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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시설 당사자들로 구성된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가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22대 국회에 장애인탈시설지원법 제정을 다시금 촉구했다.ⓒ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에이블뉴스 이슬기 기자】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의 '긴급탈시설가이드라인' 발표 3주년이 된 9일 탈시설 당사자들로 구성된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가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22대 국회에 장애인탈시설지원법 제정을 다시금 촉구했다.

장애인의 탈시설권리는 유엔장애인권리협약(UN CRPD)에 명시된 권리이며, 대한민국은 2008년 협약 비준으로 그 이행 의무를 안고 있다.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는 모든 형태의 시설화를 방지하고, 소규모 거주시설을 포함한 모든 시설을 폐쇄하며, 지역사회 기반의 자립생활을 지원할 것을 당사국의 책무로 규정하고 있다. 2022년 제2·3차 국가보고서에 대한 최종견해에서도, 위원회는 한국 정부에 탈시설을 강화하고 협약에 부합하는 정책을 수립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특히 위원회는 긴급탈시설가이드라인을 통해 △모든 형태의 시설 수용 폐지 △신규 시설 입소 금지 △시설에 대한 투자 금지 △모든 장애인에게 지역사회 기반의 지원 제공 △이해관계자가 아닌 당사자의 목소리 반영 등을 명확히 규정했다.

그러나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장애인탈시설지원법은 논의되지 못한채 폐기됐다. 법안 주요 내용은 △장애인거주시설의 단계적 폐지 및 신규 입소 금지 △개별 지원계획 수립과 지역사회 기반 지원체계 마련 등이다.

2020년 전수조사에 따르면, 전국 장애인거주시설은 1535개소(이 중 공동생활가정·단기시설 619개소), 30인 이상 대규모 시설만 362개소에 달하며, 2만8565명이 여전히 시설에 거주하고 있다.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 일반논평 제5호는 소규모 시설이나 ‘위성주거’와 같은 변형된 형태의 시설도 허용되지 않는다고 규정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독립형주거서비스와 의료집중형 거주시설과 같은 새로운 시설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제 당사자들이 말한다. 시설은 '명백한 권리협약 위반'이라며, "탈시설 후 지역사회에서 자유롭게 살고싶다"고.

'시설은 지옥이다' 피켓을 든 중증장애인 탈시설 당사자.ⓒ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시설은 지옥이다' 피켓을 든 중증장애인 탈시설 당사자.ⓒ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시설은 자유가 없는 감옥입니다. 저는 지역사회에서 자유롭게, 사람답게 살고 싶습니다.” (시설거주 15년, 이수미)

“시설은 감옥입니다, 아직도 시설 안에는 폭행, 밥을 주지 않거나 외출 금지 같은 체벌이 존재합니다.” (시설거주 26년, 신경수)

시설에서 보낸 15년은 지우고 싶은 시간이었습니다. 장애라는 이유만으로 시설에 보내지 말고 지원해주십시오.” (시설거주 15년, 추경진)

“시설에서는 일상적인 선택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일이 많으면 밥과 물을 줄이고, 심지어 생리 현상까지 통제당했습니다. 우리는 사육당하는 짐승처럼 취급당했습니다.” (시설거주 15년, 조상지)

“시설은 인간 농장이었습니다. 우리는 원장의 돈벌이 수단에 불과했고, 사육당했습니다.” (시설거주 20년, 한규선)

“아버지가 너무 보고 싶었습니다. 가족 가까이에서 살고 싶습니다.” (시설거주, 이인혜)

“시설에서 살며 마치 기계처럼 움직이는 노예 같았습니다. 나비처럼 자유롭게 날아가고 싶다고 소원했습니다.” (시설거주 20년, 송호천)

“정부와 국회, 지자체, 그리고 우리 사회 전체가 탈시설과 자립생활이라는 당연한 권리를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지금 바로 실현해야 합니다. 탈시설지원법 제정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시설거주 22년, 김동림)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서울지부 이수미 공동대표는 "탈시설지원법은 오랜 기간 시설에 갇혀 인간다운 생활을 빼앗긴 장애인들의 염원을 실현하는 것이자, 더 나은 민주주의로 나아가는 출발점"이라면서 "지역사회에서 자유와 권리를 누리며 살아갈 수 있도록 법을 제정해달라"고 호소했다. 

한국장애포럼 최한별 상임활동가는 "탈시설가이드라인에서는 탈시설 당사자를 ‘생존자’라고 칭한다. 그만큼 시설 수용이 얼마나 폭력적이고 생존을 위협하는 것인지 탈시설가이드라인은 명백히 밝히고 있다"면서 "국민주권정부는 지금까지 배제됬던 시설에 수용됐던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응답해야할 것이다. 탈시설지원법은 바로 민주주의를 세우고 정부의 포부를 시작하는 첫 단계가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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