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0일은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일이었다. 부산 기장군 정관읍 정관 LH4단지에 살고 있는 A 씨도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 장애인도 국민의 한 사람의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 전쟁 같은 하루를 뚫고 일어나서 4월 10일 11시 30분경 휠체어를 타고 집을 나섰다. 정관 LH4단지에는 가운데 어린이 놀이터가 있고 그 끝에 행정복지센터가 있는데 투표소는 행정복지센터에 있었다.

그런데 어린이 놀이터에서 연결된 행정복지센터로 가려면 15cm 정도의 턱이 있었다. A 씨는 휠체어를 이용하기 때문에 15cm 턱은 넘을 수가 없었다. 그동안 행정복지센터 투표소로 가는 길에는 임시경사로를 설치하므로 A 씨는 한 번도 투표를 거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투표를 하러 나왔기에 그냥 갈 수는 없어서 200m쯤 되는 곳으로 돌아서 투표는 했다. 그러면서 항상 경사로가 있었는데 오늘은 왜 없느냐고 했더니 행정복지센터 담당자가 깜빡하고 경사로를 설치하지 못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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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관 LH4단지 부근에 설치된 임시 경사로 앞면. ⓒ이복남

그러다가 담당자와 옥신각신 언성이 높아졌고, 1시간쯤 후에 선관위에서 임시경사로를 설치했다고 하더란다.

4월 11일 다음 날 어제의 분이 풀리지 않은 A 씨가 필자에게 하소연을 했다. 그 정도면 임시경사로가 아니라 상설경사로가 있어야 할 것 같아서 필자가 직접 정관 LH4단지에 나가 보았다.

그리고 “편의시설 차별 앞에 선 장애인의 비애”(에이블뉴스, 2024.04.19.)라는 기사를 쓰고 4월 22일 국민신문고에 “정관 LH4단지 행정복지센터 앞 편의시설 설치 요망”이라는 민원을 제기했다.

정관 LH4단지 부근에 설치된 임시경사로 옆면. ⓒ이복남
정관 LH4단지 부근에 설치된 임시경사로 옆면. ⓒ이복남

필자는 당연히 행정복지센터 임시경사로 설치 부분에 상설경사로가 설치될 줄 알았으나 한국토지주택공사의 답변은 불가였다.

누구나 자신의 입장에서 대답하겠지만 답변 내용은 정말 어이가 없었다.

한국토지주택공사의 답변. ⓒ이복남
한국토지주택공사의 답변. ⓒ이복남

“정관LH4단지 현장확인 결과 행정복지센터 좌측편에 휠체어로 갈 수 있는 진입로가 설치되어 있고, 고객님께서 말씀하신 휠체어 경사로는 선관위측에서 투표를 위해 임시로 설치한 경사로인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고객님의 요청사항에 대한 검토 결과, 해당 지점에 경사로를 설치하게 되면 회전구간에 이동하는 차량으로 인하여 입주민들의 사고발생이 우려됩니다. 이에 따라 경사로 설치는 불가함을 알려드립니다. 이점 혜량하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답변 : “고객님께서 말씀하신 휠체어 경사로는 선관위측에서 투표를 위해 임시로 설치한 경사로인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필자 : 휠체어 경사로는 투표를 위해 선관위에서 임시로 설치한 경사로라는 것이다. 장애인은 선거 때만 투표를 위해서 필요할 뿐이고 그 외에는 필요하지 않으므로 경사로 설치는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장애인은 사람이 아니고 단지 한표를 행사하는 투표인일 뿐이라는 거잖아.

답변 : “정관LH4단지 현장확인 결과 행정복지센터 좌측편에 휠체어로 갈 수 있는 진입로가 설치되어 있고”

◇필자 : 200m쯤 돌아가면 행정복지센터 좌측 편에 휠체어가 갈 수 있는 경사로가 있다. 누가 그걸 모르나. 그런데 두 다리가 성하고 걸을 수 있는 비장애인은 아무곳이나 건너갈 수 있고 심지어는 주차장에서 차량 사이로 비집고 건너갈 수도 있다. 그런데 장애인은 아무곳이나 다닐 수가 없으므로 먼 길을 돌아다녀야 한다면 이것이 평등이고 공정이란 말인가.

답변 : “고객님의 요청사항에 대한 검토 결과, 해당 지점에 경사로를 설치하게 되면 회전구간에 이동하는 차량으로 인하여 입주민들의 사고발생이 우려됩니다.”

◇필자 : 이 답변이 앞의 두 답변보다 더 어이가 없다. 임시경사로가 설치된 부분을 양쪽에서 경사로 횡단보도를 만들어서 휠체어가 다닐 수 있게 만들면 될 것이고, 그것이 어렵다면 경사로를 밖으로 설치할 것이 아니라 안으로 설치한다면 별문제가 없을 텐데 그야말로 이유 같지 않은 이유로 불가 사유를 들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는 다시 한번 검토하여 임시경사로 부분에 상설경사로를 설치해 주기 바란다.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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