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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서울 중구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에서 열린 세계 자폐인의 날 기념식 도중 야외에 설치된 스크린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장지용

2025년 세계 자폐인의 날 관련 보도는 사실상 없었습니다. 의례적으로 하는 기념식 관련 보도라든지, 파란빛 밝히기를 했다는 내용의 보도는 있었습니다만 실질적으로 자폐인의 현실 이런 것을 조망한 기사 이런 것 등은 전혀 없었으니까요.

물론 이 원인은 그 전날에 결정적인 원인이 생겼습니다. 바로 전직 대통령 윤석열 씨의 탄핵 선고일 공고가 하필 그 전날인 4월 1일에 고시되었기 때문입니다. 즉, 대통령 탄핵 선고 이슈로 언론의 관심이 죄다 그쪽으로 쏠려서 자폐인에 대해 취재를 할 시간도 전혀 없었으니 말입니다. 저도 에이블뉴스 칼럼을 쓰기 위해서는 갑작스러운 이슈가 아닌 한 취재 작업까지 합쳐도 최소 이틀 내지는 사흘이 필요한 것이니 말입니다.

올해는 솔직히 인정해야겠습니다. 그 일이 일주일만 더 빨리 결정이 났다면 자폐인 관련 취재를 할 여유는 보장되었겠지만, 시점이 맞지 않은 상황이었으니 자폐인 관련 보도를 하고 싶어도 언론사 편집실이 기사를 쓰지 말라고 했을지도 모릅니다.

그야말로 천시(天時)가 이번에는 맞지 않았던 것입니다. 옛말에도 일을 벌이려면 천시(天時)가 맞아떨어져야 일을 완성할 수 있다고 하는데, 그것이 이번에는 현실이 된 것입니다.

물론 지난 계엄령 파동 때부터 자폐인들은 많이 긴장하고, 우왕좌왕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제 친구들에게도 물어보니 갑작스러운 일에 우왕좌왕하고 난리였습니다. 심지어 어떤 이는 하필 수도방위사령부 병영인 서울 남태령 근처에 살고 있어서 군인들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 놀랐다는 이야기까지 전해왔으니 말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탄핵 결정은 자폐인들에게도 편안한 결과가 되었으리라 생각됩니다. 비록 대통령은 바뀌게 되었기는 하지만, 그렇게 불안한 정치를 벌인 것에 비하면 치러야 할 고생으로 여길 수 있고, 이번 헌법재판소 결정에서도 “이 탄핵을 실행하는 것이 대통령으로서의 직임을 유지하는 것보다 이익이 매우 크다”는 논리를 지적했으니 말입니다.

이번 탄핵 결과를 듣고 나서 제가 있는 estas도 매우 기뻐하는 분위기에, 기념 회식 자리를 열자는 이야기까지 나왔기 때문입니다. 지난 탄핵 표결 시점에서도 우원식 국회의장이 “하려던 송년회를 여십시오”라는 요지의 당부 사항을 이제는 탄핵까지 정리되었으니 진짜 회식을 열어야 할 판이니 말입니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4월 20일 장애인의 날 관련 보도는 탄핵에 묻히지 않게 되어 다행이라는 느낌도 듭니다. 만약 항간의 예상대로 4월 18일 선고였다면 그야말로 장애인 관련 보도마저 묻히게 될 공산이 컸었는데, 그래도 선고가 빠르게 진행되어 장애인 관련 보도마저 묻히게 되는 최악의 사태는 피했으니 다행입니다. 단지 올해 장애인의 날이 일요일이라는 점이 유일한 걱정일 뿐입니다.

올해 세계 자폐인의 날 관련 보도는 결국 ‘점수를 매길 수 없음’ 판정을 내리게 되었지만, 2026년 세계 자폐인의 날 관련 보도는 조금이라도 자폐인의 현실이나 권리 요구 등의 문제를 다룰 기회가 오길 바랄 뿐입니다. 그냥 의례상 보도하는 기념식이나 파란불 밝히기 그런 이슈 그런 것만 보도하는 것으로 끝나는 ‘재미없는’ 결과가 아닌, 자폐인들의 현실이나 권리 요구 등에 대한 보도를 다룰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즉, ‘창의적인’ 자폐인의 날 관련 보도를 원할 뿐입니다.

보도 관련 이야기가 나온 김에 덧붙여 이야기하면, 자폐에 대한 언론 보도 태도를 보면 아직도 치료 방법이나 원인 발견 관련 기사가 더 많고, 자폐인의 현실을 짚거나 현실성 있는 보도는 적은 편입니다. 심지어 알고 보니 자폐인이었다는 사실이 공개된 사례는 국내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고, 해외 사례가 외신 인용을 통해서야 겨우 몇몇 인사들이 사실은 자폐인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정도입니다.

심지어 ‘신경다양성’ 같은 단어를 뉴스 검색으로 돌리면 에이블뉴스에서 언급된 이야기가 더 많이 검색되거나, ‘신경’과 ‘다양성’이 서로 분리된 상태로 검색되는 일도 많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런 것이 자폐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여전히 후진적이라는 이야기로 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는 돌봄·‘치료’·‘원인 탐구’ 이런 이슈로만 이뤄지는 자폐 관련 보도를 덜 보고, 교육·고용·자폐인 인정 처리의 문제·사회참여 증진 이런 이슈에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지금 자폐 관련 긴급한 이슈를 꼽자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폐성 장애 발생 비율의 급격한 증가를 자폐성 장애에 대한 인식 개선·진단 방식 정교화라는 두 가지 진짜 원인을 도외시하고 엉뚱한 원인을 찾으려는 ‘망상’에 대한 비판이 긴급한 자폐 관련 쟁점일 것입니다.

그렇게 2025년 세계 자폐인의 날은 지나갔습니다. 진정 자폐인에 대한 제대로 된 보도를 2026년 세계 자폐인의 날에는 맞이할 수 있기를, 그것도 지상파 TV 메인 뉴스에서 볼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