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일 한국농아인협회는 수어통역사 자격제도 1급, 2급 전면 개편 선언했다. 한국농아인협회 채태기 회장은 수어통역사 자격제도 전면 개편에 대한 필요성을 전하고 있다. ©한국농아인협회 유튜브 캡쳐
【에이블뉴스 백민 기자】 최근 한국농아인협회가 발표한 수어통역사 자격제도 1급, 2급 전면 개편에 한국수어통역사협회가 반발하고 나서며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농아인협회는 지난 8일 수어통역사 자격제도 1급, 2급 전면 개편을 선언했다. 주요 내용은 수어통역사 자격을 1급과 2급으로 구분하는 이원화 체계를 도입해 방송·사법·의료·교육 등 전문 분야 통역을 위한 상위 자격체계를 신설하는 것이다.
수어통역사 자격제도 전면 개편의 이유는 그동안 농인 당사자들은 의료, 법률, 방송 등 공공영역에서의 수어통역 품질 저하로 인해 심각한 정보 접근권 침해를 겪어 왔다는 것이다.
또한 이날 회의에서 한국농아인협회 채태기 회장은 “한 농인이 특정 상황이 발생해 행정복지센터에 수어통역을 요청해 만족스러웠고, 이후 병원 진료를 위해 동일한 통역사에게 수어통역을 요청했으나 병원에서의 통역은 소통이 원활하지 않았으며 결국 통역 서비스에 불만족을 느끼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실제 사례를 소개하며 자격제도 전면 개편에 대한 필요성을 전했다.
이러한 수어통역사 자격제도 전면 개편 선언에 대해 한국수어통역사협회는 12일 성명서를 발표해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농아인협회가 국가공인 수어통역사들의 의견수렴 등 어떠한 절차도 없이 일방적으로 기존의 국가공인 자격제도를 폐지 및 민간자격으로 전환을 발표했다는 것이다.
특히 이러한 국가공인 자격제도의 폐지는 공적 자격체계에 대한 정부의 책임 방기이며, 한국농아인협회가 국가공인 자격제도 운영을 지속할 자격을 상실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수어통역사 자격제도가 일방적으로 전환되고 기존 수어통역사들에게 재시험 응시를 강제하는 것은 헌법상 신뢰보호 원칙에 명백히 위배되며, 직업선택의 자유 및 생존권 침해하는 중대한 위헌적 행위라고 규탄했다.

수어 영상 촬영 모습(기사와 무관). ©한국수어통역사협회 홈페이지
한국수어통역사협회 관계자는 “한국농아인협회에서 수어통역사 자격증을 관리한 지 20년이 넘었다. 자격제도 개편의 이유가 수어통역 품질이 떨어진다고 하는데 그동안 자격제도 관리, 운영, 보수교육을 모두 한국농아인협회가 하고 있는데 품질이 떨어지는 이유를 수어통역사 개개인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전문 분야 통역 상위 자격체계 신설에 대해서는 “필요성은 공감한다. 특히 국가라든지, 공정하고 투명하고 실력 있는 곳에서 이를 추진한다면 기대하겠다. 하지만 그동안 그러한 교육을 못 했는데 한국농아인협회에서 어떠한 구조로, 인력으로 가능하겠는가”라고 덧붙였다.
이에 한국수어통역사협회는 한국농아인협회에 일방적인 국가공인 자격제도 폐지 선언을 즉각 철회하고, 국가공인 자격제도를 운영할 자신이 없다면 독립적이고 전문성을 갖춘 수어통역사들의 유일한 법인단체인 한국수어통역사협회에 이관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보건복지부 및 관계기관은 이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국가공인 자격자들의 권리를 보장하라고 촉구하며, 이 요구사항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행정소송, 국가인권위 제소, 헌법소원, 언론 공론화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단계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농아인협회 관계자는 “일단은 수어통역사 자격제도의 전면 개편이 바람직하고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 선언한 것이다. 향후 이에 대해 조율해 나가야 하며 보건복지부와 논의해야 하는 등 행정적 절차들을 걸쳐 추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가공인자격에서 민간자격으로 전환하는 점에 대해서는 동일한 이름의 수어통역사 자격을 1급, 2급 두 가지로 할 수 없는 것으로 알고 있어 연구발표를 그렇게 한 것으로, 자세히 말하기 어려운 것이 아직 제대로 결정되지 않았고 또 앞으로 논의를 해야 한다. 다만 중요한 것은 수어통역의 전문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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