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가 지난 13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령에 대해 "장애인 평등권·접근권을 심각히 침해했다"면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에이블뉴스
【에이블뉴스 이슬기 기자】정부가 소상공인 부담 완화를 목적으로 무인정보단말기(키오스크)의 장애인 접근성 대폭 완화해 시행령을 개정한 것과 관련, 장애계가 '위헌'이라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장추련) 등은 지난 13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무인정보단말기의 장애인 접근성 보장 기준을 대폭 축소·완화해 개정한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령과 지능정보화기본법 시행령에 대해 "장애인 평등권·접근권을 심각히 침해했다"면서 헌법소원 제기 취지를 밝혔다.
정부는 2021년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5조 제3항을 신설하며 무인정보단말기를 운영하는 사업자에게 장애인 접근성 보장 의무를 부과했고, 2024년 지능정보화기본법 제46조의2를 개정하며 무인정보단말기 사용이 어려운 장애인 등에 대한 인적 지원 의무를 부과했다. 그러나 이를 구체화한 시행령은 법 취지와는 달리 후퇴했다고 이들 단체는 주장했다. 먼저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령의 경우 휠체어 접근 공간, 점자블록, 안내문 게시, 의사소통 수단 등 환경적 조치가 대부분 삭제됐다.

테이블오더형 무인정보단말기를 통해 주문을 하려는 시각장애인. 음성이 전혀 제공되지 않아 기기 위치나 주문 시 메뉴선택을 위한 터치를 할 수 없다.ⓒ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특히 소상공인과 테이블오더형 무인정보단말기를 둔 사업장에 보조인력·호출벨 설치만으로 접근성 검증 기준을 면제하는 예외 조항을 신설했다. 소상공인 부담 완화라는 이유였다.
이에 대해 장추련 등은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재화·용역을 이용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할 법적 의무를 무력화하는 위헌적 입법"이라며 "장애인 접근성 보장 축소는 정부의 준비 소홀로 발생한 문제를 장애인에게 떠넘기는 꼼수"라고 꼬집었다. 보건복지부는 '업체 부담'이라고 이유를 들었지만, 소상공인이 장애인 접근성 보장을 갖춘 무인정보단말기 교체 비용을 지원하지 않은 '행정 책임 회피'라는 지적.
이에 이들은 "무인정보단말기 접근성 후퇴는 디지털 시대의 장애인 배제"라며 헌법소원을 내고, 정부의 재검토 및 소상공인에 대한 접근성이 보장된 배리어프리 무인정보단말기 설치 보조금 확대를 촉구했다.

(왼쪽부터) 시각장애인 원고 김인의 씨, 지체장애인 원고 박현 씨, 염형국 법무법인 디엘지 변호사.ⓒ에이블뉴스
시각장애인 원고 김인의 씨는 "키오스크 접근권 때문에 원하는 음료조차 주문할 수 없다. 매번 도움을 청해야 하고 당연한 시간적 여유조차 허락되지 않는 것이 우리가 마주한 차가운 현실"이라면서 "메뉴를 소리로 듣고 선택하는 것은 시각장애인의 정당한 편의다. 비용이 과도하다는 변명 아래 이 권리가 묵살되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라고 호소했다.
지체장애인 원고 박현 씨도 "매장이 한가할 때는 점원에게 부탁이 가능하지만, 손님이 많을 경우 점원 일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가 주문해야 한다. 왜 돈을 가져와도 사람들 일이 끝나야 먹어야 하냐"면서 "이 땅의 모든 국민이라면 언제든 편리하게 모든 사회적 재화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송대리인단인 염형국 법무법인 디엘지 변호사는 "재작년에 대법원에서 장애인이 편의점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는 헌법이 보장하는 장애인 접근권으로, 이를 보장하지 않는 장애인편의법은 위헌적이어서 이를 방치한 대한민국이 장애인에게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결한 바 있다. 그러나 현실은 바뀌지 않았다. 이곳 헌재 근처에 있는 식당에도 무인정보단말기가 설치돼 있지만 장애인이 주문할 수 없고 이용할 수 없다"면서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행복추구권 중 하나인 접근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염 변호사는 "장애인이 접근할 수 있는 무인정보단말기를 설치하는 것은 그렇게 큰 비용이 드는 것이 아니다. 장애인에게도 무인정보단말기 이용에서의 접근권을 국가가 조속히 배정할 수 있으면 좋겠다"면서 "헌법재판소에서도 우리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주셔서 헌법소원을 인용해달라"고 강조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가 13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령에 대해 "장애인 평등권·접근권을 심각히 침해했다"면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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