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6일,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 직속 ‘정신건강정책 혁신위원회’를 설치하고 임기 내 정신건강 정책 대전환을 이룰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어서 정부가 그동안 다양한 분야의 의견을 수렴해 정신건강정책 혁신 세부이행 계획을 수립하였다고 전했다.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는 거짓과 위선으로 얼룩진 정부의 정신건강정책 혁신위원회를 규탄하며 즉각적인 당사자 위원 과반수 재조정을 통해 국제 흐름에 부합하는 사람중심 권리기반의 정신건강정책 대전환과 구체적인 이행을 강력하게 촉구한다.

첫째, 정신건강정책 혁신위원회는 정신의료 공화국을 위한 나팔수이다. 현재 정부측 위원을 제외한 정신건강정책 혁신위원회 위원 20명 중 절반이 정신과전문의로 구성되어 혁신위원회 자체가 매우 편향되었다.

이와 같은 편향된 위원 구성은 이미 6조 9천억원 이상 사용되는 정신의료 공화국을 더욱 공고히하고 수가 등 정신의료 비용만을 올려 국민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다.

특히,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와 세계보건기구 등 국제기구에서 우려하고 있는 사회적 요인 간과, 정신장애인 자기결정권 배제 등 주요 문제를 다루지 못하고 정신의료 돈벌이만 강화하는 꼴이 될 것이다. 즉, 정신의료인 중심의 혁신위원회는 한국을 정신의료 공화국으로 내몰고 밑빠진 독에 정신의료비용만 퍼붓게 만들 것이다.

둘째, 정책전환의 핵심인 당사자는 여전히 배제되었다.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 세계보건기구 등 국제기구에서는 정신건강 정책전환에 있어 정신질환을 경험한 당사자 참여를 매우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혁신위원회 당사자 위원은 1명으로 매우 적으며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는데 한계가 존재한다. 정신과전문의 10명에 비해 당사자 위원은 1/10분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실제 정책과 서비스를 이용하는 당사자의 목소리가 정부 정책에 반영될 가능성은 매우 낮아지게 되고 ‘영혼 없는 서비스’로 국민 세금만 낭비하며 당사자의 삶을 변화시킬 수 없을 것이다.

이는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을 위반과 동시에 세계보건기구 Mental health, human rights and legislation(2023)과도 부합하지 않는 내용이다. 즉, 국제적 정신건강 정책 흐름과도 맞지 않는다.

셋째, 정신건강 핵심을 사회에서 개인으로 환원시킨다. 정신건강과 관련한 어려움의 원인은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를 지나치게 개인의 문제로만 보는 의료적인 관점은 명확하게 한계가 있음이 드러났다. 이에 세계보건기구와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 등 국제기구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환경에 주목하며 사회적 요인을 중요시하고 국가차원의 동료지원(Peer Support), 동료지원쉼터(Peer Respite) 등 대안 제시가 필요함을 지적하였다.

그러나 정신건강정책 혁신위원회는 ‘조기발견’, ‘조기치료’라는 신기루를 강조하며 정신건강 핵심을 다시금 개인에게 환원시킬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즉, ‘일상적 마음돌봄’이라는 이름으로 정신건강 문제를 개인에게 돌리고 개인이 관리하지 못하는 것처럼 묘사하고 있다.

넷째, 정신응급대응 및 위기대응을 구분하여야 한다. 정신건강 영역에서 응급(Emergency)와 위기(Crisis)에 대한 대응이 구분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재 국내 정신건강 체계는 응급 및 위기 체계 자체가 구분도 되지 않고 엉성하게 강제적인 입원과 치료만을 강조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정신의료인으로 구성된 혁신위원회는 이러한 현실을 의료적 관점으로만 바라보고 강제적인 입원과 치료만을 강조하며 응급과 위기의 차이를 구별하지 못할 위험이 크다. 의료인의 관점에서는 증상이 있으면 무조건 응급이겠지만 정신질환을 경험하는 당사자 입장에서는 다를 수 있는 그 다양성이 부재한 상황이다.

다섯째, ‘회복’에 대한 몰이해로 당사자를 다시금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와 세계보건기구 등 국제적으로 정신건강은 단순히 정신질환이 없는 상태가 아니다. 개인의 능력을 실현하고 삶의 스트레스에 대처하며 지역사회에 속해 기여할 수 있는 안녕상태를 의미한다. 회복 역시도 단순히 질환이 사라지는 것이 아닌 정신질환을 경험하더라도 삶의 통제력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정신건강을 위해서는 생물학적 접근 외에도 심리사회적 요인, 환경적 요인 등 통합적인 접근이 강조되어야 한다. 그러나 정부의 혁신방안은 단순히 생물학적 접근만 조기발견, 조기 정신과 치료만을 회복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맹점이 있다.

여섯째, 지역사회 접근보다 ‘진단과 치료’가 강조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 및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에서는 생물학적 접근인 진단과 치료보다는 지역사회 접근을 우선해야한다고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 약물을 처방하고 병원에 입원시키는 수용중심의 정책에서 지역사회 안에서 정신질환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진단 및 치료가 아니라도 다양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의 정신건강정책 혁신위원회는 ‘혁신’할 수 없는 사람들로 구성된 ‘형식’위원회이다. 따라서 정부의 정신건강정책 혁신위원회는 위원 조정 등 대대적인 혁신이 위원회가 먼저 이루어져야 대한민국 정신건강정책 혁신의 희망이 살아날 것이다.

이를 위해서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 등 연대단체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부적절한 정신건강정책 혁신위원회 구성에 따른 유감 표명을 촉구한다.

하나. 위원 구성은 당사자가 과반으로 참석하도록 재조정할 것을 요구한다.

하나. 위원 구성에 있어 당사자단체가 추천한 사람을 포함시킬 것을 요구한다.

하나. 정신건강정책 혁신위원회에 당사자단체 의견을 반드시 청취할 것을 요구한다.

하나. 사람중심 권리기반의 정신건강정책 전환을 선포할 것을 요구한다.

하나. 강제입원 등 국제인권에 부합하지 않는 모든 제도를 개선할 것을 요구한다.

하나. 이형훈 정신건강정책관의 즉각적인 면담을 요구한다.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 등은 윤석열 정부의 정신건강정책 혁신위원회가 정신의료인 중심의 ‘혁신할 수 없는 위원’으로 구성된 정신건강정책 ‘형식위원회’로 전락하지 않고 누구나 정신적 상태와 독특한 현실세계를 경험하더라도 인간으로서 존중받고 지역사회에 기여하며 권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정신건강정책 혁신위원회를 재조정할 것을 강력하게 요청한다.

2024년 7월 1일

한국정신장애인연합 대표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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