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자폐성장애인 아들과 함께 지난 2019년부터 강북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주관하는 일상 속 장애인 차별 찾기 모니터링 단으로 활동했습니다.
서울시 강북구, 노원구, 성북구, 동대문구를 중심으로 장애인들이 살아가는데 장애가 되는 물리적인 장벽을 찾아서 사진을 찍어 국민신문고에 민원제기를 하고 민원이 해결됐는지 6개월이나 1년이 지난 시점에서 확인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모니터링을 한 결과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점자블록은 끊어져 있거나 낡아져서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것들이 많습니다. 점자블록 위에 노점상들이 점거하고 있거나 여러 가지 물건들이 쌓여있어서 통행을 막고 있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점자블록 위 노점상. ©황병순
점자블록 위 노점상. ©황병순
파손된 점자블록. ©황병순
파손된 점자블록. ©황병순
장애인화장실의 경우 상업시설은 물론이고 공공시설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편의시설이 제대로 구비돼 있지 않거나 청소 용구로 가득 차서 이용할 수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화장실 문이 불편한 접이식이다. ©황병순
화장실이 너무 좁아서 전동 휠체어 타고 들어가서 휠체어를 돌릴 수가 없다. ©황병순
장애인화장실인데 손잡이만 있고 자동 물내림장치나 비데 등받이 비상호출벨 등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이 전혀 없다. ©황병순
장애인화장실 세면대 앞 청소도구가 있어서 제대로 사용할 수가 없다. ©황병순
강북구에 위치한 공원에는 장애인화장실이 있었는데 화장실에 들어가는 입구에는 계단만 있고 경사로가 없었습니다. 휠체어 사용 장애인들이 경사로가 없는데 어떻게 장애인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을까요? 기어서 올라가야 하나요? 아니면 누군가에게 업히거나 안겨서 올라가야 하나요?
국민신문고에 민원신고를 하면 빠른 경우에는 한 달 안에 개선을 했다는 문자가 옵니다. 확인하려고 가서 보면 개선이 되어 있어서 모니터링하는 보람을 느낍니다. 안타깝게도 비용이나 시일이 많이 걸려서 개선하기가 쉽지 않은 주출입구에 경사로를 설치하기나 시각장애인 점자블록은 개선이 된 경우가 많지 않았습니다. 6개월이나 1년이 지난 시점에서 다시 가서 확인을 해 봐도 개선이 전혀 안 되어 있었습니다.
2022년 5월 노원구 교통공원에 갔었는데 장애인화장실 표지판이 없고 사용도 할 수 없었습니다. 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문의 폭을 줄자로 측정해 보니 84cm로 전동휠체어가 들어갔다 나오기에는 폭이 좁았습니다.
국민신문고에 민원제기를 했더니 장애인 화장실이 고장 나서 수리 중이라는 답변을 보내왔습니다. 수리가 잘 되었는지 1년 후인 2023년 5월 다시 방문하니 새롭게 잘 수리되어 있었습니다. 출입문 폭도 넓고 자동문으로 설치되어 있었고 화장실이 넓어서 전동휠체어를 타고 들어가서 회전하기에도 충분한 공간이었습니다. 모니터링 활동을 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었습니다.
2022년 5월에 방문했을때 장애인화장실이 고장 수리 중이었다. ©황병순
1년후 2023년 5월 1일 방문했을때 장애인화장실이 수리가 되어 있었다. ©황병순
휠체어 사용 장애인들이나 시각장애인들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없거나 장애인화장실을 이용 할 수 없거나 원하는 장소에 들어갈 수 없다면 시설에서 나와 지역사회에서 독립적인 삶이 과연 가능할까요?
우리 모두가 시각장애인이 되었거나 휠체어 사용 장애인이 되었다고 생각하고 그들의 입장에서 시각장애인 점자블록이 없는 보도와 출입문 앞의 턱이 얼마나 큰 장애물이고 거절의 표시인지를 인식하고 지자체와 함께 시설들을 개선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합니다.
우리 모두가 모니터링 요원이 되어 거리를 다니다가 건물에 들어갔을 때 장애인화장실이 없거나 쓸 수 없는 상황일 때 경사로가 없는 영업장이나 공공시설 또는 시각장애인 점자블록이 낡아졌거나 끊어져 있는 것을 발견한다면 바로 120 다산 콜센터나 국민신문고에 민원신청을 해야 합니다.
지자체는 민원신청 횟수에 따라 포인트를 제공해 적립된 포인트로 지방세를 낼 수 있거나 문화상품권으로 교환 가능하도록 한다면 많은 사람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