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인프랑켄 베르슈타렌’ 전기 작업장 모습. ©국립특수교육원
【에이블뉴스 백민 기자】 독일은 단순한 직업훈련을 넘어 장애인이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직업교육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학교 교육과 현장실습이 함께하는 이원제 구조 위에 법과 제도가 촘촘히 결합해 장애인의 진로 선택을 실질적으로 보장한다.
국립특수교육원 현장특수교육에 최근 게재된 ‘포용과 통합의 독일 직업교육제도’(연구책임자 황인영 국립특수교육원 교육연구사)에서는 독일의 장애인 직업교육을 운영하는 학교 및 기관과 그 운영 방식을 소개하고 있다.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힘을 기르는 독일의 장애인 직업교육
독일의 직업교육은 포용과 통합을 중심 가치로 삼으며 장애와 상관없이 자신의 적성과 역량에 맞는 진로를 선택하도록 설계돼 있다.
학교와 산업체가 함께 책임지는 구조 위에 법적 기반과 전문기관의 촘촘한 지원 체계가 더해지며 장애인 직업교육은 단순한 직업훈련을 넘어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힘을 기르는 과정이 된다.
독일의 일반교육 과정은 취학 전 교육, 초등교육, 중급단계(중등교육 I), 상급단계(중등교육II), 고등교육, 성인교육으로 구성된다. 일반적으로 초등학교 4학년 과정을 마친 후에는 대학 진학을 위한 김나지움 또는 직업교육을 위한 하우프트슐레나 레알슐레로 진로를 선택하게 된다.
직업교육은 학교 교육과 현장실습을 병행하는 이원제 형태로 이뤄진다. 학생들은 주 1~2일은 학교에서 이론 수업을 받고 나머지 3~4일은 산업체나 기업에서 실습수업을 받으며 이론과 실무를 함께 쌓아간다.
독일의 장애인 직업교육은 ‘직업교육법’ 제64조, 제65조, 제66조와 ‘수공업(공예)지침 및 규정’ 제42조 등에 근거하고 있다. 이 법에서는 장애인이 국가가 공인한 직종과 직업교육과정을 이수하도록 하고 필요할 경우 직업교육이나 자격시험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불이익에 대해 보상이나 지원을 받을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적 기반을 바탕으로 장애인들도 자신의 능력과 적성에 맞는 직업교육을 받는 환경이 조성돼 있다.

‘뷔르츠부르크 돈 보스코 직업학교’ 목재기술 실습장. ©국립특수교육원
독일의 이원적 직업훈련제도의 대표 사례 ‘뷔르츠부르크 돈 보스코 직업학교’
독일의 장애인 직업교육을 운영하는 기관과 운영 방식을 살펴보자면, ‘뷔르츠부르크 돈 보스코 직업학교’는 정신장애, 자폐성 장애, 학습장애, 정서·행동장애가 있는 학생 등 일반 기업체 안에서 직업교육을 받기 어려운 이들에게 직업실습 및 훈련 기회를 제공해 지속적인 사회적 통합을 이루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입학 전 학생들은 직업훈련센터에서 실습에 대해 1년의 기본교육을 받은 후 협력업체에서 다시 1년의 산업체 실습을 이수한다. 학생들은 이 과정을 통해 본격적으로 직업교육에 들어가기 전 자신의 직업 적성을 살피고 재활적 직업 준비 기간을 가지게 된다. 이 학교의 직업교육 과정으로는 경제와 행정, 철강 기술, 전기 기술, 건축 기술, 목재 기술, 섬유 및 의류 기술, 인쇄 기술, 염색 기술, 피복 관리, 영양 및 가정경제, 농업경제가 마련돼 있다.
현재 돈 보스코 직업학교와 지역 산업 및 경제계가 긴밀하게 협력하는 가운데 550여 명의 재학생이 직업교육과정에 참여하고 있으며 이수 기간으로는 2년에서 3년 6개월 정도가 걸린다. 이 학교는 독일의 이원적 직업훈련제도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장애인뿐만 아니라 다양한 배경의 청소년이 사회인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하는 다문화·취약계층 통합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마인프랑켄 베르슈타렌’은 1973년 부모협의체 주도로 시작돼 영리 추구 금지, 수익 재투자의 구조로 운영되는 비영리 주식회사이며 장애인이 약 1,700명, 비장애인이 800명으로 총 2,500명 규모의 직원들이 재직하고 있다.
이곳의 직업훈련 과정은 총 2년 3개월이다. 먼저 3개월은 평가 단계로서 자기 선택의 기회를 갖는다. 이 시기를 지나면 2년 간은 직업교육을 통해 기초 직업 기술, 사회성 및 자율성 훈련을 거친다. 그리고 작업 배치가 이루어져 이곳 작업장에서 근무하거나 일반 노동시장으로 전환되는 시기를 가진다.
대기업과 협력해 기업이 작업 물량을 제공하면 장애인이 생산에 참여하는 형태로 운영되며 작업장 유형은 철공소, 목공, 전자 조립, 포장, 세탁 등이다. 이때 자기 역량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맞춤형 공구·작업대와 자율작업을 위한 도구를 지원할 뿐 아니라 개별 지원 계획, 코칭을 제공한다.
장애인 고용뿐 아니라 동물매개치료, 사회통합 실현하는 ‘티어파크 좀머하우젠’
‘티어파크 좀머하우젠’은 사회적기업 동물원으로 장애인 고용, 동물매개치료, 환경교육, 사회통합을 실현하는 대표적 사회적 포용기업이다. 이 동물원에서의 장애인 근로는 훈련, 치료, 교육을 통합한 형태를 띠고 있다. 훈련은 사육, 청소, 양봉, 목재 작업, 주방·식당 서비스 등의 영역에서 개별 특성에 맞춘 형태로 이루어지며 토큰 시스템을 통해 단계별 성취를 경험하도록 해 점진적으로 역할을 확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순한 동물과의 교감을 통해 동물매개치료를 제공해 정서 안정, 사회성 강화, 자존감 향상, 생활 리듬 형성 등의 효과를 누리고 있으며 직업기술 습득과 환경·동물 보호 교육, 사회성·책임감 등의 학습을 통해 일부 장애인들은 일반 노동시장으로 진출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이곳의 보호작업장의 기능은 단순 고용이 아니라 성장·치유·교육을 동시에 제공하는 사회적 의의를 가지며 다양한 직무와 역할 수행을 위한 개별화된 지원 시스템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황인영 국립특수교육원 교육연구사는 “독일에서의 작업장은 단순한 보호작업장이 아니라 일자리와 교육, 주거, 상담을 통합한 재활 네트워크로서 보호와 배려 속에서 장애인의 자율성과 역량을 끌어내고 사회 전체가 이를 뒷받침하는 통합적 직업·생활 지원 체계를 의미한다. 큰 기업은 장애인 직접 고용, 작은 기업은 부담금을 내어 지원하는 형태로 전체 사회가 장애인도 사회 구성원으로서 함께 살아가야 하는 사람이라는 사회와 기업 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처럼 독일은 포용과 통합을 바탕으로 개인과 기관, 기관과 기관 등 다양한 체제가 상호 긴밀하게 연결돼 진로 및 직업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 속에서 장애인은 단순히 서비스를 받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서 자율적이고 질 높은 삶의 주인공이 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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