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장애인권리위원회 레합 보레슬리 위원 성명을 관계자가 대독하는 걸로 포문을 열었다. 성명에 따르면, 제4조에서 특별한 지원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정책 및 프로그램 이행과 개발 시 이들 참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제29조에는 이들의 정치 및 공적 생활 참여 권리가 있으며, 여기엔 위기 및 비상사태 시의 의사결정도 포함된다는 거다.
그래서 재난·위기 상황에서 위기관리 프로그램의 성공적 이행과 구호·대피 과정에서의 의사결정 등과 관련해 이들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이들이 위기관리위원회에서 동등하게 대표돼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이때 위기관리 계획에 쉬운 경고문, 안전한 탈출 경로 등이 포함됨을 언급했다. 아울러 대피·구호 활동에서 다른 사람들과 동등한 대우를 보장받고, 재난 시 리더십 위치 부여받는 것 등을 통해 더 포괄적이고 지속 가능하게 위기에 대처하는 사회가 될 것이라 강조했다.
이어서 국제장애인연맹 포괄적 인도주의 활동 및 재난 위험 감소 고문인 알라디 압달라 고문이 발표를 이어나갔다. 그는 분쟁·재난 또는 공중보건 비상사태로 인한 위기 시에 장애인의 정치적 권리가 간과된다며, 이런 경우에도 장애인이 다른 사람들과 동등하게 자유롭고 의미 있게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함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법적·행정적 장벽 제거 및 포괄적인 정치 참여 보장(비상 협의회 등에 참여 보장)을 주문했다.
장애인이 비상 상황으로 인해 심각한 위험에 처하기에, 재난 대비 위원회, 복구 및 재건 노력, 평화 유지 메커니즘 등 재난 관리 거버넌스의 모든 수준에서 장애인이 참여할 권리가 있고, 장애인 참여는 필수라고 그는 말했다. 비상 상황에서의 의사결정에 대해선, 접근성 없인 의사결정 과정 참여는 의미 없다며, ▲수어, 읽기 쉬운 형식 등으로 정보 접근성 보장, ▲공개 협의, 청문회 시 실시간 자막 제공, 접근 가능한 장소 등 다양한 선택지 제공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위기 상황에선, ▲자신의 대피 과정, 선호를 스스로 결정, ▲비상 협의회에서 직접 발언권 보장 등, 장애인의 자유로운 표현과 선택권 보호도 중요하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정부, 인도주의 단체, 피해 입은 장애인 공동체 사이에 장애인 단체 역할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인도주의 행위자는 ▲비상 대응 의사결정 과정에 장애인 단체 참여, ▲장애인 단체의 실질적 권리 행사 위한 재정적·기술적 지원, ▲장애인의 시민사회 가입 권리 존중 등이 있어야 함을 지적했다.

국제장애인연맹(IDA) 포괄적 인도주의 활동 및 재난 위험 감소 고문인 알라디 압달라 고문의 발표 장면. ⓒUNwebtv 동영상 캡처
탐 앤드류(Tom Andrew) UN 미얀마 인권 상황 특별보고관도 패널로 내용을 발표했다. 그는 미얀마 장애인들이 긴급상황 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했다. 공습을 피해 대피해야 할 시, 접근성 보조 기기들이 종종 파괴되거나 버려지는가 하면, 대피소 접근성·이동성이 심각한 수준이며, 위생 시설 존재해도 접근이 어렵단다. 지뢰로 부상 입은 사람들이 많고, 경고를 듣지 못하거나 대피 관련 통신에 접근할 수 없어 공습을 못 피해 죽는 장애인들이 많았다고 한다.
이렇게 된 데는 인도주의적 계획 수립 시 장애인들이 거의 자문받지 못하는 등 이들은 인도적 지원 계획 수립 시 거의 참여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탐 앤드류 특별보고관은 밝혔다. 그는 장애인 공동체에 대한 아웃리치도 장애인 단체에 맡겨지고, 주류 인도주의 단체들이 장애인을 수용하거나 상담하려는 노력이 불충분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에, 장애인이 인도주의 프로그램 및 조정에 완전히 참여할 기회를 얻고, 리더십 위치를 차지하는 게 중요함은 물론, 장애가 과거 생의 죄로 보는 등 장애인을 무력화시키는 문화적 조건의 해결이 시급함을 그는 역설했다.
다음으로 유엔 재난위험경감사무국(UNDRR)의 탈랄 와히드(Talal Waheed) 장애 고문의 영상 발표가 이어졌는데, 그는 2030년까지 재난 발생 횟수가 지금보다 40% 이상 증가해 13억 명의 장애인이 재난의 불균형적 영향에 노출될 것으로 봤다. 사무국 자체적으로 진행한 장애인 및 재난에 대한 글로벌 설문 조사에선, 응답자 가운데, ▲어떤 종류의 개인 준비 계획 없음이 84%, ▲충분한 조기 경보에도, 비상 상황에 독립적 대피는 없다는 게 17%, ▲재난 위험 정보 모름이 56%로 나왔단다.
사람 중심의 재난 위험 감소를 위한 센다이 프레임워크 등 모든 프레임워크와 협약 이행은 모든 과정에서 장애인의 효과적이고 평등한 참여가 필수라고 그는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사국과 이해관계자들은 장애 포괄적 재난 위험 감소 방법론을 목격하고 배우고 적용함으로 예방 전략을 더 잘 구현하며, 모든 인권의 불가분성과 상호 연결성을 존중·확대할 수 있다고 했다.
완화, 대비. 대응, 복구를 포함하는 재난 관리의 전통적인 순환적 접근 방식으론 현재 재난의 복잡성, 긴급성을 담아내지 못해, 예방에 대한 집중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그는 지적했다. 기존 장애를 가진 사람과 재난으로 인해 장애 입게 된 사람들의 욕구는 분명 다르다며, 이 두 그룹 모두 재난 위험 감소 프로그램 및 행동에 참여해야 한다고도 했다. 아울러 그는 재난 위험 예방 및 감소는 장애인과 그 가족의 평등한 참여를 통해 이뤄져야 하며, 자원 할당 논의에서 장애인의 필요와 목소리를 반영해야 함을 주지시키며 발언을 마쳤다.

마지막으로 아스콜리 피체노 시장 성명서 발표도 있었는데, 성명서는 관계자가 대독했다. 이 마을 방재 계획 일환으로 비상 연락처 및 필요 시 실행될 공식 연락 담당자 정보를 제공하는 전략적 도구로 데이터베이스 구축했단다. 방재 계획은 지역사회의 변화 및 변화되는 요구를 반영하기 위해 끊임없이 업데이트되는 동적 도구로, 계획 수립 시, 장애인 단체와 난민 및 이주민을 수용하는 특별 수용 센터 대표들을 참여시켰단다.
뮤니피치움(Munipicium) 앱에서 사용자를 위한 다중 채널 통신 제공으로, 지역사회 긴급 업데이트를 알 수 있게 했단다. 기술 전문가, 긴급 구조원, 장애인 등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으며, 두 차례의 대지진이 이 마을에서 발생한 이후 장애인의 요구 해결을 위해 처음으로 안전 카드를 개발하기도 했고, 포괄적 안전에 중점 둔 교육 세션이 열렸었단다. 끝으로 수년간 개발된 최고의 관행 구현을 위한 시험장 역할을 이 방재 계획이 했다는 말로 마무리했다.
이후엔 4명의 참여자가 현장 발언을 이어가는 식으로 ‘긴급상황에서의 의사결정과 정치적, 공적 생활에 대한 참여’ 세션을 진행했다. 들으면서, 장애인이 정책, 제도 등에서의 의사결정 과정에 완전하고도 평등하게 참여하는 게 중요함을 새삼스럽지만, 다시금 하게 되었다
요즘 전 세계적으로 기후위기가 심각해지고 있는데, 이로 인한 자연재해는 과거보다 예측 불가능하거나 급격하게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홍수, 태풍, 한파 등이 이전보다 자주 빈발하여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고, 교통, 수도 등 필수적인 사회기반시설 파괴에 농작물 피해, 생물 다양성 감소 등 예측 불가능한 피해가 적지 않아, 인력·자원의 즉각적 투입 없이는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져만 갈 거다.
그러기에 기후위기는 긴급상황이 맞으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나라에선 대통령 직속의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라는 조직이 있는데, 이 조직의 기능 가운데는 국가 기후위기 적응대책의 수립·변경 및 점검이라는 게 있다. 이 기능은 가뭄이나 폭염 대비, 도시 침수 방지·예방, 기후 등도 포함된다. 탄소중립기본법 제38조에선 국가 기후위기 적응대책으로 부문별ㆍ지역별 기후위기의 영향과 취약성 평가에 관한 사항을 포함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가난과 장애를 가족과 장애인 개인의 책임으로 전가함은 물론, 부실한 소득정책으로 인해 주거비 감당이 어려운 장애인이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래서 월세가 상대적으로 저비용이지만, 혹서, 혹한, 폭우 등에 취약한 반지하나 쪽방 등에 사는 장애인이 적지 않은 등 장애인에겐 주거환경의 취약성이라는 걸림돌이 기다리고 있다. 기후위기로 인한 홍수나 폭염 등이 오면, 주거환경의 취약성까지 겹쳐 장애인은 재난 불평등을 겪을 수밖에 없다.

3년 전 8월 당시, 국민의 힘 김성원 의원이 ‘비 좀 왔으면 좋겠다. 사진 잘 나오게’하며 수마로 피해 본 사람들에게 망언하는 장면. ⓒKBS News Youtube 캡처
장애인이 겪는 재난 불평등은 부문별ㆍ지역별 기후위기의 영향과 취약성 평가와 관련돼 있기에, 이런 평가를 잘하려면, 위원회에 장애인 참여는 필수적이다. 그러나, 위원회에 장애인이 단 한 명도 없다. 그렇다면 장애인의 욕구를 반영한 기후재난 관련 정책이 나온다는 건 언감생심이며, 이는 3년 전 기록적 폭우로 신림동 반지하에 살던 기초생활 수급자였던 40대 발달장애 여성과 그 여동생 A씨, A씨의 딸이 사망한 참사와 무관치 않다고 본다.
문재인 정부 당시 터졌던 코로나 19 팬더믹의 경우엔 어땠나? 이 당시 주요 코로나19 대응체계는 정부의 범부처적 재난 관리 컨트롤 타워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전문가 자문 기구, 국회 코로나19 대책 특별위원회. 비상경제회의 등으로 이뤄졌다. 비상경제회의에선 코로나19 관련 경제적 피해 극복 위한 추경예산 편성 등의 핵심 정책을 결정했다. 중대본 산하 또는 별도로 감염병 전문가들 참여로 전문가 자문 기구 구성돼 방역 정책 수립에 대해 조언했다.
그런데 국회 코로나19 대책 특별위원회에 장애 관련 전문가나 장애인 당사자의 참여는 없었고, 중대본, 전문가 자문 기구, 비상경제회의에서도 이들의 참여가 있었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 사회적 차별이 심한 장애인에겐 팬더믹으로 인한 영향이 불균형하게 상당히 큼에도 의사결정기구에서 장애인의 참여는 부족하거나 부재했다.
이는 결국 장애인거주시설과 정신병원 안에서의 집단감염과 역시 무관치 않다고 본다. 비장애인에겐 사회적 거리 두기를 했지만, 장애인에게는 감염병 확산 방지 명목으로 코호트 집단격리를 했는데, 바이러스가 장애인거주시설, 정신병원과 같은 폐쇄 공간에서 기승을 부리기에, 집단감염을 부추겼겠지. 만약 재난 관리 대응체계에 특히 탈시설 생존자를 포함한 장애인들의 적극 의사결정 참여가 있었다면 집단감염을 줄이거나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4년 전 3월 22일 오전 11시 장애여성공감 등 3개 단체가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장애인거주시설 신아재활원 인권침해 국가인권위 진정’ 기자회견을 개최했던 모습. ⓒ에이블뉴스DB
UN 미얀마 인권 상황 특별보고관의 말 가운데, 경고를 듣지 못하거나 대피 관련 통신에 접근할 수 없어 공습을 못 피해 죽는 장애인들이 많았으며, 이렇게 된 데는 인도적 지원 계획 수립 시 거의 참여하지 못했다고 말한 부분에서 과거 45년 전과 7개월 전의 일이 떠올랐다.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에 의한 최초 공식 사망자가 농인이었단다. 그 이유로 청각장애가 있어 계엄군의 진압 상황이나 경고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랬단다. 게다가 계엄군 입장에선 자신 이외에는 적으로 생각하기에 장애인이 있다는 것조차 생각치 못한다. 당시 긴급상황을 수습·관리하는 기구로는 계엄군과 광주 시민수습대책위원회 및 민주투쟁위원회 등이 있었으며, 그 기구에 장애인이 참여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7개월 전엔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언하는 바람에, 국회의장, 각 당 대표와 그의 정책에 반대하는 민중들이 잡혀가지 않을까 노심초사했었다. 다행히도 민중들의 저항과 국회에서의 신속한 계엄 해제 의결로 위기는 모면했고 내란사태가 됐지만, 만약에라도 계엄이 성공했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더군다나 비상계엄 등의 긴급상황과 관련한 의사결정기구에 장애인 참여가 부족하거나 없는 현실을 생각하면, 46년 전처럼 장애인이 계엄 1호 사망자로 나오지 말라는 보장이 없으니까 말이다. 물론 그런 참극이 다시는 일어나선 안 되겠지만 국가 긴급상황 관련한 기구에 장애인의 의사결정 참여가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을 7개월 전 일을 통해 다시금 하게 된다.

작년 12월 4일 저녁 국회의사당 본관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퇴진을 위해 시위하는 모습. ⓒ이원무
유엔 재난위험경감사무국(UNDRR)에서 말한 것 중에는, 재난 관리의 전통적 순환 접근 방식으로 현재 재난의 복잡성, 긴급성을 담아내지 못한단 말에도 공감이 갔다. 재난 관리의 전통적 순환 접근 방식이란 재난 주기를 예방, 대비, 대응, 복구의 4단계로 나누고 각 단계가 순차적으로 이뤄진다 보는 거다. 그러니까 복구 완료 후 다음 재난을 위한 예방 활동을 시작한다는 거다.
그러나 아까도 말했듯 현재의 재난들은 복잡해지며 긴급해지고 있다고 했다. 일본에서의 지진 후 쓰나미, 호주에서의 폭염 후 산불 등 하나의 재난이 다른 재난을 유발하던지, 재난 발생 주기가 짧아져 하나의 재난이 완전 복구되기도 전에, 다음 재난이 발생하든지, 대응과 복구가 동시에 이뤄지는 등의 현실이 있기에, 전통적 순환 관리 방식으로 재난을 대했다간 큰 낭패와 참사를 맞이할 수 있다. 그러니 지금으로선 예방에 중점 둔 재난 관리가 재난 감소는 물론 지역사회의 회복 탄력성에 도움 되지 않겠는가? 이런 점에서 UNDRR 발표가 공감이 간 거다.
UNDRR 발표 중에는 기존에 장애가 있었던 사람과 재난으로 인해 장애 입게 된 사람들의 욕구가 다르다고 한 부분이 있었는데, 이 부분도 주목해야 한다고 본다. 기존에 장애가 있었던 사람들은 재난 전부터 장애가 있었고, 사회적·제도적 차별이 상호작용까지 하는 바람에 일상생활에 불편이 있다. 그러기에 기존 시스템의 접근성 개선과 자신의 장애 유형에 맞는 정보 제공(쉬운 정보, 점자, 수어 등) 방식의 다양화 등이 이들의 욕구가 될 거라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런데, 재난으로 인해 장애를 입게 된 사람들은 부상과 정신적 충격 등으로 인해 그렇게 된 거라, 부상에 대한 전문적 치료와 초기 재활, 심리적 충격과 트라우마 등에 대한 전문적 심리 상담과 정신건강 지원, 새로운 사회 적응을 위한 종합적 지원체계 등이 이들의 욕구가 될 것이다. 두 그룹 간의 욕구가 이렇게 다르기에, 재난 위험 감소 프로그램 및 행동에 이들 그룹의 참여가 반드시 필요함은 당연하며, 이 점도 UNDRR가 지적한 바다.
‘긴급상황에서의 의사결정과 정치적, 공적 생활에 대한 참여’ 세션은 이렇게 긴급상황에서 장애인이 의사결정 과정에 직접적·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재난 관리의 전통적 순환 접근 방식에서 탈피하는 것 등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느끼는 기회였다. 이외에도 의사결정 시 장애여성의 참여, 장애인 참여에 있어서 경험의 교차성과 다양성 등 여러 세션이 있었는데, 그건 후속 글에서 다시 다루기로 하겠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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