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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시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제4회 정신장애인 목소리 환영대회’에서 발표하는 조호연 씨. ©에이블뉴스

“병이 발병해 폐쇄병동에 강제로 입원하게 됐고 하루하루 피폐해져 갔습니다. 퇴원을 했지만 지역사회에서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기관이 거의 없어 결국 입퇴원을 반복하게 됐습니다. 일을 하려니 사회적 편견도 자격제한도 어려움이 너무나 많습니다. 이제 이러한 현실이 바꿔야하지 않겠습니까.”

22일 오후 1시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제4회 정신장애인 목소리 환영대회’에서는 정신장애인들이 이같이 목소리를 높였다.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이 이처럼 목소리를 낸 이유는 스스로의 이야기를 통해 22대 국회에 자신들이 소망하고 갈구하는 요구들이 받아들여지도록 촉구하기 위해서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을 통해 동료지원센터 설치·운영 근거 마련과 퇴원 시 절차조력인 제도 등이 마련됐으나 여전히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이 강력하게 원하고 있는 강제입원으로 인한 입·퇴원 제도 개선과 입원 외 지역사회 서비스 도입 및 강화 등이 이뤄지고 있지 않고 있다.

오후 1시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제4회 정신장애인 목소리 환영대회’에서 발표하는 정신장애인 당사자 엄연옥 씨. ©에이블뉴스
오후 1시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제4회 정신장애인 목소리 환영대회’에서 발표하는 정신장애인 당사자 엄연옥 씨. ©에이블뉴스

"15년 전 처음 병이 발병했고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을 통해 폐쇄병동에 들어갔습니다. 생소한 병원환경에 적응할 수 없었고 점점 망가져가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법의 기간 제한으로 인해 6개월 만에 퇴원할 수 있었지만 그 기간동안 의사와의 면담만을 기다렸습니다. 유일한 소통의 창구이자 퇴원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꿈을 꾸게 해주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퇴원 후 약의 부작용으로 인해 약 복용을 거부했고 결국 입·퇴원을 반복했습니다. 나중에는 병원을 오가며 알게 된 보호자, 간호사, 당사자들과 소통을 통해 첫 입원했을 때처럼 피폐해지지 않을 수 있었지만, 지금도 내가 처음 발병했을 때 ‘병원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지원을 받을 수 있을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당사자도 가족도 상처받는 지금의 제도를 고쳐 폐쇄병동뿐만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도 치료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이동권 씨)

"남편과 사별하고 우울증이 발병했습니다. 아이들이 독립하고 집과 병원만을 오갔고 그 시간 속에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사회복지사의 도움으로 사회복지센터를 다녔지만 딱히 도움이 되지도, 내 마음에 변화를 일으키지도 않았습니다. 그냥 프로그램과 교육이 많아 집 밖으로 나가기 위해 몸을 움직였을 뿐이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를 가게 됐는데 그 곳은 나를 환자가 아니라 인간으로 대해주었습니다."

"나는 그곳에서는 정신장애인이나 정신질환자가 아니라 한 사람이자 동료였고 내 모든 것을 말할 수 있었습니다. 동료지원쉼터라는 곳도 알게 돼 이용했는데 불안과 두려움에 시달리던 집과는 달리 참 편하고 안정감을 주었습니다. 집과 병원만 오가고 복지센터를 다녀도 몸만 갈뿐 마음에 변화가 없던 나에게 동료지원센터와 동료지원쉼터는 세상 밖으로 나오도록 이끌어 사람을 만나게 해주었고 삶의 원동력을 만들어주었습니다."(엄연옥 씨)

정신장애인들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적어 놓은 환자복. ©에이블뉴스
정신장애인들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적어 놓은 환자복. ©에이블뉴스

또한 이날 정신장애인 목소리 환영대회에서는 정신장애인의 노동권 보장에 대한 당사자들의 이야기가 많은 공감과 호응을 받았다.

"노동은 삶의 굴레이기도 하지만 삶의 원동력이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은 아픈 주제에 노동이냐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정신장애인, 정신질환자도 노동하고 싶은 사람이 많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번 돈으로 생활을 하고 싶고 내 자신의 삶을 스스로 책임지고 싶습니다."

"많은 정신장애인은 인생의 공백을 겪게 됩니다. 정신질환 진단을 받고 자신의 어려움을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걸리니까요. 하지만 사회는 그 시간을 기다려주지도 이해해주지도 않습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정신장애인 당사자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사회가 이제 노동을 하고 싶다는 정신장애인들의 목소리에 응답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황태령 씨)

"저는 보호작업장에서 다른 사람들의 하루 일당을 한 달 원급으로 받으며 일했습니다. 단 돈 8만 원을 받으며 1년 10개월을 일했습니다. 이후에는 계약직으로 바뀌었는데 임금이 8만원에서 20만원으로 올랐습니다. 그렇게 일하다가 보호작업장 임직원들에게 제대로 돈 받을 수 있는 곳으로 가고 싶다고 요청해 보호작업장에서 나와 지금은 70만 원대 임금을 받고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제서야 밥 말고도 커피도 가끔 먹고 술도 가끔 한 잔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정부와 정치인들에게 요구하고 싶은 것은 하나입니다. 모든 장애인들이 일할 수 있도록 비장애인처럼 최저임금을 받을 수 있게 해달라는 마음뿐입니다."(조호연 씨)

이에 멘탈네트워크는 제4회 정신장애인 목소리 환영대회에 참석한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에서 이러한 정신장애인들의 요구가 담긴 정책제안서를 전달했다. 또한 향후 정신장애인들의 요구 실현과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을 위해 다른 당의 의원들과 만나고 논의해나갈 예정이다.

멘탈네트워크는 22일 오후 1시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제4회 정신장애인 목소리 환영대회’에서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에게 정책제안서를 전달했다. ©에이블뉴스
멘탈네트워크는 22일 오후 1시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제4회 정신장애인 목소리 환영대회’에서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에게 정책제안서를 전달했다.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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