우엔 돈을 내야 한다는 답변을 들었다.

돈을 내야 한다는 말에 고민하다, 전날 식사가 맛있었던 기억이 있고 호텔 측에서 얘기한 가격이면 괜찮겠다 싶어, 이 호텔도 음식 괜찮겠지 싶은 마음에 저녁을 먹을 돈을 지불했다. 숙소로 들어갔는데 에어컨이 제공되고 시원해 캠프와는 완전 딴판이었다. 기분이 좋아져, 짐 정리하고 밖으로 나갈까 생각했다, 그러나 외부가 덥고 사막 모래바람이 조금은 세서, 밖으로 나갈 생각은 하기 어려웠다.

호텔에서 쉬고 그러다 저녁을 먹게 되었는데, 아니나 다르게 뷔페식처럼 제공됐다. 샐러드, 빵은 기본이었고, 토마토소스와 계란, 완자가 기본에 치즈가 추가된 삭슈카, 가지와 토마토, 호박에 치즈가 들어간 서양식 그라탕 같은 것 등이 제공됐다. 후식으로는 과일을 먹었는데, 샥슈카, 그라탕 등이 조금 느끼하긴 했지만, 부드럽고 맛있었기에 천천히 십으며 다 먹었다.

호텔에서 제공했던 저녁식사 음식들. ⓒ이원무
호텔에서 제공했던 저녁식사 음식들. ⓒ이원무

다음 날 아침에도 식사가 제공됐는데 브라우니 등의 빵과 과일 종류로 제공됐다. 양이 역시 푸짐해 천천히 꼭꼭 십어 먹었는데, 캠프에서 먹었던 것까지 생각하면서 음식으로 사육당한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도 호텔 측의 환대가 있어, 사육당해도 행복하긴 했다. 기분 좋게 식사하고 모로코의 페스라는 도시로 향할 수프라버스 정류장 위치를 확인하고선 정오에 체크아웃했다.

숙소를 나와 호텔 의자에 앉아 책을 보려 했는데, 바깥에서 들어오는 바람이 더워 조금은 땀이 났다. 옆에서 관광객이 미니 수영장에서 수영하는 모습을 보고는 나도 수영복 가지고 올 걸 하는 아쉬운 생각이 들긴 했다. 그러면 더위로 고생하지 않아도 될 텐데 말이다. 그래도 공감에서 내놓은 ‘그래도 되는 차별은 없다’는 제목의 책을 조금은 읽고 빵 등을 먹으며 시간을 보냈다.

어느덧 호텔을 떠날 시간이 되자 호텔 매니저에게 음식이 맛있었고 환대해줘서 감사하다고 했다. 한 가지 아쉬운 점도 얘기했는데 호텔 출입구에 한쪽 문이 가로막고 있고, 경사로가 설치되긴 했지만, 마지막 부분에 단차가 있어, 휠체어 이용인이 호텔로 접근하는 게 불가능한 구조라 접근이 가능한 호텔로 구조를 변경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출입구에 단차가 있는 모로코 다르 마르하바 핫산(Dar Marhaba Hassan) 호텔. ⓒ이원무
출입구에 단차가 있는 모로코 다르 마르하바 핫산(Dar Marhaba Hassan) 호텔. ⓒ이원무

아마도 고풍스러운 건물이고 해서, 구조를 바꾸는 게 쉽지만은 않겠지만 사막여행을 즐기고픈 휠체어 이용인이 분명 있을 텐데 이런 단차 때문에 행복추구권 박탈당하고 기분 망칠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호텔로의 진입을 위해 단차를 최대한 줄이거나 아예 없애는 식으로 구조를 변경했으면 하는 바람이 든다.

어느덧 정류장에 도착하고선 호텔 측과 아쉬운 작별의 순간을 맞이했다. 서로 작별 인사를 한 다음 헤어졌는데, 조금 이따 정류장에서 이틀 전에 만났던 한국인을 다시 만나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잠시 후 버스가 도착해 나는 짐을 버스에 실었다. 그리고선 버스에 탑승해 모로코의 페스라는 도시로 향했다.

전체적으로 사막여행을 하면서 수영복을 가지고 오지 못한 점, 그리고 예약을 2주 전에서야 했던 점은 아쉬웠지만, 그래도 캠프와 호텔 측의 환대와 스릴 있었던 낙타 여행은 기억에 남는다. 특히 낙타 여행은 인생 처음으로 경험해본 거라 특별했다. 앞으로 모로코에 여행할 기회 있다면 사막여행 다시 해보고 싶다.

사막여행을 하고자 한다면 일단 부킹닷컴이나 아고다에 들어가 다르 마르하바 핫산이라는 검색어를 치고, 먼저 예약해야 한다. 돈은 현지에서 내는 게 모로코 문화방식이니 일단 한국에서는 예약만 하면 된다. 여기에 보통 7월이나 8월엔 사하라 사막 근처 메르주가의 현지 온도가 40도 어떨 때는 50도를 넘어갈 때가 있으니 체력이 약한 분들에겐 7, 8월에 사막여행은 하지 말길 얘기하고 싶다. 대신 9월 말이나 10월 초, 아니면 3, 4, 5월 정도가 사막여행을 하기 좋은 날씨니 그때를 추천한다.

개인적으로는 2박 3일엔 200유로가 들어, 조금 비싼 감이 없지는 않았으나, 호텔과 캠프 측의 환대, 그리고 맛있는 식사까지 제공되고, 낙타 여행도 스릴이 조금은 있기에 개인적으로는 이 정도 돈이 아깝다고 느끼지 못했다. 이 정도면 사막여행을 기분 좋게 할 수 있을 거라고 나로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물론 낙타 여행 끝난 후 낙타 모형을 사라고 돈을 요구하는 것에 대해선 ‘No thank you(됐습니다)’라고 말하면 되겠다. 만약 추억 더 확실히 남기기 위해 낙타 모형 사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그것도 괜찮다. 오로지 본인의 선택이니까.

이렇게 사막여행을 끝내고 나는 다음 여행지인 페스를 향해 갔다. 이후 페스와 카사블랑카, 라바트, 탕헤르에서의 여행을 이어갔는데 그건 다음 글에서 말하겠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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