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나 대구 등에는 여러 장애인 예술단이 있는데 부산에는 없다는 것에 아쉬움을 느낀 몇몇 시각장애인들이 모여 의논해서 결성한 단체가 2021년 9월에 설립한 부산 아르테문화복지회(대표 김진)다. 그동안 아르테 회원들은 여기저기 개별로 활동을 하거나 몇 명의 연주자 중심으로 여러 기관과 단체에서 공연을 하며 활동중이다.

피아노 부분의 박송이 씨는 2022년 12월 2일 제10회 대한민국장애인 예술경연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클래식 분야에서 색소폰을 연주한 고영광 씨가 2023년 제11회 대한민국장애인 예술경연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그 밖에도 성악가 정찬우 씨 발달장애인 피아노 엄세희 씨 등도 여러 대회에서 입상하기도 했다. 2023년 2월 21일에는 ‘부산아르테문화복지회’ 이름으로 금정문화회관에서 공연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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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테합창단 연습모습. ⓒ이복남

그러나 그동안 아르테문화복지회는 부산 거주 장애인을 위한 상설 음악 프로그램이 없었다. 그래서 몇몇 회원들이 논의한 것이 합창단이었다. 정경애 프로그램 담당이 합창단 책임을 맡고, 김민준 지휘자와 최민희 반주자를 모시고 김진 회장과 양이훈 자문 김귀옥 씨와 엄세희 씨도 합창 단원으로 참여했다. 양이훈 자문은 트롬보니스트이고 김귀옥 씨는 가수협회에 등록된 가수이다.

필자는 지난 1일 아르테합창단 연습실을 찾았다. 정경애 책임자(단장)에게서 간단한 설명을 들었다. 현재 단원은 12명인데 시각장애인이 9명이고, 발달과 지체가 각 1명이고 비장애인이 1명이라고 했다.

연습실은 초량에 있는 푸른초장교회 ‘쉴만한물가’인데 엘리베이터가 없는 4층이라 지체장애인에게는 이용이 어려울 것 같았다. 그럼에도 이곳을 연습실로 정한 것은 초량에 위치해 있어 현 단원들의 접근성이 편리하고, 교통이 편리하며, 프로그램을 시작한 후 모든 장애인이 함께할 수 있는 장소로 이전할 계획이라고 한다.

김민준 지휘자. ⓒ이복남
김민준 지휘자. ⓒ이복남

연습은 매주 목요일 저녁 6시 30분부터 8시까지인데 참가회비는 월 3만 원이고 음악에 관심 있는 사람은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고 한다. 합창단원이 40명이 될 때까지.

김민준 지휘자는 동의대학교 음악학과(성악) 졸업, 동의대학교 일반대학원 합창지휘 박사과정 수료, 현, Yes Singers 단원, 에체르콰이어 합창단 지휘자라고 했다. 최민희 반주자는 지난해 남구평생확습관 점자교실에서 연이 닿아 반주를 맡게 되었다고 한다.

합창(合唱, chorus)이란 두 사람 이상이 함께 부르는 노래라고 할 수 있는데, 여러 사람이 하나의 성부를 소리를 맞추어 부르는 제창(齊唱)과 각 성부를 한 사람씩 맡아서 부르는 중창(重唱)도 합창이라고 할 수 있으나, 정확히는 다성악곡의 각 성부를 각각 두 사람 이상이 맡아서 부르는 것을 합창이라고 한다.

최민희 반주자. ⓒ이복남
최민희 반주자. ⓒ이복남

필자는 아르테합창단의 연습을 지켜보았다. 김민준 지휘자는 합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이 아니라며 오늘도 발성연습을 했다. 아아아아아, 호흡을 들여 마시고 멈추었다가, 노래하고.

지휘자는 오케스트라에서 튜닝을 무슨 악기로 하는지를 물었다. 오케스트라에서 공연을 하는 양이훈 트롬보니스트가 오보에라고 대답했다. 필자는 잘 모르는 이야기였다. 지휘자는 오보에가 제일 먼저 라(A)음을 불어 주고 그다음에 제1, 제2 바이올린 파트가 튜닝을 한다고 했다.

리듬, 멜로디, 하모니를 음악의 3요소라고 하는데 합창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하모니라고 했다. 이어서 그동안 몇 번 연습한 ‘아름다운 나라’를 연습했다. 아직은 인원이 얼마 되지 않으므로 남성과 여성 혼성부로 한 소절씩 연습했다.

‘아름다운 나라’는 2008년 한태수가 작곡, 편곡했고 채정은 작사, 신문희가 노래한 곡인데 각종 행사 등에서 조국찬가만큼 자주 연주되는 음악으로서 자리를 잡게 되었다고 한다. 편곡에 따라 가사 내용이 다를 수 있다고 한다.

<아름다운 나라>

1절

저 산자락에 긴 노을지면 / 걸음 걸음도 살며시 달님이 오시네

밤 달빛에도 참 어여뻐라 / 골목 골목 선 담장은 달빛을 반기네

겨울 눈꽃이 오롯이 앉으면 / 그 포근한 흰빛이 센 바람도 재우니

참 아름다운 많은 꿈이 있는 / 이 땅에 태어나서 행복한 내가 아니냐

큰 바다 있고 푸른 하늘 가진 / 이 땅 위에 사는 나는 행복한 사람 아니냐

2절

강 물빛소리 산 낙엽소리 / 천지 사방이 고우니 즐겁지 않은가

바람 꽃 소리 들풀 젖는 소리 / 아픈 청춘도 고우니 맘 즐겁지 않은가

참 아름다운 많은 꿈이 있는 / 이 땅에 태어나서 행복한 내가 아니냐

큰 바다 있고 푸른 하늘 가진 / 이 땅 위에 사는 나는 행복한 사람 아니냐

후렴구 (2절 뒤에만 사용)

큰 추위로 견뎌낸 나무의 뿌리가 / 봄 그리운 맘으로 푸르다

푸르게 더 푸르게 / 수만 잎을 피워내 한 줄기로 하늘까지 뻗어라

참 아름다운 많은 꿈이 있는 / 이 땅에 태어나서 행복한 내가 아니냐

큰 바다 있고 푸른 하늘 가진 / 이 땅 위에 사는 나는 행복한 사람 아니냐

아름다운 나라

즐겁게 노래하는 사람들. ⓒ이복남
즐겁게 노래하는 사람들. ⓒ이복남

아르테 합창 프로그램은 아르테문화복지회를 외부로 알리는 사실상의 첫 공식 프로그램이며, 아르테 합창단이 부산에서 전문적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려 음악 활동하는 디딤돌 역할이 될 수 있게 하는 것에 큰 의의를 둘 수 있다고 했다.

아르테합창단은 음악(노래)을 사랑하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려 음악적 여가 선용과 취미 생활로 심신 건강 증진과 전문 장애인합창단으로 성장,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 어울리는 사회 실현에 기여함이 목적이란다. 실력을 길러 국내 주요 합창대회(장애인 합창 대회 포함), 가요제, 찬양대회 등 각종 대회에 참가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로써 아르테문화복지회는 기존 연주자들의 특화 공연, 시각장애인을 위한 전공도서(의학도서) 제작, 합창 등 부산 유일 장애인 음악단체로 서서히 외부로 알려지는 데에 충분한 조건을 갖추어 가고 있다고 한다.

이 프로그램은 기존 프로그램과 달리 열약한 단체 현실에도 불구하고 강사비, 장소대여비 등 단체 자체 예산이 많이 투입되고 있으며, 회원들의 회비로 다소 도움이 되고 있으나 지속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독지가의 후원과 관련 기관의 지원을 바란다고 한다.

한편 단체 발전을 위해서는 모든 장애인이 접근 가능한 합창 연습 장소 찾기, 장애유형 확대 프로그램 개발, 사무(기획)업무 가능자 찾기 등 해결해야 할 중요 기초 과제가 산적해 있어 음악에 관심 있는 사람들의 많은 관심과 도움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합창단에 함께 하기를 원하는 부산, 김해, 양산 거주 장애인은 전화(010-9095-2648)로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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