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일일드라마 `비밀의 여자`는 신창석 연출, 이정대 극본인데, 지난 3월 14일에 시작해서 8월 4일 103회로 끝이 났다.
‘비밀의 여자’는 지리멸렬한 막장 요소가 지루하게 계속되어 있었지만, 여러 가지 장애유형이 나오고 있어 지켜보고 있었다. 그래서 시각장애인 지적장애인 간장애 등으로 세 번이나 글을 썼다.
그런데 지난 금요일 마지막 회에 이상한 장면의 장애인이 나왔다.
정겨울(처음에는 신고은 분, 나중에는 최윤영 분)은 남유진(한기웅 분)의 아내인데 YJ그룹 명예회장 할아버지 남만중(임혁 분)이 특히 예뻐했다. 웬일일까 싶었는데 마지막에 답이 있었다.
정겨울은 YJ그룹에서 주애라(이채영 분)와 같이 근무했는데 정겨울이 남유진과 결혼하자 주애라는 남유진을 꼬셔 바람을 피웠다. 그동안 주애라는 정겨울의 남편 남유진을 빼앗고, 정겨울의 눈을 멀게 하고, 정겨울의 딸 소이를 유괴했다. 그리고 정겨울의 아버지 정현태(최재성 분)에게 살인 누명을 씌워 구속했는데 정현태는 구속 중에 살해당했다.
정겨울이 눈을 뜨는 장면. ⓒKBS
정겨울이 아버지 정현태의 각막으로 이식 수술을 했다. 눈을 뜬 정겨울은 아버지에게 살인 누명을 씌운 증거를 찾아 경찰서로 가려는데 주애라와 남유진이 보낸 괴한들에게 쫓겨 어느 건물 옥상으로 달아났다.
서정혜(김희정 분)는 아들 서태양(이선호 분)을 데리고 오세린(최윤영 분) 집에서 입주 도우미로 살았으나 오세린의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서정혜는 치킨집을 하고 있었다. 오세린은 서태양을 좋아하지만, 서태양은 오세린의 구애를 벗어나고자 유학원을 찾았다가 옥상으로 달아나는 정겨울을 만났고 둘은 함께 추락했다.
옥상에서 추락한 정겨울과 서태양은 중태였다. 오세린은 서태양을 중태에 빠뜨린 정겨울의 산소호흡기를 떼려다가 벼락을 맞고 기절했다. 오세린이 깨어나 보니 몸은 오세린이나 영혼은 정겨울이었다. 정겨울과 오세린의 영혼이 바뀐 것이다.
정겨울과 오세린의 영혼 체인지. ⓒKBS
여기서부터 오세린은 정겨울이다. 정겨울은 YJ그룹에 입사해서 주애라를 다시 만났다. 정겨울 은 아버지 정현태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호시탐탐 주애라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오세린은 식물인간으로 오랫동안 누워 있다가 깨어났으나 남유진의 차에 치여 사망했다.
YJ그룹 명예회장 남만중(임혁 분)에게는 아들 둘이 있었는데 큰아들 남지석(박형준 분)은 오래전 교통사고로 지적장애인이 되었고, 현재는 둘째 아들 남연석(이종원)이 회장을 맡고 있다.
정겨울이 예전에 잃어버렸던 딸 남소이는 서정혜가 입양해서 서하늘(김가현 분)로 키우고 있었다. 서태양이 엄마 대신 서하늘을 데리러 갔다가 복지관에서 나오던 남지석이 학생들에게 구타당하는 것을 보고 구해 주었다. 그 인연으로 서태양도 YJ그룹에 입사했고, 정겨울의 오빠 정영준(이은형 분)도 변호사가 되어 YJ그룹 법무팀에 입사했다. 얼마 후 서태양과 정영준은 오세린이 정겨울 임을 알게 되었다.
31년 전에 남연석의 비서였던 편상국(이명호 분)이 나타났다. 당시 남만중은 큰아들 남지석을 후계자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남지석은 YJ그룹에는 관심이 없어서 강원도에서 야학을 하고 있었다.
그래도 아버지는 남지석만 생각하자 남연석은 편상국을 시켜 남지석을 죽이라고 했다. 편상국이 남지석이 탄 차를 들이받았으나 남지석이 죽지 않고 지적장애인이 되었다. 그 교통사고를 알고 있던 사람이 이옥선이어서 남연석은 이옥선을 죽였다.
정겨울이 주애라가 아빠를 죽였다고 뺨을 때렸다. ⓒKBS
주애라의 엄마 이옥선은 31년 전 교통사고로 사경을 헤매는데 남만중이 남지석을 살리겠다고 수술 순서를 바꾸는 바람에 엄마는 죽었다. 주애라는 엄마의 원수를 갚기 위해 남만중 그리고 남 씨 집안의 씨를 말리겠다고 결심하고 YJ그룹에 입사한 김현정이었다.
그동안 편상국은 남연석에게 돈을 받고 외국으로 나갔다가 어머니가 위독해서 어머니 병문안 겸 남연석에게 돈을 더 받으러 왔던 것이다.
정겨울과 정영준 서태양은 물론이고 주애라까지 편상국이 누굴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편상국이 죽은 정현태의 군대 후배였다. 정겨울은 아버지 정현태를 주애라가 죽인 줄 알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정현태를 죽인 것은 편상국이었고 그 뒤에 남연석이 있었다.
남만중이 편상국으로부터 남지석의 교통사고와 정현태의 죽음 등에 대해서 다 알게 되었다. 남만중은 남연석을 집으로 불렀다. 남만중이 남연석에게 그간의 사실을 이야기하고 자수하라고 했다. “이게 다 아버지 때문이에요. 아버지가 싫다는 형님을 억지로 불러들여서 이 지경이 되었는데 제가 왜 자수를 해요?”
그렇다면 신고를 하는 수밖에. 남연석이 남만중의 전화기를 빼앗자 남만중이 가슴을 쥐어뜯으며 쓰러졌다. 남연석이 아버지 그냥 조용히 가시라며 집을 나갔다. 정겨울이 남만중을 찾아왔다가 병원으로 옮겼으나 위중했다. 남연석은 서태양이 남지석의 아들임을 알게 되자 남만중을 외국으로 보내면서 남지석을 딸려 보내려고 했다.
남지석 당신이 태양이 아빠야. ⓒKBS
남연석이 모든 죄를 의식불명인 남만중에게 덮어씌우자 남만중을 출국금지 시켰다. 아무것도 모르는 남지석은 아버지와 같이 갈 물건을 챙기다가 상자 속에서 남지석이 야학 시절에 서정혜와 같이 찍은 사진을 발견하고는 남연석에게 물어보려고 갔다.
남연석이 남유진과 얘기를 하면서 서태양이 형님의 아들이므로 할아버지가 못 가더라도 형님은 보내야 하고 다시는 돌아오지 못 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다시는 못 오게 해야 한다고? 남지석이 그 이야기를 듣고 달아났다. 남지석은 정겨울과 서태양을 찾아갔다. “겨울아 태양아 나 무서워” 서정혜가 집 앞에서 서성이는 남지석을 만났다. 서태양이 남지석이 가지고 있던 사진을 보았다. 엄마 서정혜가 있는 야학 사진이었다. 서태양의 친부가 남지석임을 알았다.
31년 전 남지석과 서정혜는 사랑하는 사이였다. 서정혜가 남지석을 알아보지 못한 것은 남지석이 야학에서 다른 이름을 사용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서정혜의 엄마가 위독했고 남지석은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아버지 남만중을 찾았다가 교통사고를 당했다. 그리고 31년이 흘렀다. 남지석은 소식이 없고 엄마는 죽었고 서정혜는 미혼모로 서태양을 낳았다.
오세린의 외삼촌 이영수(이정용 분)가 정겨울의 이모 윤말자(윤지숙 분)에게 프러포즈하려는데 벽에 걸린 글자가 하나 떨어졌다. 남지석이 의자에 올라가서 떨어진 글자를 붙이려다가 의자에서 넘어졌다.
의자에서 넘어진 남지석. ⓒKBS
남지석이 뒷목을 잡고 일어났다. 생각났어. 그 문제가 뭔지 생각났어. 당시 남지석은 서정혜에게 영어 문제를 하나 냈는데 서정혜가 그 문장을 해석하기 전에 사고가 났던 것이다.
Will you marry me?
남지석은 서정혜에게 달려갔다. 생각났어. 다 생각났어. 정혜야. 나랑 결혼 해 줄래.
남지석은 교통사고 이후 31년 동안 지적장애인으로 살았다. 주애라의 꼬임에 빠져 폭행을 당하기도 했고 지역 복지관에서 지적장애인 프로그램에도 참여했다. 복지관 앞에서 학생들이 남지석에게 담배를 사달라고 했으나 남지석이 거절하자 학생들에게 얻어맞기도 했다.
남지석이 교통사고로 지적장애인이 되기는 했지만, 그동안 서태양이나 서하늘을 만나기도 했고, 아버지 남만중에게는 안타까운 아들이었고 정겨울에게는 그림을 좋아하는 좋은 시숙이었다.
그런데 교통사고로 지적장애인이 된 남지석은 31년 동안이나 지적장애인으로 살았는데 의자에서 넘어지면서 31년 전 기억이 되살아난 것이다.
정혜야 나랑 결혼 해 줄래. ⓒKBS
현재 장애인복지법에 명시되어 있는 지적장애인은 다음과 같다.
지적장애인(知的障碍人)=정신 발육이 항구적으로 지체되어 지적 능력의 발달이 불충분하거나 불완전하고 자신의 일을 처리하는 것과 사회생활에 적응하는 것이 상당히 곤란한 사람.
물론 장애인등록을 할 때는 담당 의사가 진단하고 국민연금공단에서 판정하지만, 지적장애인에 기억상실이라는 말은 없다.
기억을 잃어버렸다는 것은 기억을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우리의 뇌가 기억으로 가는 길을 찾지 못한 것이라고 한다. 누구라도 어느 순간 어떤 충격으로 기억으로 회로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각종 사고나 외상성 뇌 손상으로 기억을 잃어버리고 지적장애인이 될 수도 있고, 뇌출혈이나 치매(알츠하이머 또는 파킨슨병)로 기억장애가 일어날 수도 있겠지만,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남지석처럼 31년 전의 기억이 돌아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참고로 현재 파킨슨병은 장애인등록이 되지만, 알츠하이머는 장애인등록이 안 된다.
남연석이 정겨울을 납치하다. ⓒKBS
남연석 남유진 주애라는 이 모든 원흉은 정겨울이므로 정겨울을 없애자고 했다. 정겨울은 알면서 납치를 당했다.
남연석과 남유진이 정겨울을 납치해서 편상국의 소재를 대라고 했다. 정겨울이 모른다고 했다.
남연석 : “내가 그까짓 페이퍼 컴퍼니에 당할 것 같아?”
정겨울 : “당신은 우리 아버지도 죽였잖아?”
남연석 : “그래 내가 죽였다 어쩔래?”
정겨울 : “당신 이야기 다 녹음되었어.”
경찰이 왔고 남유진은 체포되었으나 남연석은 달아났다.
정겨울은 남연석과 주애라를 떼어놓기 위해서 남만중에게 그 시간에 주애라를 불러 달라고 했다. 남만중이 할 이야기가 있다고 주애라를 불렀을 때 텔레비전 뉴스에서는 남연석과 남유진이 정겨울을 납치하려다가 남유진은 체포되고 남연석은 달아났다고 했다. 나를 왜 불렀어. 주애라가 남만중의 목을 졸랐다.
주애라가 남만중의 목을 졸랐다. ⓒKBS
주애라 : “내가 김현정이야, 남만중 당신은 우리 엄마를 죽인 원수야.”
남만중 : “내가 그동안 김현정을 얼마나 찾았는데 네가 김현정이라니.”
주애라 : “정겨울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 당신도 내 손에 죽어”
남만중 : “그런 게 아니야 그리고 정겨울은 네 동생이야.”
31년 전 남지석은 교통사고로 지적장애인이 되었고, 주애라의 엄마 이옥선이 죽었다. 주애라는 엄마를 죽인 사람이 남만중이라 알고 엄마 원수를 갚고 복수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주애라가 엄마의 원수를 갚고 복수를 하겠다는 것은 어찌 보면 정의와 효를 위한 것이기에 박수를 받을 만한데 그동안 주애라가 정겨울을 사사건건 못살게 군 것은 박수는커녕 마녀 같은 빌런에 불과했다.
남만중이 그날 병원에서 김현정의 엄마 이옥선이 죽은 것을 알고 김현정을 찾았다. 남만중은 김현정의 외삼촌에게 거액의 돈을 주고 김현정을 키우라고 했으나 외삼촌은 돈만 가져가고 김현정은 보육원에 보냈다. 김현정의 동생이 있었는데 보육원에 불이 나서 아이들은 병원으로 옮겼다.
그때 정현태(최재성 분)는 외국에 있었고 아내가 딸을 낳다가 죽었다. 외국에서 돌아온 정현태가 딸 정겨울을 찾았는데 딸은 이미 죽어서 간호사가 정겨울 대신 김현정의 동생을 보냈다는 것이다. 이건 범죄인데 이래도 되는 것일까?
그동안 남만중은 정현태가 정겨울을 키우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정겨울이 남유진과 결혼해서 손자며느리가 되자 누구보다 기뻐했으나 주애라가 쫓아냈다.
이 무슨 얄궂은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주애라는 남만중에게 정겨울에게 자기가 언니라는 사실을 절대로 말하지 말라고 했다.
그런데 남만중이 생각해 보니 이건 주애라의 유언 같아서 정겨울을 불러서 얘기했다.
주애라와 남연석 둘 다 쓰러졌다. ⓒKBS
주애라는 마지막 복수를 위해서 남연석을 집으로 불렀다. 정겨울이 남만중 집에 와서 주애라를 찾았을 때 남연석이 먼저 나와서 정겨울의 목을 졸랐다. 주애라가 뒤늦게 나타나서 남연석의 뒤통수를 내리쳤다.
남연석은 밖으로 뛰쳐나가고 주애라가 뒤따라갔다. 남연석이 달려들어서 주애라를 밀쳤고 그때 주애라는 정원용 가위를 들고 있었다. 정겨울이 깨어나서 정원으로 나왔을 때 주애라와 남연석 둘 다 쓰러져 있었다.
남유진은 10년, 남연석은 무기징역이었다. 남연석은 누구 마음대로 무기징역이냐? 나 YJ그룹 회장이야, 나는 인정하지 못한다. 판결을 다시 하라고 울부짖었다.
시각장애인이 된 주애라. ⓒKBS
주애라도 무기징역이 선고되었다. 정겨울은 주애라를 면회 갔다.
정겨울 : “주애라 너의 잘못된 복수심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는지 알기나 해? 차라리 할아버지를 찾아가 따져 묻지 그랬어. 그럼 너랑 내가 이렇게 마주할 일이 없었을 텐데. 그날 나더러 내 인생 살라는 말은 왜 한 거냐?”
주애라 : “내가 네게 한 짓, 내 존재. 그런 것을 다 잊고 네 삶을 살길 바라.”
정겨울 : “넌 끝까지 비겁하고 이기적이네. 평생 속죄하면서 네 죗값 받아. 당신 같은 사람이 내 언니라는 게, 내가 너를 보는 처음이자 마지막이야. 시간이 지나서 내가 너의 죄를 용서할 준비가 되면 우리 사이 생각 해 볼게 그때까지 넌 내게 주애라일뿐이야.”
정겨울은 나갔다. 주애라는 옆에 있는 교도관에게 물었다. 정겨울이 나갔느냐고.
주애라는 앞이 보이지 않았다. 정원에서 쓰러졌을 때 시신경을 다친 것일까. 아무튼 정겨울은 주애라가 시각장애인이 되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정겨울이 주애라가 시각장애인이 되었다는 것은 모른다고 하더라도, 주애라가 정겨울이 문을 열고 나갔다는 것을 어떻게 모를 수가 있을까?
주애라는 정겨울이 가고 난 후에야 눈물을 흘렸다. 겨울아 보고 싶었어.
‘비밀의 여자’에서 지적장애인 남지석이 정상으로 돌아오고, 주애라가 시각장애인이 된 모습은 마지막 103화에 폭풍처럼 휘몰아쳤다.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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