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가 전쟁 같았다. 한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예순 살의 나는 상상하기 힘들었다. 쉰 살까지만 살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그런데 예순이 넘은 내가 지금 시퍼렇게 살아 있다. 무사히 할머니가 된 것이다. 나는 이 몸으로 여전히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가고 있고, 앞으로도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장애를 갖고 있다는 한 가지 조건이 우리를 설명하는 전부가 아니다. 장애인 역시 장애라는 한정된 범주와 한정된 경험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복잡성과 다양성을 지닌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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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차별, 그래도 삶’ 표지. ©이후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하나도 없다. 그런데 왜 유독 장애만이 두드러진 결함으로 인식되는 걸까? 연애든 결혼이든 결함 없는 완벽한 사람들만의 전유물이라면 세상 어느 누가 짝을 찾아 이 험한 세상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이상 본문 내용 중)

지체장애 여성으로 출판 편집자로 일하다 장애인권 운동에 뛰어든 김효진 작가가 최근 장애 공감 지수 높은 사회로 가는 내비게이션 ‘오늘도 차별, 그래도 삶’(출판 이후, 188쪽, 값 15,000원)을 출간했다.

저자는 장애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이 사회가 장애인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적확한 예를 들어 보여준다. 그렇게 이해의 폭을 넓히고 우리가 조금 더 따뜻한 사회에서 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를 말하고 있다. 열아홉 가지 이야기를 통해 장애 공감 지수 높은 사회로 가는 방향성을 제시한다.

이야기는 지금까지 들었던 장애인들의 이야기들보다 구체적이다. 목발 짚은 엄마가 열이 나서 아픈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야 할 때마다 초주검이 되어야 했던 상황을 설명하고, 전동휠체어가 가져다준 변화를 손에 잡히게 설명하는 식이다. 기술발전과 정부 정책이 제대로 작용하면 장애인의 삶이 얼마나 좋아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다.

인권이 중요하다며 감정에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구조적 지원과 정책으로 무엇이 달라질 수 있는지를 이야기한다. ‘인간’이라는 정체성보다 ‘장애인’이라는 정체성을 먼저 보고, 한사코 그 이미지만으로 판단하려 드는 사람들에게 ‘장애’라는 한 가지 조건만으로 보지 말라고 일침을 놓는다.

특히 2년 전에 출간된 “이런 말, 나만 불편해?” 때 하고만 비교해도 장애 인권을 다루는 방송이나 언론의 지평이 상당히 넓어진 것을 느낀다. 장애인들 스스로가 계속해서 발언해 온 덕분이다. 뭐, 이런 것까지 신경 써야 해? 하는 말을 누군가 한다면 “맞아요! 꼭 해야 해요!” 하고 자신 있게 대답하게 만드는 반가운 책이다.

장애인의 취업, 연애와 결혼, 아파트 입주, 장애인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의 행태, 장애인 단톡방에서 벌어지는 최악의 화장실 성토대회 같은 다양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