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모’ 전석 회장이 ‘철권 8’ 게임을 즐기고 있는 모습. ©서인환
시각장애인들은 컴퓨터 게임을 할 수 있을까? 시각장애를 가지고 있어서 게임을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접근성을 제공하지 않아 게임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요즘 디지털 접근성이 강조되면서 시각장애인들이 게임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게임은 컴퓨터에서 할 수도 있고 전용 게임기에서 할 수도 있다. 게임기는 닌텐도(닌텐도, 폭스콘)와 플레이 스테이션(소니)으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게임기는 게임을 하는 데에도 사용하지만, 컴퓨터나 TV와 연결하여 건강 체조를 따라 배우기도 하고, 춤을 배우기도 한다. 그리고 각종 학습 교육과정도 제공한다.
‘철권 8’(반다이 남코 스튜디오 제작)은 게임 시작 전부터 모든 준비 과정을 음성으로 안내를 해 준다. 시각장애인이 컴퓨터를 사용할 때 화면을 읽어주는 것과 같은 기능을 음성(한국어)으로 설명해 주고, 각종 움직임은 음향으로 구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더 라스트 오버 어스 파트 2’ 리마스터(The last of Us Part II, Naughty Dog사 제작)는 플레이 스테이션 게임기 플랫폼과 PC에서 사용할 수 있는 모험 게임이다. 이 게임은 게이머가 허리우드 영화 속으로 들어가 주인공이 되어 모험을 하며 전투를 하는 즐거움과 경이로움을 준다.
이 게임은 가장 접근성을 완벽하게 갖추었다고 평가받고 있는데, 권총을 잡고 있는지, 산탄총을 갖고 있는지 등을 알려 주고, 심지어 총탄이 몇 알이 남았는지도 알려준다. 영화관에 온 것과 같은 거대한 음향과 OST, 탄탄한 스토리, 가상현실로 충분히 착각할 만한 화질을 자랑한다.
한 시각장애인은 이 게임을 경험해 보고 펑펑 울었다고 한다. 시각장애를 가지고 있어 문화생활에서는 늘 배제돼 왔었고, 특히 어릴 적부터 동년배들과 게임 한번 해 보지 못한 소외감을 가지고 있어 상처가 컸는데, 이런 게임을 쉽게 할 수 있다니 하는 경탄과 한을 푼 것과 같은 복받쳐 오르는 울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더 라스트 오버 어스 파트 2’는 총을 들고 진입할 때에 장애물이 있어 몸을 굽히고 굴러야 하는 곳에서는 ‘띵’하는 음향으로 알려준다. 플레이 스테이션은 조이스틱과 손과 발의 키보드 각각 2개를 조합하면 많은 행동을 구사할 수 있다. 이 게임은 메머드급 어드벤처 게임으로 긴 여정의 모험 속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내비게이션을 제공한다. 영화 속의 주인공이 된다는 것은 정체성과 주체성의 완성이다.
‘스텔라 브레이드’(시프트업사 제작) 게임도 시각장애인을 위한 접근성을 고려해 제작했다고 하여 시각장애인들이 직접 사용해 보니 매우 접근은 제한적이었고, 스토리를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제작 과정에서 시각장애인 당사자들의 직접 참여나 피드백이 부족한 결과가 아닌가 한다.
웹 접근성에 이어 화면해설과 키오스크 지능정보화 제품 접근성 등은 국내에서 거론되고 법적으로 일부 시행되고는 있으나, 말만 의무적이지 강제성이 부족하고 기업이나 정부의 참여도 매우 저조한 편이다. 그런데 외국의 게임사가 한국어로 게임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을 스스로 나서서 마련한 것을 보면, 우리의 정부 시책과 기업의 고객에 대한 배려는 아직도 묘연한 일이 아닌가 싶다. 한국어로 말하는 음성시계를 국내에서는 생산되지 않아 외국에서 구입하는 꼴이다. 디지털 강국이라는 한국의 민낯이고, 친화적이지 않은 한국의 포용의 허구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시각장애인들이 안마를 직업으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하루 종일 또는 밤새도록 손님을 기다려야 한다. 손님을 기다리는 지루한 시간을 달래기 위해 처음에는 게임의 내용도 파악하지 못한 채 게임기 버튼이나 자판만 무조건 ‘다다다다’ 두드려야 했다. 그러다가 상대가 쓰러지는 소리를 듣게 되는 것만으로도 쾌감을 느꼈다.
최근 게임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게임을 좋아하던 시각장애인 몇 명이 모임을 가지기로 했다. 지난해 5월 모임을 매주 갖기로 하고 단체 이름을 ‘이사모’(e스포츠를 사랑하는 모임)로 하기로 했다. 현재 정회원은 9명이며, 게임을 배우기 위해 찾아온 비회원들도 많다. 비회원들 게임이 어려워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도 있어 강습비 1만 원을 받고 3개월이 지나 회원으로 생존하게 되면 되돌려준다고 한다.
매주 토요일 오후 2시에 모여 대화하고 게임의 비법을 공유하고, 게임으로 서로 기량을 겨루기도 하는데, 모임 장소는 서울시각장애인연합회 종로지회 쉼터이다.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는 것을 보고 종로지회 정지훈 회장은 최초로 시각장애인 e스포츠 대회를 열어주기로 약속했다.
이 대회를 통해 시각장애인들도 게임을 즐길 권리가 있음을 천명하고, 전국에 흩어져 있는 시각장애인 게이머들을 모아 실태를 파악하는 계기도 마련하고, 게임문화를 즐기는 기회도 확장시켜 보자는 것이다.
오는 10월 19일 첫 대회를 열기로 하였는데, 기대하고 있는 참가자 수는 약 20명 정도이다. 게임 ‘스팀’(벨브 코퍼레이션사 제작)을 기준으로 전체 7단계 중 중간 이상이 되는 실력을 갖춘 이사모 회원들은 게임을 통해 도전의 쾌감을 만끽하고 있다. 전맹인 김정훈과 임강현, 저시력인인 전병윤 회원은 실력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1회 시각장애인 e스포츠 대회는 종로지회와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웹접근성인증평가원 등이 예산지원을 하기로 하였지만, 상금과 장비 대여 등 부족한 예산은 기업후원을 알아보기로 했다. 심사위원은 지인인 한신대 e스포츠융합과 대학원생이 맡기로 했다.
이번 대회에는 플레이 스테이션(약칭 플스)를 소지하고 참여하거나 주최측이 설치한 컴퓨터를 이용해서 시합을 한다. 게임은 ‘철권 8’이다. 시합은 개인전이며, 참여자가 많을 경우 예선전을 치를 계획이다.
격투기 게임으로는 스트리트 파이터 6, 킹 오버 파이터 15 등도 있지만, 실감 있게 잘 표현하고, 시각장애인의 접근성이 좋은 ‘철권 8’을 경기 종목으로 선택한 것이라고 한다.
국내 최초의 게임은 아마도 ‘고 백 점프’, ‘청기백기’가 아닌가 한다. 이 게임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도스 버전 음성합성보드를 개발한 디지콤사에서 음성으로 할 수 있는 게임을 보너스로 제공한 것이었다. 그 후로 시각장애인이 직접 ‘빙고게임’나 ‘뚜껑게임’을 만들어 사용하기도 했다.
미국 시각장애인연합회(NFB)에는 시각장애인의 보조기기 전시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세계 각국의 모든 제품들이 수집되어 있다. 전시된 제품의 총 시가로 약 300억에 달한다고 한다. 시각장애인 연구원들이 개발된 제품을 시연해 보고 평을 담은 잡지를 시각장애 회원들에게 보내어 정보를 제공하기도 하는데, 전시장 직원들도 게임을 즐긴다.
인간은 게임으로 소통을 배우고 사회성과 질서를 배우고, 지능을 발전시킨다. 갓난아기가 ‘잼잼 조막조막’부터 소통을 배운다. 시각장애인들은 여기서부터 차단되어 스스로 모든 것을 깨우치기 위한 투쟁을 해야 한다.
시각장애인들이 키보드를 마구 두드리며 보이지 않는 화면의 상대와의 싸움을 하는 것은 이 험한 세상에 홀로 시력을 사용하지 않고 살아야 하는 외로운 투쟁의 한 행동이 담겨 있는 것은 아닐까? 격투의 음향을 들으며 살아있음을 느낀 것은 아닐까? 스트레스를 풀고 게임을 즐기고 승리감을 느끼고, 문화를 향유하는 그 이상의 의미가 시각장애인의 게임에는 존재한다.
그리고 지금은 시각장애인들이 피아노를 쳐서 세상을 놀라게 했던 것처럼, 우리는 시각장애인 게임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시각장애인에게 찾아온 빛이 비시각장애인들에게 새로운 빛을 주고 있다.
이렇게 할 수 있다고 외치는 시각장애인들에게 게임 접근성의 외면은 얼마나 비정했던 행동인가? 디지털 접근성은 문명과 인간의 사명감으로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게임 세계에 시각장애인을 초대해서 함께 즐길 수 있을 때 우리는 디지털 포용을 논할 자격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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