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뉴스 이복남 객원기자】ENA 드라마 ‘허수아비’(연출 박준우, 극본 이지현)는 연쇄 살인사건의 진범을 쫓아 수사하던 형사가 자신이 극도로 혐오하던 검사와 뜻밖의 공조 관계를 맺게 되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범죄 수사 스릴러이다.
이 드라마는 한때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실제 사건,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허수아비’는 ‘화성 연쇄 살인사건’을 되돌아보는 과정이다.

허수아비. ⓒENA
드라마 ‘허수아비’는 강성에서 일어난 사건을 다루고 있다. 강성경찰서에서 연쇄사건을 맡아서 수사하는 강태주(박해수 분) 경사가 있다. 그리고 도형구(김은우 분)와 장명도(전재홍 분) 막내 박대호(류해준 분) 형사가 있고 강성경찰서장은 차준영(허정도 분)이다.
이 사건을 담당한 검사 차시영(이희준 분)은 차준영의 배다른 동생인데 강태주와 학교를 같이 다닌 동창이지만 원수 같은 사이다. 강성문고를 운영하는 이기환(전문성 분)과 강성일보 기자 서지원(곽선영 분)도 다 같은 동창이다.
강태주의 동생 강순영(서지혜 분)은 학교 선생인데 강성문고를 운영하는 이기환의 동생 이기범(송건희 분)과 연인 사이다. 그리고 이기범의 친구인 임석만(백승환 분)은 강성 농기구 수리점의 직원이다.

이기범과 강순영. ⓒENA
강성에서 몇 번이나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강태주 등 형사들은 살인범을 잡기 위해 불철주야 매달리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여고생 민지가 강성문고에서 화구통을 찾아갔다. 민지가 떠나자마자 비가 내려서 이기범이 우산을 가지고 나가자 형 이기환이 자기가 갖다주겠다고 가져갔다.
그 후 민지는 살해되었다. 경찰조사로 민지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들린 곳이 강성문고였고 민지에게 우산을 갖다주려고 나갔던 사람이 이기범이라 경찰조사를 받았다.
그런데 이기범은 정식 조사가 아니라 차시영 검사가 도형구와 장명도 형사에게 비밀리에 지시한 사항이었다. 형사들이 이기범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임석만이 보았으나 형사들은 임석만에게 입을 다물라고 했다.

차시영 검사와 강태주 형사. ⓒENA
형사들은 이기범을 심문하고 그의 집을 수색했다. 이기범은 서울에서 데모하다가 휴학한 대학생인데 그의 집에는 정부에서 말하는 자본론 등 불온서적이 있었다. 형사들은 이기범을 구타했고 자백하지 않으면 형 이기환이나 친구 임석만이 다칠 거라고 했다.
강태주는 이기범이 갑자기 사라져서 백방으로 찾아보았으나 이기범은 행방이 묘연했다. 그 무렵 또 한 사람이 강간 살해되었다. 그동안의 연쇄 살인이 주로 들판에서 일어났는데 이번 8차 사건은 집안에서 벌어졌다.
피해자 유류품(핸드백)을 임석만이 가지고 있었고 강순영이 범인을 보았다는 목격담이 있었다. 강순영은 범인이 다리를 전다고 했고 임석만이 핸드백은 주웠다고 했으나 강순영이 이기범과 하나씩 나누어 가진 손수건이 임석만 주머니에서 나왔고 임석만이 다리를 절었고 무엇보다 임석만은 그날 밤의 알리바이를 대지 못했다.

임석만이 용의자로 지목되자 이기범은 풀려났다. ⓒENA
이기환은 풀려난 이기범을 차에 태우고 오다가 아내가 빵을 사 오라고 했다며 잠깐 빵을 사 오니 그 사이에 이기범은 죽어 있었다. 사람들은 강태주가 이기범을 죽였다고 난리를 쳤다. 서지원 기자가 알아보니 이기범의 사인은 형사들에게 얻어맞아서 장기 손상으로 인한 패혈증이었다.
강태주는 이기범이 그렇게 허망하게 죽자 임석만에게는 나름대로 과학수사를 하겠다고 살해 현장에 있던 혈액형과 체모를 검사했다. 당시만 해도 DNA 분석기술이 오늘날 같지 않아서 방사성동위원소 검사를 했는데 범인과 일치했고 혈액형도 범인과 같은 B형이었다. 그리고 강순영의 손수건에다 다리를 절었고 알리바이를 대지 못하는 등 여러 가지 정황이 범인과 일치했다.
나중에 알려진 사실로 방사성동위원소 검사는 믿을 게 못 되었고 실제 범인 이춘재의 혈액형은 O형이었다.

새로운 용의자로 지목된 임석만. ⓒENA
차시영 검사와 도형구와 장명도 형사는 임석만에게서 자백을 받아냈고, 처음으로 현장검증을 실시했다. 형사들이 쓴 임석만의 자백진술서에 의하면 임석만은 피해자 집 담장을 넘어 방 안으로 들어갔다고 했는데 임석만은 담장을 넘지 못했다.
서지원 기자가 보기에 임석만은 범인이 아닌 것 같았다. 그런데 범행이 일어난 그 날밤에 어디서 뭘 했는지 알리바이를 대지 못했다. 형사들이 뭘 했느냐고 물었을 때 임석만은 기억이 잘 안 난다고만 했다.
임석만의 범죄사실이 텔레비전에 보도되자 누나는 서지원 기자를 찾아간다. 사건이 나던 그 날밤 자신이 임석만을 만났다고 했다. 시어머니가 편찮으셔서 남편 몰래 왔기에 임석만에게 자기가 왔었다는 사실을 매형에게 비밀로 해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서지원 기자를 찾아온 임석만 누나. ⓒENA
누나는 통곡했다. “세상에 그 약속을 지키려고 알리바이도 대지 않았군요. 그 애가 그렇게 고지식해요.” 임석만은 며칠 남지 않은 누나 아들 태호 생일 선물로 산 장난감을 직접 주고 싶었는데 시부모님이 석만이를 못 만나게 했단다.
서지원 기자 : “시부모님이 외삼촌 임석만을 못 만나게 하다니 왜요?”
임석만 누나 : “태호가 자꾸 외삼촌을 따라 한다고요.”
서지원 기자 : “손자가 외삼촌을 따라 하면 안 되는 게 뭐예요?”
임석만 누나 : “절름발이요”
필자는 이 드라마 ‘허수아비’를 보다가 이 장면에서 목이 메었다. ‘허수아비’는 ‘이춘재 연쇄 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한 것인데 실제로 이런 일이 있었을까.
‘이춘재 연쇄 살인 사건’을 다시 찾아보았다. 이춘재 사건에서 임석만처럼 누명을 쓴 소아마비 장애인이 정말 있었다. 윤성여라는 사람이 누명을 쓰고 20년간이나 억울한 옥살이를 했는데 그 사람이 소아마비 장애인이었다.

임석만이 누나에게 태호 선물을 건넸다. ⓒENA
누나의 등장으로 그날 밤 임석만의 알리바이는 밝혀졌으나 주머니에서 나온 손수건은 범인이 몰래 가져다 넣은 것이었다. 범인이 다리를 절었다고 했는데 다친 것인지 일부터 그런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임석만이 대신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되었지만.
강태주가 임석만이 범인이라고 체포했고 임석만의 혈액형과 방사성동위원소가 범인과 일치한다고 믿었으나 서지원 기자가 방사성동위원소는 농기구 관련 일을 하는 사람은 다 그렇게 나왔으므로 믿을 게 못 되며 더구나 임석만은 소아마비라 담을 넘지 못했다고 했다.
강태주는 임석만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오겠다고 했으나, 그 무렵 8살 윤혜진이 실종되어 살해되었다. 강태주는 차시영이 그 시신을 감추었다고 믿고 있었기에 시체를 감추었다는 차시영의 끄나풀 같은 박상범(길은성 분)을 만나러 가면서 서지원 기자에게 대신 가라고 했다.

차시영은 임석만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ENA
차시영 검사는 서지원의 증언을 묵살했고 임석만은 연쇄 살인의 범인이 아니라 모방범이라면서도 임석만에게 사형을 구형했고 판사는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박상범이 강태주를 데려간 곳은 모래더미였다. 강태주는 윤혜진이 어디 있느냐고 물었으나 너는 알 필요 없다고 하면서 강태주를 가격했다. 피투성이가 된 강태주가 혜진이를 돌려달라고 애원할 때 재판을 끝낸 차시영이 다가왔다.
차시영은 강태주가 자기를 사기꾼으로 만들었다며 모래 구덩이 속으로 차 넣었다. 차시영은 법정에서 강태주가 진범을 말할 줄 알았다는 것이다.

그 사람을 잡아넣은 게 너잖아. ⓒENA
드라마는 그 당시와 30년 후를 오가고 있었는데 30년 후에 밝혀진 진범은 이미 공소시효가 지나서 죄를 물을 수도 없는 이기환이었다.
이기환은 강태주에게 그때 이야기를 하면서 “그때 임석만을 잡아넣은 것은 너잖아.” 강태주는 임석만의 혈액형이 B형이고 농기구 수리공이었기에 방사성동위원소 검사가 범인과 일치했고 주머니에서 강순영의 손수건이 나왔고 알리바이를 대지 못했고 목격자가 다리를 전다고 하는 등 모든 것이 범인과 일치했었다.
‘이춘재 연쇄 살인 사건’은 이춘재가 1986년 9월 15일부터 1991년 4월 3일까지 경기도 화성군 일대에서 여성 10여 명을 강간하고 살해한 사건이다. 모방범죄로 판단되었던 8차 사건을 제외하고 범인이 검거되지 않은 채로 이 사건의 공소시효는 범행 당시의 형사소송법 규정(제249조)에 따라 범행 후 15년이 지난 2001년 9월 14일 ~ 2006년 4월 2일 사이에 모두 만료되었다.

누명 쓴 윤성여 씨의 증언. ⓒ나무위키
2019년에 무기수로 복역 중인 이춘재가 DNA 검사 결과 범인으로 특정되었고 화성 연쇄 살인 14건 모두의 진범이라고 자백하였다. 2019년 12월 17일 이전까지는 지역명을 따서 화성 연쇄 살인 사건으로 불리다가 2019년 12월 17일 이후 경찰이 화성지역 주민들과 화성시의회의 요청을 받아들여 ‘이춘재 연쇄 살인사건’으로 변경되었다.
이춘재가 범인으로 밝혀졌으나 이춘재가 범인으로 특정되기 전까지 화성 사건 수사 과정에서 억울하게 용의자로 몰린 사람이 자살하는 사례가 3번이나 나왔고 1명은 고문 후유증으로 사망했다고 한다.
경찰의 강압 수사로 인해 윤성여(당시 22세) 씨가 범인의 누명을 쓰고 무기징역이 선고되어 20년간 복역하였으며, 2020년 진범이 이춘재임이 드러나 재심을 거쳐 32년 만에 무죄를 판결받았다. 그리고 2021년 3월 10일 수원지법은 윤성여 씨에게 지급될 형사보상금을 형사보상금 최대 상한 액수인 약 25억 원으로 확정하였다.

윤성여 씨의 재심 무죄 판결. ⓒKBS 뉴스
드라마 ‘허수아비’에서 임석만은 강압에 의해 허위 자백한다. 임석만은 소아마비 장애인으로 담을 넘을 수가 없다. 현장검증에서 담을 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는데도 경찰은 이를 묵살하고 어물쩍 넘어가 임석만에게 억울한 누명을 씌웠다.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 당시, 범인으로 누명을 썼던 사람들은 이춘재가 범인이라는 것이 밝혀진 후에야 재심 청구를 할 수 있었다. 30년이란 세월이 지난 탓에 대부분의 수사관들은 재판에 나오지도 않았으며, 이미 사망한 이도 있었다.
피해자의 잃어버린 세월에 대해 누구 하나 진심 어린 사죄도 하지 않았으며 법적 처벌을 제대로 받은 이도 없다. 드라마의 비극은 현실에서도 그대로 일어났다. 그들의 빼앗긴 청춘과 삶은 그 어떤 것으로도 보상받을 수 없는 상처로 남았고 그 비극은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약자의 눈물을 외면하지 않는 사회, 잘못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묻는 사회가 되기 위해 우리는 이 비극을 잊지 않고 계속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