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발달장애인에게 자기주도 예산을 지원하는 것은 성인발달장애인의 사람중심 계획(PCP)을 기반으로 자기주도예산 지원을 통해 지역에서 주도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사람중심 평생돌봄사업입니다.
이 사업에서는 장애인당사자의 특성, 강점, 선호, 꿈을 반영한 개인별지원계획을 함께 수립하고, 자기주도예산을 통한 지역사회 활동을 지원함으로써 당사자의 선택권과 자기결정권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자폐성장애인 아들은 지난 2023년 남부장애인복지관에서 사람중심 계획 자기주도예산 우리들의 출사표 6기 사업에 신청해서 대상자로 선정되어 4월부터 7월까지 400,000원을 지원 받았습니다.
프로그램에 참여해서 좋았던 점은 아들이 계획 없이 돈을 썼는데 돈을 어디에 얼마만큼 써야만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계획을 세워서 돈을 쓰고 그 결과를 꼼꼼하게 기록 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복지관 사회복지사님께서 기록할 수 있는 용지들을 처음 만났을 때 주셨습니다. 돈을 어디에 얼마만큼 쓸지 미리 계획하는 계획서는 처음에 작성했습니다. 그 계획서에 맞게 매일 활동 한 것을 쓰는 일지 형식과 쓴 돈을 적고 잔액을 계속 계산해야 하는 용돈기입장 형식 2가지를 받아서 매일 성실하게 기록했습니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발달장애인들은 모두 본인 이름으로 발급받은 체크카드만을 사용 할 수 있어서 아들은 바로 돈을 쓴 결과를 알 수 있는 체크카드로 결제 하면서 돈을 얼마 써서 얼마 남았는지를 실시간으로 체크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사용한 항목별로 구체적인 금액이 나와 있는 영수증을 반드시 챙겨야 나중에 돈을 받을 수 있어서 영수증을 꼼꼼하게 확인하는 습관도 생겼습니다.
아들이 프로그램 시작 할 시점에 체크카드가 연결되어 있는 통장에 미리 400,000원을 입금 해 두고 전액 다 소진하면 복지관에서 체크카드 영수증을 다 확인 한 후 프로그램 평가까지 종료 된 후에 400,000원을 아들 통장에 입금 해 주는 것입니다.
돈을 쓰기 전에 아들이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것을 구분 짓고 꼭 지출이 필요한 것인지 사회복지사와 상담을 통해 돈을 얼마나 어디에 쓸 것인지를 미리 계획서에 써 두고 거기에 맞게 지출을 했습니다.
계획적인 소비를 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4개월 동안 400,000원으로 재료비가 비싸서 항상 부담스러웠던 종로장애인 복지관에서 민화 배우는데 필요한 붓, 물감, 종이들을 샀습니다. 아들이 가고 싶었는데 입장료가 비싸서 그동안 가지 못했던 롯데 월드 전망대도 한 달에 한 번씩 갈 수 있었습니다. 남는 돈으로는 아들이 가장 원하는 가까운 인천 대부도, 무의도에 가서 땅을 파고 회집에서 온 가족이 맛있게 회를 먹고 돌아오는데 썼습니다.
아들은 단체 카톡이나 밴드에 거의 참여하지 않는 편인데 이 프로그램에서 개설한 네이버 밴드는 다른 사람들은 어디에 돈을 얼마큼 소비하고 있는지 무슨 활동을 주로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지 궁금했는지 자주 방문해서 다른 사람들이 올린 사진과 영상들을 보는 것을 재미있어 했습니다.
아들도 종로장애인복지관 민화수업에서 그린 민화들을 사진 찍어서 올리고 롯데타워 가서 찍은 사진 대부도와 무의도에 가서 땅을 파고 회를 먹은 사진과 영상을 올리면서 즐거워했습니다.
마지막에는 프로그램 평가회를 남부장애인복지관에서 했었는데 사회복지사님과 참여자들이 모두 모여서 그 동안의 활동들을 이야기하고 평가하는 자리였습니다. 아들에게는 무척 의미 있는 자리였습니다. 아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고 교류를 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올해에도 남부장애인복지관에서 자기주도예산 사업 신청자를 모집한다고 해서 신청 했는데 신청자들이 너무 많고 예산은 한정되어 있어서 작년에 참여했던 사람은 선정이 안 된다고 해서 실망이 컸습니다.
관악구장애인복지관에서도 100만원까지 사용 할 수 있는 자기주도예산 사업 참여자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 작년에 이어 올해도 신청했는데 탈락했습니다. 내년에는 될 것이라는 희망을 안고 내년에 다시 또 신청하기로 했습니다.
발달장애인들에게 개인예산제가 필요한 이유는 장애인복지관이나 장애인 자립생활센터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들은 다양한 발달장애인들의 필요와 욕구를 다 담아내지는 못한다는 것입니다.
제 아들은 자폐성장애인인데 복지관 프로그램들을 참여 하려고 해도 시간이 안 맞거나 흥미나 욕구에 맞지 않아서 참여할 수 없는 것들이 많습니다. 복지관에서 자폐성장애인들을 위한 직업교육 프로그램으로 가장 많이 하는 것이 바리스타와 제과제빵입니다.
아들은 중학교 때부터 특수반에서 시간이 있을 때마다 바리스타와 제과제빵 학원에 가서 커피와 빵 만드는 것을 배웠습니다. 전혀 흥미와 관심이 없었습니다. 비장애인들의 흥미와 필요와 요구가 다양하듯이 장애인들도 똑같지 않습니다. 각자의 흥미와 필요와 요구 하고 싶은 것과 꿈이 너무 많이 다릅니다.
왜 같은 발달장애인들은 모두 같은 능력과 흥미와 요구가 있을 것이라고 단정 짓고 같은 프로그램들만 계속 모든 복지관들에서 하고 있는지 답답합니다.
발달장애인들의 개인적인 능력 필요와 요구에 맞게 계획을 세워서 지출 할 수 있는 자기주도예산을 실행하는 프로그램에 좀 더 많은 발달장애인들이 참여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아들도 내년 그 이후에는 계속 참여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들이 그린 작품. ©황병순
아들이 그린 작품. ©황병순
아들이 그린 작품. ©황병순
아들이 그린 작품. ©황병순
땅 파는 걸 좋아 하는 아들. ©황병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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