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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는 한국피플퍼스트, 전국장애인부모연대와 유권자의 날인 10일 오전 10시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발달장애인 유권자에 대한 투표보조 차별 진정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지난 4월 10일 치러진 22대 국회의원선거에서 인적 지원 미제공 등으로 인해 투표를 하는 데 차별을 겪었던 발달장애인 당사자 9명이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 장애인차별 진정을 제기했다.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관계자들은 진정 당사자들의 신체장애 여부를 확인하며 신체장애가 아닌 인지능력에만 장애가 있다고 답한 경우 ‘투표보조가 지원되지 않는다’며 편의를 제공하지 않아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이 해당 선거에서 투표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했다는 것.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이하 장추련)는 한국피플퍼스트, 전국장애인부모연대와 유권자의 날인 10일 오전 10시 인권위 앞에서 ‘발달장애인 유권자에 대한 투표보조 차별 진정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10일 오전 10시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개최된 ‘발달장애인 유권자에 대한 투표보조 차별 진정 기자회견’에서 피켓을 들고 있는 활동가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10일 오전 10시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개최된 ‘발달장애인 유권자에 대한 투표보조 차별 진정 기자회견’에서 피켓을 들고 있는 활동가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장추련에 따르면 국회의원선거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소중한 의사가 반영돼야 하는 매우 중요한 선거임에도 발달장애인 유권자의 경우에는 선거에서 제대로 된 의사를 표현하기가 어렵다.

그렇기에 발달장애인 특성상 이해하기 쉬운 정보나 후보자와 정당을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정당로고와 후보자 얼굴이 나와 있는 그림투표용지가 필요하지만, 선관위는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의 지속적인 요구에도 제대로 된 편의를 제공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2016년 20대 국회의원선거, 2017년 대통령 선거, 2018년 지방선거에서 보장하던 투표보조마저 제한하고 축소했다는 지적이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시각 및 신체장애로 인해 기표행위가 어려울 때만 투표보조 동반을 허용하고 있고, 발달장애인은 투표보조는 2018년까지 지원받을 수 있었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020년 지침을 삭제해 버려 신체·시각장애를 동반한 중복발달장애인이 아닌 경우 투표보조를 지원하지 않고 있다.

특히 2020년 당시 장추련 등 장애인단체들은 25명은 발달장애인 투표보조 지침 삭제에 반발해 인권위에 선관위를 차별 진정해 2021년 3월 ‘선관위는 발달장애인의 참정권 보장을 위한 정당한 편의제공 방안을 마련하고 전(全) 선거사무원에게 관련 교육을 실시하라’는 시정권고 결정을 받았으나 선관위는 권고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발달장애인들의 참정권 침해가 반복해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

이에 장추련과 발달장애인 유권자 9명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과 서울특별시·경기도·대구광역시·광주광역시 선관위를 대상으로 이번 선거에서 발생한 차별행위에 대한 조사와 함께 재발 방지를 위한 강력하고 구체적인 시정권고를 요구하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진정 당사자 발달장애인 임종운 씨가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고 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진정 당사자 발달장애인 임종운 씨가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고 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진정 당사자 임종운 씨는 “선거 기간에는 투표를 하라고 그렇게 광고를 해놓고 막상 투표를 하기 위해 투표소에 가서 투표보조를 요구하니 활동지원사를 못들어오게 했다. 혼자서 투표하기 힘들다고 계속 항의를 했지만 끝내 투표보조를 받지 못하고 혼자서 투표를 하고 나와야 했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발달장애인 당사자 피플퍼스트서울센터 문석영 활동가는 “나는 시각장애와 발달장애가 중복으로 있어 투표보조를 바로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투표과정에서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선관위 측은 시각장애가 있다보니 돋보니가 점자투표를 제공해 주려 했지만, 제대로 된 안내가 없었고 장애에 대한 고려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고 밝혔다.

이어 “투표보조로 함께 들어간 동료가 투표용지에 적힌 정당과 후보자 이름을 하나하나 읽어줘 투표를 마칠 수 있었으나 투표를 하는데 10분이 넘게 걸렸다”면서 “인권위는 우리 발달장애인의 이야기를 듣고 선관위에 잘 전달해 앞으로 투표에서 장애인이 차별받지 않고 중요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10일 오전 10시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개최된 ‘발달장애인 유권자에 대한 투표보조 차별 진정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김성연 사무국장.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10일 오전 10시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개최된 ‘발달장애인 유권자에 대한 투표보조 차별 진정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김성연 사무국장.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장추련 김성연 사무국장은 “우리나라에서 선거가 치러진 지 70여 년이 지났다. 하지만 여전히 장애인은 제대로 참정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고 그러다보니 정치인들도 장애인 관련 정책을 만드는 것을 맨 뒷 순서로 미루고 있는 것 같다. 결국 장애인이 투표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고 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하는 정책이 만들어지지 않는 악순환이 지속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선거가 있을 때마다 이렇기 인권위 앞에 서고 매번 문제제기를 하고 있지만 여전히 공직선거법은 바뀌지 않고 있다. 바뀌지 않는 이 법 때문에 선관위와 정부 기관들은 장애인의 권리가 지켜지지 않는 것을 방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마지막으로 “이번 진정은 명백한 장애인차별 행위이기에 인권위가 강력한 시정권고를 내릴 것이라 믿는다. 이 진정을 마지막으로 발달장애인이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문제로 다시 이 자리에 서지 않길 바란다”며 “모든 장애인이 장애유형에 맞게, 본인의 필요에 맞는 지원을 받으면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함께해 달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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