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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걸 어떻게 해? 시설에 버려?”

남성 양육자가 여성 양육자와 말다툼하다 흘린 말이다. ‘저게' 누굴 의미하는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자신이 보기에 내가 사람 구실을 하지 못하니 시설에 갖다 버리는 방법도 생각해보자는 취지였다.

나는 미등록 정신장애인이다. 팬데믹이 시작되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고 더 심해진 폭력과 학대와 모욕 때문에 이성의 끈이 타들어 가고 있었다. 남성 양육자, 여성 양육자와 한 공간에 있는 것 자체가 고통이었다.

정신과 진료를 받기 시작했을 때는 정신과 진단이 나오면 내가 얼마나 고통받는지 남성 양육자가 알고 폭력을 줄일지도 모른다는 기대도 해봤다. 실제로 정신과 진단이 나왔고, 놀란 남성 양육자가 행동을 고칠 기미를 보였다. 여성 양육자도 옆에서 ‘아빠가 바뀌었다’면서 바람을 넣었다.

헛된 기대였다. 교묘하게 학대를 음지로 돌렸을 뿐이었다. 남성 양육자가 에둘러서 모욕적인 말을 할 때 따지고 들면 ‘마음이 아파서 내 말을 오해한다’면서 정신과 진단으로 드러난 나의 고통까지도 본인 책임을 회피하는 데 이용해 먹었다.

매일 밤 고통과 모욕감이 역겨움으로 변해서 내 몸에 쌓이는 느낌이었다. 밤이 되어도 잠이 오지 않아서 생활 리듬이 망가졌다. 차곡차곡 몸에 쌓여가는 역겨움을 몸 밖으로 빼내 보겠다고 몸을 새우처럼 말고 몸부림쳤지만 아무 소용도 없었다.

여성 양육자가 ‘제때 잠을 자게 만들겠다’는 핑계로 내 동의 없이 침대에 기어들어 왔다. 내가 거부해도 막무가내로 버텼다. 내 옆에 누워서 내가 잠들 때까지 나가지 않겠다고 했다. 이렇게 있다고 잠이 오는 것도 아니고, 괴롭기만 해서 나가고 싶다고 충분히 설명했다. 그런데 여성 양육자가 나를 막았다.

어떻게 막았는지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물리적으로 막기도 했고 말 한마디 했는데 내가 알아서 다시 기어들어 간 적도 있다. 새벽 3시쯤 여성 양육자의 눈을 피해 침대에서 나가니까 어디선가 나를 보고 있다가 다시 침대로 들어가라고 했다. 호러 영화가 따로 없었다.

남성 양육자가 와서 뭘 하고 있냐고 물어보니까 “00이를 재우고 들어가겠다”고 했다. 남성 양육자조차 애도 아닌데 그만하라는 취지의 말을 하고 돌아갔다. 여성 양육자는 20살 성인이었던 나를 어린아이로 만들었고, 나는 저항하는 방법을 몰랐다.

그만하라고 해도 “이렇게 하면 네가 잠을 잘 잔다”면서 계속 침대로 기어들어 왔다. 실제로 여성 양육자가 나를 감시하고 있으면 어떤 날은 금방 잠드는 것 같았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잠든 게 아니었다. 건물에서 한 번에 전기를 너무 많이 사용하면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서 두꺼비집이 내려가 전류를 차단한다. 더 이상의 폭력을 피하기 위해 기절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정신장애를 빌미로, ‘걱정된다’는 핑계로, 내 몸을 모욕하고 나를 어린아이 취급한 여성 양육자를 용서할 수 없다. 나를 ‘저거’라고 부르면서 시설에 보내겠다고 협박한 남성 양육자를 용서할 수 없다.

만약 장애를 빌미로 가족 내에서 인권을 짓밟혀본 독자가 있다면 당신이 당한 일은 학대였고,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학대가 훈육이 될 수 없으며,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장애를 약점으로 잡아서 자식을 통제하고 협박하는 ‘부모’들에게 이 지면을 빌어 말한다. 나중에 자식한테 용서받을 생각은 꿈에도 하지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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