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에게 자가운전은 신체적 약점을 보완해 이동성을 높일 수 있는 중요한 교통수단 중 하나이지만, 우리나라는 대중교통과 특별교통수단에 정책적 관심과 예산 지원이 집중되고 있어 장애인의 자가운전에 대한 지원은 뒷전인 상황이다.

이에 장애인 자가운전 활성화를 위해서는 다양한 장애인용 특수 차량 및 운전보조기기 개발, 차량 구입 및 개조 비용 지원을 확대, 장애인 자가운전 종합지원센터 도입 등 제도적·기술적·경제적·접근성 지원을 통해 기존 대중교통 중심에서 개인별 자가운전 지원으로 장애인 이동성 지원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도로교통공단과학연구원은 최근 ‘장애인 이동성 제고를 위한 자가운전 지원방안 연구 : 지체장애인을 중심으로’(책임연구원 정미경·김은영·최미선)를 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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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지역 내 이동 시 주 이용 교통수단. ⓒ도로교통공단과학연구원

장애인 인구 대비 운전 면허소지자 점유율 6.2% 불과

장애인 이동 수단은 보행, 대중교통, 특별교통수단, 자가운전 등이 있고 국내 장애인 자가운전 지원제도에는 무료 운전 교육, 근로 장애인 대상 운전보조기기 지원, 장애인 차량 구매 시 세제 감면 혜택, 주차 요금 및 고속도로 통행료 할인 등이 있다.

하지만 복지 및 교통정책에서 저상버스 도입 확대와 특별교통수단 운영 등에 정책적 관심과 예산 지원이 집중되고 있고 장애인 당사자의 자가운전은 중요도와 관심도가 낮은 것이 현실이다.

특히 장애인 이동 및 복지 측면에서 교통약자 이동편의 실태조사, 장애인 실태조사가 정기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나 자가운전에 대한 정보는 제한적으로 조사되고 있어 자가운전 실태를 종합적으로 파악하기 어렵다.

다만 2021년 기준 장애인 운전 면허 취득 현황을 살펴보면, 전체 인구 대비 운전 면허 소지자 점유율은 65.6%이나 장애인 인구 대비 면허소지자 점유율은 6.2%에 불과하며 운전 면허 취득 후 실제로 자가 운전하는 비율은 더욱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이번 연구에서는 장애인의 운전 면허 취득 및 취득 이후 자가운전 시도 과정에서에서 경험하는 제한요인과 요구사항을 도출하고 다양한 측면에서 지원방안을 도출하고자 국내외 장애인 이동 및 운전 관련 법제도 및 선행연구 검토와 집단심층 면접(FGI), 의견 조사를 실시했다.

장애인 운전현황. ⓒ도로교통공단과학연구원
장애인 운전현황. ⓒ도로교통공단과학연구원

‘건강·경제적 부담’ 장애인 자가운전을 가로막는 다양한 요인들

먼저 집단심층 면접 결과, 면허취득자 집단에서는 운전 교육 시간 확대 및 도로 연수 교육 필요성 등 운전 교육에 대한 요구가 많았으며 운동 능력 평가 기기의 낮은 사용성, 다양한 교육용 및 시험용 차량 구비에 대한 의견이 수집됐다.

또한 자가운전 시도가 어려운 이유는 경제적 요인이었으며 다음으로 차량 구입 및 유지비용 부담, 운전보조기기 장착 정보 부족, 추가적인 연수교육 필요, 가족의 걱정, 운전 자신감 부족 등이 확인됐다. 자가운전자 집단은 개인의 신체 상태, 기상 상황, 도착지 주변 주차 가능 여부 등에 따라 자가운전을 선택하고 있었다.

지체장애인 중 운전자 및 비운전자를 대상으로 한 의견조사에서는 운전자는 비운전자 보다 직업과 학력, 소득 수준이 높았고 운전자는 제1종 보통면허, 비운전자는 제2종 보통면허 취득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자가운전과 관련된 어려운 점으로 집단에 관계없이 차량 개조 및 차량 구입, 유지비용 부담에 대한 응답이 높았으며 지원방안으로도 차량 구입비 지원 확대에 대한 요구가 가장 많았다.

비운전자의 경우에는 경제적 측면 외에 운전 자신감 부족도 자가운전 제한요인에 포함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2개의 독립변수를 선정해 자가운전 영향 요인을 분석한 결과, 대중교통 이용 만족도가 낮고 가족의 걱정 수준이 낮고 운전 자신감 수준이 높으면 자가운전 확률이 높아졌다.

자가운전 휠체어 복지차량 운전석의 의자가 탑승이 편하도록 옆으로 내려오는 모습. ⓒ에이블뉴스DB
자가운전 휠체어 복지차량 운전석의 의자가 탑승이 편하도록 옆으로 내려오는 모습. ⓒ에이블뉴스DB

대중교통 중심→개인별 자가운전 지원 “장애인 이동지원 패러다임 전환 필요”

보고서는 “인간의 기본적 권리에 해당하는 이동권 보장을 위해서는 기존 대중교통 중심에서 개인별 자가운전 지원으로 장애인 이동성 지원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도적 측면에서 단기적으로는 장애인 운전 교육 관계기관 간 협조를 통해 운전 교육 담당 범위를 설정하고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이용자 편의성 및 실제 차량 운행을 고려해 운동능력평가기기의 사용성 및 판정기준을 개선해야 하고 개조 차량 대여 서비스, 장애인 자가운전 종합지원센터 도입 및 예산 지원 등 장애인 자가운전 지원방안이 현실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기술적 측면에서는 중앙 및 지역 보조기기센터를 통해 차량 개조 관련 정보의 종합적인 안내 및 체험을 제공해 장애인이 차량 구매 및 개조 과정에서 경험하는 어려움을 해소해야 한다. 또한 다양한 장애인용 특수 차량 및 운전보조기기를 개발하고 차량 출고 차량 개조나 운전보조기기 장착을 선택하면 개조돼 출고될 수 있도록 비포마켓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차량 구입 및 개조 비용 지원을 확대하고 국토교통부의 이동성 관련 예산 중 일부를 자가운전 지원에 활용하는 등 경제적 지원은 장애인 자가운전의 가장 큰 제한요인인 경제적 부담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접근성 측면에서 자가운전 종합 안내 리플렛 제작·배포를 통한 관련 정보 제공과 장애인 자가운전 전 과정을 지원하는 전담 기관인 장애인 자가운전 종합지원센터 도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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