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은 단순히 병이 없거나 허약하지 않은 상태를 뜻하지 않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건강을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완전한 안녕(well-being)의 상태”라고 정의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장애 학생의 건강은 여전히 병원 진료 여부나 의료적 조치 중심으로 이해되고 있으며, 정작 학교 안에서 이들의 전인적 건강권을 보장하려는 체계는 매우 미흡한 실정이다.

2023년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특수교육대상자는 약 109,703명에 이르며, 이 중 약 70%가 일반학교 내 특수학급 또는 통합학급에 재학 중이다. 이들은 학습권뿐 아니라 건강권도 함께 보장받아야 할 대상이지만, 학교는 이들을 위한 건강지원의 기반을 충분히 갖추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특수교육대상자의 신체적 건강 문제에만 제한적으로 접근하고 있으며, 정기 건강검진 외에는 정신건강 지원이나 사회적 관계 형성을 위한 체계적 노력이 드물다.

교육부는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을 통해 장애 학생에게 적절한 보건·복지 서비스를 연계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학교 내 장애학생 지원체계 강화’ 정책을 통해 보건교사 및 특수교사의 협업을 장려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의 여건은 제도 취지에 미치지 못한다. 보건교사 1인당 담당 학생 수는 과중하고, 정신건강이나 행동 문제를 전문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상담교사나 사회복지사는 대부분의 학교에서 부재하다. 특히 지적장애나 자폐성 장애를 가진 학생의 경우, 정기적인 신체활동, 심리 정서 지원, 사회적 상호작용 훈련이 필수적이지만, 이것을 뒷받침하는 통합 서비스는 체계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정신건강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2022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특수학교 학생 중 상당수가 스트레스, 불안, 우울 등을 경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심리 상담이나 정신건강 서비스를 정기적으로 이용하는 비율은 극히 낮았다. 장애 학생의 정서적 문제는 종종 행동 문제로 간주되어 교정의 대상으로만 처리되는 경우가 많고, 이로 인해 학생은 더욱 위축되거나 학습에서 배제되기도 한다.

사회적 건강의 영역에서도 지원은 미비하다. 장애 학생은 또래와의 교류, 공동 활동, 지역사회 참여 등에서 소외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자립과 직결된 중요한 발달 기회를 제한하며, 결국 성인기로 이어지는 건강 격차를 확대시킨다. 교육 현장은 사회적 상호작용을 촉진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하지만, 여전히 특수학급의 분리, 낮은 통합 수업 비율, 교사의 인식 부족 등으로 인해 사회적 건강을 위한 기반이 약하다.

장애 학생의 건강권은 단지 의료적 접근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신체적·정신적·사회적 건강이 균형 있게 보장되는 구조를 요구한다. 이것을 위해 교육부는 학교 기반 건강지원 체계를 강화하고, 지역사회 보건·복지기관과의 연계를 보다 실질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특히 통합교육이 확대되는 현실을 고려할 때, 모든 일반학교에 장애 학생의 전인적 건강을 고려한 통합지원 매뉴얼과 교사 연수 프로그램이 제공되어야 한다.

아프지 않다고 해서 장애 학생의 건강이 충분히 보장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불편함과 위축, 고립 속에서 건강하지 못한 일상을 지내고 있는 이들이 많다. 장애 학생이 건강하게 배우고, 관계 맺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제 전인적 건강권 보장이 학교 정책의 중심에 서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의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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