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차 사회보장 기본 계획과 제1차 사회서비스 기본 계획이 발표되었다. 앞으로 국가가 추진할 사회복지의 큰 그림을 나타내는 국가계획이다. 5년간의 계획이므로 현 정부가 계획을 세워 계획서가 좋은 성적표를 받으면 현 정부의 치적이 되지만, 추진 실적에 만족도가 높지 않으면 다음 정부의 탓이 된다. 계획서의 내용이 부실하면 현 정부의 비판 요인이 되며, 차기 정부에 의해 수정되면서 계획은 무시되어 버릴 수도 있다.

계획이 상당히 큰 변화를 추구하려면 사회보장위원회의 구성원을 완전 새롭게 해야 한다. 사회보장위원회 구성원을 그대로 두고 계획을 마련하면 특별한 계획을 기대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지난 12월 12일의 계획 발표는 큰 기대를 하기 어려웠다.

지난 5월 말 사회보장 전략회의를 통해 윤정부는 사회보장 밑그림을 그렸는데, 고도화하고, 시장화하고, 촘촘한 약자보호와 서비스 이용 대상을 중산층까지 확대하여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여 서비스 시장을 튼튼하게 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리고 구체적인 내용은 연말까지 사회보장 계획을 통해 발표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사회보장 계획에서든, 사회서비스 계획에서든 전략회의에서 언급한 내용을 반복하여 재인용을 했을 뿐, 구체적인 내용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예를 들면, 정부가 지원하는 사회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는 정부 부담으로 제공하고, 그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어도 대상이 되지 못하여 자격이 없는 사람인 중산층은 자부담으로 이용하게 하겠다는 내용은 다시 반복해서 적었을 뿐, 한발 더 나간 구체적인 내용은 없었다. 과연 누구는 국가가 지원하는 서비스를 자부담으로 구매할지가 의문이었는데, 실현 방법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전략회의의 계획 방향이 사회보장 계획, 사회서비스 계획에서 구체적이지 않고 원칙만 재탕하는 수준이었음은 실로 실망스럽다.

사회서비스 계획과 사회보장 계획의 차이는 무엇일까? 법으로 계획을 마련하라고 하니 중복되지만 이름을 달리하여 발표를 하는 것일까? 아니면 차별화된 계획인가?

사회서비스 기본계획은 ‘사회서비스 지원 및 사회서비스원 설립, 운영에 관한 법률’ 제5조에 의한 것이다. 사회보장 기본계획과 연계하도록 하고, 사회서비스 기본목표, 지역별 실태와 균형발전, 서비스 제공기관 확충방안, 종사자 처우개선, 서비스 전달체계 개선, 서비스 이용자 권리보장, 서비스 품질 평가와 개선 등을 내용으로 담게 되어 있다.

제1차 사회서비스 기본계획에는 3대 분야, 9대 과제를 선정했는데, 다양한 서비스 확충, 질 높은 서비스 제공, 서비스 공급혁신 기반 조성이라는 분야이다. 다양한 서비스는 융합형이나 신규 서비스를 개발하고, 중산층까지 이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구매 형태로 확대한다는 것이고, 질 높은 서비스에서는 품질 평가와 서비스 기관 역량 강화를 지원한다고 하였고, 공급혁신에서는 첨단기술을 개발하여 공급한다는 내용이다.

여기에 이용권 보장을 위해 사각지대 해소나 이용권을 충분히 활용하게 하기 위한 전략은 없다. 이 법의 특징은 종사자 처우개선이 포함된다는 것인데, 그러한 내용이 계획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사회보장 기본계획은 ‘사회보장기본법’ 제16조를 근거로 한다. 국내 사회보장 환경변화와 전망, 기본목표와 정책 방향, 추진 과제와 추진 방법, 재원 조달 방안, 전달체계 등을 기본계획에 담도록 정하고 있다.

사회보장 기본계획에는 3가지 약속이 담겨 있다. 약자부터 촘촘히 두터운 복지를 실현하겠다, 국민 모두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 사회보장을 지속가능하도록 혁신하겠다 등이 그것이다. 이는 사회서비스 기본계획의 3대 분야와 일치한다. 그러니 사회보장 기본계획과 사회 서비스 기본계획은 전혀 차별성이 없다. 단지 버전만 다른 내용이 같은 복사본이다.

사회보장을 확대하는 방법은 세 가지가 있다.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는 방법이 있고, 서비스 대상을 조금 늘리는 방법이 있고, 지원 금액이나 물량을 늘려주는 방법이 있다. 예를 들면, 대상을 국민의 1퍼센트에서 시작하여 5년마다 1퍼센트씩 늘리면서 확대하겠다거나 강화한다고 계획을 수립하면 확대나 강화란 단어는 500년 동안은 써먹을 수 있다.

수급자 생계비는 재산 기준을 조정하여 32퍼센트에서 35퍼센트로 늘린다. 의료급여는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화한다. 주거급여는 47퍼센트에서 50퍼센트로 상향한다. 교육급여는 보장 수준을 강화한다. 한부모 양육비는 21만원에서 25만원으로 상향하고, 재난의료비와 희귀질환 의료비 지원을 늘리고, 기초연금과과 노인일자리를 지속적으로 창출한다. 장애인활동지원을 확대하고 발달장애인 일대일 돌봄을 지원한다 등의 세부 계획이 모두 이러한 방식에 속한다.

부양의무 기준을 폐지한다거나, 장애인 연금과 노인연금 등을 소득으로 계산하지 않아 중복지원을 받더라도 소득 기준이 초과하여 지원금을 반납하거나 포기하지 않도록 한다는 제도적 모순의 개선 사항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사회 환경변화에 따른 조치는 청년사업으로 자립수당을 인상하고, 자기돌봄비를 연 200만원 지원하고, 은둔 청년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최근 청년이 어렵다는 것에 대한 대책이 사회 환경변화에 대한 포괄적 대책이 될 수 있을까?

육아의 어려움이나 인구절벽, 고령화, 장애인 정책 중 환경변화에 따른 추가적 지원 등에 대한 고민은 찾아볼 수가 없다. 취업지원과 출산지원, 긴급지원 등은 지원한다는 예시인지, 앞으로 구체화할 제목인지 구체성 없이 지원한다는 내용만 나타나 있다. 출산가정에 주거 혜택을 준다는 최근 정책들이라도 사회보장 계획에 들어가지 못하고 별도로 발표되고 있다.

모든 국민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약속에는 아동, 청소년, 노인, 건강 분야가 있는데, 건강에는 간병 서비스를 확대한다는 내용이 들어갔고, 장애인 분야로는 세부 과제에서 저상버스 및 특별교통수단, BF, 통합문화이용 확대가 들어갔다.

앞으로 모든 버스 대폐차시에는 저상버스만 구입하고, 특별교통수단에서 광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장애물 없는 건축물 인증제도에서 민간 부문까지 확대하고, 문화바우처를 확대한다고 하더라도 구체성과 시행이 제한적인 시범사업이 아니어야 하고, 범용 서비스라야 하며, 서비스 제공으로 다른 문제 발생을 막을 대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광역 서비스를 제공하고, 예약제로 한다고 이용 기회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지역 이용 차량 부족 현상이 발생할 것이다. 이용자 중심이란 말은 오래전부터 들어왔지만 진정 무엇이 이용자 중심인지 알기 힘들다. 이용자 중심이라면서 선택권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고, 충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아니며, 전 국민을 돌봄한다면서 돌봄의 대상이 되는 이상 이용자 중심이란 말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지속 가능한 서비스는 다음 세대와 상생할 수 있는 보험개혁을 담고 있다. 어떻게 개혁하든 간에 반대가 있을 것이고, 누군가 희생이 따를 것이다. 먼저 보험은 국민과의 계약으로 이루어진 강제화한 상품이다. 제대로 운용하지 못한 자에 대한 처벌이 있는 것도 아니고, 원인을 찾아 반성하는 것도 아니면서 모두가 만족할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개혁을 하지 않으면 더 큰 문제가 봉착할 것이므로, 누군가라도 개혁에 손을 대어야 한다. 다만 원칙은 일방은 타인을 위해 희생하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보험은 모두에게 혜택이 되어야 한다. 그런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는 않다.

지속 가능한 서비스에는 첨단기술을 이용한 통합관리 계획도 들어 있다. 온라인 서비스 신청 간소화와 복지 맴버십 확대가 계획에 포함되어 있다. 서비스의 시장화는 다양한 서비스 개발이나 중산층까지 서비스 이용 확대 등의 표현 속에 숨겨져 있고, 비판을 피하기 위한 노력으로 직접 시장화 용어 사용은 하지 않은 듯하다.

통합관리가 토탈 커뮤니티를 의미하는지, 디지털화를 의미하는지, 감시망인지, 서비스 접근성 보장이나 편리함인지 알 수는 없지만, 이용권을 보장하고, 디지털 사용의 편리성을 갖추는 것은 필수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웹과 모바일 접근성은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한다. 현재 지자체와 복지부 사이트의 접근성이나 복지 기술의 인공지능을 이용한 혁신 실적이나 R&D 지원 규모로 보면 디지털 혜택보다는 서비스 관리 전산화 정도에 그칠 것이 우려된다. 더구나 재원 조달 계획은 언급되어 있지 않다.

사회보장 기본계획에는 계획의 이행으로 달라지는 것을 전망하고 있다. 장애인 분야를 보면 개인예산제 도입으로 장애인은 원하는 복지서비스를 스스로 선택하고 누릴 수 있게 되었으며 발달장애인 돌봄서비스로 희망을 주고 있는데, 정부는 지금의 개인예산제가 선택권을 보장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있는지, 발달장애인의 돌발행동을 돌봄으로 해결 가능하다고 믿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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