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뉴스 장지용 칼럼니스트】최근 저는 조바심 비슷한 느낌이 가끔 들게 되었습니다. 회사 일이 바빠져서가 아니라 개인적인 일로 조바심이 든 것입니다.

aa2567dfe10970125bb19edb561c54af_1748219547_4857.jpg

필자에게 전달된 교회 청년의 결혼식 청첩장 봉투. "항상 노력하시는 모습이 멋있습니다" 라고 적혀있다. ⓒ장지용

며칠 전, 교회 동생이 결혼한다고 해서 급히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에 급히 다녀와야 했습니다. 혼배성사 형식으로 결혼식이 열렸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혼배성사라는 것은 쉽게 말해서 결혼식과 예배(대한성공회는 ‘감사성찬례’라 부르지만)가 합쳐진 종교의식입니다.

의식에서 그나마 좋았던 점은 오히려 종교의식에서 인용한 성경 구절이 전통적으로 인용하는 구절이 아닌 ‘가나의 혼인 잔치’ 대목을 인용한 것이었습니다. 《성경》에 따르면, 예수가 처음으로 기적을 일으켰다는 사건이라는데, 결혼 피로연 와중에 포도주가 다 떨어진 것을 보고 물을 포도주로 바꾸게 된 이야기라고 합니다.

사실 이 결혼식에 참석하게 된 계기는 직접 교회에 와서 제게 청첩장을 건네준 일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었습니다. 직접 종이 청첩장을 건네주거나 우편으로 보내도 친필 메시지를 보내오는 정도라면 직접 가야 한다는 제 나름의 규칙이 이 참석을 결정짓게 한 것입니다.

그다음 날, 다시 교회에 갔더니만 다시 다른 교회 청년이, 그것도 청년회장마저 결혼에 관한 언급을 해서 또 조바심이 들게 되었습니다. 결혼 계획에 대해 장광설을 떠들면서 세례가 어쩌고저쩌고 그러는 등의 이야기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또 하나의 결정적인 충격적인 사건이 터졌습니다.

러시아에서 교환학생으로 온 여학생(가운데 흰 겉옷 입은 사람)과 필자(가운데 검은 겉옷 입은 사람). 이 여학생은 최근 임신 사실을 필자에게 전해왔다.  ⓒ장지용 (2008년 촬영)
러시아에서 교환학생으로 온 여학생(가운데 흰 겉옷 입은 사람)과 필자(가운데 검은 겉옷 입은 사람). 이 여학생은 최근 임신 사실을 필자에게 전해왔다.  ⓒ장지용 (2008년 촬영)

대학 1학년 때 만났던 러시아 여학생을 마음에 둘 생각을 했었지만, 지금도 불안정 요소가 남아있을 정도로 대외 상황이 불안정했고,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해 연락이 끊어지기 직전이었던 수준이었기 때문에 제대로 ‘진도를 못 나간’ 일이 있었습니다. 상황이 좋았다면 그 여학생이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일한다는 첩보는 입수해둔 터라 튀르키예 이스탄불 등지에서 일종의 ‘반보기’ 등을 제안하려 했었는데 말입니다.

그런데 며칠 전 그녀의 페이스북에 러시아어 메시지와 함께 그녀의 배가 불룩 나온 것을 확인했습니다. 다른 남자와 같이 있는 짧은 영상을 공개한 것인데, 그래서 살짝 그녀에게 영어로 ‘너야?’라고 물었더니만, 그녀가 ‘나 맞아!’라고 회신해왔습니다. 결론은 여기서 정리되었습니다. 그 러시아 여학생도 결혼하고 임신했다는 것입니다. 마음을 제대로 쓰기 전에 벌써 정리된 일이었다는 것이죠.

사실 그녀는 지난 2022년 CBS 라디오 등에서 언급한 그 러시아인이자 그 대담에서 진중권 씨가 이 상황에 대해 “외교적 문제까지 있네요”라고 말했던 그 여성이었습니다.

상황을 파악한 저는 축하 메시지와 함께 “아들을 낳거든 그 이름을 내 서양식 이름인 ‘알비스 키릴 지용 장’(Alvis Cyrille Jiyong Jang)을 따 ‘알비스’나 ‘키릴’로 지어라”라고 전했는데, 그녀는 좋은 반응을 보내면서도 자기는 딸을 원한다는 답장을 보내왔습니다.

이렇게 최근 연애나 결혼에 조바심이 들게 된 사건들은 이랬습니다.

지난 20일 공개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서 조사한 결과라면서 응답자의 65.2%가 결혼의향이 있다고 통계가 나왔다지만 장애인에게는 여전히 그림의 떡 신세입니다.

특히 자폐인에게는 장애인고용공단의 발달장애인 일과 삶 실태조사에서는 자폐인의 결혼 통계가 잡히는데 왜 보건복지부 통계에서는 자폐인의 결혼율이 자그마치 ‘자료 없음’으로 잡히는 모순적인 통계는 왜 나오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저도 사실 연애·결혼 등에 대한 욕구는 상당히 있는 편입니다. 단지, 아직 상황이 완전히 진정되지 않아 본격적인 준비 태세로 전환하지는 못했을 뿐입니다. 여건만 되면 바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일단 첫 관문은 연애 상대를 찾는 것이라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연애 상대 찾기부터 고역인 일이 될 것이란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대구광역시장애인재활협회가 주최하고 대구광역시가 후원한 ‘제23회 대구광역시 장애인 합동결혼식’이 지난 2024년 9월 3일 웨딩뉴욕뉴욕에서 열렸다. ©대구광역시장애인재활협회
대구광역시장애인재활협회가 주최하고 대구광역시가 후원한 ‘제23회 대구광역시 장애인 합동결혼식’이 지난 2024년 9월 3일 웨딩뉴욕뉴욕에서 열렸다. ©대구광역시장애인재활협회

이 와중에 장애인의 결혼식 이런 이야기가 나오면 언제나 나오는 클리셰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장애인 결혼식은 으레 ‘합동결혼식’으로 치러진다는 것입니다. 저는 종교 규정상 ‘합동결혼식’으로는 결혼식이 성립하지 않습니다. 대한성공회 규정에 따라 혼배성사도 한번 치르고 일반적인 결혼식은 또 따로 치러야 하는 절차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결혼식을 붕어빵처럼 할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한국사회에서 장애인의 결혼은 용인되지 않고, 결혼식을 내맘대로 할 수 있는 신세가 아니라는 역설적인 모습을 봅니다. 자폐인 결혼이 진짜 ‘자료 없음’이 맞는 것인지도 의심스럽고,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내 결혼식을 치를 수 있을지도 의심스럽고, 무엇보다도 일단 결혼 상대가 과연 등장할 것인지 자체가 일단 의심스럽습니다.

작년 가을에 역술인에게 연애를 언제 할 수 있을지 물어본 것에 대한 답에 의하면 “장지용님이 연애를 할 시점은 2027년이고,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이 중개하거나, 취미 생활 중에 만나는 사람일 수도 있겠으며, 문서작업을 같이하다 가까워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라고 하더군요. 역술인이 한 말이기에 일단은 ‘믿거나 말거나’의 관점으로 봐야겠지만, 진짜로 이 일이 현실이 되길 바랄 뿐입니다. 제발 2027년에는 상황이 매우 안정적으로 흘러가서 역술인의 ‘믿거나 말거나’ 성으로 흘려가면서 이야기한 연애를 진짜로 시도할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