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이행지표 개발 개요와 관련해 중부대학교 중등특수교육과 김기룡 교수가 개발 목적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한국장애포럼 유투브 동영상 캡처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 2·3차 권고가 대한민국 정부에 내려진 지 1년이 넘었다. 그동안 장애인 당사자들과 장애인단체와 시민사회에선 약 10년 후 있을 차기 정부심의까지 장애인권리위원회의 권고 이행을 위한 점검지표 개발을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지표개발연대 결성과 이후 연대 활동, 토론회 등을 통해 이들은 개발할 지표를 고민하며, 지표에 관한 의견을 개진하기도 했다.
그렇게 해서 만든 최종견해 이행점검지표와 기초선 조사 결과를 공유하는 자리가 있다길래 필자는 자조모임 동료와 함께 한국장애포럼(KDF)이 주최하는 발표회에 참석했다. 지표개발 최종안 및 기초선조사 결과와 분야별 모니터링 결과는 물론, 인권위의 장애인권리협약 이행점검 협력안과 보건복지부의 장애인권리협약에 대한 이행계획을 듣게 되었다.
발표회에서 언급된 지표는 최종견해 내용 분석을 통해 핵심의미를 파악하고, 그중에서 측정 가능 요소를 도출해 이를 측정이 가능한 형식으로 재구성해 만든 걸 가지고, 팩트시트 만드는 작업 진행한 후 전문가 검토 통해 개발됐다. 중복의견 등으로 수정·보완을 거쳐 만든 지표는 총 111개였고, 구조지표 54개, 과정지표 43개, 결과지표는 14개였으며, 지표와 관련된 소관부처는 보건복지부가 57개로 가장 많았다.
양적 지표에 대해선 기초선 조사만 한 게 있는데, 예를 들어 국가 수준의 아동, 청소년 복지정책 내에 장애아동 지원사항이 얼마나 반영됐는지 비율을 알아보는 지표의 경우, 몇 %를 반영해야 국가 차원의 정책 방향이 훌륭하냐를 평가한다는 게 애매하기에 지속적 추이를 봐야 하는 거다. 이런 식으로 양적으로 지속적 추이를 봐야 하는 지표들은 기타로 분류해 기초선 조사만 했다.
이렇게 해서 모니터링한 결과 111개 지표 중 이행된 지표는 2개, 부분이행은 13개, 기초선 결과만 제시하거나 측정이 어려워 결과값을 제시하지 못하는 등의 기타는 49개, 미이행은 47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실질적으로 권고를 이행하지 않은 지표들이 109개로 압도적으로 많은 셈이고, 이행된 지표 2개는 다음과 같았다.
선택의정서 비준과 관련한 질적 지표의 경우, 작년 12월 8일 선택의정서를 비준함으로 이는 이행한 게 됐다. 그리고 보건 관련 종사자 대상 장애인권리 관련 교육 프로그램 개발에 관련된 지표에선 장애인 건강권법에 따른 건강권 교육을 운영 중에 있기에, 지표개발연대 측에선 이행으로 보았다. 그런데 건강권 교육으로 인해 의료진 등이 장애인의 권리에 대한 인식이 진정으로 제고됐는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말이다.
부분이행의 경우엔 발달장애인 및 정신장애인 등의 자살과 실종 예방에 대한 정책 수립 등의 지표들 등 13개가 뽑혔다. 자살·실종 예방정책의 경우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의 제7조 자살예방기본계획의 수립, 제5차 자살예방기본계획 등에 일부 반영되어 있으나, 정부 차원의 발달장애인, 정신장애인 등의 관련 정책이 미비하기에 부분이행으로 본 거다.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 최종견해 이행지표 중 미이행 지표들. ⓒ한국장애포럼 유투브 동영상 캡처
이에 대한 대책으로 발달장애인에 대한 직접 자살예방 프로그램 확대 및 종사자 중심 교육 구성 개선 필요하다고 지표개발연대 측에선 밝혔다. 필자가 보기엔 이걸 안 하는 것보단 낫겠지만 그것만으로는 자살 예방의 경우엔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 그러니까 어렸을 때부터 삶의 어려운 난제를 해결하는 방법과생명의 고귀함을 존중하고 걸 배우도록 놀이식이든, 토론식이든 정기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의 실시가 필요하다고 보며 앞으로 이 내용을 담은 지표가 나왔으면 한다.
기타의 경우엔 장애인에 대한 후견인 중 성년후견인이 차지하는 비율에 대한 지표 등을 포함해 49개였다. 이 지표와 관련해선 장애인을 포함한 전체 후견인 자료만이 통계자료로 나와 있다. 일단 2022년 전체 후견 사건 14,691건 중 성년후견이 11,841명으로, 성년후견 비율이 80.6%라 이를 기초선 조사 결과로 지표개발연대 측에선 삼았다. 장애인에 대한 후견인 중 성년후견인의 비율은 통계로 나오지 않았고, 이 조사는 지속적 추이를 봐야 하는 거라 기타로 취급한 거다. 향후 장애 분리통계 구축이 필요함을 암시하는 게 이와 같은 거라 하겠다.
‘장애인등편의법’에 적용받지 못하는 건축물에 대한 접근성 보장을 위한 근거 마련 관련 지표 등을 포함한 47개의 지표들은 미이행으로 나타났다. 건축물 접근성을 건물 규모, 수용가능 범위, 건축 시기에 상관없이 보장하도록 ‘장애인등편의법’을 개정해야 하나, 국가는 소상공인 경제적 부담을 핑계로 바닥면적 50제곱미터 미만의 건물에 편의시설 설치해야 하는 의무를 회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협약 19조, 일반논평 5호 및 탈시설 가이드라인에 근거한 기존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로드맵’ 수정·보완 지표의 경우엔 현재 ‘탈시설’용어를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삭제하고, 아울러 제6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에서 ‘주거 결정권’이란 명목으로 시설 위주의 정책을 사실상 인정한 셈이다.
로드맵의 최종결과는 시설을 소규모화한 그룹홈이며 이것도 시설의 특성이 나타나는지라, 탈시설 가이드라인에 따라 로드맵을 전면 수정해야 함에도 이를 하고 있지 않다. 게다가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예산안에서 거주시설 운영예산이 자립지원 시범사업 지원예산의 약 100여 배가 됨을 보면 이 지표는 사실상 미이행으로 보는 게 맞다. 지표개발연대 측에서도 미이행으로 봤다.
이외에도 ‘장애범주 확장을 위한 장애인복지법 개정’지표에선 개별적 특성과 요구를 고려한 법적 지원근거를 마련하도록 법령이 개정되어야 하는데, 그런 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채 의료적 기준에 의존하는 게 그대로 유지되고 있어 미이행으로 연대 측에선 봤다.
한편 지표 개발하고 모니터링하면서 장애학생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법학전문대학원의 비율을 조사 시 자료 자체가 비공개이거나, 별도의 통계가 없는 상황으로 파악된다던가, 탈시설 장애인 일반노동시장 참여비율 지표와 관련해 탈시설 장애인 분리통계가 없다는 등의 얘기가 토론자들 사이에서 나왔다. 장애인권의 현실을 나타나는 통계자료가 없거나 불분명하거나 미공개된 게 적지 않음이 지적됐지만, 필자로선 장애 분리통계의 부족 현실도 많이 느낄 수 있었다.
장애인관련통계 및 자료 생산·구축·배포가 중요함을 알 수 있었던 장총련의 2016 장애인당사자대회 속 컨퍼런스 때 전경(좌측), 컨퍼런스 때 장애인관련통계의 접근성을 강조한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이행연대 이석구 당시 정책위원장의 발표모습(우측) ⓒ이원무
사실 연령, 성별 등에 따라 분리통계를 내는 것은 적지 않지만, 장애 등의 변인을 분리해 국가승인통계를 내는 건 전체 1,283건 중 16건에 그치는 현실이다. 사실 통계법에 장애, 성적 지향 등을 변인으로 분리통계를 내는 법적 근거가 나와 있지 않고, 장애뿐만 아니라 성적 지향, 이주 지위 등 다양성에 대해 통계청 직원들의 인식은 많이 낮은 편이다.
따라서 다양성에 대해 훈련 수준으로 이들을 교육하며 다양성의 여러 요인들을 분리통계 낼 수 있도록 하는 조치가 통계청에 필요하다. 그리고 통계법에 장애, 성적 지향 등의 다양성 요인에 대해 분리통계를 내는 법적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연령, 성별, 성 정체성, 인종, 이주 지위 등 별도 분리된 장애인 데이터 수집 시스템 및 절차를 신속하게 개발하고, 단 시스템과 절차는 장애인의 비밀유지와 사생활이 존중돼야 한다는 이번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의 2·3차 권고에 대해 정부와 지자체는 상당히 신경을 써야 할 것으로 본다.
필자가 지표를 보면서 아쉬운 지점도 몇 가지 발견했는데 8조와 13조, 22조에 관한 것이었다. 8조에서 공무원 및 관련 종사자 등의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 이수 비율을 지표로 내세웠는데, 사실 이수 비율을 높이는 게 낫긴 하다. 하지만 인식개선 교육 자체가 장애인이 삶에서 겪는 어려움을 개인의 문제로 왜곡하기에 교육내용을 CRPD의 정신과 내용에 맞게 바꿨는지를 모니터링하는 지표가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었다.
또한, 우리나라 같이 장애에 대한 인식이 천박한 상황에선 장애인식 교육을 단순교육이 아닌 훈련 수준의 교육으로 해야 조금이나마 인식 제고가 가능하기에, 이에 대한 고민이 묻어나는 지표가 있었어야 한다. 하지만 그게 없어 아쉬웠다. 13조에서도 법관 및 사법 종사자의 장애인 사법접근권 관련 교육 이수율 지표가 있었지만, 그거 외에도 사법접근권을 이들에게 훈련 수준으로 교육하고 있는지를 모니터링하는 지표들이 있었어야 한다.
22조 사생활 존중의 경우 실종 예방대책 일환으로 GPS 추적장치 설치 시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에 따른 당사자 동의 절차 준수 여부를 물어보는 지표에선 동의에서 부모와 시설 종사자 등에 의한 강제동의는 제외한다는 조건이 있었어야 하는데, 그게 명시되지 않았다.
아울러 발달장애인의 실종 예방 장비 등을 명시한 발달장애인 지원조례 개수를 지표로 내세워 시간이 지날수록 조례의 개수가 줄어드는 식으로 양적 지표를 설계했어야 하는데, 그게 없었다. 지원조례에는 발달장애인 당사자의 자유롭고 고지된 동의란 전제가 없다는 점을 고려해 그런 양적 지표까지 설계했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외에도 미등록 장애인의 인권 현실을 반영하는 지표를 보기 어려운 점도 아쉬웠다.
위치추적표시를 나타낸 그림, 당사자의 자유롭고 고지된 동의 없는 위치추적은 협약 위반. ⓒPixabay
전체적으로 권리협약 이행점검지표가 아직 완전한 건 아니고, 수정·보완해나가야 할 필요가 있음을 느꼈지만, 그래도 이행지표를 통해 정부의 협약 이행 여부를 감시하려는 이들의 움직임엔 박수를 보내고 싶다. 나도 권리협약 이행지표에 대해 앞으로도 의견을 낼 것이고, 협약의 완전한 이행에 조금이나마 함께 하고픈 마음이다.
이행점검지표가 완전한 게 아니어도, 1년 동안 짧은 시간에 실질적으로 미이행한 게 지표 111개 중 109개라는 모니터링 결과에서도 알 수 있듯 정부는 협약 이행을 거의 하지 않은 게 드러난다. 장애의 의료적 모델에 기반하고 예산으로 제한할 우려 많은 제6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 지속가능한 고용과 거리가 먼 ‘제6차 장애인 고용촉진 기본계획’만 봐도 예견되었던 거긴 하다.
더군다나 장애인권리위원회에선 긴급한 조치가 꼭 필요한 사항으로 협약 제6조와 제19조의 권고에 주의를 기울이길 요청했지만, 탈시설 로드맵이 실질적으로 퇴행의 길을 겪고 있고, 장애여성 정책의 경우엔 기존 대책보다 후퇴된 내용들이 대책으로 나오고 있다. 정부가 유엔장애인권리혐약을 우습게 여기는 건 아닌가 하는 느낌마저 지울 수 없다. 이러다 10년 후에 있을 차기 정부심의에서도 이전에 했던 권고가 또 다시 반복되는 부끄러운 일이 발생될까 우려된다.
이와 관련해 보건복지부의 장애인권익지원과 사무관이 나와 입장을 이야기했는데, 복지부 공무원조차 최종견해 권고에 대한 교육이 안 되어서 업무 관련자만 보고 잘 모르는 게 현실이란다. 공무원들, 판검사를 대상으로 CRPD 권고 교육이 중요하다 생각하고, 그런 사업을 할 건데, 장애인정책국장님 교육을 잘 해주셔야 하고, 권고의 중요성에 대해 말씀해주시면 권고 이행 동력이 될 수 있다고 본다는 이야기를 했다.
예견되긴 했지만, 사실 보건복지부 내의 구조로는 절대 권리협약에 대한 전문성이 제고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순환보직제라는 것이 있어, 어느 한 분야를 배우다 2년이 지나면 다른 직책으로 옮기는 식의 구조로는 전문성을 기대하기 힘들다. 그래서 전문성을 저해하는 구조를 바꾸기 위한 고민을 보건복지부에서 해야 한다고 본다.
또한, 보건복지부 내에 공무원들이 권리협약에 대해 정기적으로 체계적으로 훈련 수준으로 실전에 맞게 배우면서, 협약 이행에 대해 장애인 당사자, 장애인단체, 시민단체의 피드백을 받아 정책에 반영하는 등의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따라서 이런 시스템을 마련해 누가 권리협약을 담당해도 전문성을 갖출 수 있는 구조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본다.
보건복지부 장애인권익지원과 이승엽 사무관이 향후 권리협약 이행에 관련된 계획을 말하는 모습. ⓒ한국장애포럼 유투브 동영상 캡처
사실 장애인권리협약이 인권과 차별을 다루는 거라 이거는 장애의 주류화라는 관점에서 보면 법무부가 담당하는 게 맞다고 보지만, 현재 법무부엔 인권국만 있을 뿐, 장애인 인권에 대해 전담하는 부서가 없고, 장애에 대한 인식이 낮은 게 사실이다. 그래서 현재로선 그나마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국에서 맡는 게 낫긴 하다. 법무부에서 장애인 인권 전담 부서가 설치되고, 장애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는 때가 오면 법무부가 장애인권리협약을 담당하는 게 맞다고 보지만 지금으로선 법무부에서 협약을 맡는 건 시기상조라 본다.
발표회가 끝나기 전에 발제자는 장애인권리협약 이행에 관한 정부 차원의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얘기했고, 그 이유로 이행지표 중에 소관이 애매한 것 등을 조정하고, 협약의 권고 각각에 이행역할 분담 등은 물론, 수시로 이행을 점검하고 평가하는 게 필요해서라고 밝혔다. 필자가 생각해도 이행역할 분담과 소관이 애매한 것을 조정하는 것 등은 컨트롤타워에서 하는 게 필요하다고 보며, 컨트롤타워를 누가 맡을지는 좀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전체적으로 이번 발표회를 통해 정부의 UN CRPD 이행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느낀다. 다음 심의 때까지 약 10년 정도 남았지만, 협약을 제대로 이행하기 위해선 긴 시간은 아니다. 그래서 협약 이행을 위해 장애계와 시민사회, 장애인 당사자의 보다 많은 혜안, 전략이 요구되고, 앞으론 이들이 전보다 더 전략적으로 활동하고 활발히 모니터링해야 함은 말할 필요 없을 거다.
보건복지부에선 이제부터라도 협약을 훈련 수준으로 배우며 당사자들 등의 정기적인 피드백을 받고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 협약 이행에 전 부처가 협력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인권위도 장애인 인권을 증진하기 위해 장애 감수성을 갖춘 당사자들을 인권위원으로 많이 임명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게다.
그래서 10년 후의 차기 심의에선 이전 권고를 장애인권리위원회에서 반복하는 부끄러운 일이 발생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장애인의 기본적 인권과 자유의 완전한 향유를 위해서 말이다.
토론회 발표 전 발제자, 토론자들과 함께 기념사진. ⓒ이원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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