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2일, 서울퀴어퍼레이드를 앞두고 전국언론노동조합 성평등위원회는 「성소수자 인권보도준칙」을 발표했다. 준칙에서는 “성소수자를 비하하거나 사실을 왜곡하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이는 2011년에 제정된 한국기자협회 「인권보도준칙」에서도 동일하게 규정된 바 있다. 그 결과 언론보도에서 한국어 성소수자 혐오표현은 크게 줄어들었다. 그러나 수어통역만큼은 여전히 예외로 남아 있다. 한국수어 통역에서는 성소수자 혐오표현이 버젓이 사용되고 있으며, 농인성소수자는 그 속에서 거듭 혐오와 배제를 경험하고 있다. 우리는 「성소수자 인권보도준칙」을 정면으로 거스르며 성소수자를 차별하는 수어통역사와 이러한 수어통역을 관리·감독할 책임을 방기한 언론사를 강력히 규탄한다.
한국농인LGBT+는 2021년, 한국수어 내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표현을 ‘혐오수어’로 규정하였다. 또한 혐오수어 대신 농인성소수자 당사자가 직접 개발한 37종의 대안수어를 사용할 것을 요구하였다. 이에 여러 인권단체들은 한국농인LGBT+의 대안수어를 성소수자 관련 표현의 표준 수어로 삼아 농접근권을 실천하고 있다. 국립국어원 역시 2026년부터 한국농인LGBT+의 대안수어를 바탕으로 혐오수어를 대신할 수어를 정립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방송 뉴스의 수어통역에서는 여전히 혐오수어가 널리 사용되고 있다. 지난 대선 후보자 토론회에서 권영국 후보가 유일하게 성소수자를 호명하여 많은 성소수자들이 감동을 받았을 때, 수어통역에서는 게이와 레즈를 동성 간의 성행위로 표현하는 혐오수어가 사용되었다. 퀴어퍼레이드를 다룬 뉴스에서도, 혼인평등소송을 다룬 뉴스에서도, 심지어 성소수자 인권 보장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뉴스에서도 혐오수어가 사용되고 있다. 이는 「성소수자 인권보도준칙」이 규정한 바와 같이 성소수자를 비하하고 사실을 왜곡하는 표현으로, 결코 용납할 수 없는 행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통역이 단순한 혐오표현을 넘어 명백한 오역이라는 점이다. 기자와 앵커가 분명히 ‘성소수자’라고 발언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어로는 ‘게이’와 ‘레즈’에 해당하는 혐오수어로 통역되고 있다. ‘성소수자’는 ‘성에 관한 소수자’로 충실히 통역할 수 있으며, ‘퀴어’ 역시 대안수어가 아니더라도 지문자를 통해 표현할 수 있다. 그럼에도 혐오수어를 고집하는 것은 명백한 오역이며, 바이섹슈얼·트랜스젠더·인터섹스 등 다양한 퀴어 정체성을 지워내고자 하는 폭력이다. 이로 인해 농인성소수자는 더욱 낙인찍히고 배제되고 있다.
수어통역사 역시 언론의 일원으로서 「성소수자 인권보도준칙」을 준수할 책임이 있다. 수어통역사는 농인성소수자 시청자가 존재함을 항상 인지해야 하며, 성소수자 인권감수성을 갖추어 통역해야 한다. 언론사 또한 수어통역에서 혐오수어가 사용되는지 직접 확인하고 관리·감독할 책임이 있다. 수어통역은 뉴스보도의 일부로서, 이를 단순히 수어통역사 개인에게 전적으로 맡길 수 없다. 언론사는 수어통역에서도 「성소수자 인권보도준칙」이 준수되고 있는지 철저히 점검하여야 하며, 성소수자 인권감수성을 갖춘 통역사가 통역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수어통역사는 「성소수자 인권보도준칙」을 철저히 준수하고, 혐오수어 사용을 즉각 중단하라.
하나. 언론사는 수어통역사에게 「성소수자 인권보도준칙」 준수를 요구하고, 혐오수어 사용 여부를 엄격히 관리·감독하라.
우리는 농인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혐오수어 모니터링단’을 출범해 뉴스통역을 비롯한 방송·통신상 통역 및 수어 발화에서의 혐오수어를 상시 모니터링하고, 누구든지 혐오수어 사례를 제보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할 것이다. 이와 같이 수집한 혐오수어 사례는 한국농인LGBT+ 공식 웹사이트에 공개함으로써 책임을 끝까지 물을 것이다. 만약 뉴스 수어통역에서 혐오수어가 다시 사용된다면, 우리는 언론중재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소를 포함해 가능한 모든 법적·제도적 수단을 동원하여 대응할 것이다. 우리는 「성소수자 인권보도준칙」이 청인에게뿐 아니라 농인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될 때까지 멈추지 않고 싸울 것을 엄중히 천명한다.
2025. 09. 04.
한국농인LGB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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