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은 지난 8월 16일부터 방영한 MBC 금토 드라마다. 이 드라마는 독일 작가 넬레 노이하우스(Nele Neuhaus)의 ‘백설공주에게 죽음을(Snow White Must Die)’이라는 소설을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서주연 극본, 변영주 연출이다.
MBC 드라마에서는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이라는 제목이다. 기획의도에는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미스터리한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살인 전과자가 된 청년이 10년 후 그날의 진실을 밝히는 과정을 담은 역추적 범죄 스릴러 드라마”라고 한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포스트. ⓒMBC
드라마는 독일의 소설이 원작이지만, 한국식으로 리메이크한 작품이라고 한다. 무대는 무천마을이라는 조그만 시골마을이라 친구들 그 부모까지 다 알고 지내는데 그래도 고등학교도 있고 경찰서도 있고 국회의원도 있다.
고정우(변요한 분)은 학교에서 전교 1등을 하는 수재다. 부모님은 무천가든이라는 제법 큰 식당을 운영하는 괜찮은 집안이다. 고정우는 서울 의대에 수시 입학했다. 아버지는 대학 입학 기념으로 고정우에게 차를 선물했다.
고정우는 예전부터 친하게 지냈던 심보영(장하은 분)이라는 친구가 있었다. 심보영은 술주정꾼이고 폭력적인 아버지 심동민(조재윤 분)과 매 맞는 아내 이재희(박미현 분)의 가난한 딸이라 사사건건 고정우가 도와주고 있었다.
고정우의 의대합격 및 졸업 축하파티. ⓒMBC
고정우는 심보영과 잘 지내고 있었는데 전학 온 예쁜 여자 박다은(한소은 분)에게 반했다. 박다은은 반 학생들은 물론이고 마을 남자들까지 애를 태웠다. 그리고 별 볼일 없는 최나겸(고보결 분)이 있었다.
그밖에 친구 양병무(이태구 분)와 신민수(이우제 분)가 있었다. 고정우 집에는 커다란 창고가 있었는데 창고에는 트랙터는 물론이고 온갖 잡동사니가 다 들어 있었다. 고정우의 친구들은 어릴 때부터 그 창고에서 놀기도 했다.
졸업을 앞두고 고정우는 친구들과 만나서 놀기로 했는데 박다은이 나타나지 않았고 심보영이 울면서 달아났다. 심기가 불편 해진 고정우는 혼자 술을 마시고 잠이 들었다.
교도소로 고정우를 마중 나온 최나겸. ⓒMBC
고정우는 심보영과 박다은 살해 혐의로 체포되었다. 창고에 시신은 없었지만 두 사람의 피와 그 피가 묻은 멍키스패너와 고정우의 운동화가 있었다. Black Out, 고정우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다.
고정우는 10년형을 살고 나왔다. 그동안 아버지는 죽고 어머니 정금희(김미경 분)는 무천가든에서 주방장으로 일하던 신추호(이두일 분)에게 무천가든을 팔고 자신은 무천가든 주방에서 일하면서 예전 집에 그대로 살고 있었다.
어머니 정금희는 아들 고정우를 기다렸을까? 고정우가 출소하여 어머니를 찾아갔으나 어머니가 다시는 찾아오지 말라면서 내일 밥 먹고 떠나라고 했다. 엄마 정금희는 아들에게 줄 옷과 고기를 사서 육교를 건너는데 심보영의 아버지 심동민이 육교에서 정금희를 밀었다. 시기와 질투 이기심일까. 심동민뿐 아니라 동네 사람 전부가 고정우는 물론이고 그 엄마까지 미워하고 있었다.
10년만에 돌아온 고정우와 엄마. ⓒMBC
고정우의 친구 양병무는 경찰이 되었고 신민수는 간호사가 되었다. 양병무와 신민수는 10년 동안이나 고정우 면회 한번 안 갔으나 최나겸은 유명 배우가 되었으나 고정우 면회를 다녔고 고정우가 출소하던 날도 최나겸은 자기 차로 고정우를 태우고 무천마을까지 데려다 주었다.
무천마을에 고정우가 돌아왔을 때 무천경찰서에 광수대에서 전출된 노상철(고준 분) 팀장이 새로 와 있었다. 그리고 또 한사람 무천가든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하설(김보라 분)은 의대 휴학생이라고 했다. 무천경찰서 현구탁(권해일 분) 서장은 고정우 아빠와 형님 동생 하던 사이라 고정우는 서장을 삼촌이라고 불렀다.
현구탁 서장에게는 현수오(이가섭 분)라는 아들이 있었는데 이 아들이 자폐에다 뇌전증이다. 현수오는 집 옆에 딸린 온실에서 하루 종일 그림만 그렸는데 어쩌다 하설과는 죽이 맞아 잘 지내고 있었다. 고정우가 돌아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현수오가 고정우에게 그림 한 장을 주었다. 그 그림은 고정우 집 창고 앞이었다. 현수오는 그림에서 무얼 말하려는 것일까.
고정우가 발견한 심보영 백골사체. ⓒMBC
어느 날 동네를 산책하던 개 한마리가 하수구 근처에서 뼛조각 하나를 물고 왔다. 하설이 그 뼈가 사람 뼈 같다며 경찰인 양병무에게 보였고 양병무가 국과수에 보냈다. 국과수에서 사람뼈라고 했다.
고정우가 우연히 그 이야기를 듣고 하설에게 뼈를 발견한 곳이 어디냐고 물었다. 하설이 가르쳐 준 하수구는 옆 동네 천수마을이었다. 노상철은 고정우가 살인자이므로 하설이 위험하다고 뒤따라갔는데 고정우는 하수구에서 심보영의 이름표를 보고 통곡했다.
심보영과 박다은이 살해되었을 당시 무천경찰서에서 온 동네를 다 뒤졌음에도 심보영과 박다은의 시신은 찾지 못해서 ‘시신 없는 살인사건’이라고 했다.
현수오에게 얘기하는 하설. ⓒMBC
고정우는 자기가 죽이지 않았다고 했으나 노상철은 고정우를 믿지 않았고 따귀까지 때렸다. 그러나 노상철이 보기에 고정우 사건은 뭔가 좀 허술했다. 그래서 현구탁 서장에게 재수사를 요청했지만 서장은 물론이고 당시 사건을 맡았던 김희도(장원영 분) 형사과장은 노발대발했다.
하설이 현수오를 찾아 갔으나 현수오가 온실 문을 잠갔다. 하설이 고정우가 심보영의 시신을 찾았다고 하자, 와당탕탕! 현수오가 쓰러진 것 같았다. 하설은 급하게 아줌마를 찾았다. 도우미 아줌마가 열쇠를 가져왔다.
119가 와서 현수오를 무천사랑병원으로 실어 갔다. 하설이 현수오와 같이 119에 올랐다. 필자가 이 장면을 보면서 드라마 작가나 연출가가 뇌전증에 대해서 아는 사람인가 싶었다.
정우 아니야, 하설에게 얘기하는 현수오. ⓒMBC
대부분의 드라마에서는 사람이 쓰러지면 병원에 입원해서도 깨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이 드라마에서 현수오가 발작해서 쓰러졌고 119가 와서 현수오를 침대에 누이고 무천사랑병원으로 향하는데 하설이 옆에 같이 타자 현수오의 의식이 돌아왔다.
뇌전증의 경우 경련 발작이 일어나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2~3분 안에 돌아온다, 언젠가 뇌전증 장애인이 경련 발작으로 쓰러지자 누군가가 119를 불렀던 모양이다. 그 뇌전증 장애인이 가슴이 아파서 어찌된 거냐고 알아보니 119 안전요원이 심폐소생술을 한 모양이었다.
뇌전증 장애인의 경련 발작에 119를 부를 필요는 없고 더구나 심폐소생술을 해서는 안 된다. 주위에 위험물이 없도록 하고 가만히 그대로 두면 2~3분 안에 깨어난다. 만약의 경우 5분이 넘어가면 그때 119를 부르라고 한다.
박형식 원장이 현수오를 살펴보다. ⓒMBC
드라마에서 현수오는 119에서 의식이 돌아왔다. 현수오의 의식이 금방 돌아 온 건 정말 잘 한 것 같다. 의식이 돌아 온 현수오는 슬그머니 하설의 옷소매를 잡아당겼다. “정우 아니야”
하설은 그 당시 무천마을에 없었으므로 고정우가 돌아오고 마을 사람들에게서 들은 이야기로는 고정우가 심보영과 박다은을 죽여서 10년형을 살고 나왔다고 했다. 그런데 현수오가 고정우가 아니라고 했다. 현수오가 말을 조리 있게 잘하지는 못하지만, 거짓말을 할 사람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현수오가 목격자구나!
현수오가 하설에게 그림을 가져다 달라고 부탁. ⓒMBC
현수오는 병원에서도 하설을 찾았다. 현수오는 하설에게 그림을 가져다 달라고 했다. 절대 비밀이야 아무도 알면 안 돼. 하설은 그러겠다고 했다.
‘무천사랑병원' 원장은 정신과 전문의 박형식(공정환 분)인데 국회의원 예영실(배종옥 분)의 남편이다. 박형식 원장은 현구탁과 뭔가 이야기를 나누더니 현수오를 전문병원으로 보낸다면서 하설에게 가르쳐주지 않았다. 하설은 현수오가 부탁한 그림이나 챙기려고 온실로 가보니 그 많던 그림들은 이미 다 사라지고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데 하설이 택시를 탄 현수오를 본 것 같아서 찾아갔더니 현수오는 없고 현수오와 똑같이 생긴 동생 현건오라고 했다. 현구탁은 물론이고 마을 사람들이 현건오를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 현구탁은 현건오에게 미국으로 돌아가라며 비행기표를 예매하려고 했더니 향정신성의약품 관련으로 출국금지가 되어 있었다.
박형식과 현구탁. ⓒMBC
고정우는 심보영과 박다은을 자기가 안 죽였다고 했으나 그래도 무천마을을 떠나지 못함은 누명을 벗어야 하고 그리고 박다은의 시신을 찾아야 하고 중환자실에 있는 엄마를 돌보아야 한다고 했다.
하설은 고정우가 살해하지 않은 것 같았고 그 장면을 현수오가 본 것 같아서 노상철에게 현수오가 목격자라고 했으나 노상철은 하설의 말을 믿지 않았다.
심보영의 아버지 심동민은 폭력적인 술주정꾼으로 아내 이재희와 딸 심보영을 못살게 굴었으나 심보영이 죽고 나자 갑자기 딸에 대한 애정이 부정이 솟구쳤는지 고정우를 죽이겠다고 총을 들고 설치다가 노상철에게 들키기도 했다.
고정우와 친구 양병무. ⓒMBC
고정우의 친구 신민수와 양병무도 의심스럽고 최나겸은 무엇 때문에 살인범 고정우에게 10년이 넘도록 매달리는 것일까?
그날 고정우는 술에 취했고 울고 있던 심보영을 신민수 양병무 그리고 현건오가 성폭행을 하려고 했을까, 박다은은 심보영 사건하고는 별개로 박형식과 현구탁이 성매매를 했거나.
이 모든 정황들은 현수오가 지켜보았으나 현수오는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해 그림으로 남겨 두었는데 그 그림을 현구탁이 불살라버렸고 그 사실을 아는 하설에게도 현구탁이 무천마을을 떠나라고 협박했다.
고정우가 현구탁 서장에게 재수사를 해 달라고 했을 때 형사과장은 그동안의 수사 자료를 전부 가져왔다. 그 속에는 피 묻은 멍키스패너랑 피 묻은 고정우 운동화가 있었다. 고정우는 그 자료들을 보면서 “생각나는 것은 피 묻은 운동화 하나뿐인데 운동화는 엄마가 작은 치수를 사와서 저는 한 번도 신어 보지 않았어요.”
고정우와 형사 노상철. ⓒMBC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드라마는 총 14부작이라고 하는데 오늘 밤 7회가 방송 될 예정이다.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심보영과 박다은을 죽인 범인이 밝혀지겠지만, 고정우나 현수오는 범인이 아닐 터이고 노상철과 하설도 고정우 살인사건하고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니 별문제가 없을 것이다.
드라마에서 현수오는 자폐성장애인으로 나온다. 자폐성장애인은 '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인'만 판정한다. 장애판정기준은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데 사회적 공감 능력 결여, 의사소통의 어려움과 제한적이고 반복적인 행동을 특징으로 한다.
자폐는 여러 증상을 동반하는데 환자의 약 30%가 뇌전증 증상을 보인다고 한다. 필자의 주변에서도 뇌전증장애인이 심한 스트레스 등으로 발작이 잦아지는 경우를 보는데, 드라마에서도 고정우가 돌아오고 심보영의 백골 시체 발견 등이 현수오에게 말 못할 스트레스로 작용한 게 아닐까 싶다.
고정우와 현수오의 고교시절. ⓒMBC
현수오는 심보영이나 박다은의 살해 사건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 같지만, 살해사건에 아버지 현구탁이나 동생 현건오가 관련되어 있어서 더욱 말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런데도 그 사건의 목격자로서 진실은 그림으로라도 알리고 싶어서 당시의 상황을 본 대로 느낀 대로 많은 그림을 그렸는데 아버지 현구탁이 이를 다 불살라 버리고 그 사실을 아는 하설까지 쫓아 보내려고 협박했다.
현수오는 하설에게 말하려고 했으나 하설을 보자 말도 하기 전에 발작으로 쓰러졌다. 병원장 박형식은 현수오의 아버지 현구탁과 비밀 이야기를 나누고 현수오의 증세가 심해졌다며 아무도 못 만나게 했다.
그러나 드라마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에서 자폐를 동반한 뇌전증 장애인 현수오가 뭔가 일조를 한 것 같아서 다행이다. 그리고 이번 드라마를 통해서 시청자들에게 다시 한 번 자폐와 뇌전증을 생각해 볼 수 있게 해 주어서 감사드린다.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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