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련 사무실에서 만난 6명의 활동가들
양당 중심 선거 구도에서 소수자의 권리 이야기 안 돼
우리가 하고 있는 것도 정치, 운동과 정치 경계 없애야

민주노련 사무실에 활동가들이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이재민
6월 3일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노점상전국연합 사무실에 반빈곤운동과 장애인권운동 활동가들이 모였다. 활동가들은 이재명 정부에 대한 중간 평가이자, 윤석열 탄핵 이후 두 번째로 치러지는 전국 선거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좌담회는 이원호 빈곤사회연대 집행위원장의 사회로, 이동현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 김소연 전국철거민연합 사무처장, 민주노점상전국연합 최인기 수석부위원장, 홍정우 조직국장, 민푸름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사무국장이 참여해 진행됐다.
이번 좌담회서는 6.3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서울시장 선거를 집중해 다뤘다. 서울시장 선거만 다루게 된 점은 독자들의 양해를 구한다.
좌담회에 참석한 활동가들은 이번 선거에 대해 기대보다는 우려가 컸다. 그리고 향후 진보적 운동단체들이 선거 국면을 어떻게 대응하고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다.
기대 없는 선거, 촛불 열망 담겼나
활동가들은 이번 선거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로 일관했다. 거대 양당 중심의 선거 구도가 빈민과 장애인 등 소외된 이들의 요구가 무시되어 왔던 지금까지의 선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선거운동이 시작되고 선거관리위원회가 정치인들을 규탄해왔던 시민사회단체들의 활동을 불법으로 규정한 것에 대해서도 성토했다.
민푸름: 광장에서 터져 나왔던 여러 목소리들이나 요구가 (있던 가운데) 조기대선이 치러졌다. 이재명 정부가 그 목소리에 응답해야 하는 책임이 있었음에도 다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 선거가 완성되지 못한 광장의 목소리에 대한 응답을 이끌어내는 선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떤 후보가 아슬아슬하다는 이야기만 오고 가는 게 답답하다.
이동현: 이번에도 빨간색, 파란색 뒤집기 중에 하나가 결정될 그런 판이라서 기대가 사실은 너무 없다. 광장에서 대표되었고 지지받았던 진보정당의 자리가 이렇게 왜소해짐을 보면서 굉장히 안타깝고, 그럼에도 내가 서 있는 운동에 어떤 희망을 심을 수 있는 선거로 만들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 경험상 시장은 모르겠고 지방의회에서 역할 하는 진보정당 의원이 있을 때와 없을 때가 너무 다르다. 적어도 진보적인 시의원 두 명은 당선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되지 않을까.
김소연: 전국철거민연합은 이번 선거에 기대가 없기 때문에 실망도 별로 없다. 이명박 서울시장 시절부터 개발로 일축되는 선거 공약들만 있었다. 근본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후보들은 전혀 없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는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선거법 위반으로 협박도 받고 있다. 하지만 지난 3~4년간 외쳐왔던 ‘사퇴해라’, ‘물러나라’라는 이야기를 그만둘 수 없기 때문에 계속 진행하고 있다.
정치공학으로 작동하는 정책 공약, 이게 맞나
시민사회단체들은 선거 때마다 후보자들에게 정책질의서를 보내거나 협약을 체결하는 전략을 선택한다. 주요 요구들을 공약에 반영시키고, 당선 후 이행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활동가들은 정책질의나 협약, 그리고 더 나아가 후보자들이 발표하는 공약이 이제는 정치공학적으로 변질돼 고민이 된다고 했다. 6월 2일을 기준으로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 모두 5대 공약만 제시했을 뿐 선거공약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조차 올라오지 않은 상황이다.
이동현: 후보들이 공약을 (제 때) 내지 않는 것에 화가 난다. 서로 상대 후보에게 책 잡혀서 이용당하는 걸 방지하고자 그러는 것인지 모르겠다. 특히 지선은 공약이 중요한데 얌체 짓하는 것이 ‘후보 자격도 없다’ 이런 생각이 많이 든다.
이원호: 예를 들어 재개발 조합이나 재건축 조합과 ‘간담회를 한다’, ‘협약식을 한다’ 이러면 후보들이 공식 일정으로 잡고 홍보를 한다. 그런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간담회도 하고, 협약까지도 하는데 이것을 공식 일정으로 넣거나 홍보하지는 않았다. 이걸 자신의 이슈로 삼지 않는다. 또는 ‘협약식은 못하겠다’, ‘제안식으로 이름을 바꾸자’ 이런 식의 요청이 있기도 하다.
김소연: 이 놈이 되든, 저 놈이 되든 똑같이 싸움판은 벌어진다. (협약을) 안 한 사람이 된다면 항의를 해야 되고, 한 사람이라면 또 이야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 올 텐데 그럴 바에는 ‘비굴하게 가지 말자’, ‘싸움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이제 고민은 ‘6월 3일 이후로 어떤 놈이 올라오는지 보고 하자’ 이 정도로 답을 드릴 수 있다.
내용 없는 정치적 수사에 불과한 공약
한편 활동가들은 빈민이나 장애 관련 내용이 공약으로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아주 제한적이거나, 현실에 맞지 않는 공약들이라고 비판했다.
민푸름: 카드뉴스로 후보들의 공약이 매일매일 올라온다. 그런데 이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나. 예를 들어 장애인과 관련된 공약을 보면 그냥 ‘약자와의 동행을 이어가겠다’,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하겠다’ 이런 식의 구호와 슬로건만 있다. 우리가 언제부터 이런 걸 공약 취급했나. 그렇게 표심을 조직하기 위한 문장들만 나오니까 뭘 봐야 될지 모르겠다.
이동현: 공약이라는 것을 진짜 당선이 돼서 ‘어떻게 집행하겠다’ 이런 차원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내가 득표할 수 있는 카드로 쓰고 아니면 버린다. 너무 얄팍한 정치인의 모습이 드러나는 것 같다. (공약이 있더라도) 수사적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또 구체적인 정책도 있긴 한데 실효성 없는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봐서 정말 관심이 없고, 잘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요구안을 힘들게 만들었으니 이후 서울시와 협의를 해서 하나씩이라도 쟁취해 가는 공동 행보 전략이 있었으면 좋겠다.
쪽방촌, 가락시장 방문하는 후보들, 내용은 알까
지방선거에 나오는 후보들에게 소수자들의 공간은 민생 행보를 보여주기 위한 정치적 공간으로 이미 자리매김한 듯하다. 선거운동 첫날, 정 후보는 택배 승하차장을, 오 후보는 가락시장을 선택했다. 그리고 지난 5월 19일 오 후보는 창신동 쪽방촌을 찾았고, 정 후보는 2일 돈의동 쪽방촌에서 일정을 수행했다. 활동가들은 정치인들의 이러한 행보를 어떻게 생각할까?
최인기: (오 후보에게서) 가락시장과 관련된 공약이 보이지 않는다. 가락시장과 관련된 현안이나 요구 관련해서 관심 없이 현장을 찾는 것이다.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은) 그 안에서 오랫동안 장사를 해왔던 상인들에게 최적화된 형태로 꾸며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용도로 쓰일 수 있는 방식으로 재구성된다. 소위 말해서 건물의 상품적 가치를 높이는 방식으로 재편되는 것이다. 예전에는 서울시, 시장 관리사업단, 우리(민주노점상전국연합). 이 3자가 모인 갈등 조정기구가 있었다. 그런데 오 시장이 되면서 무처럼 딱 잘라져 버렸다. 그걸 복원시키라는 게 핵심 요구다.
이동현: 오 후보가 22년도에 취임식을 하고 첫 방문지가 창신동 쪽방이었고, 약자와의 동행이라는 브랜드를 확실히 띄웠다. 우리가 하지 말라고 하는 게 가난한 사람들을 ‘병풍 세우지 말라’는 건데, 그것을 정반대적인 상황으로 활용했다. 가난한 사람들을 병풍으로 세워놓고 스냅샷을 찍은 것이다. 가난한 이들을 도구로 쓰는 방식이 아니라 정책의 본류로 대해야 한다. 그런데 오세훈 같은 경우, (그렇게 방문하고) 올해 쪽방 동행 사업 예산을 2배로 늘렸다. 그런데 올라간 예산은 인플루언서를 통해 유튜브 방송을 하는 예산이다. 실제 주민 지원 예산은 오히려 더 많이 깎였다.
개발 공약만 줄줄이…민주당도, 국민의힘도 차이 없어
정 후보는 착착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오 후보는 신통기획이라는 이름으로 연일 재개발·재건축 인허가 기간 단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개발 속도를 높이고, 규제완화와 공급확대를 중심에 둔 접근 방식은 양당이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좌담회에 참석한 활동가들은 이러한 양당의 개발 정책에 대해 정작 거기에 살고 있는 빈민과 세입자, 홈리스 등 주거 취약 계층의 삶은 안중에도 없다고 비판했다.
김소연: (우리는) 선대책·후철거 방식의 순환식 개발 이야기를 하는데, 이제는 ‘공공’이라는 이름을 걸고 그냥 빨리빨리 하겠다는 것이다. (강제퇴거에 맞서) 집 지키다가 시간만 흐르고 (집은) 낙후가 돼, 그러면 용역들이 철거하던 방식을 그대로 따르는 게 지금의 공공 재개발이다. (후보들도) 용역 깡패가 어떻게 했고, 우리가 쫓겨날 때 어떻게 됐는지 알 것이다. 그런데 근본적인 대책이 없다. 선대책·후철거, 이주대책이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으면 사업승인을 내줄 수 없다던가 이런 부분들이 (공약에) 없다.
이동현: 공공이 주도를 하고 그것을 더 공공의 이익에 맞게 진행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동자동 공공주택사업에 공공임대주택이 들어오지만 상생협력 상가라는 것도 들어온다. 그런데 구체적인 내용은 모른다. 전혀 계획이 세워지지 않았지만 ‘공공성’을 붙이는 방식으로, 쫓겨나지 않고 오랫동안 일을 할 수 있게 하는 그런 방식으로 재구조화 할 때 좀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고급화’도 문제다. 재개발이 아니어도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쪽방을 없애고 카페를 만드는 이런 게 계속 일어난다. 시민들이 주체로 참여하는 방식으로 목소리를 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이원호: 국민의힘은 직접 탄압, 더불어민주당은 착한 얼굴 탄압이라고 이야기를 했는데, 정 후보가 자기 브랜드로 강조한 게 젠트리피케이션 예방 대책이고 반지하 전수조사다. 그런데 정 후보가 성동구청장으로 있던 시절 성동구는 엄청난 개발과 고급화를 추진했다. 그 과정에서 젠트리피케이션도 심하게 발생했다. ‘우리는 보호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했어’라고 하는데 그건 굉장히 예외적이고 제한적이었다.
이제는 직접 정치해야…후보자 낸 반빈곤·장애운동단체들
이러한 정치적 현실에 맞서 조항아 민주노점상전국연합 사무처장은 진보당 서울시의회 비례대표 3번으로, 탈시설장애인당當 조상지 활동가는 무소속으로 종로구 서울시의회 의원에 출마했다. 소수자를 배제하는 정치 구도 속에서, 당사자가 직접 목소리를 내기로 결정한 것이다.
홍정우: 지난번에 문성호 의원이 노점 말살 조례를 두 번이나 제정하려고 했다. 그 때마다 진보정당 소속 의원 한 명 있는 게 운동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절실히 깨달았다. 한번은 (문 의원이) 가로가판대 조례를 올렸는데 통과됐다. 우리는 미리 알았기 때문에 노점 말살 조례를 막을 수 있었는데, 가로가판대 쪽은 아무도 그걸 몰랐다. 그러니까 시의회 쪽에 이런 흐름이 있다는 것을 아냐 모르냐 이런 게 중요하다. 그래서 조항아 사무처장이 후보로 나선 것이다.
한편 민 활동가는 조 후보의 출마는 기존 정치질서에 대한 도전 그 자체라고 했다.
민푸름: 정치를 하는 게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들을 계속 던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명확하게는 우리가 해온 투쟁이 왜 정치가 아니냐. 투쟁과 제도 정치 사이에 명확한 선을 그어서 ‘너희는 투쟁의 거리에만 남아 있어, 너네는 정치를 하는 게 아니야. 제도 정치는 훈련된 언어와 기술을 가진 세련된 복장을 한 사람들의 전유물이고, 너희는 투쟁의 거리에 남아 있어야 해’라고 해왔던 그 선을 오가고 넘어서며 출마했다.
간담회 막바지, 최 수석부위원장은 “다음 선거에서는 뭔가 펼칠 수 있지 않겠냐”고 질문을 던졌다. 선거에 대한 비판으로 시작된 대화는 어느새 운동과 정치의 경계를 없애기 위해 선거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다.
한 활동가는 “우리가 어떻게 이 정치 공간을 우리의 투쟁과 운동의 공간으로 만들 것인지 더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활동가는 “우리는 늘 운동으로 길거리에서 정치를 해왔다”며 “선거 국면이라고 해서 그것을 멈출 이유는 없다. 빈민·장애인이 함께 선거 대응도 해보자. 홈리스, 장애인이 후보로 나간다고 하면 투표율도 높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후보 전술을 쓴다고 하면 (정책과 주체를) 입체적으로 엮는 작업을 좀 더 일찍, 좀 더 제대로 준비를 한다면 더 효과가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