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5월부터 2년간 장애인 건강주치의 시범사업 1단계 시범사업이 있었다. 이 시범사업에 참여한 장애인은 680명이었고, 이용건수는 932건이었다. 1인당 1.3건을 이용한 셈이다.
2단계 시범사업은 2020년 6월부터 1년 3개월 간 진행됐으며 1,361명이 참여해 1,207건을 이용했다. 1인당 0.88건을 이용한 셈이다. 참여 의도만 갖고 실제 참여는 포기한 자가 많았지만, 그래도 참여 장애인 모집은 1단계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3단계는 시범사업은 2021년 9월부터 2년 간 진행됐다. 3,334명의 장애인이 참여해 2,842건의 주치의 서비스 이용 건수가 있었다. 이용률은 0.85로 조금 더 떨어졌으며, 참여 장애인 모집은 2단계보다 2.5배 더 많아서 참여 장애인 모집은 효과적이었으나 실제로 이용은 하지 않고 포기해 버린 경우가 많았다.
왜 이런 결과가 나타난 것일까? 장애인단체나 의료기관이 장애인들에게 참여하도록 주치의 제도 홍보를 열심히 했지만 서비스 이용 의사가 없는 이도 상당히 포함되어 있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아니면 주치의 등록은 했지만 막상 이용하려고 하니 제도상 복잡하거나, 개인공간이나 사정을 주치의에게 공개하기 싫었거나, 실효성이 없다고 느끼거나, 자부담이 커서 포기한 결과일 것이다.
주치의제도를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의료접근성 보장을 통한 사각지대 해소다. 그렇다면 장애인들은 쌍수를 들고 환영하고 많은 이용 실적을 보여야 하는데, 단 한 번조차도 이용하기가 힘들었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주치의제도를 다학제간 회의를 통해 제도를 연구하고 있다. 여러 학문을 융합하여 연구를 한다는 것인데, 참여자를 살펴보면 의사, 간호사, 물리치료사 등 의료계를 제외하면 복지사와 영양사가 포함되어 있다. 대학병원에 병원복지사가 있고, 입원 환자를 위해 영양사가 근무하고 있으니 그러면 대학병원도 다학제간 접근 치료를 하는 곳인가? 이런 거창한 의미 부여부터가 탁상공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계속 실적이 저조하고, 장애인들로부터 외면을 받자 이제는 주치의제란 이름보다 건강관리사라는 이름을 더 선호하고 있다. 의사로부터 서비스를 받음에 있어 장애인들은 이동이나 접근성의 문제, 의료비 부담의 문제가 있어 서비스 이용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아서 주치의제를 하자는 것이고, 주치의는 의사인데, 관리사라고 하면 의사가 아닌 또 다른 업무를 하는 것 같아 의사들도 그리 환영하지 않는 호칭이다.
시범사업은 본 사업을 하기 전에 여러 가지 문제점을 찾아 더욱 본 사업을 잘하기 위한 사업이다. 그렇다면 여러 가지 모델을 가지고 적용을 해 본다거나, 이용자나 서비스 제공자의 경험적 의견을 모아 참고하여 보다 나은 제도를 찾아가야 한다.
5년 간 별 차이도 없는 사업을 시범사업으로 반복해 오다가, 다시 4차 시범사업을 준비하면서 달라지는 것은 무엇일까? 주치의로서 업무로 인한 비용 발생의 10%를 자부담하는 원칙은 동일하다. 물론 차상위나 수급자는 이를 면제한다. 진찰료 등은 통상 원칙을 적용하여 자부담이 30%이다.
시범 수가는 인상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계획 수립료는 48,480원에서 92,920으로 대폭 인상한다. 중간 점검료는 27,060원에서 52,260원으로 인상하고, 교육상담료는 14,110원에서 36,250원으로 인상한다. 환자관리료는 병원은 10,040원, 의원은 10,310원이다. 병원 의료인 인건비가 더 높음을 인정한 것 치고는 차이가 눈꼽만치 차이가 난다. 방문료는 의사 86,020원에서 189,010원으로, 간호사 76,520원에서 78,530원으로 인상한다. 의사는 거의 두 배 인상하지만 간호사는 조금 인상한다. 방문횟수는 연간 18회에서 24회로 늘린다.
4차 시범사업에서 가장 큰 차이는 중증장애인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모든 장애인으로 서비스를 확대한다는 것이고, 방문진료의 경우 수가를 50퍼센트 또는 100퍼센트 인상한다는 것이다. 의원은 병원급보다 2500원 정도 더 우대하여 소규모 의료기관을 보호하는 형식을 취하였고, 방문진료를 활성화하고 주치의 기관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것이 특징이다.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 활성화와 더불어 방문진료의 경우 재료비(약제비)를 포함하면 124,280원, 재료비를 별도로 하면 86,460원을 검토하고 있다. 의사 1인당 월 60회까지 방문진료를 허용한다. 수가들은 확정된 것이 아니어서 여러 금액이 제시되었는데, 좀 혼란스럽다.
주치의에 서비스 제공자로 참여하는 의사들은 충분한 수익이 보장되어야 한다. 병원 내에서만 의료행위를 해도 충분한 수익을 주치의제에 참여하여 오히려 손실을 본다면 서비스를 외면할 것이다. 장애인 주치의나 방문 서비스 전담 의사가 가능하려면 수가도 충분해야 하고, 연 60회까지만 허용과 같은 단서는 필요 없다.
장애인들은 주치의제의 혜택이 절실하지 않다. 그런 제도 없이도 죽지 않고 여태껏 살아왔다. 어느 정도 건강권을 포기하며 살아왔다. 새로운 제도가 새로운 서비스로 발전하고, 그것이 장애인의 입맛에 맞아야 한다. 절실하지 않음은 욕구가 없음이 아니라 차별로 인한 가로막힘의 적응이다. 주치의제가 성공하고 정착하려면 다음과 같은 적극적 조치가 필요하다.
첫째, 자부담이 크면 장애인은 이용하지 않을 것이다. 방문 서비스를 받으면 30퍼센트 자부담을 한다거나 10퍼센트를 자부담해야 한다. 2만원에서 5만원 정도의 비용은 차라리 아프고 말겠다는 서비스 거부 원인이 된다.
주는 혜택이 크니 어느 정도 자부담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지 모르겠으나, 장애인 입장에서는 자신의 부담이 현실적 최우선 문제이다. 비용이 없어 병원을 가지 못하는 장애인에게 방문할 테니 돈을 내라고 한다고 좋아할 리가 없다. 1회 이용에 노인요양비 1500원과 같은 비율제가 아닌 하향 평균된 수가가 필요하다.
둘째, 비대면 서비스를 활성화하는 것이 시범사업에 구체적으로 담겨져야 한다. 상담이나, 처방, 다른 서비스와의 연계, 개인 사례와 건강정보‧건강관리를 원격으로 하는 것이다.
셋째, 사고나 질병으로 장애를 갖게 되면 불안하고 의학적 정보가 부족하여 많은 궁금증이 생길 것이니 의사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이때에는 장애인 등록이 되어 있지 않다. 주치의제를 이용할 대상이 되지 못한다. 그런데 장애에 대한 치료가 끝나고 가정이나 사회로 복귀하고 나면 더 이상 의료상담이나 의사의 도움에 대한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만성질환이나 속발성 후유증 등에 대한 정보가 없어 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주치의는 장애등록 이전부터 서비스가 가능해야 한다.
넷째, 주치의교육을 받아 등록을 하는 것은 별로 매력적이지 않다. 의사들은 고급인력이니 얼마든지 안내자료를 통해 교육이 가능하다. 장애에 대한 감수성 교육은 병원을 찾아가서 하거나 동영상을 이용할 수 있고, 주치의제도의 행정적 교육은 문서로 대체할 수 있다.
다섯째, 주치의로 등록된 의사 중 골라서 자신의 주치의를 선택하는 것은 당사자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것 같지만, 코로나 예방접종을 하는 병원 리스트를 보고 선택했다고 선택권이 보장되었다고 하기 어렵다. 장애인이 한번 방문한 병원에서 마음에 들고 신뢰가 가는 의사나 자신의 건강이나 장애를 치료한 의사에게 부탁하여 장애인과 함께 서비스를 신청하는 방식을 만들어야 한다.
여섯째, 장애인이 요청을 하여 받는 서비스 외에 연간 4회 정도의 정기검진과 같은 정기 주치의 서비스제를 시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 장애인의 자부담이 없어야 한다. 문자로 서로 약속을 하여 서비스 일정을 정하고, 정기적으로 진찰과 건강평가를 하여 장애인의 건강문제를 해결하고, 이상이 있거나 추가적 서비스가 필요한 경우를 사전에 발견하여 안내하도록 하는 것이다.
일곱째, 의료기관에서 현재의 인력은 그대로 두고, 장애인 주치의 서비스를 추가적으로 시행하면 과중한 업무나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부실한 서비스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새로운 수가로 인건비가 추가적 인력증원을 해결할 수 있을 정도의 지원이 이루어져야 추가 인력을 보유하면서 주치의제가 활성화될 것이다.
여덟째, 수급자나 차상위만을 대상으로 무상 서비스를 할 것이 아니라 면제 대상을 더욱 넓히고, 자부담 비율도 낮추어야 한다. 장애인건강권법에는 의료비 지원의 조항도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런 과감한 시도 없이 시간만 보내는 시범사업은 이제 그만 했으면 한다. 의료기관에도, 의료 전문인력에게도, 장애인에게도 환영받지 못하는 이름만 그럴듯한 주치의제는 이제 획기적인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 복지부는 시간 끌기로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현실적 문제에 집중하여 해결책을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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