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1998년부터 20개국, 26번 휠체어를 타고 여행을 하면서, 특히 낯선 해외여행에서.
제일! 힘들었던 일은 무엇이었을까요?
계단이나 턱, 휠체어가 갈 수 없는 환경의 장벽에 부딪히는 순간 순간이 힘든 것도 맞습니다. 그러나 언어가 잘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정말 막막하고 주저앉을 정도로 정말 제일! 힘들었던 순간이 몇 번 있었습니다.
그건 바로~!
인천공항에서 휠체어 타고 여행 고고고! © 박혜정
휠체어에 문제가 생겼을 때입니다.
휠체어 큰 바퀴 타이어가 갑자기 터졌다던가, 앞바퀴가 빠지거나 주저앉아 버리는 등의 문제이죠. 휠체어에 오롯이 의지해야 하는 저와 같은 장애인이 휠체어에 문제가 생겨서 꼼짝할 수 없게 되면, 이건 뭐~ 아무런 방법이 없거든요.
국내라면 말이 통하고, 자전거 고치는 곳이라도 물어서 찾아가면 되겠지만, 해외에서는 정말 쉽지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20개국, 26번의 해외여행에서 미국, 태국, 대만에서 휠체어 바퀴가 터지는 일을 겪었습니다. 일본에서는 휠체어 앞바퀴가 부서지는 경험도 했구요.
2004년 일본 도쿄(왼쪽), 2005년 대만 여행(오른쪽). ⓒ 박혜정
미국에는 8개월 동안 있으면서 처음 겪었는데, 정말 난감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뉴욕 맨하튼 34번가 한인 타운에서 거의 120번가까지 터진 타이어를 조심스레 밀며, 수리할 수 있는 곳을 찾느라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모릅니다. 영어도 제대로 할 수 없던 때라 정말 힘들었습니다.
온갖 우여곡절을 겪으며 최악의 여행이라 생각되던 태국에서도 휠체어 타이어가 터지는 바람에 오토바이 수리점과 자전거 수리점을 몇 시간이나 헤매었던 기억이 납니다.
대만, 일본에서도 마찬가지였구요~ 하아~ 어찌나 당황스럽고 막막하던지요.
2006년 미국 뉴욕 8개월 살기(왼쪽), 2010년 미국 하와이 물놀이(오른쪽 위), 2012년 태국 방콕(오른쪽 아래). ⓒ 박혜정
과학적인 근거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제 생각엔 한국에서 그냥 지내면, 별로 터질 일이 없는 휠체어 타이어입니다. 그렇지만 비행기를 타고 저기압 - 고기압 상황을 번갈아 겪으며 휠체어 타이어 튜브가 팽창했다 수축하는 과정에서 터지기 훨씬 쉬운 상황이 되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몇 번의 극한 상황을 겪으며 지금은 휠체어 타이어 튜브와 공기주입기, 수리 도구들을 꼭! 여행 준비물에 챙깁니다!
휠체어 타이어 튜브와 공기 주입기를 여행갈 때 꼭! 챙긴다. ⓒ 박혜정
휠체어를 타고 여행을 다닌 노하우가 조금씩 쌓이다 보니 필요한 물건을 무조건 다 쌀 필요는 없지만(바리바리 다 싸서 갈 수도 없죠?), 꼭 챙겨서 가야할 준비물을 첨부파일에 명확하게 정리해봤습니다.
휠체어 타이어 튜브, 공기 주입기 외에도 3미터 정도 되는 샤워기 줄을 꼭 챙깁니다. 왜냐면 목욕의자를 가지고 갈 수 없으니 대부분 변기에서 샤워하는 것이 제일 간편하기 때문입니다. 변기에 앉아 샤워를 할 경우, 숙소에 있는 샤워기 줄이 변기까지 오지 않을 때가 많거든요. 숙소의 샤워기와 가지고 간 긴 줄 샤워기는 간단하게 교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공기방석은 휠체어를 타고 혹시나 물놀이를 할 때 필요합니다. 번거롭고 불편해서 물놀이를 안하게 되는 경우가 많지만, 불편하더라도 마음 먹고 간 해외에서 물놀이를 해보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겠어요? 하고 싶음 해야죠~ 물에 들어가도 좋은 저렴한 공기방석이 욕창 방지를 위해 필요하고 유용하더라구요~ 그 외에 다른 의자에 앉을 때, 변기가 아닌 의자에서 샤워를 할 때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습니다.
휠체어 여행에서 유용한 준비물(긴 샤워기 줄, 공기 방석). ⓒ 네이버 쇼핑 검색 이미지
결혼하고 난 뒤, 2014년에 3살 4살 아기 현혜를 데리고 처음 코타키나발루로 여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유~ 아이들을 데리고 하는 해외여행 준비물은 얼마나 많은지 짐작하실까요? 자녀가 있으시면 공감하실 겁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국내 여행만 가도 한 짐, 두 짐인데, 낯선 해외여행은 진짜 아이들 약만 챙겨도 한 짐, 물놀이용품만 챙겨도 한 짐이죠~
그렇게 2014년 첫 여행을 시작으로 저희 애들 현혜를 데리고 간 것도 15번이나 되네요~ 그렇다 보니 아이들과 함께 하는 해외여행 준비물도 저만의 노하우와 꿀팁이 생겼습니다.
2014년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첫 가족여행(위 왼쪽), 코타키나발루 탄중아루 해변에서 ♥현혜(위 오른쪽), 2018년 도미니카 공화국(아래 왼쪽), 2019년 필리핀 세부(아래 오른쪽). ⓒ 박혜정
올해 초, 사이판 한 달 살기 짐. ⓒ 박혜정
지금까지 꽤 많은 여행을 하다 보니 자료가 너무 많아서 정리하는 데 시간이 엄청 걸릴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래도 차근차근 정리해서 여행하려는 분들께 작은 도움이라도 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첫 번째 시작으로 "휠체어 여행가의 간단 심플 여행 준비물 리스트"를 만들어 봤습니다.
여행을 가기 전, 준비물을 심플하고 간단하게 챙기면서도 꼭~ 필요한 물품을 가져가는 건 무척 중요한 일입니다. 그런데 모든 필요한 물건을 다 가져갈 수 없기에 심플하고 간단하게 챙기는 건, 개인차가 있겠지만, 생각보다 쉽지는 않거든요.
그리고 저처럼 휠체어를 타고 조금 불편한 몸으로 여행을 할 때는 더욱 챙겨야 할 물건이 생깁니다. 아이가 있으면 준비물이 더 많아지는 것도 사실이구요.
여행 준비물 검색만 하셔도 수없이 자료들이 있지만, 제가 무료로 배포해드리는 여행 준비물 리스트는. "혼자 여행하시는 분, 저와 같이 휠체어를 타신 분, 아이들과 함께 여행을 가시는 분들, 모두에게 유용하고 필요한" 내용을 담았습니다.
휠체어 타고 혼자 3일 일정으로 일본 여행을 했을 때, 쌌던 짐. © 박혜정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한번 저장해 두시면 여행을 가실 때마다 ‘여행 준비물은 뭘 챙겨야 하지?’라는 고민에서 해방되실 겁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