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을 보호해야 하지만, 저작물의 수정 없이는 접근이 어려운 장애인 등은 저작권 보호라는 문제로 인하여 저작물을 향유할 수 없다면 저작권에 앞서 이용권 또는 향유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이런 원칙을 현행 저작권법에 충분히 담겨 있는지 알아보자. 저작권법 제33조에서는 ‘시각장애인 등을 위한 복제 등’이라 표기하고 있다. 시각장애인 등은 시각장애인 외에 청각장애인, 발달장애인, 독서장애인 등이 있으니 이것을 일일이 표기할 수 없어 시각장애인 등이라고 하고 있다.
법률에서 ‘등’이라고 하면 그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해석이 애매해진다. 시각장애인 등을 독서장애인이라고 표현하면 독서 활동에서의 어려움을 가진 사람으로 그 범위가 어느 정도 확정을 할 수 있는데, 디지털 시대에서 문서나 동영상 등은 독서라고 하기에는 맞지않다. ‘저작물 이용에 어려움을 가진 자’가 보다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복제 등’이란 복제, 배포, 전송 등을 모두 포함하는 용어일 것이다. 법에서 정의할 때에는 ‘복제’의 정의를 하면서 ‘복제 등’에 대한 정의를 하지 않으니 그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해석이 각자 달리할 수 있고, 법적 다툼이 발생하면 해석을 가지고도 서로 다툼을 하게 될 것이다.
법에서 ‘시각장애인 등’이란 시각장애인과 독서에 장애가 있는 사람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 문구에서 시각장애인과 독서에 장애가 있는 사람이란 표현보다는 독서에 장애가 있는 사람이란 표현이 더 정확하다. 왜냐하면 시각장애인은 독서에 장애가 있는 사람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대통령령인 동법 시행령 제15조를 보면 시각장애인 등의 범위는 장애인 등록을 한 시각장애인은 모두 해당 되고, 다른 장애 유형은 도서를 다루지 못하거나 독서 능력이 뚜렷하게 손상되어 정상적인 독서를 할 수 없는 사람으로 정하고 있다.
시각장애인은 장애인등록증이면 확인이 가능하지만, 다른 장애인은 별도의 절차로 독서장애가 있음을 판정하지 않는 한 대상인지 알기 어렵다. 그렇다고 판정을 일일이 하여 대상이 되는지 확인하기 어려우므로 책장을 넘기기 어려워 도서 다루기가 어렵다거나 지능이 낮아 독서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사람이라고 객관적인 기준은 없지만 인정할 명분이 있다고 여겨지면 대상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렇게 융통성 있는 해석을 한다고 하더라도 불만족스럽다. 저작물은 동영상 등 다양한 형태가 있는데, 독서에만 한정하여 어려움이 있는지 정하는 것은 잘못이다. 보다 정확하게 정의하려면 독서에 장애가 있는지 기준으로 삼을 것이 아니라 신체적, 정신적 조건으로 인하여 저작물 이용에 어려움이 있는 자라고 해야 한다. 신체적, 정신적 조건을 생략하면 경제적 어려움으로 이용이 어려운 사람도 포함되어 버릴 수 있다.
‘독서 능력이 손상되어 정상적인 독서를 하기가 어려운 사람’이란 표현은 상당히 부정적이다. 이를 긍정적 표현으로 바꾸어 보면, 저작물의 변경, 수정이나 보조기구 등의 이용이나 별도의 서비스가 필요한 사람이라고 하면 좋겠다. 그리고 현행법에서는 시각장애인과 기타 독서에 장애가 있는 사람으로 정하고 있는데,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 상지지체 장애인, 발달장애인이 여기에 해당할 것이므로 이를 일일이 나열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런데 독서에 장애가 있는 난독증이나 난독인은 장애등록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으므로 범위에서 제외되어버리는 문제가 있다. 별도로 법에서 규정을 정하여 난독증을 판정하는 기관을 지정하거나 의료진 진단서를 인정하여 범위에 포함할 필요가 있다.
저작권법 제33조에서는 시각장애인을 위하여 점자법 3조에 의한 점자로 변환하여 복제, 배포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점자 외에 큰 글자는 해당하지 않는다. 화면해설과 같은 변형이나 인터넷에서의 음성해설 등 다양한 방법은 대체자료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저작권 예외로 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시각장애인을 위한 서비스는 비영리로 운영되는 것을 조건으로 하고 있다.
동법 시행령 제14조에 시각장애인 등의 시설을 정하고 있다. 점자제작이나 대체자료 제작이나 배포 등은 시각장애인 시설이라야 가능하다. 시각장애인 개인은 자신의 이용을 위해서만 복제할 수 있다. 장애인시설이란 거주시설, 지역사회시설, 직업재활시설, 점자도서관, 정부, 지자체, 교육시설이다. 한 개인이 시각장애인을 위해 복제를 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으며,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저작권자가 시각장애인을 위해 대체자료를 제작한다면 환영할 일일 것이다. 하지만 법적으로는 장애인 시설도 아니고, 시각장애인도 아니므로 불법이 된다. 시각장애인 시설에 의뢰하여 제작해야만 하는 것이다.
의료법에 의하면 안마업은 시각장애인만 할 수 있으며, 안마원은 시각장애인이 운영해야만 한다. 이 규정으로 인하여 한의원에서 시각장애인을 고용하는 것은 불법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저작권자가 시각장애인을 위해 직접 대체자료를 제작하는 것은 불법이다. 저작권이 본인에게 있으니, 본인이 본인에게 권리를 침해한다는 것이 이상하다. 그러므로 처벌은 불가능하겠지만, ‘저작권자가 직접 대체자료를 제작하는 경우’를 포함하여 비영리로 봉사단체나 개인이 시각장애인을 위해 서비스하는 것도 허용해야 할 것이다.
시각장애인을 위해 음성 바코드를 개발한 회사에서 바코드를 직접 제작하는 것은 불법이다. 제작은 시설에 맡겨야 한다. 제작비를 받는 것도 영리사업이므로 불법이다. 시각장애인에게 많은 대체자료가 보급되도록 선의의 서비스나 영리사업도 허용하는 것을 적극검토해 보아야 한다. 청각장애인을 위한 대체자료 서비스 역시 시설이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다른 장애 유형의 서비스 제작이 가능한 자와 서비스 유형은 전혀 법에서 언급이 없다.
방송에서 화면해설은 방통위에서 방송발전기금으로 지원하여 제작을 활성화하고 있다. OTT나, 영화 등은 정부의 지원이 매우 빈약하다.
그런데 변형자료나 대체자료가 이용자에게 정확하게 번역되었는지 오류는 없는지, 해설 등이 충분하지는 검증은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문제를 점자법이나 방송법, 도서관법, 문화관련 각종 법에서 다룰 수도 있지만, 이를 통합하여 저작권법에서 다루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 저작자의 의도와 별도로 엉터리 내용이 담긴다면 이는 저작권을 침해한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웹이나 모바일 접근성 인증기관은 있지만, 대체자료 인증기관은 없으므로 저작권법에서 정하자는 것이다.
저작권법에는 저작권 인증기관을 지정하도록 하고 있다. 저작물의 안전한 거래와 신뢰보호를 위한 것이다. 이와 별도로 대체자료 인증기관을 지정하도록 하고, 인증 비용은 신청자가 부담하지 않도록 정부 지원제를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체자료의 신뢰성과 저작권 예외가 정확한 대상으로 처리되는지 관리할 필요가 있다. 대체자료 인증기관은 제작시설이 아니어야 하며, 품질검증, 제작과 이용 통계, 관리 등의 업무도 포함하도록 하고, 법에서 인건비와 운영비를 지원하도록 규정함이 마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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