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진발달장애인자립생활센터와 피플퍼스트 광진센터는 10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발달장애인 인권증진 토론회’를 개최했다. ©에이블뉴스
【에이블뉴스 백민 기자】 우리나라는 법으로 형사·사법절차에서 발달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으나 현실은 여전히 인권침해와 차별을 경험하고 있어 관련 법·제도 개선뿐 아니라 경찰·검찰·법원 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형사·사법절차상 발달장애인 권리옹호 교육이 의무화돼야 한다는 목소리다.
광진발달장애인자립생활센터와 피플퍼스트 광진센터는 10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발달장애인 인권증진 토론회’를 개최했다.

10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된 ‘발달장애인 인권증진 토론회’에서 발제하는 장애인교육 아올다 이혜영 대표. ©에이블뉴스
다양한 발달장애인 형사·사법절차 권리 보장 법안에도 차별받는 현실
장애인교육 아올다 이혜영 대표는 “첫 활동을 시작했던 20여 년 전에는 발달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하는 법들이 없어 저와 변호사분이 발달장애인 당사자분을 수사 단계부터 검찰, 재판까지 지원하기도 했다”면서 “현재는 발달장애인의 사법절차상 권리보장을 위한 법이 제·개정돼 시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헌법과 형사소송법,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 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차별금지법),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발달장애인법), 장애인복지법 등이 있다”면서 “하지만 여전히 발달장애인은 차별에 맞닥뜨리고 있다. 올해 초만 해도 발달장애인이고 심장질환이 있음을 밝혔음에도 경찰이 현행범으로 뒷수갑을 채우는 일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혜영 대표는 “2024년 기준 등록장애인 중 발달장애인은 28만 여명으로 10.7%다. 특히 발달장애학생은 전체 특수교육대상학생 대비 81.7%를 차지하고 있다”며 “2019년~2021년 발달장애인 피고인 사건 판례 분석 결과 전체 1,273건 중 86명(6.8%) 변호인 조력 없이 재판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고 무죄사건은 21명(1.7%)으로 확인됐다. 이는 적은 숫자 같지만 적은 퍼센트 같지만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경찰 수사 단계를 보면 발달장애인이 고지 내용을 이해 못하거나 장애를 밝히지 않고, 경찰이 당사자가 듣고 말하는데 지장이 없다고 판단하는 등 발달장애인 본인 의사 확인부터 권리보장 이행의 어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발달장애인 전담경찰관이 있지만, 실제 사건에서 전담 경찰관 사건을 담당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 검사의 경우 전체 검사 2,000여 명 중 발달장애인 전담 검사는 77명에 불과해 전담 검사가 사건을 담당하지 않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꼬집었다.

장애인교육 아올다 이혜영 대표의 ‘발달장애인 사법절차상 권리보장 강화 정책 제안’ PPT. ©에이블뉴스
‘발달장애인 교육 의무화·교육조건부 기소유예·장애인 등록 조회 확인’ 제언
이혜영 대표는 “이러한 현실에 관련 법 조항들의 신설과 개정을 제안하고자 한다. 먼저 경찰의 발달장애인 장애 확인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을 위해 장애인차별금지법 개정을 통해 의사소통이나 의사표현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가 있는지 여부를 장애인 등록 조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도록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형사·사법절차상 발달자애인 권리보장을 위해 매년 수사 기관, 재판 절차, 처분 단계, 구삼 실태 등에 모리터링하고 결과를 공표하도록 하는 발달장애인법 조항 신설을 제안한다. 또한 신뢰관계인뿐 아니라 국선변호인·공익변호인이 경찰과 검찰 수사 단계, 법원의 재판 단계에서 지원할 수 있도록 개정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또 “경찰뿐 아니라 검찰 법원 공무원 등에 대해서도 형사·사법절차상 발달장애인 권리옹호 교육이 의무적으로 실시돼야 한다. 또 발달장애학생이 전체 특수교육대상학생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 발달장애학생의 형사·사법절차상 권리 옹호 교육을 매년 1회 의무적으로 실시하는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대표는 “경찰 수사 단계부터 법원의 재판 단계까지 발달장애인 당사자의 모든 절차의 문서를 읽기 쉬운 용어로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일본에서 시행하고 있는 것처럼 발달장애인에 대해 경미한 사건의 경우 교육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하도록 하는 것을 법으로 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법 개정과 더불어 교육부와 보건복지부에 관련 시범사업을 제안하고 싶다. 교육부는 형사·사법 절차상 권리 옹호 교육에 대한 내용을 2028년부터 시행될 제7차 특수교육 발전 5계년 계획에 중점과제로 삼고 2029년 개정 교육과정에 포함해야 한다. 보건복지부에는 모니터링 시범 사업과 사회복귀지원 시범 사업, 형사·사법 절차상 권리옹호 교육 시범 사업을 제안하고자 한다. 복지부에서 힘들다면 민간영역인 발달장애인자립생활센터와 발달장애인제원센터를 통해서라도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10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된 ‘발달장애인 인권증진 토론회’에서 토론하는 피플퍼스터 광진센터 이태현 활동가. ©에이블뉴스
“경찰·검찰 대상 발달장애인이 직접 하는 장애인식개선 교육이 이뤄지길 바란다”
발달장애인 당사자 피플퍼스터 광진센터 이태현 활동가는 형사·사법 절차에서 자신과 동료가 겪었던 경험을 공유했다. 자신은 경찰 조사부터 법원 재판까지 전담경찰관이나 전담검사를 단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한 스미싱 피해를 받아 경찰에 도움을 받고자 했으나 설명 없이 어려운 말들만 가득한 종이 한 장만 주고 진술서를 쓰라고 했으며 자신은 무시하고 동행한 조력자에게만 말을 하려 했고, 동료 또한 동료상담을 지원하는 발달장애인이 사기를 당해 경찰서에 방문했으나 동료에게는 막말과 무시를 하고 비장애인인 근로지원인에게는 친절하게 답을 해주었다며 “우리는 도움을 받고자 경찰서를 방문했지만 경찰에게 무시를 받았다”고 토로했다.
이에 이태현 활동가는 “발달장애인 전담 경찰관과 전담 검사제도를 더 잘 운영하면 좋겠다”면서 “경찰과 검사가 듣는 장애인식개선 교육을 발달장애인이 직접 가르치도록 바뀌면 좋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마지막으로 “발달장애인 당사자인 우리가 교육하고 강의를 하는 것이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초등학교와 고등학교를 비롯한 다양한 기관에 찾아가서 장애인식 개선 강의도 학고 공연한 경험이 많이 있다”고 밝혔다.

10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된 ‘발달장애인 인권증진 토론회’에서 토론하는 법조공익모임 나우 이수연 변호사. ©에이블뉴스
사법·행정절차 편의 제공에 ‘진술조력인‧이해하기 쉬운 문서’ 포함돼야
이날 토론회에 자리한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이해하기 쉬운 용어를 사용하며 토론에 임한 법조공익모임 나우 이수연 변호사는 가장 먼저 발달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국민은 헌법상 신체의 자유가 있다고 강조하며 올해 발생한 발달장애인 뒷수갑 사건이 왜 당연하지 않은 것인지에 대해 설명했다.
또한 장애인차별금지법, 발달장애인법, 장애인복지법 등 장애인은 형사·사법절차에서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설명하면서도 이렇게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음에도 발달장애인이 마주하는 현실은 장애가 전혀 고려되지 않거나 형식적으로만 보장돼 장애인에게 불리한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수연 변호사는 “장애인차별금지법과 관련해 제안하고자 하는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 26조는 사법·행정절차 및 서비스 제공에 있어서의 차별금지를 명시하고 있다. 구체적 내용은 제17조 사법·행정절차 및 서비스에 있어서의 편의 제공 등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보조인력’을 제공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보조인력이 신뢰관계인인 것인지, 발달장애인법상 보조인인지 명확하지 않아 ‘진술조력인 등을 포함한다’고 개정이 필요하다. 또한 발달장애인의 편의와 권리보장을 위해 쉬운 용어 서류를 제공하거나 서류를 작성할 때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설명하는 것이 필요한데 관련한 내용이 없다. 이에 이해 하기 쉬운 문서를 편의제공으로 포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