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자폐성장애인 제 아들은 지난 2016년 고등학교 3학년 때 학교에서 직업을 구하기 위한 적성 테스트를 했습니다. 가장 적성에 맞는 일자리는 세탁, 청소, 단순 반복적인 임가공이나 생산직이라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직업 적성에 맞게 집에서 가까운 장애인보호작업장에서 실습생으로 한 달간 일을 했습니다. 양말 상자를 정해진 규격대로 접는 일을 했는데 오전 9시부터 시작해서 오후 5시까지 하루 8시간 일을 했습니다.
복지관에서 사 먹는 점심값 50,000원을 내고 한 달 동안 일하고 받은 임금은 288,000원이었습니다. 장애인보호작업장으로서는 임금이 많은 편에 속한다고 했습니다. 지금도 한 달간 주5일 8시간 일하고 임금은 100,000원 받고 점심 식대로 6만원을 내고 다니는 중증장애인들이 있습니다.
처음 보호작업장에 출근 하는 날 담당 특수교육 선생님과 함께 갔었습니다. 보호작업장에서 중증 지적장애인들과 자폐성장애인들이 모여서 단순 반복적인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계속 혼자서 똑같은 말을 반복하면서 일하고 있는 사람, 앉아서 일하다가 갑자기 일어나서 박수치고 돌아다니거나 폴짝폴짝 뛰는 사람, 나이는 50대로 보이는데 아이 같은 말을 하면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교실 같은 큰 공간에 함께 모여서 저마다 시끄러운 소리를 내면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아들은 처음에는 산만하여 돌아다니고 혼자 말을 해서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담당자가 걱정했는데 시간이 지나자 안정되어 꼼꼼하게 맡은 일을 끝까지 잘한다는 칭찬을 받았습니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그 보호작업장에 취업하라는 제안도 받았습니다. 월 임금은 실습 때와 똑같은 288,000원, 식비 50,000원은 별도로 개인부담이었습니다.
2017년 월 최저임금이 209시간 기준 1,352,230원.
보호작업장 월 임금은 최저임금의 4분의 1 수준.
중증장애인은 생산성과 노동능력이 낮다고 판단되면 최저임금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그때 처음으로 알았습니다. 비장애인과 비교하여 노동능력과 생산성이 30% 정도라고 이야기하는 보호작업장 관리자도 있었습니다.
보호작업장이라도 있어서 그 정도 돈을 받고 일할 수 있는 것도 감지덕지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었습니다. 아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갈 곳이 없어서 지옥문이 열릴 것이고 취업은 힘들어서 오라는데 있으면 어디든 가야 했습니다.
아들이 고등학교 졸업하던 해 이사를 하여 취업을 하려고 했던 그 보호작업장까지 가려면 1시간 40분이 걸렸습니다. 출근시간 9시에 맞춰서 매일 아침마다 만원 지하철에 시달리면서 가는 것이 힘들다고 아들은 취업을 해 보기도 전에 포기했습니다.
저는 그 보호작업장에 취업을 못 하면 다른 일자리가 전혀 없어서 평생 일자리 없이 집에서 저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 어쩌나 불안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그 불안한 생각을 없애기 위한 자기합리화로 아니다 이사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사를 하지 않았으면 그냥 그 보호작업장에 취업했을 텐데 일자리가 아무리 없다고 해도 최저임금의 4분의 1 정도 임금을 받고 보호작업장에 가서 단순 반복적인 일을 아들에게 시킨다는 것이 마음이 아팠고 한번 취업하면 계속 거기서 일하게 되어 평생 보호작업장을 빠져나오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도 컷 습니다.
현재 아들은 컴퓨터를 배워서 집에서 재택근무를 주5일 하루 4시간 동안 일을 합니다. 4대 보험을 제외하고 최저임금 월 917,000원을 받고 고등학교 졸업 후 7년 동안 재택근무를 계속하고 있는데 일을 좋아하고 재미있어하며 4시간 일을 하는 것에 만족해 합니다.
아들은 재산이 없고 월 소득이 1인 기준 1,290,000원 이하 중증장애인이라서 장애인연금 월 364,810원을 받고 있습니다. 아들이 받는 월수입은 장애인연금과 월급을 합하면 1,281,810원입니다. 1년 단위 계약직으로 일하는 일자리가 계속 있다는 가정하에 수입인데 부모가 없이 혼자 살아가기에 빠듯한 수입입니다.
보호작업장에서 일하는 중증장애인들도 언제가 부모 없이 세상에 혼자 남겨질 것입니다. 그들 중 일부는 기초생활수급자로 수급비를 받거나 부자 부모가 든든한 유산을 남겨 두지 않는 한 장애인연금 이외에 수입이 없다고 하면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요?
비장애인들은 장애인들 보다 모든 일자리와 일자리를 얻기 위한 교육훈련의 기회가 많고 진입장벽이 없습니다.
온갖 진입장벽에 가로막혀서 일자리와 일자리를 얻기 위한 교육 훈련에 접근할 기회조차 차단당하여 유일하게 갈 수 있는 일터인 보호작업장에서 계속 일을 해야 하는데 최저임금에 한참 못 미치는 월 100,000원~500,000원 정도 받고 평생 일해야 한다면 지역사회에서 제대로 생계를 유지하면서 독립적인 생활을 할 수 있을까요?
중증장애인들의 임금을 생산성에 초점을 두어 계산 할 것이 아니라 복지 관점에서 접근하여 생계유지할 수 있는 임금을 사업주가 아니라 중증장애인들에게 직접 지급하는 방식으로 개선되어야 할 것입니다.
중증장애인들에게 최저임금이 보장되는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은 중증장애인들이 시설에서 나와서 지역사회에서 독립적인 삶이 가능한 최소한의 발판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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