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휠체어를 타는 유명 유튜버(P)가 걸그룹 출신의 비장애인 연예인(S)과 사귀어 화제가 되고 있다. 화제가 된 이유는 유명 유튜버이기 때문만이 아니라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연애이기에 더욱 관심을 가진 것이다.

S와 P가 처음 만난 계기는 코미디언 K 때문이었다. K는 욕창 때문에 누워있는 P에게 교회에 나오라고 했다. 거기서 S를 만난 것이다.

여자 연예인 S는 처음 P를 보고 호감이 생겼다고 한다.

여기서 의문이 들 수 있다. 어떻게 휠체어 탄 사람에게 첫 대면에 호감을 가질 수 있지? 그러나 세상은 다양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 살고 있으며 사람을 보는 기준이 다 다를 수 있다. 환하게 웃는 미소에 끌려 장애는 큰 걸림돌이 되지 않을 수 있다.

P도 S에게 호감을 가졌으나 그때는 숨겼다. 그런데 S도 P의 계정을 팔로우하여 P는 놀랐고 자연스럽게 사귀게 된 것이다.

나는 짝사랑을 여러 번 했다.

나는 혼자 애태우고 가슴앓이하면서 큰 고통을 많이 당했다. 처음에는 장애 때문에 여자들이 싫어하나 생각했다. 그래서 매번 적극적으로 다가가지 못하고 여자들이 차가운 반응을 보이면 상처를 안고 불면증에 시달리며 밤새도록 사랑 영화를 보거나 시와 소설을 쓰며 아픈 마음을 달랬다.

24살 때, 21살의 서울여대 경제학과에 다니던 여자와 만난 이야기를 해볼까. 그녀를 문학단체에서 만났는데 여자가 먼저 호감을 보였고 웃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가슴이 찌르르 저려왔다. 공릉동 서울여대 앞 찻집에서 차를 마시며 마주 보고 이야기한 기억이 아직도 지워지지 않는다. 그녀를 보고 있으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고 마냥 좋았다.

그녀가 물었다.

“좋아하는 소설이 뭐예요?”

나는 당시 글을 쓰는 문학청년이었고 목표도 문학가였지만 딱히 감명받아 누구에게 소개하고 싶은 소설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없다고 했다. 그러자 그녀가 약간 실망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혹시 죄와 벌 읽어봤어요? 너무 감동적이에요”

내가 완독해야 할 소설 목록으로 ‘죄와 벌’이 있었지만 다 읽지는 못했고 대략적인 줄거리만 알고 있어서 이렇게 말했다.

“뻔한 내용 아녜요? 라스콜리니코프가 노파를 죽이고 합리화하는 이야기.”

그러자 그녀는 쏘아붙였다.

“왜 그렇게 쪼개요?”

쪼갠다는 것은 그 당시 웃는다는 말의 비속어였다. 그때까지는 몰랐다. 그녀가 나를 너무 싫어한다는 것을. 그러나 나는 나에게 유리하게 생각하여 밀당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며칠 후 그녀가 다른 장애인과 팔짱을 끼고 보란 듯이 가는 것을 보고 나는 망치로 얻어맞은 듯한 충격과 심한 자괴감이 몰려왔다.

배신감이랄까, 증오심, 복수심이 불타올랐다. 그러나 나는 그녀에게 위협이나 기분 나쁜 말은 하지 않았다. 혼자 눈물을 흘리고 깊이 생각한 후에 나에게 잘못이 있다고 생각하고 나를 바꿔보기로 했다. ‘죄와 벌’을 읽어보기도 하고 그녀와 나눈 대화를 곰곰이 떠올리며 내가 잘못 말한 부분을 다음에는 고쳐보기로 했다.

사실 1년 전, 23살 때도 쓰라린 사랑의 아픔이 있었다. 동대문 도서관 다닐 때 머리가 노란 여자를 좋아하기도 했다. 이때의 이야기를 시로 썼다.

사랑의 게임

그녀는 태어날 때부터 노란 머리에 / 거울처럼 비추는 눈동자를 가졌고 / 보조개가 패이는 사과얼굴을 가졌다 / 신설동 그 겨울의 ‘주원’ 찻집에서 나오자 / 바람은 그녀의 몸을 과격하게 더듬는다 / 어머, 왜 이래요 / 사랑은 결국 쟁취하는 거야 / 난 그런게 싫어요 / 본능에 충실한 아침 / 새들의 날개 속에 파묻힌 그녀의 입술은 / 노오란 귤껍질 / 폭발하는 7월부터 눈내리는 12월까지/ 검정고시 출신인 그녀는 / 특수교육과에 가고 싶다고 했다 / 23살 나는 떠벌인다 / 수학은 안 풀어, 미적분은 무엇에 쓰는 물건이야 / 영어는 망명해서 배우면 되고 / 생물은 너무 재밌어, / 꼬리뼈의 흔적이 사람에게도 있지 / 가장 빠른 정자만 수정할 수 있대 / 도발적이고 울퉁불퉁한 건 싫어요 / 그녀를 놓치고 눈물 뿌린 날 / 시구 하나 얻었으매 / 사랑은 결국 서로를 간직하는 것 / 하지만 생각은 나눠 가질 수 없는 것

그리고 세월이 흘러 한 여자를 만났다. 이 여자는 나를 너무 좋아했다. 밤에 시장에서 일을 하기에 주말에만 시간이 있는데 토요일마다 전화하고 만나서 나에게 밥도 사주고 커피도 사주었다.

나를 좋아하는 이유는 아주 사소한 것이었다. 바로 빨래를 널어주었기 때문이다. 자원봉사 하러 갔다가 같이 빨래를 널 때 내가 적극적으로 빨래를 널어주는 모습에 반해 나를 좋아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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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댄스 소설 '바퀴춤' 삽화. ©김율도

여자들은 장애 때문에 남자를 거부하는 일은 많지 않다. 장애가 있더라도 삶의 태도와 작은 것에 매력을 느껴 좋아하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은 장애인, 비장애인 구별 없이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배려하고 진심으로 자신의 매력을 보여주면 좋아하게 된다.

장애라는 벽에 스스로 가두지 말고 자기의 매력을 찾아보는 방법이 이성을 사귀는 방법이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