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보이는 학교와 교실, 1~2분 거리의 가재울중학교를 눈앞에 두고,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를 포함해 셀 수 없이 많은 횡단보도, 버스전용차선이 있는 큰 도로, 지하차도 옆 통행로, 철길로 막혀 우회해야 하는 등하굣길을 하루에 두 번씩 주의력이 산만하고 수시로 돌출행동을 보이는 아이가 걸어 다녀야 할까요? 우리 아이는 걸어가며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요? 안전하게 집에 돌아올 수 있는 것일까요?”
집에서 가재울중학교 등하굣길(사진 좌), 집에서 중암중학교 등하굣길. ©네이버지도
서울 서대문구에 거주하는 A씨는 자폐성장애가 있는 아들의 중학교 배치에 대해 이 같은 현실을 설명하며, “아이가 행복하게 교육받을 수 있는 권리를 누리고, 안전하게 교육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다”고 호소했다.
A씨에 따르면 지난해 초 아들이 중학교에 입학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거주하는 서울 은평구 진관동에서 이사하기로 계획했다. 올해 고등학교 3학년, 고등학교 1학년에 진학하는 누나들도 동생을 위해 흔쾌히 동의했다.
1년 정도 학교와 집의 거리에 중점을 두고 고심 끝에 서대문구 수색로 인근 아파트로 결정했다. 직접 현장 답사를 통해 확인한 결과 아파트 현관을 나오면 가재울중학교가 바로 눈에 보이고 통학 시 차도를 건너는 길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아파트 계약을 마치고 올해 1월 아들의 특수교육대상자 중학교 입학 배치 수정신청서를 서울특별시 서부교육지원청에 제출했다. 하지만 서부지원교육청 특수교육운영위원회 결과 1순위인 가재울중학교 2개 특수학급의 인원이 모두 차서 2순위인 중암중학교 특수학급에 배치됐다. 아들의 안전한 학교 등하교를 위한 이사의 의미가 물거품이 된 상황이다.
아들의 가재울중 배치를 원하는 것은 ▲특정 소리 자극에 불안도 극심 ▲거리의 비둘기를 매우 좋아해 만나면 무조건 뛰어서 쫓아감 ▲걷기 활동을 많이 하면 대변을 자주 보고 싶어 해 등하굣길에 가게나 경비실 화장실에서 일을 보는 상황이 자주 발생 등의 특성이 있어 많은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기 때문. A씨는 “가재울중은 아파트 출입구에서 나와 학교에 가기까지 횡단보도를 하나도 건널 필요 없이 안전한 공원과 인도를 따라서 갈 수 있다”면서 “학교와 집 사이의 거리가 2분가량으로 매우 가까워 아들이 보다 빠르게 주변 도움 없이 스스로 학교에 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집에서 중암중까지 걸으며 접하게 되는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 횡단보도 표시 없는 건널목, 지하차도 통행로 등. ©에이블뉴스
이어 “중암중은 실제 아이 걸음으로 약 25∼30분 소요되며,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 횡단보도 표시 없는 건널목 등 사고위험이 높은 환경이고 아들의 주의력을 분산시키는 등 위험 요인이 너무 많아 위험하다”고 토로했다.
A씨는 아들의 가재울중 배치를 포기할 수 없어 서부교육지원청 특수교육지원센터, 아들이 다닌 진관초등학교에 문제해결을 위한 협조를 요청하는 등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에 진관초는 지난 7일 서부교육지원청 특수교육운영위원회에 ‘2024학년도 특수교육대상자 중학교 입학 배치’에 대해 심사청구서를 제출했다. 특수교육대상자 중학교 입학 배치에 대해 학생의 안전과 교육권에 대해 심각한 사유가 발생, 보호자 의견을 반영해 해당 처분을 취소하고 재심의를 해달라는 것.
진관초등학교교장 의견서
대상 학생은 자폐성 장애 학생으로 일과 및 환경에 대한 불안도가 높고 관심이나 흥미도에 따라 이동하는 경향이 강해 진관초 재학 당시 지원 인력이 밀착하여 지원하며 안전에 대비했기에 학교생활에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중학교 역시 등하굣길 환경과 이동시간에 많은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기억과 경험으로 공포감을 느낀 경우 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불안해하며 신체화 증상까지 겪으므로 등굣길에 위험과 불안 요소가 많지 않아야 합니다. 이러한 고려를 최우선으로 하여 이사할 집과 최단거리인 가재울중학교를 1순위로 희망하였으나 배치된 중암중의 경우 이동시간이 길고 이동하는 중에 철길, 지하차도 등 위험요소가 많아 학생의 안전상에 큰 문제점으로 여겨집니다.
배치된 중암중의 경우 등하굣길에 지나게 되는 철길과 지하차도 등 환경적인 부분에 큰 영향을 받는 대상 학생의 특성으로 인해 활동 보조원 등의 지원 인력이 등하굣길을 지원하더라도 미아 발생, 대상 학생의 등교 거부까지 발생할 수 있어 크게 우려가 됩니다.
배변 활동을 오래 참을 수 없고 빠른 대처가 필요한데 중암중의 경우 등하굣길의 거리가 있어 화장실을 안정적으로 이용할 수 없는 부분 역시 학생의 불안도와 자존감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대상 학생이 어려움을 겪는 부분을 최소화하고 안전하고 행복한 학령기를 이어갈 수 있도록 재심의에 반영하여 현명한 처분을 바랍니다.
씨는 “제도와 규정도 중요하지만 가장 우선돼야 할 것은 장애학생이 안전하고, 학습권이 보장되는 환경”이라면서 “설 연휴 이후 심사청구 심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데, 아들의 안전과 매일 걱정을 하며 마음을 졸여야 하는 부모의 마음으로 심의해 달라”고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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