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새해가 떠오른 것이 어제 같았는데, 매우 많은 일을 치르고 보니 벌써 12월이 되었습니다. 저도 1월 초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1월부터 12월까지 큰 뉴스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와 한 달도 지치지 않은 해가 되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암살 미수 사건부터 시작해서 이번 12.3 내란 파동까지 쉴새 없이 한 해를 보냈기 때문입니다.
23일 서울 서대문구 동북아역사재단 사무실에 배정받은 필자의 자리 ⓒ장지용
저도 쉴새 없이 한 해를 보내 올해는 직장을 사실상 계절에 한 번씩 옮겨 다니는 수준으로 일할 수준이었고, 쉬는 기간은 약 4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이제 23일 동북아역사재단으로 합류하게 되어 이곳에서의 새로운 이야기를 써 내려가게 되었습니다. 그 대신 지난 20일 저는 소중했던 더불어민주당 당적을 정리하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동북아역사재단이 교육부 소속기관이기 때문에 공공기관 적용을 받아, 당적 보유가 금지되기 때문입니다.
올해 장애계는 그야말로 쉴 새 없는 한 해를 보낸 느낌입니다. 그래도 큰 성과를 네 가지 꼽아보면 총선·패럴림픽·개인예산제·접근권 판결을 꼽고 싶습니다.
먼저 지난 4.10 총선에서 이번에는 장애계 비례대표가 상대적으로 전면배치되어 당선인 숫자가 꽤 있었고, 장애인 당사자의 부모이거나 전문가 등 관련된 의원들까지 포함하면 인원수가 상당한 편입니다. 단지, 지금 정치적 상황 변화로 정치적 변화가 어떻게 될지는 미지수의 영역으로 갑자기 편입되었습니다.
2024 파리 패럴림픽에서도 지난 도쿄 때의 부실한 성과를 딛고 꽤 좋은 성적을 거둔 것도 성과라면 성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사격 종목의 성장이 눈에 띌 수준으로 드러나게 되어, 새로운 전략 종목으로 떠오르게 되었습니다. 장기적으로 20위 이상의 성적을 낼 수 있도록 하는 분발이 2028 LA 패럴림픽의 과제일 것입니다.
이와 비슷하게 이달 1일부터 8일까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제10회 아시아태평양농아인경기대회도 꽤 좋은 성과를 거뒀다는 소식을 통해 나름 내년 11월 도쿄 데플림픽에서의 좋은 성과를 예상해볼 수 있는 기대감을 품어봅니다.
정책면에서도 제가 원하는 방법까지는 아니었지만 장애인개인예산제를 도입한 것은 2024년 장애계의 최대 성과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개인예산제는 장애인 정책의 틀을 개인 맞춤으로 전환하는 방식의 첫걸음이 될 수 있으므로, 앞으로도 확대 시행할 가치는 충분할 것입니다. 다만 현재의 방식으로는 실질적으로 장애 대중에 보급돼있지 않아, 장애 대중 대다수가 적용받을 수 있는 모델을 제대로 만드는 것이 과제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 19일의 접근권 판결은 최종 판결 내용은 약간 김이 새는 10만 원 배상이라는 약간은 아쉬운 느낌이었지만, 그러한 공식적인 판결의 형식보다는 장애인에 대한 책임을 국가와 사회도 함께 져야 한다는 결론을 사법부가 판단하는 것에 의미를 둬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10만 원 배상은 그 상징적인 의미인 듯합니다.
이번 판결로 어쨌든 ‘판례’가 생겼기 때문에, 판례를 상대적으로 크게 중시하는 한국 사법 특성상 앞으로 관련된 장애 관련으로 국가의 책임을 더 크게 물을 수 있는 명분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명분이라는 것은 매우 중요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사소한 것이지만, estas가 수식어를 그냥 ‘자폐인 (자조)모임’으로 변경한 것도 나름 성과였습니다. 과거 ‘성인’을 강조해야 했을 정도로 사회적 인식이 이뤄지지 않았던 성인 자폐인의 존재를 이제 사회적으로 공인받게 되면서 estas도 이러한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estas는 최근 관련 회의 등에서 “우리는 이제 ‘조별 과제 그룹’ 수준을 넘었다. 이제 한국 발달장애계를 대표하는 당사자 그룹으로 성장했고 외부도 알 정도다”는 이야기를 회원들이 스스럼없이 할 정도였으니 말입니다.
저도 올해 최대 성과를 꼽으면 먼저 지난 8월 2018년 이후 처음으로 재직 중인 상태에서 정기 여름휴가를 보냈다는 점을 들고 싶습니다. 비장애인 노동자도 마찬가지이기는 하지만, 일정 시점에 정기 여름휴가를 갈 수 있는 것은 좋은 일이기도 하며, 앞으로도 장애인 노동자도 정기 여름휴가를 갈 수 있으면 갈 수 있게끔 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재직 중에 휴가를 가는 것이 좋은 일이었는데, 그래도 국내 여행으로나마 재직 중에 정기 여름휴가를 다녀온 것은 좋은 일이었다고 봅니다. 지난 10월의 일본 방문 당시에는 소속 직장이 없었습니다.
그다음으로 연초에는 1만 원밖에 없었던 ‘깡통 계좌’에 가까웠던 제 예비재정 계좌인 ‘대외대충자금’ 계좌가 그나마 보충되었다는 점을 들고 싶습니다. 2023년 이맘때는 제 예비재정이 거의 ‘0원’에 가까운 수준으로 재정 손실이 매우 컸던 시점이었습니다. 그렇게 2024년 새해를 맞이하게 되었는데, 월급을 절약하고 외부 강연·기고 등의 수익을 모조리 모아서 ‘대외대충자금’에 적립해 금융 보안상 정확한 금액은 알려드릴 수 없지만, 제 예상보다 많은 돈을 모았습니다.
직장 사정이 안정되면 2025년에는 추석 휴가 일정을 조정하고 소속사에 휴가를 며칠 신청하는 조건으로 제가 ‘작전명 퀸덤 계획’이라고 붙여놓은 런던 여행 계획을 실행하는 동시에 약간의 일정을 떼서 스코틀랜드 자폐인 친구들을 만나러 갈 생각을 벌써 품어봅니다. 아니면 그 돈으로 윈도 10 기술지원 종료에 발맞춰 새 데스크톱 PC를 장만하는 것도 대안이 될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외부 사정 때문에 잦았지만, 직장 일에 상대적으로 구멍이 덜 뚫렸다는 점이 있을 것입니다. 특히 과거에는 반년 가까이 직업훈련이나 직장 없이 지낸 적도 있었는데, 올해는 가장 길어야 2달 좀 남짓밖에 되지 않아 일정에 큰 변수가 없었던 것이 다행이라 하겠습니다.
게다가 3월부터 9월까지 일자리가 거의 끊김 없이 다닐 수 있게 되었던 일은 매우 행운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운 좋은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덕택에 올해 봄·여름은 그래도 편했던 시절이었다고 평가합니다. 이제 동북아역사재단 합류로 2025년에는 사시사철 직장생활을 할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렇지만 올해 안 좋은 일도 여러 가지 경험했습니다.
사회적으로 거의 총만 안 들었을 뿐 거의 내전 수준의 대립은 그야말로 훗날 역사가 비판하게 될 일이 될 것입니다. 그 내전 수준인 대립의 극한이 바로 지난 12.3 내란 사태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장애계를 둘러싼 대립도 꽤 큰일이었습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투쟁은 계속 장애계를 이러한 대립의 수렁에 빠뜨리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대립은 이제 국제전으로 끌고 가려는 분위기이지만, 쉽사리 뭔가 타협안을 내놓기에는 평행선은 너무 크게 그어졌습니다.
외부의 공격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연초부터 부산광역시 북구청장의 발달장애 비하 발언 파동은 estas까지 성명서를 쓸 정도의 발달장애계를 들끓게 한 사건이었습니다. 그 외에도 사회적으로 책임을 다하지 않으려는 태도가 엿보이는 서울사회서비스원 폐지 파동 등은 2025년에도 장애계가 좋은 흐름으로 가지 않을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예고편이었을 것입니다.
저도 올해 겪은 어려움으로 먼저 직장을 계절에 한 번씩 옮겨 다닐 정도로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하지 못했다는 점은 슬픈 일이라 하겠습니다. 앞서 말한 대로 2025년에는 직장생활에 큰 변동이 없길 바랄 뿐입니다. 이 직장 사정의 불안정함은 다른 생활에도 영향을 끼쳐서, 주한영국문화원 어학원 등록 계획이 무산돼 영어 공부를 좀 더 하려 했더니만 잘 안된 아쉬운 일이 있었습니다.
제가 추진 중인 에피소드 에세이 《파란만장 자폐인》 프로젝트가 이런저런 과정에서 원고는 완성되었지만, 출판이 좌초될 정도의 위기는 큰 실패라고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세 번이나 원고에서 ‘물먹은’ 사태가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괜찮은 장애 관련 출판사가 있으시면 제게 연락 주셔도 좋습니다!
8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BBC 프롬스 코리아 라스트 나이트' 행사 중 관객들이 연주를 맡은 BBC 스코틀랜드 교향악단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장지용
그래도 역사는 물 흐르듯이 유유히 지나가 이제 2025년이 됩니다. 2025년에는 우리 모두 박수받을 수 있는 한 해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2025년에는 개인적으로는 직장과 돈 등 제반 사정이 조금이라도 안정으로 갈 수 있는 상황이 되고 1월 2일과 12월 31일 모두 소속 직장이 같은 동북아역사재단에 있기를 바라는 것이 제 소망입니다. 그 외에도 일정이 편안해져서 휴가 일정도 잘 짜서 다녀오고, 특히 ‘작전명 퀸덤’ 계획으로 추진 중인 영국 여행 계획이 잘 성사될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렇게 저도 박수받을 수 있는 삶을 2025년에는 살아보길 빕니다.
사회적으로는 12.3 내란 사태 대통령 윤석열 탄핵 인용으로 흘러가면 무사히 새 대통령 취임과 뒷정리로, 탄핵 기각으로 흘러가면 정신 차리고 남은 임기를 잘하는 것을 바랄 뿐입니다. 사실상 사회적으로 크게 바라는 것을 요약하면 ‘오늘도 무사히’이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것이 어떠한 결말로 흐르든 간에, 세계가 대한민국에 박수 보낼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장애계에서는 예산 확대 기원 이런 것은 바라지 않고, 그저 2025년에는 큰 논란이 일어나지 않고 조용하고 차분하게 대중 속으로 장애계가 잘 스며들 수 있고 주위에서도 긍정적인 장애 인식 등이 형성되는 것이 바라는 것입니다. 2025년에는 정치 상황에는 별 기대할 일이 없으므로 정책이나 예산보다는 대중들의 장애 인식 같은 이슈에서 더 큰 변화가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렇게 2025년 장애계가 대중들의 지지를 받으며 박수받을 수 있기를 빕니다.
그렇게 다시 2025년으로 흘러갑니다. 2025년에는 우리 모두 박수받을 수 있는 한 해가 될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2025년 이맘때는 우리 모두 박수받은 이야기를 풀어놓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아, 물론 〈장지용 앞에 벌어진 파란만장한 삶과 세상〉은 2025년에도 여러분과 함께합니다. 사정상 여러 활동에 지장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2025년에도 가끔 몇몇 장애 관련 행사 때 인사드릴 수 있었으면 합니다. 언제나 이야기하지만, ‘더 빵 터지게’ ‘더 울림 있게’ 그리고 가장 중요한 ‘더 장지용적인’ 이야기를 만나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는 2025년 1월 1일 동트는 모습을 지켜보도록 합시다. 2025년에도 우리 함께해요!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