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은 재난 취약계층인 만큼 우리나라는 보건복지부와 한국장애인개발원, 한국장애인고용공단,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소방청, 행정안전부 등 관련 부처와 단체들을 통해 지속적으로 장애인을 위한 재난 안전 매뉴얼을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장애인 재난 안전 매뉴얼은 표준화된 내용이 부족하고 제작과 배포가 주로 비장애인의 시각에서 이뤄져 왔기에 실제 재난 상황에서의 실효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돼 왔다.
특히 각 정부 부처마다 발간되는 매뉴얼들은 정부 부처의 특성에 따라 재난에 대한 전문성이 높으면 장애에 대한 전문성이 낮고, 반대로 장애에 대한 전문성이 특화돼 있다면 재난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한국장애인개발원(이하 개발원)은 최근 장애인 재난 안전 매뉴얼 개선 방안과 정책방안을 담은 ‘장애인 재난 안전 가이드 고도화 방안 연구’를 발간했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이 지난해 발간한 ‘재난안전 가이드북’ 개정판 . ©한국장애인개발원
보건복지부·행정안전부·소방청 등 ‘장애인 재난 안전 매뉴얼’ 지속적 발간
중증장애인은 장애정도가 심한 장애로 경증장애인에 비해 신체적, 정신적, 인지적, 정보접근 등의 한계가 있다. 또한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재난 사고 빈도율이 가장 높은 장소가 가정으로 나타난 바 있는데, 중증장애인의 96%가 집에 살고 있어 재난 상황에서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훨씬 높다.
이를 위해 보건복지부, 행정안전부, 교육부, 고용노동부 등 정부부처 및 산하기관 등의 여러 기관에서는 장애인 자신을 보호할 수 있도록 재난 안전 매뉴얼을 제작하고 있지만, 장애유형에 특화된 전문성 있는 매뉴얼이 부재한 실정이다.
또한 소방기본법 제17조(소방교육·훈련)에서는 시설장애인 혹은 시설 이용 장애인에게 재난 안전 교육을 제공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주로 한 공간에서 집합식의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가 거주하고 있는 가정 내에서 재난 발생 시 완강기를 선택해 대피할지 아니면 계단으로 대피해야 하는지, 안전한 주거환경을 조성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이동이 어려운 중증장애인의 대피 방법은 무엇인지 등에 대한 교육이 아니기에 실질적 적용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중증장애인 재난 안전 가이드 현황 분석. ©한국장애인개발원
‘장애인 재난 안전 매뉴얼’ 부처에 따른 장애·재난에 대한 전문성 부족
장애인을 위한 재난 안전 매뉴얼은 관련 부처 및 단체들을 통해 지속적으로 개발돼 왔지만, 표준화된 내용이 부족하고 전문 용어에 치우쳐져 있어서 다양한 장애인의 안전 욕구에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특히 매뉴얼의 제작 및 배포는 주로 비장애인의 시각에서 이루어져왔기 때문에 실제 재난 상황에서의 실효성에 대한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2013년부터 보건복지부와 한국장애인개발원, 서울특별시 소방재난본부, 한국지적장애인복지협회, 한국장애인고용공단,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소방청, 행정안전부, 국립재난안전연구원 등에서 발간된 장애인 재난 안전 가이드를 분석한 결과 장애인을 위한 재난 안전 매뉴얼의 개발 흐름은 보다 많은 적용 대상과 재난 유형을 한 권의 매뉴얼에 포괄하는 동향이 파악됐다.
이러한 흐름은 매뉴얼 활용 가능성의 양적 확장에 도움이 되지만, 장애에 대한 충분한 고려 등 부족으로 인해 매뉴얼의 질적 확장에 제한을 준다.
이에 이번 연구는 중증장애인의 재난안전 대응능력 향상을 위해 현장 모의적용을 통한 장애인 재난 안전 가이드를 고도화하고자 했다. 먼저 개발원의 ‘장애인 재난 안전 가이드’를 활용해 소방관 및 장애전문가가 중증장애인의 가정에 방문해 재난안전교육을 실시하는 등 현장 모의 적용을 통해 가이드의 실효성을 확인하고자 하고자 했다.
또한 현장 모의적용 및 소방관 FGI, 장애전문가 및 소방관 대상 설문조사, 장애유형별 현장전문가 대상 서면의견조사 등을 통해 장애인 재난 안전 가이드를 개정하고, 평가 지표틀을 토대로 연구에서 수행된 내용들에 대해 분석했다.
‘장애인 재난 안전 매뉴얼 통합·재가장애인 위한 교육 의무화’ 제언
보고서는 “건물 밖으로의 대피가 가장 중요하겠지만, 개인별 재난 안전 대피 계획 수립 결과 중증장애인에게는 수직이나 수평 이동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이 많았으며 가족이나 활동지원사 등이 지원하더라도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면서 “매뉴얼 개선방안으로 향후 매뉴얼에서는 건물 탈출 외에도 피난안전 구역, 대피 공간 등에 대한 내용이 추가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행정안전부나 소방청에서 제작되고 있는 매뉴얼의 경우에는 재난에 대한 전문성을 띈 내용들이 제시돼 있지만, 장애에 특화된 내용은 부재하다. 반면 개발원의 가이드는 반대로 장애에 특화된 내용과 다양한 재난유형에 대한 예방 및 대응법이 안내돼 있으나 재난에 대한 전문성은 부족하다”면서 “국내에서 발간되고 있는 장애인 재난 안전 매뉴얼들의 통합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연구를 진행하면서 교육의 한계를 느꼈던 지점은 수직이동이 어려운 장애인의 대피 방법이다. 이들은 주변의 도움이 필요하기에 지원자가 빠르고 수월하게 대피 시켜줄 수 있는 피난용 계단이송의자나 전력이 들어간 피난용 계단이송의자 비치 등의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이에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상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을 위한 피난기구 설치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현행 ‘소방기본법’상 장애인을 위한 재난안전교육과 훈련이 장애인복지시설에 거주하거나 해당 시설 이용 장애인에만 한하고 있어 시설 거주 장애인 외 재가장애인을 위한 재난안전교육·훈련의 법적의무화가 논의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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