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판 한달살기를 와서 렌터카가 안되는 최악의 돌발 상황 얘기를 지난 글에 썼다. 나는 여러 번의 여행에서 이용했던 허츠렌터카 홈페이지를 통해 장애인 렌터카를 분명히 예약하고 왔다. 하지만 홈페이지 업데이트가 되지 않아서 장애인 렌터카가 없다는 말을 듣고 나니 얼마나 좌절했는지 모른다. 사이판은 택시 말고는 대중교통이 없는데다 휠체어를 타는 엄마인 내가 아이들의 등하교 뿐만 아니라 여행을 위해서 차가 너무나 절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핸드컨트롤 차가 어느 렌터카 회사에도 없는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밤새 머리를 끙끙 싸매봐도 도대체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다른 방법으로 어떻게든 사이판에서 지내려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사이판 콜택시. ⓒ 박혜정
그렇지만 한인 택시나 조선족이 운영하는 택시를 어딘가 갈때마다 타고 다녀야 하는게 사실 아무래도 너무 힘들 것 같았다. 더구나 택시 기사한테 일일이 휠체어 싣는 걸 부탁해야 하고, 경비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나의 상황을 아시는 우리 게스트하우스(이하 게하) 사장님은 놀랍게도~ 사이판의 장애인 콜택시를 알아봐 주셨다! - 아직 놀라면 안되는데..ㅋ
신청서를 작성해서 내면, 관광객이어도 장애인이면 이용이 가능하다고 했다. 우아~ 편도 3$(인원 추가 1$)에 사이판 어디든 갈 수 있다니! 일반 택시는 거리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10~20$ 안팍이다. 그러니 완전 저렴한 요금으로 편하게 다닐 수 있는 정보를 알려 주셔서 정말 다행이었다. (이건 필요한 분이 혹시나 있을까 해서 다시 자세히 쓸게요^^)
사이판의 장애인 콜택시. ⓒ 박혜정
허츠렌터카 영업소를 다녀온 다음 날 아침, 게하 사장님의 급한 톡이 왔다. 허츠렌터카에서 미리 핸드컨트롤 차량 예약했던 거 캡쳐해놨냐고 하셨다. 그리고 지금도 허츠 홈페이지 들어가서 예약 단계에 핸드컨트롤 차가 나오는지도 캡쳐해서 보내라고 하셨다.
얼른 준비해서 게하 1층에 있는 카페&레스토랑으로 오라고 하셨다. 갔더니 게하 사장님이 어떤 외국인 아저씨와 얘기하고 계셨다. 인사을 하고 얘기를 들어보니 이 외국인 아저씨가 사이판의 최대 스포츠 행사- ‘미니올림픽’ 위원장인 Marco Peter라는 분이었다! 게다가 와이프가 Triple J - 트리플제이(미국의 유명한 자동차, 부동산, 호텔, 리조트, 식음료, 리테일 등의 비지니스 그룹) 사이판 부사장님이란다!! 여기 거의 모든 것이 트리플제이를 안 거치는 게 없다 싶을 정도로 큰 회사이다.
우연히 이 분이 딱 이 날! 이 곳 카페&레스토랑에 들러서 식사를 하신거였고, 게하 사장님은 조금 친분이 있어서 마침 내 얘기를 했던 거였다. 그리고 내 얘기를 듣고 연락을 하신건지… 조금 뒤에 괌의 허츠렌터카 사장님의 친구인 Jesse Sablan라는 분이 또 오셨다.
어떻게 이렇게 타이밍 절묘하게, 놀랍도록 귀한 인연을 내게 보내주셨을까!!! (느낌표를 백만개 찍어야 할 판!!!) 역시 나는 모든 것에 감사하며 살 수밖에 없다ㅠㅠ
허츠렌터카 예약 내용 캡쳐. ⓒ 박혜정
캡쳐해놓은 사진을 보여주며 상황을 얘기했다. 차가 없으면 아이들 스쿨링, 한달살기 여행이 모두 수포로 돌아간다고, 아무 곳도 갈수 없어 게스트하우스에만 있어야 한다고.
우리 사촌언니(?) 게하 사장님께서 열변을 토하시며 얘기해주셨다.
상황이 잘 풀릴 징조가 보이기 시작했다. 이야기를 들은 Marco와 Jesse는 어디론가 전화를 막 하더니 잘 될거라고 나에게 얘기를 해줬다.
다음 날, 렌터카를 찾으러 갔을때, 홈피 업뎃이 안됐다고 Sorry~ 딱 한마디 했던, 가라판 허츠 영업소 그 직원이 전화가 왔다. 차를 괌에서 어쩌고 하는데 영어가 짧은 나는 정확히 알아 들을 수 없었다. 그래서 허츠 영업소를 게하 사장님과 직접 찾아갔다. 처음엔 괌에서 장애인 렌터카를 가져 온다는 말인 줄 알았다. 그런데 가서 직접 들어보니 괌에서 핸드컨트롤 부품을 보냈고, 여기 사이판 정비소에서 차에 부착을 해서 준비하겠다는 거였다.
사이판 허츠렌터카 가라판 영업소. ⓒ 박혜정
우아, 후아!!!
이렇게 드러매릭(dramatic - 극적인)하게 일이 풀리다니! 언빌리버블(unbelievable -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괌과 사이판은 이웃섬이고, 같은 미국령이다. 괌보다 사이판이 훨씬 작은 섬이라 약간 괌 정부의 지방 도시 같다고 보면 된다. 사이판에 있는 은행도 괌 은행, 비자면제 신청서도 괌 이민국에서 다운 받았기에, 와서 보니 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사이판의 어메리칸 메모리얼 파크. ⓒ 박혜정
아무리 그렇더라도 이렇게 괌에서 핸드컨트롤 부품을 보내줘서 문제가 해결될 줄은 상상도 못했었다. 모든게 '게스트하우스' 사장님 덕분인 건 말할 것도 없다. 물론 여러가지 귀한 인연과 타이밍이 잘 맞았지만, 게하 사장님이 가족같이 아니 가족보다 더 정말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써주시지 않았다면?
나와 현혜는 그냥 한국으로 돌아가야 했을 게 분명하다ㅠㅠ
드디어, 사이판에 도착한지 4일만에 "핸드컨트롤"이 달린 렌터카를 받았다!!! 그것도 트리플제이 정비공장에 게하 사장님과 같이 가서 말이다.
차량 업그레이드를 무료로 선심을 쓴다고, 처음에 기아 세도나(카니발)에 핸드컨트롤을 달고 있다고 연락이 왔다. 리프트 장치가 없으면 나는 차체가 높은 차는 아예 탈 수가 없다고, 겨우 얘기해서 원래 예약했던 소나타 급, 마쯔다6에 다시 부착하느라 시간이 조금 더 걸렸다.
드디어 괌의 허츠렌터카에서 온 핸드컨트롤 부품이 장착된 장애인 렌터카를 받았다. ⓒ 박혜정
정비공장에서 얼마나 급하게 작업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운전석 하부 콘솔박스가 하나도 없는 X-Ray 차량을 넘겨 받고, 신나서 운전하고 나왔다!!
그때 그 직원은 보스에게 한소리 들었는지, 그 뒤에 게하의 카페&레스토랑에 직접 찾아 왔다. 와서는 진심인지 모르지만, 나에게 미안해서 잠을 못 잤다며(?) 정말 여러번 사과를 했다.
애들 학교 마치는 시간이 되서 처음으로 휠체어를 차에 싣고 데리러 갔다. 현혜도 엄마 렌터카가 힘들게 됐다는 걸 아니까 얼마나 기뻐할까 기대했지만...
장애인 렌터카를 드디어 타고 아이들 학교에 데리러 신나게 가던 날. ⓒ 박혜정
애들은 그냥 애들이었다. 하교하면서 친구들이랑 얘기하고 논다고 정신이 없어서, '아! 엄마 차 됐네?' 이게 다였다. 우여곡절 끝에 핸드컨트롤 렌터카를 쟁취한 기쁨이 제일 큰 사람은 나와 게하 사장님이었다.
정말 진심으로 다시 한번 게하 사장님께 감사를 드린다. 게하 손님을 위해 이렇게까지 마음써주고, 신경써주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휠체어 탄 엄마와 초등 연년생 아이 둘의 사이판 한달살기, 최대 난관, 고난, 시련이었던 장애인 렌터카(핸드컨트롤 차량) 해결을 하고 나니 이게 결국 나에게는 축복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감격스러운 장애인 렌터카를 운전해서 하교 후, 슈가덕 비치에서 현혜. ⓒ 박혜정
<시련은 축복이었습니다>라는 내가 쓴 책을 홍보하려고 하는 말이 아니다. 내가 긍정적으로 무엇이든 해보려고 열심히 살면, 또 여행이라는 값진 경험을 용기내서 하다 보면, 결국 시련이 축복이 되는 시간이 언젠가는 온다는 것이다.
그리고 렌터카가 안되니 오히려 알 수 있는 정보가 더 많았다고 생각한다. 조선족 택시 정보, 사이판 장애인 택시 정보, 휠체어 밀고 다닌 가라판 시내, 숙소에만 있던 4일 동안 친절한 옆집 할아버지와 동네 사람들을 만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놀랍도록 귀하고 소중한 이런 인연을 맺게 된, 그것만으로도 나에게는 엄청난 축복인거다. 두렵고 힘들어도 밖으로 나가서 사람을 만나야 하는 것! 결국 사람이 답이었다!
나에게 주어진 시련을 축복으로 만들어 주신 신과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감사하다는 말밖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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