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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D-9로 보는 자폐인·신경다양인 인권실태 토론회’ 전경. ⓒestas Youtube 동영상 캡처

【에이블뉴스 이원무 칼럼니스트】 지난주 목요일인 1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KCD-9로 보는 자폐·신경다양인 인권실태 토론회'가 있었고, 거기서 의미 있는 이야기들이 오고 갔다. 필자도 이 토론회에 참석하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해서 들었는데, 언어라는 게 얼마나 사람의 삶을 좌지우지하는지 새삼스럽지만, 다시금 느껴 소중한 시간이었다. 일단 발제 내용 등을 얘기하고서 필자의 느낌을 나누고자 한다.

그 전에 먼저 ICD와 KCD를 간단히 언급하겠다. ICD는 국제질병분류(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Diseases)며, 이를 한국의 의료 환경과 정책에 맞게 수정·보완한 것이 KCD(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Korean Standard Classification of Diseases)다. 이 KCD는 5년마다 개정되고, 개정되기 직전 해인 7월에 공포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내년 1월 1일부터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9차 개정안인 KCD-9이 시행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먼저 고려대학교 교육학과 김소윤 교수의 발제가 있었다. 김 교수는 ICD-10에서 소아기 자폐증, 아스퍼거 증후군, 비정형 자폐  DSM-IV와 유사하게 자폐를 세분화했고, 최근 2022년도엔 ICD-11에서 DSM-V와 유사하게 자폐 세부 장애 명을 자폐스펙트럼장애로 통합했는데, 현재 국내 KCD 체제는 소아기 자페증, 비정형 자폐증 등으로 자폐 세분화 양상을 볼 수 있으며, 이를 ICD, DSM과 비교해봤다고 했다.

그랬더니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될 KCD-9은 자폐스펙트럼장애로 통합된 ICD-11이 미반영되고, ICD-10에 나오는 소아기 자폐증, 아스퍼거 증후군 등의 세부 자폐 진단과 유사하고, 이게 40여 년 전에 쓰였던 용어임을 밝혔다. 이 때문에, 자폐성 장애가 아동에게만 있다고 생각하는 편견, 이로 인해 성인, 청소년 자폐인 지원은 덜 강조될 가능성, 그리고 ‘증’이 Disease란 뜻이라 자폐성 장애가 질병으로 구분돼 신경다양성 관점에서 벗어나는 문제점이 있음을 김 교수는 지적했다.

그러기에, 국내 학술지 ‘자폐성 장애연구’를 게재하는 한국 자폐학회에서 단어 ‘자폐증’이 있는 논문은 투고할 수 없게 하거나, 투고하게 될 시 단어를 고치라는 내용의 자폐학회 규정을 올해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현행 KCD 자폐 분류에서 ICD-11DSM-V에서 사용하는 자폐스펙트럼장애라는 용어를 도입하고, 이와 관련된 연구와 지원시스템을 만들고 이와 관련해 진단기준 도입과 명칭에 대해 자폐인과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말로 발제를 마쳤다.

고려대학교 교육학과 김소윤 교수가 ‘자폐 라벨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estas Youtube 동영상 캡처
고려대학교 교육학과 김소윤 교수가 ‘자폐 라벨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estas Youtube 동영상 캡처

다음으로 estas 윤은호 조정자의 발제가 있었다. ‘발달장애’가 선천적이며 뇌내 신경의 차이로 인한 신체 학습, 언어, 행동적인 장애를 정의로 하니, 자폐성 장애와 지적장애도 이 정의 안에 들어가고, 미국에선 뚜렛증후군과 ADHD등도 ‘발달장애’개념에 포함된다고 했다. 우리나라의 경우엔 자폐와 지적장애만 ‘발달장애’ 정의에 들어가며, 이를 통해 자폐인을 소거, 지적장애인과 똑같이 되려는 흐름으로 우리나라에서 발달장애란 개념이 사용되었음을 윤 조정자는 지적했다.

이어 어떤 사람들을 규정하는 말이 옳은가에 대해 성찰과 비판을 계속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으며, 정신적 장애의 경우엔 사회적 한계와 법률적 한계의 차이가 신체적 장애에 비해 크기에, 경계선 미등록 장애가 양산되는 구조임도 그는 지적했다. 또한, 지적·자폐성 장애인의 경우 도전행동이란 명목으로 ‘너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란 말을 계속하다 보니 이들에겐 사회적 기회 박탈은 물론, 시설로 수용되는 등의 낙인이 심한 지점을 윤 조정자는 짚었다.

우리나라의 ‘발달장애’ 관련 현실에선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 등 당사자보다 부모님의 관점이 팽배하며, 공익광고를 통해 발달장애인은 저임금 일자리만 가능하다는 등 국가가 당사자 관점 없이 이들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점을 강력히 비판했다. AI를 통해서도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이 뭘 원하는지의 내용이 안 나오는 등 당사자의 자기결정권 박탈 현실도 언급했다.

KCD-9와 관련해선 당사자와 논의 없이 기준이 정해졌고, ICD-10에서의 자폐증, 정신지체라는 차별적 용어 수정 없으니, 대한민국이 장애인권리협약 이행한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항변했다. 이 여파로 행위능력 없다고 다루고, 부모가 당사자를 대체할 수 있다고 믿는 등 지적·자폐성 장애인 권리 객체화가 발생함을 꼬집었고, 우생학을 통한 장애인 차별역사도 언급했다.

윤 조정자는 대한민국 현황으로 들어가, 지적·자폐성 장애인의 행위능력이 없다는 편견에 기반한 배회감지기 정책, ADHD 등의 법정 자폐성 장애 미인정 및 1년에 2100명 이상의 미등록 자폐인 양산 현실 등을 소개하며, 자폐인을 차별하는 양상을 신랄히 비판했고, 3년 전 estas의 CRPD 민간보고서에 장애의 의료적 모델에 기반한 KCD 현실을 보고했던 걸 언급했다. 장애인권리위원회에서 의학적 모델 요소를 장애의 인권적 모델 원칙 요소로 대체하라는 3년 전 권고에도 KCD는 미개정됐다며, KCD-9에서 자폐증, 정신지체 삭제를 촉구하겠다는 말로 마무리했다.

estas 윤은호 조정자가 장애인권리협약을 중심으로 한 현 발달장애인 정책 문제점에 대해 발제하는 모습. ⓒ이원무
estas 윤은호 조정자가 장애인권리협약을 중심으로 한 현 발달장애인 정책 문제점에 대해 발제하는 모습. ⓒ이원무

10분 휴식 이후엔 미등록 자폐성 장애인 당사자들의 증언이 이어졌다. ▲자폐 특성 무시한 세상으로 인해 끊임없이 이 특성 감추려는 마스킹에 시달렸음, ▲감각 과민이 있는 사람들에 대한 지원 없고 자폐에 대한 사회적 이해 없는 등으로 인해 삶의 끝을 생각하는 미등록 자폐인들이 많음, ▲한국은 자폐 등 다양성이 배제돼 살아가기 어려운 곳 등의 증언이 있었다.

경산대학교 병원에서 근무 중인 당사자 이원종 씨는 직장 내에서의 의사소통 어려움과 따돌림이 많았다고 호소하며, 항의해도 이상한 사람으로 자신을 낙인찍은 영향으로 우울증과 사회공포증에 시달렸고, 이에 생존 일환으로 마스킹했다고 증언했다. 미등록 자폐인들은 주변 도움 없이 각자도생해야 한다며, 해결 일환으로 경증장애인 제도 도입의 시급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당사자들의 증언 후엔 장애인권대학생청년네트워크 정승원 이사장이 토론했는데, 장애인권리협약에서 장애의 다양성과 법적 능력 및 자기결정권 존중을 명시하고, 차별 금지와 합리적 편의를 중시하기에, 자폐인 대신 신경다양인 용어로 대체해야 함을 설명했다. 아울러 각자 자신의 장애만 알기에, 여러 장애 유형 당사자들을 포함한 장애청년 운동 활성화 등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마지막으로 장애학을 가르치는 대구대학교 송요성 교수는 장애를 개인 결함 아닌 장애를 규정하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요인 등을 탐구해 적극적인 장애인 참여를 중시하는 다학제적 학문이 장애학이라고 소개하며 말을 이어갔다. 장애의 의료적 모델, 사회적 모델을 소개한 이후엔, 신경다양성 모델에 관해 소개했는데, 이 모델에선 장애는 다양성 중의 하나라 보며, 이를 인정하면 낙인 제거 및 진정한 Inclusion으로 간다며, 신경다양성 사회로 가기 위해 차별적 용어 시정, 문화·인식의 변화 등이 필요하며, 유니버설 디자인 시 자폐인 감각 특성도 고려돼야 함을 피력했다.

이외에도 estas의 전용현 회원은 감정 등을 숨기지 못할 뿐이니, 자폐라는 명칭이 부적절하고 이에 ‘사회성 장애’ 등으로의 용어 교체를 제안했다. 같은 모임 최형종 회원은 게임 이용 장애와 관련하여 모든 건강 관련 요인을 부호화하자는 ICF 관점과 게임을 스포츠로 분류하는 관점으로 이득을 취했다면 어땠을까 안타까워했음은 물론 KCD-9에 장애 차별적 용어를 남긴 통계청을 규탄했다.

estas의 전용현 회원(좌측), 세바다의 최황시아 회원(중간), 세바다의 이원종 회원(오른쪽)이 토론하는 모습. ⓒ이원무
estas의 전용현 회원(좌측), 세바다의 최황시아 회원(중간), 세바다의 이원종 회원(오른쪽)이 토론하는 모습. ⓒ이원무

전반적으로 내용을 들으면서 여러 내용 가운데 ‘소아기 자폐증’, ‘정신지체’ 용어가 40년 동안 유지됐다는 점이 가장 크게 뇌리에 남는다. 왜냐면 이 말들이 역대 대한민국 정책 기조에 그대로 흐르기 때문이다. 실제 자폐인 관련 정책은 아동기에 거의 집중돼 있고, 지적·자폐성 장애인 둘 다 권리 주체이기보단 치료·돌봄·통제 대상이라는 관점이 정책에 녹아 있기 때문이다.

발달장애인법 제23조 조기진단과 개입 부분에서 지적·자폐성 장애가 의심되는 영유아에게만 장애 진단비용 지원하는 게 명시돼 있다. 하지만 성인기 때 지적·자폐성 장애가 의심돼 장애진단을 받으려는 경우, 이 비용은 오롯이 자기 부담이다. 여기에 장애를 질병으로 보는 우리 사회 가치관은 학교·직장에서 지적·자폐성 장애인 배제, 따돌림, 괴롭힘 등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그러기에 이들은 장애를 진단받고 드러내기보다는 생존전략으로 장애 특성을 숨기는 마스킹을 선택하지만, 이로 인해 멜트다운, 번아웃 등을 심하게 겪으며 정신건강에 상당한 피해를 겪을 수밖에 없다. 쉽거나 맥락에 따른 정보 제공은 국가, 공공기관에선 의무사항 아니며, 빛이나 소리, 촉감 등에 민감한 감각 과민 있는 자폐성 장애인 관련 인권 기반 지원도 찾아보기 어렵다.

구 장애등급 3급(다른 장애는 없는 경우), 장애 미등록인 경우엔 장애인연금을 받지 못하며 미등록 장애인의 경우 사법 지원도 사실상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지적·자폐성 장애가 있는 개인이 민간보험 가입할 시 장애와 의사능력이란 걸 이유로 가입 거절을 겪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렇게 성인에게는 권리에 기반한 자립 지원 등이 사실상 없다시피 하다. 성인 자폐성 장애인의 경우 설사 지원하더라도, 세금감면, 지하철 무료 등 교통요금 감면하는 게 거의 전부다.

자해·공격 등 행동문제 있는 지적·자폐성 장애의 행동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행동발달증진센터를 설치·운영한다는 조항 있으나, 이건 행동문제 완화 등을 통해 지적·자폐성 장애인이 도달 불능한 비장애인 중심 기준에 적응하라고 강요하며, 이들을 통제하는 게 목적이라 인권침해 우려를 불러일으킨다. 자폐인의 경우 자폐를 고치겠단 발상의 ‘자폐증’과 관련 있는 정책 일환이기도 하다.

2020년 5월 14일 당시 강원도장애인권익옹호기관과 강원대학교병원 발달장애인 거점병원 행동발달증진센터가 ‘발달장애인의 의료지원 및 권익옹호’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모습. ⓒ강원대학교병원 행동발달증진센터, 에이블뉴스DB
2020년 5월 14일 당시 강원도장애인권익옹호기관과 강원대학교병원 발달장애인 거점병원 행동발달증진센터가 ‘발달장애인의 의료지원 및 권익옹호’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모습. ⓒ강원대학교병원 행동발달증진센터, 에이블뉴스DB

우리나라에서 자폐성 장애인도 지적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어린아이’란 인식이 팽배하다. 어린아이라면 통제의 대상이니 자폐성 장애인에게도 비장애 중심의 기준을 강요한다. 자폐성 장애인도 지적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시설에 수용되는 통제대상인데, 국가와 지자체에서 시설 이용과 관련된 정책 강구를 통해 추구하는 바는 기능회복과 사회적 향상이라고 장애인복지법에 나와 있다. 이는 장애 등 다양성 추구보단 비장애 중심의 기준에 적응하라는 메시지나 거의 다를 바 없다.

시설에선 자기결정권, 선택권이 박탈되며 집단규율에 어긋나면 시설에 거주하는 지적·자폐성 장애인에게 폭력과 학대를 가하는 게 다반사다. 그래서 이들이 도달할 수 없는 비장애 중심의 기준에 적응하는 노력을 몇백 배나 하고, 말을 고분고분 들어야만 이들에 대한 폭력과 학대가 겨우 멈춰지는 게 실상이다. 그래도 말 듣지 않으면 심한 폭력으로 죽고 나서야 시설에서 나오다시피 하는 지적·자폐성 장애인도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니 말이다.

범법 정신질환자 등의 재범 막는다는 명목으로 구금 상태에서 정신과 치료를 시행하는 치료감호소엔 지적장애인과 자폐성 장애인이 수용되어 있다. 이들 장애는 치료될 수 없고, 완화만 되어도 족한데, 치료 명목으로 실제 형량과 상관없이 최장 15년까지 치료감호소에 구금 가능하고, 실제로 그런 사례들도 있다.

게다가 치료감호소 내의 공간도 과밀해, 자폐성 장애인에겐 스트레스 유발을 부추기는 환경이다. 자폐를 치료해야 한다는 ‘자폐증’이란 개념이 지배하는 사회 속에서 치료감호소에 있는 자폐성 장애인은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다. 이렇게 자폐성 장애인과 지적장애인은 시설과 치료감호소 등에서 권리 주체가 아닌 장애 치료와 통제의 대상으로 전락 당하고 있다.

2022년 12월 8일 오후 3시 당시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가 서울지방법원 앞에서 ‘장애인차별구제청구소송 1심 판결 선고’ 기자회견을 개최했던 모습. ©에이블뉴스 DB2022년 12월 8일 오후 3시 당시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가 서울지방법원 앞에서 ‘장애인차별구제청구소송 1심 판결 선고’ 기자회견을 개최했던 모습. ©에이블뉴스 DB

한편, 예전엔 장애인 권리라는 개념이 널리 퍼져 있지 않았지만, 19년 전엔 장애인권리협약 성안되고, 17년 전 장차법 시행 후 지적장애인과 자폐성 장애인, 신경다양인의 권리 의식은 그동안 많이 성장했다. 지금은 탈시설 생존자들이 모여 전국장애인탈시설연대라는 단체를 만들고 지적장애인들도 피플퍼스트 단체를 결성하며, 지적장애인의 선거권과 탈시설을 외치고 있다.

자폐인 (자조)모임 estas와 자폐인, 정신장애인 등의 회원들로 구성된 신경다양성 지지단체 세바다도 자폐인과 신경다양인의 권리가 장애인권리협약에 명시된 바에 따라 보장돼야 한다는 관점을 가지고 관련 행동을 하고 있다. 탈시설 가이드라인을 공부하고, 협약 민간보고서 작성 참여는 물론, 당사자의 자기결정권을 부정하는 위치추적기 이슈와 자폐 혐오 등에 대응하고 있다. 회원들의 권리 의식뿐만 아니라 권리 관련 의무에 대한 의식이 상당함을 회원들과 만나다 보면 느낀다.

이렇게 자기 자신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 스스로 결정하면서, 인권침해에 대응하려는 자폐인과 지적장애인이 점점 늘어간다. 하지만 정부, 지자체, 사회는 이런 추세를 애써 무시하거나 별로 중히 여기지 않고, 지적장애인과 자폐성 장애인은 자신의 사안에 관해 결정할 능력이 없다는 편견 속에 이들에게 합리적 편의를 제공할 생각도 하지 않고 오로지 성년후견으로 이들의 자기결정권과 선택권을 침해하며 이들을 통제대상으로 전락시키는 정책을 취하고 있다. ‘소아기 자폐증’ ‘정신지체’에 담긴 개념과 어느 정도 맥이 닿아 있는 정책이다.

신경다양성 포럼 전경 중 일부. ⓒestas
신경다양성 포럼 전경 중 일부. ⓒestas

우리나라에선 최근에서야 ‘신경다양성’이라는 개념이 도입되었는데, 부모나 전문가 등이 신경전형적인, 다시 말하면 비장애 중심적인 그런 기준에 적응하는 식으로 교육, 고용 분야에서 지원하는 걸 얘기하면서, ‘신경다양성’ 개념을 이야기한다. 부모나 전문가 등이 신경다양성 개념을 전유하며 왜곡하는 현실인 것이다. 이런 식이면 특수교육과 시설 중심의 사회체계가 유지되고 신경다양성 사회는 그저 꿈에 불과할 것이다.

따라서 신경다양성과 관련해 자폐인과 신경다양인들에 의한 개념 정립 및 공론화 작업은 물론 진정한 신경다양성의 의미를 지지하는 단체와 연대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 될 것이다. 이와 관련해 다양성만 너무 강조하고 손상으로 인한 고통을 무시하는 게 신경다양성 아니냐고 물을 수 있다. 손상으로 인한 고통을 무시하자는 건 아니다. 고통도 다양성의 일부니 말이다. 하지만 손상으로 인한 고통에 너무 매몰된 나머지, 사람의 강점, 잠재력 등 긍정적 성격을 지닌 다양성을 생각하지 못하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는 거다.

하나 더 말하자면 처음 발제한 김 교수는 추후 ICD-12와 관련돼 성별, 문화, 사회적 지위, 인종의 영향 등 다양성을 고려해 미래의 진단명이 결정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점을 소개했다. 그 사람의 장애뿐만 아니라 성별, 문화 등의 다양성이 같이 상호작용해 생기는 교차성에 기반한 진단명으로 가야 하는 게 앞으로의 ICD-12 방향이라는 거다. 앞으로는 교차성에 기반해 사람을 지원하자는 방향으로 가자는 의미라, 이는 국제사회가 장애인의 평등과 비차별을 증진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시작하고 있다는 거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국제사회의 방향과는 거리가 멀게 우리나라는 가고 있다. 오로지 ‘비정형 자폐증’, ‘소아기 자폐증’, ‘정신지체’ 의 진단명이 KCD에 공고하고 이는 다양성 증진과는 당연 거리가 멀다 할 것이다. 결국, 대한민국의 KCD-9는 국제추세와 거리가 멀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얘기한 것을 종합해볼 때 상당히 시대착오적이다.

그러니 이제는 시대착오적인 ‘자폐증’, ‘정신지체’ 등의 단어를 삭제하고, 적어도 ‘자폐스펙트럼장애’, ‘지적장애’로 개정하는 식의 KCD-9 개정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향후엔 자폐인과 지적장애인, 심리사회적 장애인 등의 장애뿐만이 아닌 인종, 사회적 지위 등 다양성을 고려해 교차성에 기반한 진단명 개정작업을 통해 KCD 개정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런 개정작업에 지적장애인, 자폐인 당사자 등이 실제로 참여하는 공식통로가 마련되어야 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통계청과 국립국어원, 보건복지부의 체계적인 협약 훈련이 필요함은 두말할 필요 없을 거다. 하지만 게임 이용 장애를 핑계로 통계청과 국립국어원은 장애 차별적인 KCD-9을 개정할 움직임이 없어 보인다. 향후 통계청과 국립국어원의 움직임을 주시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번 KCD-9 국회토론회가 정신적 장애인의 인권 증진을 위한 시작점이길 바라며.

'KCD-9로 보는 자폐인·신경다양인 인권실태 토론회' 시작 전 단체사진. ⓒ이원무
'KCD-9로 보는 자폐인·신경다양인 인권실태 토론회' 시작 전 단체사진. ⓒ이원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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