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에스트라’는 tvN에서 2023년 12월 9일부터 시작한 주말드라마다. 마에스트라(극본 최이윤, 연출 김정권, 기획 스튜디오드래곤, 제작 래몽래인, 그룹에이트)는 “전 세계 단 5%뿐인 여성 지휘자 마에스트라, 천재 혹은 전설이라 불리는 `차세음`이 자신의 비밀을 감춘 채 오케스트라를 둘러싼 사건의 진실을 찾아가는 미스터리 드라마”라고 한다.

마에스트라(Maestro)는 이탈리아어로 거장 명장 대가 지휘자 등을 이르는 말인데, 이 드라마에서는 지휘자를 뜻하는 말이다. 드라마에서 사람들은 차세음을 차마에라고 부른다. 이 드라마 ‘마에스트라는 프랑스 드라마 `필하모니아`(2018)가 원작이란다.

‘마에스트라’는 클래식 음악이라는 외피 안에 치정과 미스터리가 뒤엉켰다. ‘마에스트라’는 12부작이므로 이번 주 토·일에 11~12회로 끝날 예정이다. 그동안 치정과 살인사건 등이 잔뜩 엉켜있는데 하나도 풀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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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에스트라. ⓒtvN

세계적인 오케스트라 지휘자 차세음(이영애 분)이 `더 한강 필하모닉` 지휘자로 왔다. ‘더 한강 필하모닉(이하 한필)’의 전상도(박호산 분) 대표는 단원들의 의사를 묻지도 않고 차세음을 초빙했다.

차세음은 워낙 깐깐하고 괴팍한 지휘자라고 소문이 나 있었으므로 한필 단원들은 아무도 차세음을 반기지 않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차세음은 오자마자 첫째도 실력 둘째도 실력이라며 단원들의 실력을 보겠다고 했다. 그러자 한필의 노조 위원장 마요섭(양준모 분)이 지휘자를 위해 준비한 것이 있다면서 ‘미션 임파서블’을 연주했다. 미션 임파서블은 영화제목인데 불가능한 임무로 알려져 있다.

단원들은 차세음 지휘자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무언의 표시였다. 그런데 차세음의 반응은 나를 반기지 않는다는 뜻은 알겠는데 ‘미션 임파서블’은 그렇게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며 틀린 박자를 조목조목 짚어가며 다시 해보자고 하여 단원들은 혀를 내둘렀다.

차세음은 전 세계에서 5%밖에 안 된다는 여성 지휘자다. 전상도 대표는 파산 직전의 한필을 살려보고자 차세음을 모셔 온 것이다. 그녀는 러브콜을 보내는 최고의 오케스트라 대신 항상 해체 직전의 오케스트라를 맡아 기적을 이뤄낸 서사를 지니고 있다.

드라마에서 차세음은 피아노부터 바이올린을 거쳐 지휘자가 된 인물이라 차세음을 연기한 이영애는 ‘마에스트라’를 위해 1년 동안 연습했다고 하는데 진솔 지휘자가 지도했다고 한다.

한필의 이사장이 된 유정재. ⓒtvN
한필의 이사장이 된 유정재. ⓒtvN

재벌 기업 ‘UC 파이낸셜’ 유정재(이무생 분) 회장은 차세음이 돌아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필을 인수해서 이사장이 되었다.

20년 전 미국에서 유정재는 물에 빠진 차세음을 구해주고 3년 동안 둘은 사랑했었다. 그때가 제일 행복했다고 하는데 어느 날 차세음은 “너보다는 음악이 좋다”며 유정재를 버리고 지휘자가 되었다. 그 후 차세음은 끈질기게 구애했던 작곡자 김필(김영재 분)과 결혼했으나, 김필은 혼자 한국으로 와서 대학교수가 되었다.

유정재는 차세음에게 버림받고 한국으로 돌아와 돈을 벌어 UC 파이낸셜 회장이 되고 KVN 이사 고유라(최윤소 분)와 정략결혼을 했지만 1년도 못 살고 파혼했다. 유정재는 차세음을 못 잊어 했던 것이다.

한필의 악장 박재만(이정열 분)은 차세음의 스승이자 아버지의 친구였는데 차세음은 박재만을 찾아가서 악장을 그만두라고 했다. 박재만은 딸의 결혼을 앞두고 있던 터라 차세음에게 섭섭해하며 한필을 그만두었다.

차세음이 박재만에게 악장을 그만두라고 한 것은 박재만이 넷째 손가락에 이상이 있어서 바이올린 음을 제대로 못 짚기 때문이었다. 차세음은 블라인드 테스트로 새로 들어온 풋내기 이루나(황보름병 분)에게 악장을 맡겼다.

차세음이 박재만에게 돌아오라고 부탁. ⓒtvN
차세음이 박재만에게 돌아오라고 부탁. ⓒtvN

오케스트라의 악장은 제1 바이올린 파트 중 가장 앞에 앉아있는 사람인데 오케스트라의 대표자이다. 차세음은 이루나를 악장으로 시키고 박재만을 찾아갔다.

차세음은 박재만의 아내에게 선물을 안기고, 선생님이 한필을 그만두겠다고 하시는데 그러시면 안 된다고 했다. 그리고 박재만에게 부탁하기를 “선생님께서 스스로 그만두신 것으로 했으니 체면치레는 된 것 같으니 다시 나오세요. 선생님이 악장은 아니라 해도 악장을 키울 수는 있으시잖아요.” 드라마지만 눈물겨운 장면이었다.

차세음은 천재였다. 천재가 우리 사회의 낡은 관행을 부숴 버리고 오로지 실력으로만 승부하겠다고 하므로 시청자들은 박수갈채를 보냈으리라.

전상도 대표는 한필을 살리려고 전전긍긍하고 있는데 차세음이 워낙 파격적이라 그렇다면 3개월 안에 유료 관객 점유율을 50% 이상 올려달라고 했다. 차세음은 미소를 지으며 "꿈이 참 소박하시군요.” 차세음은 유료 관객 점유율을 95%까지 올리겠다고 호언장담했다.

단원들도 차세음의 팩트 폭격에 말문을 닫았고 차세음은 공연 준비에 박차를 가하며 단원들의 실력을 독려했다. 그런데 유정재가 김필이 바람을 피운다는 것을 알고는 차세음에게 이혼하라고 했으나 차세음이 “누구세요?”라며 유정재를 모르는 체했다.

차세음 야외무대에서 공연. ⓒtvN
차세음 야외무대에서 공연. ⓒtvN

그러자 화가 난 유정재는 차세음이 준비하는 한필의 첫 공연을 중단시켰다. 유정재는 한필의 무대를 마음대로 중단시켜 오히려 차세음의 가슴에 불을 지른 것이다.

차세음은 공연장 앞에 무대를 만들어 야외 공연을 열었고 이 모습을 라이브 방송에 내보냈다.

결과는 공연장 관객석 수보다 더 많은 이들이 무대를 감상했고 차세음의 완벽한 지휘와 쇼맨십에 앙코르를 외치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모두가 즐기는 공연이 이루어진 것이다. 이로써 20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온 세계적인 마에스트라 차세음의 첫 무대는 성공적으로 끝났다.

남편 김필이 차세음에게 첫 공연을 축하한다고 꽃다발을 건넸을 때, 누군가의 전화를 받고 나갔다. 차세음의 전화에도 "지하 계단으로 가 보라."는 문자가 왔다.

한필 공연장 지하 계단에서 호른 연주자 이아진(이시원 분)이 남편 김필을 껴안고 있었다. 유정재는 김필이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에 차세음을 말렸으나 기어이 차세음이 그 모습을 보고 말았다.

차세음은 김필에게 이혼하자고 했다. 이아진은 임신 중이었으나 김필이 이혼은 못 한다고 했다. 차세음이 이혼을 고집하자 김필이 차세음의 엄마 배정화(예수정 분)의 휠체어를 밀고 연습실로 들어왔다.

김필이 배정화를 데려오다. ⓒtvN
김필이 배정화를 데려오다. ⓒtvN

배정화는 한때 바이올리니스트로 명성을 떨쳤지만, 어느 날 갑자기 자취를 감춰버렸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누구도 알지 못했다. 배정화는 생의 마지막에 다다른 것을 아는지 딸 차세음을 만나고 싶어 했으나 차세음은 엄마를 만나러 가지 못했다.

유정재는 차세음의 어머니 배정화가 래밍턴병이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으며 유전율이 50%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차세음이 자신에게도 래밍턴병이 유전될까 봐 두려움에 차마 검사도 못 하고 있는데 남편 김필이 차세음과의 이혼을 막아 보고자 배정화를 내세운 것이다.

‘마에스트라’에서 차세음의 비밀은 래밍턴병이었다. 차세음의 엄마 배정화가 래밍턴병으로 입원 중이었고 배정화가 딸 차세음을 보고 싶어 했으나 차세움은 차마 엄마를 면회 가지도 못했는데 남편 김필이 배정화를 한필로 데려왔던 것이다.

차세음이 이제는 어쩔 수 없이 배정화가 어머니라는 것을 밝힐 수밖에 없었고 자신도 래밍턴병이 발병하면 포디움에서 내려오겠다고 했다.

원작 필하모니아. ⓒ왓챠피디아
원작 필하모니아. ⓒ왓챠피디아

‘마에스트라’에서는 배정화의 병을 래밍턴병이라고 했는데, 래밍턴병이라는 병명은 없고 ‘헌팅톤병’를 래밍턴병이라고 우회한 모양인데 원작에서는 헌팅톤병이라고 나온다고 한다.

헌팅톤병은 신경계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성 뇌질환인데 1872년 미국의 조지 헌팅톤(George Huntington)이라는 의사가 그의 이름을 딴 이 질환을 학계에 보고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헌팅턴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서울대학교병원과 질병관리청에 헌팅톤이라고 표기되어 있어 필자도 이에 따른다.

헌팅톤병(Huntington’s disease)

헌팅톤병은 근육간의 조정 능력의 상실과 인지능력 저하 및 정신적인 문제가 동반되는 진행성의 신경계 퇴행성 질환이다. 이 병은 상염색체 우성으로 유전되며 약 10~25년 또는 그 이상의 경과를 밟으며, 폐렴이나 기타 감염, 낙상으로 인한 손상 등 생명을 위협하는 합병증이 동반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손, 발, 얼굴, 몸통에 있는 불수의근의 점진적인 변화가 발생하며 조절되지 않고, 갑자기 움직이는 듯한 불규칙한 움직임(무도병: Chorea)과 무의식적으로 몸을 비트는 듯한 비교적 느린 움직임(무정위운동: Athetosis)이 나타난다. 병이 진행함에 따라 인지능력과 기억 능력의 점진적인 감퇴가 나타나고 이에 따라 지남력 장애와 혼동, 인격의 붕괴, 기억력 감퇴, 동요(흥분), 안절부절못함. 등이 비정상적인 심리증상 및 행동 증상 들이 나타나게 된다.

헌팅톤병은 남성과 여성에서 동일하게 나타나고, 백인에서 발병률이 높다. 대략 미국에서는 10,000명 중 1명에서 발병하며, 30,000명의 미국인이 이 질환을 앓고 있다. 서유럽에서는 100,000명당 3~7명, 아프리카와 아시아인에게서는 1,000,000명당 1명꼴로 발병한다. 지금까지 이 질환에 대한 국내의 정확한 역학조사 자료는 없다. *질병관리청 희귀질환헬프라인에서 발췌.

헌팅톤병의 증상. ⓒ질병관리청 희귀질환헬프라인
헌팅톤병의 증상. ⓒ질병관리청 희귀질환헬프라인

춤추는 듯한 무도증, 정신 증상 및 치매가 헌팅톤병의 3대 증상이라고 한다. 주로 30~40대에 발병하며 모계 유전인 경우 좀 더 늦게 발병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병의 초기 단계에서는 무도증이 비교적 신체의 일부에 국한되어 나타나지만, 질환이 진행됨에 따라 전신으로 퍼진다. 진단에서 사망까지는 15~20년이 걸리며 주로 흡인성 폐렴으로 사망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헌팅톤병 환자가 얼마나 되나 싶어 찾아보니 서울대학교병원 희귀질환센터에 헌팅톤병이 있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헌팅톤병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은 200명쯤 되는데 원인 유전자를 가진 사람을 모두 포함하면 2천여 명이 된다고 하는데 치료제는 지금도 연구 중이라고 한다.

서울대학교병원 희귀질환센터에 헌팅톤병 환우회가 있어서 연락을 한번 해 보려고 했으나 잘 안되었다. 서울대학교병원 희귀질환센터에 문의를 하니 담당교수에게 진료예약을 하라고 했다. 치료제도 없다하므로 뭐라고 드릴말씀은 없지만, 진료예약도 쉽지 않아 결국에는 그만두었다.

헌팅톤병. ⓒ서울대학교병원 희귀질환센터
헌팅톤병. ⓒ서울대학교병원 희귀질환센터

그런데 ‘희귀질환’을 볼 때마다 마음이 좀 편치 않다. 희귀(稀貴)는 드물어서 특이하거나 매우 귀함을 나타내는 명사다. 희귀보석 희귀우표 희귀식물 등에 희귀를 붙이는 것은 그렇다 해도 생사가 오가는 질병에다 희귀를 붙이는 것은 아니지 싶다. 희귀(稀貴)보다는 희소(稀少)를 붙이는 게 어떨까 싶다.

차세음은 교통사고가 났다. 김필의 내연녀 이아진이 차세음의 차를 들이받았다. 모두가 이아진이 차세음을 죽이려고 그랬다고 생각했으나 누군가가 이아진의 차 브레이크를 고장 냈다는 것이다.

차세음은 퇴원 후에 단원들의 실력을 다시 점검하고 두 사람을 잘랐는데 형사가 찾아와서 차세음을 마약 혐의로 체포했다. 오보에 김봉주(진호은 분)가 차세음에게 누명의 씌운 것이었다. 김봉주는 마약 중독자였으나 국회의원 아버지가 무마시켰었다. 차세음은 풀려났고 술을 마셨는데 김봉주가 만나자고 전화를 했다.

다음 날 차세음이 눈을 떠 보니 간밤의 기억이 나지 않았고, 김봉주가 죽었다고 했다. 차세음은 김봉주 장례식장을 나오면서 혹시나 자기가 김봉주를 죽였을까 봐 겁이 나서 래밍턴병 검사를 받았다.

차세음은 단원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독려하여 연습했다. 유정재는 차세음에게 지휘를 그만두라고 했으나 차세음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오케스트라이므로 그만둘 수 없다고 했다.

차세음이 운명교향곡 지휘. ⓒtvN
차세음이 운명교향곡 지휘. ⓒtvN

빠바바 밤, 빠바바 밤, 베토벤의 운명이 울리고 차세음이 쓰러졌다. 차세음은 자기에게 래밍턴병이 발병하면 포디움에서 내려오겠다고 했는데 이제 래밍턴병이 발병해서 쓰러진 것 같았다.

차세움은 한필에 사표를 쓰고 잠적했다. 유정재가 차세음을 찾아갔다. “아무 말도 안 할 테니 제발 가라고 하지 마” 차세음이 돌아왔을 때 아버지 차기백(정동환 분)이 찾아왔다. “너 독극물에 중독되었대.” 독극물 중독 증상이 래밍턴병과 비슷했다. 차세음에게 누가 독을 먹였을까.

이번에는 한필 단원들이 차세음의 사표를 용납하지 않았다. 이루나를 비롯하여 단원들의 간곡한 부탁으로 차세음이 한필에 다시 나왔다. 그러나 차세음은 전상도 대표에게 이번 공연이 마지막이라며 사표는 수리해 달라고 했다.

남편 김필은 차세음에게 래밍턴병이 발병하면 금치산자의 보호자가 되어 차세음과 이혼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 언제까지나 차세음 옆에 있겠다고 인터뷰를 했는데, 차세음이 이혼을 발표했다.

차세음이 단원들 앞에서 지휘를 하고 있는데 김필이 연습실로 찾아왔다. “이게 뭐 하는 짓이야?” “네가 이혼을 발표했잖아.” “네가 이혼을 안 하고 질질 끌었으니까.”

차세음과 유정재. ⓒtvN
차세음과 유정재. ⓒtvN

‘마에스트라’는 이번 주 토요일 그리고 일요일에 11~12회로 끝이 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지휘자 차세음이 래밍턴병이 발병할까 봐 전전긍긍하면서 지휘를 했고, 이제는 더 이상 숨길 수 없어서 검사까지 받았다. 아직 결과는 안 나왔다.

차세음은 유정재를 사랑하면서도 자신이 래밍턴병일까 봐 유정재를 멀리했는데, 그렇다면 김필과 왜 결혼했을까? 김필은 그의 모든 작곡은 차세음이 지휘하게 해주겠다며 결혼했으나 결혼 후에는 이아진과 바람을 피웠다.

한필에 블라인드 테스트로 들어 온 바이올리니스트 이루나는 차세음을 흠모하여 차세음에게 해꼬지를 하는 사람들을 처리한 것은 아닐까.

김필은 대학교수인데 형편없이 찌질 한 남자로 나오는 반면, 차세음의 옛 연인 유정재는 차세음을 위해 헌신하는 지고지순한 마성의 남자로 나온다.

‘마에스트라’에서는 래밍턴병이 차세음에게는 유전되지 않고 유정재와 사랑할 수 있었으면 헌팅톤병 환우들에게는 어떻게 비치려나.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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