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 탁구선수 박채유 씨. ⓒ에이블뉴스
초등학교 시절부터 운동선수를 꿈꿔오던 발달장애인 박채유 씨(남, 24세). 그는 어느새 5년 차 탁구선수로 활동하고 있다.
박채유 씨는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운동을 좋아했고 운동선수를 목표로 했지만, 신체장애인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장애전문체육 영역에서 그 꿈에 다가가기는 쉽지 않았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되자 진지하게 취업을 생각해야 할 시기가 왔고 그는 행복한우리복지관에서 진행하고 교육부와 한국장애인개발원이 지원하는 ‘장애학생 현장중심 맞춤형일자리사업’에 참여해 물감통 조립 및 스티커 부착, 포장 등의 업무를 수행했다. 이것이 행복한우리복지관(이하 복지관)과의 첫 만남이었다.
비록 자신이 목표로 하던 운동선수는 아니었지만 박채유 씨는 자신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했다. 학생이었던 시기였음에도 꾀를 부리지 않고 착실히 업무를 수행했고 당시 사업체 관계자는 그 모습을 칭찬하며 채용 의사까지 보였다.
하지만 그는 운동선수가 되고 싶었다. 특히 복지관과 처음 상담했을 때 운동선수로 취업한 사람들이 있다고 들어 더더욱 포기할 수 없었다.
박채유 씨의 탁구 훈련 모습. 한국장애인개발원
장애학생 현장중심 맞춤형일자리사업이 끝나고 성인이 된 이후 다시 복지관과 취업에 대해 상담했을 때도 그는 자신의 의사를 강하게 피력했다. “운동선수가 되고 싶어요.”
당시 취업연계가 가능한 운동선수 직무가 없었고 상대적으로 직업적 경험이 적었던 박채유 씨를 위해 복지관은 복지부와 한국장애인개발원에서 진행하는 장애인복지일자리사업으로 ‘생활체육 보조코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향후 운동선수로 취업하더라도 장기적으로 취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경험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장애학생 현장중심 맞춤형일자리사업을 할 때도 복지일자리사업에 참여할 때도 채유 씨의 태도는 그대로였다. 언제나 자신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했고 언젠가 운동선수가 되기 위해 일이 모두 끝난 뒤에는 개인 연습에 몰두했다. 특히 장애학생 현장중심 맞춤형일자리사업에 참여하던 고등학교 3학년 때에는 장애학생을 대상으로 한 탁구/쇼트트랙 대회에 나가서 꾸준히 입상을 하기도 했다.
기회는 꽤 빨리 찾아왔다. 2020년 말 롯데글로벌로지스가 탁구 종목의 직업운동선수를 채용하고 있었고 복지관은 바로 박채유 씨를 추천했다. 그의 입상경력과 실력을 본 롯데글로벌로지스는 2020년 11월 그를 채용했고, 채유 씨의 운동선수로서의 인생이 시작됐다.
박채유 씨의 일과는 단순하다면 단순하다. 오전 8시 30분 복지관에 도착해 준비를 하고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 30분까지 운동을 한다. 만약 그날 운동이 충분하다고 생각되지 않으면 퇴근하지 않고 개인훈련을 소화한다.
박채유 씨가 수상한 메달 사진. ⓒ한국장애인개발원
직업운동선수가 된 이후 그는 자신의 발전을 위해 꾸준히 노력했다. 그 결과 2021년 스페셜올림픽 코리아 탁구 대회에서 단식경기 은메달과 복식경기 및 혼합경기 금메달을 따냈고 2022년 스페셜올림픽 코리아 탁구 대회에서는 단식, 복식, 혼합경기 모두 금메달을 획득하는 쾌거를 이뤘냈다.
이렇게 실력을 입증한 박채유 씨는 2023년 베를린 스페셜올림픽 세계 하계대회에 출전했고 단식 종목에서 동메달, 복식 종목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채유 씨가 학생이던 시절부터 직업재활을 지원했던 행복한우리복지관 김보연 장애인재활상담사는 “채유 씨는 학생일 때도 열정적으로 실습에 임했고 성인이 되고 나서도 항상 열심히 했다. 훈련도 마찬가지다. 대회를 나갈 때마다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지만 자만하지 않고 묵묵히 열심히 훈련을 이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바뀐 것이 있다면 처음 학생 때 낯을 많이 가리던 모습과는 달리 직업을 갖고 사람들과 교류해 가며 지금은 장난도 많이 칠 정도로 활발해졌다”며 웃었다. 특히 퇴근 후에 복지관 체육관에서 근로 동료들과 함께 놀고 앞장서는 모습을 보면 정말 많이 달리진 모습을 느낀다고.
아울러 “현재 복지관은 주 1회 직업교육을 실시하는 등 사후관리를 하고 있고 재활스포츠팀에서도 채유가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면서 “취업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 취업을 유지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채유 씨가 처음 복지관과 인연을 맺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직업운동선수로서 활동하는데 탄탄한 발판을 마련해주고자 노력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가족분들과 소속 회사인 롯데글로벌로지스도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특히 롯데글로벌로지스의 경우 채유 씨가 회사에 대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각종 복리후생을 지원해주고 간간이 복지관에 방문하거나 회사에 초청해 열렬한 응원을 보내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회에 계속해서 입상하며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박채유 씨에게 다음 목표가 있느냐고 묻자 채유 씨는 “저번 2023년 베를린 스페셜올림픽에서는 복식에서는 금메달을 획득했지만 단식에서는 동메달에 그쳤다”며, “2027년 산티아고 스페셜올림픽에서는 단식과 복식 모두 금메달을 목에 걸고 싶다”며 눈을 빛냈다.
또한 운동선수를 꿈꾸고 있는 장애인 당사자들에게 “나는 어렸을 때 심한 뇌병변장애 판정을 받고 걷기 위해 운동치료를 시작했다. 차츰 걷게 되고 좋아지면서 그때부터 다양한 운동을 시작했고 좋아했다. 그렇게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고 지금의 내가 될 수 있었다.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포기하지 않는다면 다른 분들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박채유 씨의 이야기는 한국장애인개발원 ‘2024년 중증장애인직업재활지원사업 취업 우수사례 공모’ 우수상에 선정됐다. 중증장애인직업재활지원사업은 한국장애인개발원이 2008년 보건복지부로부터 위탁 받아 총괄 수행 기관으로 선정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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