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뉴스 이복남 객원기자】현재 부산에는 낙동강을 중심으로 삼락 화명 대저 등에 250홀 규모의 파크골프장이 있는데 그중에서 삼락 18홀 삼장구장이 장애인 우선 구장이다. 그래서 장애인파크골프협회 회원들은 대체로 삼락 18홀 삼장구장을 이용한다.

얼마 전 용호동 이기대에 파크골프장이 새로 생겼다고 해서 한번 가보기로 했다. 이기대파크골프장은 남부환경공원 주차장 입구에서 동남쪽 끝부분에 있었는데 왼쪽으로는 LG메트로시티가 늘어서 있고 오른쪽으로는 이기대 장자산이 있었다.

더구나 주차장과 거리는 너무 먼데다가 왼쪽은 LG메트로시티 쪽 큰길에서 파크골프장으로 들어가는 나무계단이 있었고, 오른쪽은 이기대 쪽 산비탈 길을 올라가서 파크골프장으로 들어가는 구름다리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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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메트로시티 앞 이기대파크골프장. ⓒ이복남

대부분의 파크골프장은 아침부터 저녁까지인데 낮 12시부터 1시까지는 휴식시간이다. 그런데 하절기에는 폭염주의로 오후 3시에 개장하는 곳이 많다.

이기대파크골프장은 장애인의 접근이 용이하지 않다는 것은 짐작했지만, 다른 곳은 오후 3시에 입장하는데 이기대파크골프장은 사전 예약 없이 오후 1시에 입장한다고 해서 한번 가보기로 했다.

이기대파크골프장 왼쪽으로 들어가는 나무계단. ⓒ이복남
이기대파크골프장 왼쪽으로 들어가는 나무계단. ⓒ이복남

그런데 웬걸, 먼저 도착한 사람들이 이곳도 오후 3시부터 입장이라고 했다. 먼저 도착한 사람은 다리 장애가 아닌 사람들이다. 멀리서 온 사람들도 있어서 일단은 다 모이기로 했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왼쪽 큰길로는 주차하기가 마땅찮은데 들어오는 나무계단도 쉽지 않았고, 주차장에서 평지로 걸어오는 길은 너무 멀었고, 다행히 오늘은 휠체어 이용 장애인은 함께 하지 않았기에 오른쪽 산 밑에 주차를 하고 비탈진 산길을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고 겨우겨우 올라가서 구름다리를 건너서 파크골프장에 도착했다.

이기대파크골프장 오른쪽으로 들어가는 산비탈과 구름다리. ⓒ이복남
이기대파크골프장 오른쪽으로 들어가는 산비탈과 구름다리. ⓒ이복남

휴게실은 차양막도 있고 의자도 여러 개라 그런대로 괜찮은 것 같다. 우리가 며칠 전에 문의를 했을 때는 1시부터라고 했는데 이곳을 매일 이용하는 사람들은 3시부터라는 것을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휴게실 그늘 아래는 그렇게 덥지는 않아서 몇몇은 기다리기로 했고 몇몇은 처음이라 이기대로 가본다고 했다. 필자는 날씨도 덥고 이기대를 알고 있어서 동행하지 않았다. 이기대(二妓臺)는 임진왜란 당시 왜군들이 수영성을 함락시키고는 부근의 경치 좋은 이곳에서 술판을 벌였는데 기생 두 명이 왜장을 술에 취하게 한 후 끌어안고 절벽 아래 바다에 뛰어내린대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진주 남강의 논개와 같은 전설이다.

이기대파크골프장 휴게실. ⓒ이복남
이기대파크골프장 휴게실. ⓒ이복남

기다리는 동안 관리직원에게 몇 가지 문의를 했다. 도심 가까운 곳에 파크골프장이 있어서 좋기는 하지만 오른쪽이나 왼쪽이나 장애인의 접근로는 아예 없는 것 아니야?

관리직원의 대답은 도심 가까이 있어서 모두 다 좋아하는데 그런 이야기는 처음 듣는다. 만약 그런 질문이라면 정식 공문으로 제출하라고 했다.

질문을 하기 전에 필자가 누구라고 밝히기는 했지만, 공문으로 질의를 할 사안은 아니므로 기사는 내가 알아서 쓰겠다고 했다. 그런데 10여 분이 지났을까. 아까 그 직원이 다른 분을 소개했다. 남구시설관리공단 이무진 이사장이었다.

줄 서 있는 파크골프채. ⓒ이복남
줄 서 있는 파크골프채. ⓒ이복남

이무진 이사장은 오늘은 휴무지만 출근한 직원들이 더운 날씨에 고생하는 것 같아서 팥빙수를 사 왔더니 마침 기자가 와있다고 하더란다. 필자가 왼쪽이나 오른쪽이나 주차장도 없고 편의시설 접근로가 없어서 장애인은 이용하기 어렵다고 했더니, 좋은 질문이기는 한데 자기 소관이 아니란다. 자기는 시설관리공단 이사장이고 접근로 문제는 부산시나 남구청 소관이란다. 그렇군요. 필자가 잘못 알았네요.

이기대파크골프장 조감도. ⓒ이복남
이기대파크골프장 조감도. ⓒ이복남

파크골프는 1983년 일본 홋카이도의 토치카지방의 마쿠베츠 공원에서 시작되어 지금은 일본, 한국, 중국을 비롯하여 전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파크골프는 보통 3세대 스포츠라고 하는데 노인 장년 아이 등 3대가 같이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몇 해 전 필자가 일본에 갔을 때 대부분의 파크골프장에는 노인과 장년 아이들까지 3대가 같이 파크골프를 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에도 몇 해 전부터 파크골프 붐이 일다시피 해서 현재 1,200여 개의 파크골프장에서 100만 명이 넘는 동호인이 파크골프를 즐기고 있다고 한다. 대한파크골프 협회에서 발췌.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아이들은 별로 보지 못했고 대부분이 50대 이후의 중장년들이었다.

이기대파크골프장 1번 홀. ⓒ이복남
이기대파크골프장 1번 홀. ⓒ이복남

파크골프는 경기 방식이 쉽고 간단한 쉬운 스포츠이고 신체에 무리가 없는 안전한 스포츠이고  별로 돈이 들지 않고 가까운 곳에 파크골프장이 있어서 가족들과 접근하기가 쉽다.

그러나 누구나 즐길 수 있고 접근하기 쉽다고 했지만, 그 속에 장애인은 없었다. 이기대파크골프장은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접근할 수가 없을뿐더러 3홀을 치고 나면 20개 정도의 계단을 내려가서 4번 5번 6번을 치고 다시 스무 개의 계단을 올라와서 7번 8번 9번 홀을 쳐야 했다.

계단을 내려가야 하는 4번 5번 6번 홀. ⓒ이복남
계단을 내려가야 하는 4번 5번 6번 홀. ⓒ이복남

그래서 필자가 속한 장애인클럽에서 이기대파크골프장을 찾아서 공을 치기는 했으나 스무 개의 계단을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오는 것은 너무 어려워서 4~6번 홀은 그냥 건너뛰어야 했다.

한낮의 태양은 뜨거웠고 9홀에서 3홀을 건너뛰어야 하므로 6홀은 금방 끝이 났으나 다음 차례는 길게 기다려야 했다. 관리직원이 채를 줄 세우고 나가는 순서까지 관리했다.

처음 시작하기 전 관리직원은 폭염에 대해서 신신당부했다. 조금이라도 어지럽거나 이상하다 싶으면 바로 나오라고 했다. 한사람이라도 쓰러졌다 하면 파크골프장은 폐쇄한다면서 군데군데 물을 뿌렸다.

왼쪽과 오른쪽의 접근로 그리고 4,5,6번의 계단 외에는 잔디 상태도 양호하고 티잉 구역, 페어웨이, 러프 구역 홀컵 등 비교적 양호하게 설치된 것 같았다. 그래서 지역 주민들은 엄청 좋아한다나.

그러나 누구나 즐길 수 있고 더구나 3세대가 참여할 수 있는 파크골프장을 장애인은 갈 수 없는 외딴섬으로 만들어도 되나 싶었다.

이기대파크골프장에서 바라본 섭자리. ⓒ이복남
이기대파크골프장에서 바라본 섭자리. ⓒ이복남

이곳에 파크골프장을 설치한 남구청에 문의를 했더니 교육체육과로 안내했다. 이기대파크골프장이 왼쪽에는 계단이고 오른쪽은 비탈진 산길이고 파크골프장 중간에도 계단이 있어서 장애인은 이용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전화를 받은 담당자가 파크골프장 중간에 계단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양쪽에 장애인 접근로가 없다는 것은 미처 생각을 못 한 것 같았다.

파크골프장을 조성하기에는 장소가 너무 협소해서 겨우 허가를 받았다고 했다. 부산 남구청 홈페이지에 “교육체육과는 부산 남구를 누구나 즐기고 싶은 매력적인 관광도시로 조성하고 구민의 요구에 맞춘 다양한 생활체육 활동을 지원하는 부서”라고 나와 있었다.

오른쪽 산비탈에는 원추리가 피어 있었다. ⓒ이복남
오른쪽 산비탈에는 원추리가 피어 있었다. ⓒ이복남

체육시설이나 공원이 자연 친화적이라는 명목하에 구민이나 시민을 위해 만들어질 때, 장애인은 구민이나 시민 그리고 국민에도 속하지 않는 별나라 사람들인 모양이다.

이기대파크골프장은 휠체어 이용 장애인은 아예 출입을 할 수 없는 곳이므로 장애인차별금지법이나 장애인등편의법이 무슨 의미가 있으랴. 그림의 떡에 불과한 것일 뿐.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