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뉴스 서인환 칼럼니스트】 지난 8월 27일 오후 2시 수서역 SRT 1번과 2번 출구 중앙에 위치한 대합실에서 교통약자 실내 길안내 서비스 시연회가 열렸다.
이날 서비스 개발을 발주한 국가철도공단 관계자와 서비스 개발을 수주한 LG유플러스 관계자들이 장애인단체를 초청하여 그동안 개발한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에 이어 시연을 보였다.
국가철도공단은 2023년 4월에 ‘고속철도 수서 외 3개역 스마트철도 시스템 구매설치’ 물품구매 입찰을 했다. 사업의 규모는 약 92억원이었다.
세부 사업으로는 1. 역사 내 길안내(이용자 편의 시스템). 2. 승강장 안전(승객 안전 시스템), 3. 비상대피안내(역사 운영 관리 시스템), 4. 지능형 영상감시(네트워크 보안 시스템), 5. 기타 설비(UPS, 전광판 등) 다섯 가지 세부 과제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중 첫째 과제인 길안내 시스템 개발이 교통약자를 위한 길안내 시스템 개발이었다.
과업서에서 요구한 길안내 시스템의 주요 기능으로는 AR(가상현실), 비톤(Beacon)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역사 이용자의 현 위치 측위가 가능하도록 구성하여야 하며, 일반인 및 교통약자(장애인, 노약자, 임산부 등)를 대상으로 역사 내 이동경로 안내 기능을 제공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으며, 이용자의 현 위치 측위, 이동경로 안내, 기존의 시각장애인용 음성유도기와 비콘의 연동을 조건으로 하였다.
개발 납품 시기가 1년 2개월이나 지난 시점에 시연회를 가지면서 먼저 실내에서의 길 안내 기술은 외국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기술로, 개발의 한계가 있어 만족할 만큼의 기능을 모두 충족하지 못했다면서 장애인들이 시연을 통해 개선할 것을 건의해 준다면 적극 반영하겠다고 인사말을 했다.
제대로 된 제품을 발주한 약속대로 만들거나 그렇지 못하면 계약위반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참석자들의 성토부터 나왔다.
개발된 프로그램은 모바일 앱이었는데, 아이폰용은 앞으로 개발할 예정이라고 했고, 안드로이드용만 개발했다고 했다. 그러자 참석한 장애인들은 개발 계약 기간이 1년 이상 지난 지금에 와서 개발 예정이라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하자, 아직 개발할 시간은 많이 남아 있다고 국가철도공단 관계자가 말했다. 계약을 지키지 못해서 지체상금을 물고 있는데 시간이 많이 남았다는 발주자의 태도가 의심된다는 항의를 받았다.
기존 음성유도기와 비콘이 호환이 되도록 하는 조건이 있었는데, 역사마다 여러 회사의 다양한 음성유도기가 설치되어 있어 호환을 시킬 방법이 없었다며 역사의 모든 음성유도기를 새로운 제품으로 교체해 버렸다고 했다. 계약서는 기존과 연동시키라고 하였는데, 호환되는 기술이 납품되었다면 앞으로 다른 역사로 서비스를 확대할 경우 물지 않아도 될 신제품으로의 교체비를 개발업체에서 다 물어 줄 것이냐고도 항의했다.
비콘과의 연동이 되어야 하는데, 음성유도기가 최근에는 블루투스로 스마트폰으로 작동하는 기능이 있어 그것을 작동하는 기능을 앱에 포함하고 있었다. 이는 스마트폰과 블루투스로 연결한 것에 불과한 것이고, 비콘과 연동하여 안내를 자동으로 하는 기능을 구현하지 못한 것이다.
비콘를 역사 내 여러 곳에 설치하였는데, 전기선을 끌어올 수 없어 배터리로 전원을 공급하되 장기간 사용할 수 있도록 스마트폰용 배터리를 채택하는 노력을 했다고 했다. 상시 전원을 공급하려면 배선작업을 해야 하는데, 역사 내에 공사하기 어려운 점이 있어 배터리 방식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수명이 오래 간다고는 하지만 관리를 언젠가는 해야 하므로 배터리 방식은 맞지 않으며, 특히 음성유도기는 상시 전원을 사용하는 것이 제품표준으로 되어 있어 이는 표준규격을 위반한 것이라고 장애인단체에서 지적을 했다. 유도기가 상시 전원을 사용한다면 비콘도 사용못할 이유가 없다.
역사의 각층 모든 공간이 20여 개의 가상 블록으로 나누어져 있어 현재의 위치를 알아보는 메뉴를 선택하면 어느 블록 안에 있는지를 삼각측량법으로 주변 비콘끼리의 신호로 알려준다.
대합실의 경우 2블록으로 나뉘어져 있어 앞쪽인지 뒤쪽인지는 알겠으나 장애인이 원하는 상세한 위치정보는 제공하지 못한다. 개발사에서는 위치를 알려주는 시스템을 개발하려다가 전파 신호가 튀어서 오차가 심하여 위치를 알려주는 기능을 블록 알려주는 것으로 변경했다고 답했다.
앱은 주변의 시설물을 알려주거나 목적지까지 음성으로 안내하는 기능도 없었다. 좌우 어느 정도 가서 어느 방향으로 이동해야 하는지 알려주지 못한다. 목적지를 메뉴에서 정하면 스마트폰의 화면에 3D 사진이 나타나고 화살표가 나타난다. 이는 VR 레이다 기술로 실제 보는 입체 사진을 앱으로 보여주고 메뉴에 있는 목록에 한하여 목적지를 화살표로 알려줄 뿐이다.
메뉴나 화살표가 어디를 가르치는지 음성으로는 제공되지 않는다. 음성 기능이 왜 없느냐는 질문에 원하면 앞으로 넣도록 하겠다고 답했으며, 계약대로 길안내를 해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앱을 개발해 보았으나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대체용으로 지금의 방식을 채택했다고 답했다. 이미 서울역에 실내 길안내 시스템이 설치되어 있는데, 참고로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서울역에 가 보았는데 그곳 시스템도 오차가 많더라고 변명했다. 서울역에 실내보행 안내 서비스는 초기 오차 문제를 실증검사를 하면서 해결해 놓은 상태이다.
장애인용 길 안내 시스템을 개발한다면서 시각장애인은 전혀 사용할 수 없는 것을 만들었다. 시각장애인이 길 안내를 받으려면 화살표를 볼 수 있도록 눈을 떠야 한다. 눈을 뜬다면 그냥 그 눈으로 혼자 이동하면 되지, 이런 앱을 사용하지도 않을 것이다. 지체장애인도 엘리베이터가 어디 있는지 굳이 앱에게 알아볼 필요가 없다. 그냥 눈으로 찾으면 된다. 비장애인을 위한 안내판이 잘 되어 있다. 단지 엘리베이터가 어디에 있는지 찾기가 어려운 경우라면 추가 정보가 필요하지만 굳이 간단한 지도로 시설물 위치만 알면 될 것이지 화살표를 따라갈 이유는 없다. 원래 개발 목적인 길 안내를 제대로 하지 않으니 개발사는 아예 시스템 이름을 목적지 안내 시스템으로 이름까지 바꾸어 버렸다.
장애인단체 한 관계자는 언제까지 무한정 지체상금만 물면서 시간을 보낼 것이냐, 주문대로 달성하지 못하면 계약위반으로 사업을 종료해야 하지 않느냐고 그 기간을 묻자 법을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현 위치측위도 길 안내도, 비콘과 유도기의 연동도, 앱의 접근성도 아무것도 된 것이 없었다. 밤을 세워가며 많은 노력 끝에 이제는 그래도 사용할 만하다고 시연회를 했다는데, 이런 수준으로 대기업이 일을 하느냐고 항의하자, 자신들은 그런 기술을 가진 업체를 모른다면서 업체를 알려주면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개발을 책임지고 하겠다고 무턱대고 계약을 해서 수주를 해 놓고 장애인들에게 업체를 대라고? 그렇지 않으면 그냥 넘어가잔다.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을 고려하라는 것은 각자 모두의 이용성을 확보하라는 조건임에도 개발업체는 장애인이나 노인이나 임산부 중 어느 하나 정도라고 이해하면서 다양한 장애 유형을 어떻게 모두 충족할 수 있느냐고 의아해했다.
장애인단체 참석자들은 국가철도공단이 계약 불이행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으면 결탁이나 비리로 보고 국감이나 감사원이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선점 건의는 개발 초기에 하는 것이지, 사업 마무리가 지나도 한참 지난 시점에 무슨 소리냐며 절차상 시연회를 했다고 형식만 갖추고 사업을 종료할 것 같은데, 기대를 접자고 말했다.

지난 8월 27일 수서역에서 국가철도공단이 장애인 실내 길안내 시스템 개발 결과물을 설명하는 전경. ©박종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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