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장애인권익옹호기관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가 8일 오후 2시 ‘제주 장애인 권익옹호기관 성폭력 사건 후속 과제 논의를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에이블뉴스

【에이블뉴스 백민 기자】 지난 2월 발생한 제주특별자치도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하 제주옹호기관)의 조사관에 의한 성폭력 사건이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인력 확충, 교육 확대, 공공성·전문성 강화 등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쏟아졌다.

제주장애인권익옹호기관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가 8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제주 장애인 권익옹호기관 성폭력 사건 후속 과제 논의를 위한 토론회’에서다.

지난 3월 장애인을 보호하고 장애인의 권익을 옹호해야할 제주옹호기관의 조사관에 의해 지적장애 청소년 등이 성폭력을 당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드러났다. 특히 이 사건은 옹호기관의 상담실에서 발생해 사람들에게 더욱 충격을 주었다.

이에 당시 장애계는 관련 기관인 보건복지부, 제주옹호기관, 운영법인 등이 사건을 묵인하고 있다고 규탄하며, 해당 사건은 개인의 일탈로 치부하는 것이 아니라 옹호기관의 구조적 문제를 살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8일 오후 2시 개최된 ‘제주 장애인 권익옹호기관 성폭력 사건 후속 과제 논의를 위한 토론회’에서 발제하는 김성연 제주특별자치도장애인권익옹호기관 기관장. ©에이블뉴스
8일 오후 2시 개최된 ‘제주 장애인 권익옹호기관 성폭력 사건 후속 과제 논의를 위한 토론회’에서 발제하는 김성연 제주특별자치도장애인권익옹호기관 기관장. ©에이블뉴스

2인 1조 원칙‥“현재 장애인권익옹호기관 인력으로 2인 조사 및 상담 불가능”

올해 8월 취임한 김성연 제주옹호기관 기관장은 “제주 사건 중 큰 문제는 한 사람이 상담을 진행했다는 것이다. 2인 1조가 원칙이지만 현재 옹호기관에서 두 사람이 조사나 상담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옹호기관은 전국 19개가 설치됐고 상근 인원은 5명~15명에 불과하다. 변호사는 총 3명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근 인원은 지자체가 옹호기관에 얼마나 관심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옹호기관의 예산이 중앙정부 예산과 지방정부 예산이 매칭되는데 이 관심에 따라 예산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결국 지역에 따라 장애인의 권리옹호체계가 달라지는 상황이다. 최저 예산에 대한 지침도 없이 지자체의 관심 만에 기대야 하는 현 상황은 매우 심각해 기본적인 지침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제주옹호기관 사건이 나며 확인했지만 관련 지침이 없는 것 또한 문제다. 교육이 매우 부족해 형식적이지 않고 실질적인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성인지 교육 등 교육의 확대가 필수다”라고 덧붙였다.

김성연 기관장은 “이외에도 옹호기관의 문제는 다양하다. 열심히 조사를 하고 행정조치 요청을 해도 행정청은 요청을 듣지 않는다. 신고해봐야 소용없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인지도와 신뢰도가 하락하고 있다. 또한 조사 적용 범위가 학대로만 한정됐다는 점, 수탁기관이 어디느냐의 문제, 장애인거주시설과의 관계 등도 있다. 이러한 문제는 옹호기관의 역할을 축소시키고 위신을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제주옹호기관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은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일지 모른다. 하지만 현재의 인력과 예산으로 각 지역의 옹호기관이 지역을 책임지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옹호기관은 장애인당사자를 위해 어렵게 만든 권리옹호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이 무너지지 않도록 조사 범위를 확대하고 관련해 권한도 명확하게 하는 등 법 개정이 필요하다. 제주옹호기관의 사건은 너무 큰 사건이었고 전체 옹호기관의 신뢰를 무너뜨린 사건이었다. 이를 회복하기 위해 치열한 노력이 따르지 않으면 위상을 높이고 신뢰를 회복하긴 어렵다. 장애인을 위한 기관이 당사자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꼼꼼히 점검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8일 오후 2시 개최된 ‘제주 장애인 권익옹호기관 성폭력 사건 후속 과제 논의를 위한 토론회’에서 토론하는 사회적협동조합 트멍 최석윤 대표. ©에이블뉴스
8일 오후 2시 개최된 ‘제주 장애인 권익옹호기관 성폭력 사건 후속 과제 논의를 위한 토론회’에서 토론하는 사회적협동조합 트멍 최석윤 대표. ©에이블뉴스

2023년 장애인학대 사례 348회, 상담 1,034회 ‘인원 재배치 및 확충’ 절실

사회적협동조합 트멍 최석윤 대표는 “행정관청이 사건이 벌어지고 약 1달간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은 사건의 중대함을 모르는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특히 사건해결을 위해 책임지고 일을 해야 할 당시의 제주옹호기관 기관장이 사표를 냈을 때 즉각적으로 수리해 줬다는 것은 이 사건을 바라보는 행정관청의 안일함을 넘어 무지함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가. 기존 직원을 포함해 새로운 직원을 채용 시 기본 소양 교육 필수 이수 후 조사 및 상담 활동을 개시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현재 중앙옹호기관에서 5일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데 보통 다른 기관에서는 한 달 정도의 교육이 이뤄진다는 점과 비교하면 기본 교육의 필요성이 제기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인원도 당연히 확대돼야 한다. 2023년 장애인학대 사례는 348회, 상담은 1,034회였다. 사례관리까지 해야 한다고 하면 현재의 인원으로는 어림도 없다. 특히 통계상 장애인학대 사례와 상담 건수가 계속 증가하는 것은 인원 재배치와 확충이 가장 앞에 놓여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일반폭력과 성폭력의 차이를 인정하고 사건에 개입해야 하며 피해자의 자기결정권의 엄격한 적용이 필요하다. 또한 옹호기관의 업무는 행정이 해야 할 일을 수탁하는 것인 만큼 정부와 지자체가 기관 운영의 가장 기본적인 환경인 공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8일 오후 2시 개최된 ‘제주 장애인 권익옹호기관 성폭력 사건 후속 과제 논의를 위한 토론회’에서 토론하는 경상북도장애인권익옹호기관 김신애 기관장. ©에이블뉴스
8일 오후 2시 개최된 ‘제주 장애인 권익옹호기관 성폭력 사건 후속 과제 논의를 위한 토론회’에서 토론하는 경상북도장애인권익옹호기관 김신애 기관장. ©에이블뉴스

“개인 도덕성에 책임 묻는 것은 한계가 있어. 공공성·전문성 강화돼야”

경상북도장애인권익옹호기관 김신애 기관장은 “제주옹호기관 사건에서 보듯이 인간에게 도덕성, 윤리성을 책임 묻게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이를 보완할 방법은 구조적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인권적 운영이란 결국 공공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전문기관으로서의 독립성이 주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공공성을 갖추기 위해 여러 방안이 있겠지만 인력에 국한해서 볼 때 권익옹호활동가, 상담원들 교육 커리큘럼 또한 새로이 제시되고 현장상황, 실제 대응은 상담원 개인 능력과 달리 가치, 철학, 인권 감수성, 장애관점, 차별과 차이에 대한 교육이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조사와 지원은 1인 역할이 아니고 결국 팀이나 기관의 역량이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공공성과 전문성은 다른 게 아니다. 옹호기관 인력채용에 있어 인권활동가 채용도 가능하지만 실제로는 사회복지사, 상담전문가로 집중돼 있다. 정치학, 법학, 사회복지, 심리상담 등 여러 전문 인력이 채용돼야 조사와 피해지원이 원활하게 이뤄질 텐데 사회복지인으로만 제한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특정 분야 직종과 사회복지 초년생들이 채용되는 것은 사실 예산의 문제고 이 부분에 대해 정부는 손을 놓고 있다”고 꼬집었다.

마지막으로 “이는 예산 지원, 정부가 책임지겠다는 인식 없이는 지역 옹호기관에서 책임지는 것은 불가능하다. 기관운영의 독립성은 외부의 압력에도 장애인의 이익, 장애관점, 사회와 장애의 관계를 이해하고 압력이 학대가 되는 것을 밝혀내는 것이어야 하고 절차적·감적정 지원을 하는 것이다. 이것은 인력, 인권옹호자 등 종사자의 노동권 보장, 처우개선이 바탕이 돼야 가능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8일 오후 2시 개최된 ‘제주 장애인 권익옹호기관 성폭력 사건 후속 과제 논의를 위한 토론회’에서 토론하는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전남북제주광주권역 김은지 대표. ©에이블뉴스
8일 오후 2시 개최된 ‘제주 장애인 권익옹호기관 성폭력 사건 후속 과제 논의를 위한 토론회’에서 토론하는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전남북제주광주권역 김은지 대표. ©에이블뉴스

‘지역사회와 긴밀한 연대 및 협조체계 구축’ 필요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전남북제주광주권역 김은지 대표는 제도화 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연대 협력체계를 만들어나가고 있는 현장의 사례들을 소개하며 “이러한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현행법과 제도의 한계점이 있음을 인지하고 그 틈을 매울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마련할 수 있는 사람은 현장에서 일하는 활동가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와 같은 역량은 한순간에 길러질 수 있는 것은 아니며 개인 활동가의 욕구로 가능한 일도 아니다. 활동가가 소속돼 있는 단체·기관에서 이런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교육이나 외부연대회의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마지막으로 “또한 젠더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기관, 지자체에서도 매뉴얼에 따른 형식적인 지원이나 회의를 지양하고 역량을 가지고 있는 지역의 단체와 긴밀한 협조체계를 구축해 적극적으로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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