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2월은 보통 추운 것이 아닐 것입니다. 그 12.3 내란 사태는 결국 윤석열 대통령 탄핵 소추 회부로 일단은 겨우 위기를 모면했고, 이제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이 모든 운명의 결말이 있을 것입니다. 법조인들은 십중팔구 인용, 즉 파면이 며칠에 선고되냐가 문제일 것이라고 다들 이야기하더군요. 물론 윤 대통령의 운명은 제가 지면으로 말하기에는 잔인한 결말이 더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장애계의 일에서는 그야말로 ‘핵폭탄’을 맞아버린 수준이었을 것입니다. 내란 사태에 이은 탄핵, 탄핵이 설사 인용되면 또 조기 대선을 치러야 하니까 2025년은 사실상 대 정부 일정은 사실상 ‘올 스톱’, 즉 전면 중단 상황일 것입니다.

일단 정부는 대통령의 업무는 중지되었고, 대통령 권한대행이라는 직무는 사실 결과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하는 일에 도장 찍어주는 일’에 가까울 것입니다. 즉, 정책 등은 앞으로도, 뒤로도 갈 수 없이 하던 일을 계속 진행하고 무사히 시간이 흘러 수습하는 것이 목표인 시간입니다.

27일 그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한덕수 국무총리까지 덤으로 탄핵안이 가결된 것 자체가 사실상 정치적으로는 쉽게 해결될 수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이제 그렇게 힘의 대결만이 남아있는 셈입니다.

거기에, 설사 대통령 탄핵 인용이라도 되면 또다시 최대 60일이라는 대통령선거 준비 시간이 걸립니다. 갑자기 대통령선거 입후보자 경선부터 치러야 하는 상황에서 장애계가 건드릴 시간은 너무 촉박한 셈입니다. 그렇다고 다시 대통령선거를 치르고 나서도 당선인이 어쨌든 취임하면 또 국정기획 등을 해야 하니 사실상 2025년은 무엇이고 뭐고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입니다.

이미 지난 2017년 정권 인수할 시간도 없이 부랴부랴 대통령 취임선서를 하고 국정기획자문위원회를 꾸려서 새 정부 기초를 다지는데도 2017년 7월 14일에야 겨우 끝낼 수 있었습니다. 그 3월 10일 박근혜 탄핵 인용으로부터 세면 거의 3개월의 추가 시간이 걸린 전례를 참조할 필요가 있습니다.

헌법재판소 결정 속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법률 규정인 180일 내 헌법재판소 선고와 60일 내 대통령선거 시행에 대통령선거 직후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설치 후 활동 기간 50일(문재인 정부 기준)을 고려하면 사실상 2025년은 ‘혼란 수습하다가 한 해가 다 가버리는’ 수준이 될 것입니다. 극단적으로 최대 시한까지 끌고 가는 장기전으로 흘렀다가는 이 사태의 완전한 수습은 2025년 가을 즈음은 되어야 겨우 끝날 지경일 것입니다. 또 가을이 되면 2026년 준비에도 들어가야 하니 사실상 2025년에는 ‘할 일이 결국 준비만 하다 끝나는 것’뿐일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장애계는 사실상 2025년은 ‘없는 시간’이 되어버린 셈입니다. 관련 예산 편성은 고사하고 정책 방향을 바꾸는 것 자체가 일이 될 것이며, 장애계도 일부 기관장 교체 등 대규모 변화를 겪을 것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탄핵 인용 가능성이 거의 십중팔구의 운명으로 흐르는 이상, 사실상 2025년 장애계는 정책 관련 투쟁을 하는 것보다 오히려 강제 휴식과 재편성의 시간으로 흐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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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5일 KOVO컵 프로배구대회 남자부 A조 제6경기 대한항공 대 현대캐피탈 경기 도중 작전타임 과정에서 선수들을 소집한 대한항공 토미 틸리카이넨(Tommi Tiilikainen) 감독. 해당 경기는 세트 스코어 3 - 2로 대한항공이 승리했다. ⓒSBS 스포츠 중계 화면 갈무리

어떻게 보면 장애계는 졸지에 2025년 한 해를 ‘작전타임’만 하다가 한 해 다 가는 신세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어떻게 보면 장애계의 반격을 준비할 시간도 주어진 셈이기도 합니다. 그동안 쌓였던 문제 등을 잠깐 탁상 위에 올려놓고, 새로운 작전과 전략, 상황 등을 다시 짜서 2025년 대통령선거 즈음부터 본격적으로 움직여 2026년이 되면 바로 실행할 수 있게 하는 그런 시간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장애계 각 단체는 일단 2025년은 새로운 활동보다는 내부 역량 강화 등 내부 활동을 좀 더 많이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또한, 기존 사업의 유지에 신경을 쓰고 정치적 상황 변화에 귀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무리하게 대정부 투쟁 등을 하는 것은 2025년에는 별로 추천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정치적 변화가 확실히 예정된 상황이고, 정치적 여론을 끌어보려고 무리한 행동을 했다가는 정치적 반감을 사 결국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투쟁 위주의 성향을 가진 장애계 단체는, 무리한 투쟁은 언론의 관심은 끌지언정 여론을 바꾸기에는 대중 여론을 고려해야 하며, 이제 투쟁 만능주의 성향은 점점 저물어가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지하철 점거보다 차라리 인터넷 문화에 장애 관련 코드를 넣어 자연히 인터넷 문화에 장애 관련 인식 등이나 논리가 인식되는 투쟁이 더 대중에게는 와닿을 것입니다.

정부와의 교섭은 당분간 무리일 것이고, 국회도 결과적으로 대통령선거까지 집중하다 보면 결국 장애계까지 챙겨줄 일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의견만 듣고 끝낼 공산입니다.

지금으로선, 갑자기 경기 흐름이 바뀌는 바람에 감독이 갑자기 작전타임을 불러 선수들을 소집시키는 그런 상황과 매우 닮았으니 말이죠. 그래서 2025년에는 무리한 정치적 행동보다, 내실을 다지고 논리를 강화하는데 집중하는 ‘작전타임’의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